[심층분석] 에너지도 정쟁화 되나
[심층분석] 에너지도 정쟁화 되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4.08.0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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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민주당) vs CF100(국민의힘)

에너지가 정치화되고 있다. 지난 6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발표되었다. 2038년까지 무탄소에너지(CFE)의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무탄소 전원의 균형 있는 확장을 목표로 하고, 소형모듈원전(SMR), 수소발전 등 새로운 에너지원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에너지 정책은 총선 대패로 인해 민주당에 그 발목이 잡혀 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 간에 정치적 충돌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단 민주당은 ‘RE100’(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을 고수한다.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 이니셔티브(운동)다.

RE100 캠페인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등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원자력에너지가 빠져 있다. 원자력은 화석연료와는 달리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방사성 폐기물과 사고 발생 시의 위험성 때문에 RE100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RE100’에 참여한 국내 기업의 부담이 늘고 있는 점이 문제다. 값비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일수록 소비자는 전기요금 인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반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CF100/CFE(Carbon Free Energy)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를 이용하자는 것으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 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해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취지다. 이는 RE100과 유사한 개념이다. 

다만 RE100이 재생에너지만을 강조하는 반면, CFE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과 같은 탄소 배출이 없는 모든 에너지를 포함시킴으로써 다양한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히 원자력에 반대하는 진보좌파와 민주당이 CF100을 지지할 리가 없다. 이 지점에서 여야간의 정쟁이 에너지 정책 전반에 다시 전선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불길하게 다가온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상대로 ‘RE100’도 모르면서 무슨 대통령을 하겠다는 거냐는 식으로 핀잔을 준 바도 있다. 

RE100의 문제점

100%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RE100에 대해서는 비용이 문제가 된다. 단적인 예로 풍력발전의 경우, 건설에만 8년이 걸린다. 그렇기에 RE100진영은 태양광을 주장한다. 그러면 태양광의 비용대비 효율성이 문제가 된다.

RE100 전력의 기술적 특성을 살펴 보자. 유재택 안양대 명예교수(전기전자공학)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째, 재생에너지는 국내에서 발전 단가가 비싸다. 한국전력이 작성한 ‘전력통계월보’ 금년도 1월호에 각종 수치가 나와 있다. 금년 1월 한국전력의 발전원별 전력 구입단가가 kWh당, 원자력 59.45원 유연탄 134.73원 LNG복합 198.94원 대체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147.70원 등으로 나와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을 대표하는 값은 kWh당 147.70원으로 되어 있으나, 산업체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별도로 구매하여야 하므로, 이 가격을 더하여야 한다. 요즘의 REC 거래가격은 90원 근처이다. 원자력에너지의 경우 영구 폐기처분 비용이 불포함되어 있다는 주장이 있으니, 위의 59.45원보다는 조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에너지 발생이 간헐적이다. 태양광과 풍력이 주인 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은 밤에는 전력이 안나온다는 단점이 있고, 풍력의 경우에 바람이 안불거나 강풍의 경우에는 정지하여 전력이 안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여름에 태풍이 불어오는 경우가 최악의 상황인데, 밤에 발전량이 ‘0’ 근처가 될 것이라서, 이러한 점에 대비한 예비설비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2023년말 발전설비용량을 보면, 전력통계월보에,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3139만 kW이고, 가스 설비가 4319만 kW이고, 원자력은 2465만 kW로 나타나 있다. 

이중 가스발전 설비의 상당량은 재생에너지가 간헐성을 커버해 주기 위한 예비설비 성격이다. 이 정도로 가스발전 설비투자가 많아야 된다는 것이 독일의 경우와 다른 점이고,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가격에 있어서, REC가격 이외에, 숨어 있는 추가 부담이 된다고 본다. 

셋째, 국내 국토지리 여건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한계가 있고 현재 전라도와 제주도에 편중되어 설치되어 있다. 

넷째, 태양광발전 출력을, 우리나라 전력망이 수용을 못하여, 때때로 차단하는 출력제어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는 전력수송을 위한 전력망이 부족하다는 점과 동시에, 태양광 시설도 과잉투자되어 있는 결과라 본다. 결국 RE100을 외치던 유럽 국가들이 방향 전환을 하는 근본적 이유는,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침체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의 주장을 보충해 보면 이렇다. 첫째, 현재 우리의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가 20%를 넘으면 전력의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할 수 없다. 둘째, 기후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만을 인정하겠다는 태도는 불손하다. 원자력발전으로 줄인 탄소는 기후온난화를 완화하지 않는가? 

셋째, 목적과 수단이 도치됐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은 그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상목표로 삼을 이유는 없다.

넷째, 구글이 알이100을 달성했다며 호도하지만, 구글은 2018년 원전을 포함한 시에프100(CF100, 원자력 전기 포함 무탄소 에너지 100% 사용)을 통한 무탄소 전원을 데이터센터에 공급한 결과를 보고서로 제시하고 있다.

다섯째, 영국계 비정부기구가 제시한 RE100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재생에너지를 더 공급한다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을 좀먹는 일이다. 
원전을 포함하는 새로운 제도인 CF 100으로 맞서는 것이 국가적으로 옳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을 통해 한전은 47조원의 적자를 낳았다. 더 적자를 보는 구조를 마냥 따라가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국가산업 경쟁력을 높여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현상이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 달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재생에너지 보급제도 개편방향 좌담회’에선 기업·발전사·소비자 3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7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7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

원자력 확대에 입법 거부로 반대하는 민주당

RPS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기업 8곳, 포스코에너지와 SK E&S 등 민간 에너지 기업 19곳 등 27개 발전사가 연간 발전량의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RPS가 규정한 재생에너지 의무 발전 비중은 2012년 도입할 당시 2%에서 올해 13.5%로 급증했다. 2026년까지 15%를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내놓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현물 시장에서 사들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REC 평균 가격은 2021년 3만5000원에서 올해 6월 기준 7만7000원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반면 RE100을 지지해 온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최근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수주와 국민의 원자력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침묵 모드로 전환했다. 물론 그렇다고 원자력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을 포함하는 CF100이 정책화되려면 현재 수립 중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길 신규 원전 건설대수부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제정 등 에너지 관련 법안 처리까지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전기본 초안이 제출되더라도 확정 공고 전에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공청회, 국회 상임위 보고를 거쳐야 하는데 국회 보고 과정에서 청문회에 맞먹는 수준으로 내용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힘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발전용량 30만㎾급)와 청정수소 생산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배 확충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 지원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해서 국민의힘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11차 전기본에는 신규 원전 건설이 최대 4기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22대 국회에서 이 숫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고준위 특별법·해상풍력 특별법 향배 역시 관건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에너지 관련 법안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과 해상풍력 보급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은 국회에 발의된 채 잠자고 있다. 고준위 특별법의 경우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임시 처분시설이 포화 상태여서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으로, 통과되지 않으면 신규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 운영 모두 어렵다.

지난 7월 22일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국회에서 공회전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특별법 통과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을 위한 저장소가 임시시설이고 그마저도 2023년부터 포화상태인 문제가 있고 그 전에 다른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급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RE100을 포기하고 원자력을 확충하는 CF100에 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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