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질>
로저 스크루터 저, 노정태 역, 21세기북스
영국의 위대한 지성으로 손꼽히는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의 본질’을 꺼내 보인다. 무엇보다 인간은 하나의 분명한 ‘인격체’라는 것.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또 다른 타인을 마주하며 책임을 다하는 인격체로서의 인간, 바로 그곳에 인간의 진정한 본성이 자리한다.
프린스턴대에서 진행된 저자의 특강을 현장감을 살려 담은 이 책은 과학과 현대 철학이 간과한 인간에 대한 논의를 정교하게 펼쳐낸다. 인간을 생물로 축소한 리처드 도킨스 같은 과학자들, 기차를 밀어 누구를 얼마나 죽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도덕을 협소화시킨 피터 싱어나 사회를 계약으로 단순화한 존 롤즈 같은 철학자까지, 고유한 인간성을 주목하지 않은 수많은 논의와의 치열한 대결이 이 책에 담겼다.
지은이 로저 스크루턴은 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지성으로 평가받는 철학자. 1944년생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젊은 시절 68혁명을 목격한 이후 평생 반지성주의에 반대하여 꾸준한 연구, 강연, 사회 참여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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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서평>
과학주의적 인간관의 허점을 명료하게 지적
단숨에 다 읽었다. 영국 철학자 스크루턴은 참으로 방대한 시야로 철학의 주요 고전들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학의 고전들까지 섭렵해 본질을 압축해 해며 인간을 사회생물학이나 싸구려 심리학의 인간관으로부터 구출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류의 인간관을 비판하는 데서 시작하고 있다. 놀랍게도 스크루턴은 독일의 브렌타노의 지향성 개념과 딜타이의 정신과학에 입각해 과학주의적 인간관의 허점들을 명료하게 깨트리고 있다.
이어 타인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인격 개념, 도덕의 뿌리, 신성함을 다양한 철학자들과 논쟁을 하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대체로 그는 인간의 인간다움을 옹호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그것은 21세기 들어 힘을 잃어버린 철학을 위한 간명한 변론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국내에도 여러 종이 번역되어 있다. ‘하룻밤에 읽는 보수의 역사’(돌밭)도 있고 ‘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아우라)도 있으며 31가지 주제로 현대 영미철학의 쟁점을 정리한 ‘현대철학 강의’(바다)도 있다.
그는 현실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담배전쟁의 승자와 패자’라는 책도 썼다. 즉 현실 문제에 시선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학문적 깊이 또한 갖춘 철학자라 하겠다. 이 점을 우리는 이 책 ‘인간의 본질’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깔끔하게 번역해준 노정태작가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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