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도한 미래한국 기자
KBS 아프가니스탄 종군특파원, 청해부대 소말리아 해적 실태 보도 등 특종기자로 명성을 날리던 이영풍 기자는 KBS의 정치편향성에 저항해 90일 넘게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이영풍 기자는 회사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이영풍 기자로부터 그동안의 상황을 들어본다.
- 보도국 사무실에서 호소문을 낭독하고 1인 시위를 시작하셨는데요. KBS 보도국장에게 호출받고 대면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는데 무슨 이유인가요?
저를 포함해 김의철 사장 체제에 저항적이고 비판적인 기자들을 보도국장이 자기 사무실로 불러 주의 주는 일이 있었어요. 보도국장이 선배 기자들을 자기 사무실에 부르는 것은 면박이고 겁박입니다. 저는 두 번째로 불려간 경우였어요. 모 유튜브에 출연해 KBS의 편파왜곡 뉴스에 대해 비판했고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지적했죠. 그것이 보도본부 지도부에 불쾌감을 줬던 모양이에요. 언론자유가 가장 소중하게 존중받아야 할 언론사에서 사내 언론자유를 탄압했던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지요. 보도국장이 거칠게 나오면 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겠다는 결심을 하고 들어갔어요. 예상대로 “외부 유튜브 방송에 나가 함부로 말하면 회사가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면담 후 곧장 호소문 낭독을 결행하게 되었죠.
- 1인 단독 시위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 혼자 불려가 보도국장에게 겁박을 당한 것인데 이럴 경우 대부분 겁먹고 입닫고 조용해지잖아요. 언론노조가 장악한 KBS 보도본부에서 그 동안 혼자 부당성과 편파성을 외치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죠. 입사 27년 넘은 제가 1인 시위를 벌이며 목소리를 높여야 KBS가 조금은 변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 그사이 KBS에서 벌어진 어떤 일들에 특히 분개하셨나요?
가령 ‘창원 간첩단 사건’ 같은 경우 거의 모든 언론에 대서특필되었지만 유일하게 KBS 9시 뉴스는 이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내 노동조합과 협회 등이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추궁했지요. 돌아온 답은 ”출입처 기자들이 아이템을 발제하지 않아서”였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요. 또 9시 뉴스 앵커 ‘옷 바꿔치기 사건’도 마찬가지였어요. 앵커 멘트가 잘못 방송나간 것을, 그 부분만 다시 촬영, 편집해 올리면 면책이 됩니까. 왜 그랬는지에 대해 사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어요. 이밖에 ‘북한 인민군 열병식 생중계 사건’ 등 노골적인 편파왜곡, 불공정 방송이 자행되었습니다.
- 1인 단독시위를 벌이는 현장에 많은 국민의 방문과 성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저는 보도국에서 호소문을 읽으며 소리칠 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제 2023년 5월 30일 이전으로는 못 돌아가겠구나.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겠지.” 동료들이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SNS로 퍼나르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그것을 본 국민들이 여의도 KBS로 몰려들기 시작한 거죠.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여론의 파도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예요. 유튜브와 SNS의 위력을 실감했죠.
- 시위 현장을 본인 유튜브 방송으로 중계했는데 이로 인해 지지 확산에 도움이 되었는지요?
제 개인 유튜브는 조간신문을 읽고 뉴스 비평을 하는 나만의 방송국을 2년 전에 만들었는데 당시 구독자는 500명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번 사건을 거치며 구독자 수가 5만2000명이 넘었어요. 제가 이영풍TV 유튜브로 방송하면 실시간 2000명 넘게 들어오기도 합니다. 순식간에 확산되는 위력을 실감하고 있어요.
- 1인 시위를 하면서 현재까지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일들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국민들이 보내주신 “축 사망 민노총 KBS, 축 부활 국민방송 KBS”라는 화환이나 “국민기자 이영풍을 지지합니다” 등 수많은 화환이 몰려들 때를 잊을 수 없어요. 그 화환들이 지금도 여의도 KBS 외부를 둘러싸고 있잖아요. 변질된 KBS는 지금 국민들의 여론이 두려울 거예요.
