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노동개혁에서 놓치면 안 될 것들
[전문가진단] 노동개혁에서 놓치면 안 될 것들
  • 박진호  노무법인 한수 대표노무사
  • 승인 2023.03.2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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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 적폐정책 청산의 일환으로 진행된 양대 지침(저성과자 통상해고 및 취업규칙 개정 요건 명확화) 폐기 시책은 박근혜 정부 시절 장기간에 걸쳐 추진한 양대 지침의 속 내용을 들여다볼 때 그 의미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박근혜 정부에서 발표한 양대 지침의 내용은 새로운 것이나(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어떤 획기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어차피 기존에 대법원 판례가 판시해오고 있던 일반적인 법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박근혜 정부의 양대 지침은 근로자나 사용자 어느 쪽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단지 기존 판례 법리를 설명하는 데 지나지 않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므로 굳이 그것을 적폐 정책이라고 거창하게 치부하면서 폐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 연합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 연합

문제 많은 노란봉투법

다시 말해 양대 지침이 폐기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선고되고 있는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대법원 판결들을 살펴보면 종전에 설시된 법리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 전혀 없으며, 특히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사회통념상 합리성 인정과 관련하여서는 양대 지침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대법원에서 기존보다 더 엄격한 요건을 추가하여 설시하였다(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양대 지침폐기 정책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그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환노위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사용자 개념의 확대와 관련하여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사용자로 본다면 그 확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여부와 함께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가치사슬의 최종 단계에 있는 소비자에 대해서까지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같은 극단적인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즉, 구체적인 범위 획정에 관한 사법부의 명확한 판결 또는 새로운 국민적 합의로 추가적인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노사분쟁의 사회화 현상이 지속될 우려가 높으며, 이는 결국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노동조합법의 기본 취지(노조법 제1조)를 몰각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쟁의행위의 개념 및 범위 확장과 관련하여 권리분쟁까지 그 대상으로 포섭하는 의미로 개정하는 것이라면, 쟁의행위의 본래적 성질에 비춰 현대 민주주의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권리분쟁은 무협약 상태에서 벌어지는 쟁의가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단체협약의 해석·적용 및 이행과 관련한 분쟁이므로 사법절차를 통하지 않고 쟁의행위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가 모두 준수해야 하는 기본적 의무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평화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기존에 확립되어 있는 법이론을 무시한 채 원내 다수당의 입법 만능주의를 통한 일방통행식 법 개정은 전체 법질서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법체계적 정합성에도 맞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종전 법 개정으로 이제 실업자의 기업 단위 노조 가입까지 가능해진 상황에서 향후 노동조합에서는 조합원 우선채용 및 노동력 공급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Closed Shop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바, 이러한 제반 환경을 고려한다면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 및 쟁의행위의 대상 확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사항으로 생각된다.

근로시간, 보다 유연하게 해야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법제는 지금까지 근로자의 입장에서 근로시간의 길이와 배치가 사전에 확정되어 예측이 가능하도록 하는 과거 이론 위주의 법률이 시행되어 오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근로시간의 길이와 배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해야 공평·타당하다고 할 것인 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1일과 1주 단위를 동시에 규제하는 경직되고 퇴행적인 방식은 노사 모두의 불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지향적이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구축하여 모든 세대가 공평·타당하게 노동의 과실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개개인의 선택권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과거의 경직된 이론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 특히 근로자의 권리보호적인 면에서 얻는 실익도 오늘날에 있어서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과거 한 회사에서 평생직장을 추구하던 시대에서는 고정된 근로시간 법제가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는 수단으로 유의미했을지 모르나, Two Job, Three Job이 난무하는 오늘날에는 과거의 경직된 이론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면도 대부분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한 회사에서 주 52시간 일하는 것과 두 개, 세 개 회사에서 도합주 70시간 일하는 것을 비교해볼 때 어느 쪽이 과연 진정한 과로에 노출되어 있을지 고민해보면 답은 명확하게 도출된다. 

따라서 미래시장노동연구회의 권고안은 충분히 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되며 다만, 일각에서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주 80시간 가능 여부, 하루 24시간 연속 근무 가능 여부 등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경우라 치부하기보다는 그러한 경우까지 극한 장시간 근로를 예방하기 위한 촘촘한 방지책, 예컨대 퇴근 후 출근시까지 연속 11시간 휴식시간보다는 하루 최대 13시간 근무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진단과 당면과제 세미나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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