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침해 논란을 빚은 중국 비밀경찰서. 스페인 인권단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016년 2월 설치됐다. 그런데 중국이 이미 그 전부터 우리나라에 공안을 보내 주권을 침해했다는 근거가 나왔다. 중국 공안은 우리나라에서 자국민을 추적·감시하고 귀국시킨 것을 자국 내에서 대놓고 홍보했다.
2015년 8월 9일 ‘봉황호망(홍콩 봉황망 후베이성 판)’은 “후베이성 공안이 영화·TV 프로그램 투자를 내세워 수억 위안의 사기를 저지르고 2014년 4월 한국으로 도피한 고 모 씨를 찾아내 귀국하도록 설득했고, 결국 대한항공 KE881편을 타고 2015년 8월 5일 우한으로 귀국해 자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이것은 후베이 공안이 2015년 ‘여우사냥’에서 얻은 중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中 공안,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서 중국인들 압박해 귀국시켜
2020년 4월 1일 산둥성 칭다오 해관 (세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1790 위안(약 32억6000만 원) 상당의 한국 화장품을 밀수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씨를 설득해 귀국시키고 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칭다오 해관은 “오랜 시간 한국에 거주했던 장 씨는 칭다오 공안의 설득 끝에 2020년 3월 20일 귀국 후 자수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10월 21일 中신문망은 “헤이룽장성 따칭 공안이 한국 도주범 1명을 설득해 귀국·자수시켰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신용카드 사기 혐의자 김 모 씨는 2016년 3월 지명수배 명단에 오르자 한국으로 도주, ‘여우 사냥 2020’ 목표로 지목됐다”면서 “올해 7월 김 씨의 여동생과 연락이 닿은 공안이 그를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한국에서는 잘 모르지만, 중국은 오래 전부터 공안을 보내 도피한 사람을 설득해 귀국시켰다는 것을 꾸준히 자랑해 왔다”며 “그 가운데는 중국 공안이나 해관(세관) 등이 한국에서 중국인을 찾아내 귀국하도록 종용했다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패 사례도 있다. 2015년 8월 21일 ‘베이징 타임스’는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뒤 한국으로 도주한 리웬서우를 추적했으나 붙잡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리웬서우는 2010년 5월 한국으로 도피했다. 같은 해 9월 지린성 인민 검찰원은 리웬서우에 대한 체포를 승인했다. 이후 지린성 공안이 한국에 와서 리웬서우에게 귀국을 종용했으나 듣지 않았다. 결국 중국은 2015년 공안부를 앞세워 한국 외교부·경찰의 협조를 얻어 그를 체포해 압송했다.
관련 내용을 조사한 소식통은 네 사람 모두 ‘여우사냥’ 대상자였다고 설명했다. 여우사냥은 시진핑 집권 이후인 2014년 7월부터 시행한 해외 도피 부정부패 관리의 송환·검거·숙청을 말한다. 당시 중국 공안은 지난 30년간 해외로 도피한 공산당 관료 4000여 명을 포함해 국유기업 관계자 등 1만8000여 명의 송환 작전을 시작했다. 여우사냥이었다.
4인 1개조로 이뤄진 중국 공안의 여우사냥 태스크포스는 경제와 법률, 외국어 실력까지 겸비한 서른 살 안팎의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돼 전 세계 120여 개국을 돌았다. 그런데 이들은 해외에 망명한 반체제 인사들도 ‘사냥 목표’로 삼았다. 반체제 인사와 그 가족들을 추적·미행·감시하고, 협박을 일삼으며 중국으로의 귀국을 강요했다.
미국 정보 당국도 이런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미국은 2020년 10월 미국에서 활동하며 반체제 인사들을 협박해 본국으로 송환하려던 여우사냥 팀 관련자 8명을 기소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중국이 한국이나 프랑스처럼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한 나라에서도 현지 당국에 알리지 않고 공안을 보내 ‘여우’를 추적·압박하는 이유가 실제로는 이들이 반공·반체제 인사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과 중국은 2002년 4월 11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었다. 따라서 중국에서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이 한국으로 도피했을 경우 협조를 요청하면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조약에 따라 한국 사법당국의 협조로 용의자를 체포·압송한 사례도 많다. 그런데도 중국은 한국에 알리지 않고 국내에서 ‘치안 활동’을 벌이고, 자국 내에서 홍보까지 했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을 겪었다. 美 비영리 매체 ‘프로퍼블리카’의 지난해 8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닝샤 공안과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관은 2년 동안의 설득 끝에 프랑스에 살던 중국인 정 모 씨를 2017년 3월 자진 귀국시켰다. 프랑스도 중국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당국은 정 씨의 송환을 몰랐다. 프랑스 정보기관은 이 건에 대해 중국에 항의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최근에는 중국 비밀경찰서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서울 송파 소재 중식당 ‘동방명주’가 “중국인의 송환을 도왔다”고 실토했다. 동방명주 소유주 왕하이쥔은 지난 12월 31일 오후 4시 기자회견을 열어 4시간 동안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중국 비밀경찰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 받는 ‘서울화조센터(OCSC)’에 대해 “병에 걸렸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을 중국으로 보내는 역할을 도왔을 뿐”이라며 모두 10여 명을 중국에 송환했다고 밝혔다. 왕 사장은 “반중 인사에 대한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왕 사장은 서울화조센터가 처음 생길 때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中 비밀경찰서 소재지로 의심 받는 곳들
왕 사장의 동방명주 외에도 국내에는 중국 비밀경찰서가 있을 법한 곳으로 지목 받는 지역이 몇 군데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구로구 가리봉동, 금천구 독산동, 경기 안산시, 성남시 가운데 구 시가지다. 특히 대림동과 가리봉동, 독산동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조선족 중국인들을 방범대원으로 활용했다. 중국인 방범대원 활동이 중국인들에게 호응을 얻자 정부와 지자체는 중국인 방범대원 수를 계속 늘렸다. 이제는 지방에도 중국인 방범대원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대림동의 경우 과거 반중성향 단체가 집회와 행진을 할 때 중국인 방범대원들이 현장에 나와 질서 유지를 한다는 명목으로 집회를 방해하다 진짜 질서 유지를 하던 우리나라 경찰관에게 제지를 당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중국인은 “중국 공안과 비슷한 제복을 입은 중국인이 ‘이건 불법이다! 다 잡아 넣겠다’고 집회를 방해하려다 옆에 서 있던 한국 경찰이 ‘합법 시위’라며 제지하자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을 향해 큰 소리로 ‘한국 경찰은 대체 뭐하는 거냐? 당장 저자들을 체포하라’면서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공안으로 의심 가는 대목이다.