- 1인 시위 61일만에 해고되셨는데 정확한 해고 사유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본인 입장은 무엇인지요?
‘사내 직장질서 문란’과 ‘외부세력의 불법행위 유발’이 주된 사유라고 하지만 저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요. 휴가를 내면서 KBS 신관 로비에서 자유로운 합법, 준법 시위를 했는데 제가 무슨 사내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것인지요.
정치적 당파성과 편향성으로 국민의 방송 포기
- KBS가 우리나라 대표 공영방송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언론노조 세력이 사장부터 부사장, 주요 본부장 실,국장 자리를 거의 모두 장악했다는 점, 그리고 그 배후에서 민노총이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죠. 그러다보니 방송에 정치적 당파성과 편향성으로 인해 바이어스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기들만의 방송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국민의 방송 KBS가 아니라 민노총 노영방송이 된 셈이죠. 민노총 언론노조의 스피커로 전락한 점이 가슴 아픈 일이지요.
- 쓰레빠 기자, 바이든 날리면, 사장 임명 등 MBC 사태에 대한 입장은 어떠신가요?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독일의 ZDF, ARD, 호주의 ABC, 프랑스 FT, 미국이 PBS 등 세계의 유명 방송사 기자들이 자기 나라 대통령이나 총리를 뒤통수에 대놓고 고함치고, 슬리퍼 끌고 나와 질문하는 거 보셨어요.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 줄 모르고 용인하는 현 한국 언론 상황이 충격일 뿐이죠. 해당 기자가 MBC에서 상까지 받았다는데 정상이 아닌 거죠.
- 김의철 사장 등 경영진ㆍ이사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들은 편파방송과 경영악화 사태 등에 대해 책임지고 당장 퇴진하고 수사를 받아야 합니다. 노사는 서로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이라는 것이 있어요. 그게 지금은 완전히 무너져 사측과 교섭대표노조가 거의 일체로 움직이는 노영방송이 되었습니다.
- 이영풍 기자의 용기 있는 양심선언과 1인 시위로 촉발되어 현재 이사진이 교체되고 새 사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생겼는데 심정은 어떻습니까?
지난 27년 동안 국민 여러분이 주시는 수신료로 월급 잘 받고 열심히 기자 생활을 했어요. 많은 분들이 해고된 지난 1997년 IMF 위기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도 KBS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 이유는 매년 7000억 원의 수신료가 꼬박꼬박 들어오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제가 희생되어 KBS가 조금이나마 정상화 될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받은 27년 밥값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갚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KBS와 MBC 공영방송의 개혁 과제는 무엇이고 앞으로 발전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여기시나요?
인구가 7천만명에서 3억명쯤인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미국에서는 공영방송이 대부분 하나 또는 두 개 정도입니다. 그에 비하면 인구 5천만명인 우리나라에는 공영방송이 많은 편입니다. 광역자치단체 공공방송까지 합치면 줄잡아 10여개는 됩니다. 공영방송에서 ‘제작 자율성’을 외치지만 정작 ‘제작 책임성’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현 주소입니다. 2008년 MBC 피디수첩의 광우병 방송이 대표적 사례죠.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개혁 과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1공영 다민영’ 방송 체제로 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여야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1공영방송과 방송의 책임 소재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여러 민영방송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만일 복직하게 되면 무슨 일을 가장 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오래 근무했던 다큐멘터리 부서에서 <시사기획 창>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직원으로 다시 복직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서글픕니다.
- 끝으로 윤석열 정부에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방송독립과 공정방송은 공영방송에 근무하는 현업자들이 스스로 지켜내고 쟁취하는 것입니다. 지금 위기의식을 느껴서인지 민노총 세력은 민주당과 야당을 찾아가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아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불과 6년 전에는 대표부터 주요 요직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이더니요. 한국도 이제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진입한 만큼 윤석열 정부는 OECD 국가들 수준에 맞는 미디어 방송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현재 우리나라 방송산업 구조는 전두환 정권 초기인 40년 전에 설계된 것인데 이젠 혁신해야죠. 산업계에선 세계 초일류 한국기업 제품들이 전 세계인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 언론과 정치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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