2011년 초 주한 중국대사관 맞은편에서 벌어진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시위 때도 주목을 끄는 일이 있었다. 당시 시위에 참석한 몇몇 탈북자는 “중국에서 만난 공안이 지금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탈북자는 “시위에 참여한 중국인 한 명이 자신을 ‘전직 공안’이라고 소개하면서 중국 공산당을 비난했다”면서 그런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 성남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 동방명주를 빈번하게 이용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경기지역화폐 운영대행사인 ‘코나아이’의 중국법인 대표를 지낸 박병국 씨가 장본인이다. 박 씨는 이후 경기지역화폐 관리 주체인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상임이사로 발탁됐다. 현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박병국 씨가 진흥원 이사로 재직할 때 회식이나 접대를 할 때면 송파에 있는 ‘동방명주’까지 가서 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中 첩보활동에 공자학원 등도 활용”
정보 계통에서는 중국이 비밀경찰서 뿐만 아니라 ‘공자학원’ 등도 비밀첩보활동에 활용한다고 지적한다. 김석규 전 국가정보원 방첩국장은 중국 비밀경찰서에 대한 질문에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체주의 국가로 해외에서의 첩보 수집에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다”며 “비밀경찰서 뿐만 아니라 공자학원 등 다양한 수단으로 첩보를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04년 11월 서울 강남에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을 열었다. 중국은 2020년 1월 기준 160여 개국에 540개의 공자학원을 운영 중이다.
중국은 자국 문화를 알리려 공자학원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공자의 사상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을 가르친다. 일부 공자학원에서는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를 가르치고 경연 대회를 열기도 한다.
이 같은 내용은 국내에도 이미 수 년 전에 알려졌다. 2018년 3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기고문을 실었다. 나이 교수는 “전 세계 대학에 세워진 공자학원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학원 본래의 기능을 넘어선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22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톰 코튼 상원의원, 조 윌슨 하원의원이 ‘외국 영향력 투명화법’을 각각 상·하원에서 발의했다. 법안에는 공자학원을 외국정부 대행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국 정부 대행기관이 되면 모든 활동을 국무부에 보고해야 한다.
의원들은 공자학원이 미국 교육에 악영향을 끼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톰 코튼 상원의원은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직한 토론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다른 나라가 미국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2018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공자학원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미국 내 주요 대학들은 학내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영국은 지난해 10월 자국 내 30곳의 공자학원을 모두 폐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공자학원 폐쇄 조치를 한 곳이 없다. 중국 교육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8개의 공자학원이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다.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나라 공자학원 가운데 4곳은 중·고교에 있다.
이런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은 “한국에 비밀경찰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주한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언론이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서울에 해외경찰서를 설치했으며 강남의 한 음식점이 거점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한 점에 주목한다”며 “관련 보도는 사실무근이며 해외경찰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中 “한국에 비밀경찰서 없다”
주한 중국대사관 측은 이어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있고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으며 각국 사법 주권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26일에도 주한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내정 불간섭은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일 뿐만 아니라 중국 외교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중국은 한국 내정에 간섭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사관 측은 “개별 언론이 사실의 진실을 외면하고 근거 없이 구실을 잡아 고의적으로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중한관계 여론 분위기를 악화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며 “수많은 한국민들은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측의 이런 주장은 드러난 정황이나 증거들과 맞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26일 한겨레신문은 “해당 식당은 1층 공사를 핑계로 안전검사를 회피한 채 월세를 내지 않을 명분만 만들어서 시간을 끌어왔다”며 “우리가 월세를 내라고 하면 중국 쪽 관계자들한테서 연락이 와 ‘원만하게 합의하라’는 식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다”는 동방명주 임대인 측의 이야기를 전했다. 동방명주의 사장 왕 씨 또한 12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식당을 열 때 중국 국무원의 지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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