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기업에 활력 불어 넣어야 수출경쟁력 향상
[데이터로 보는 세상] 기업에 활력 불어 넣어야 수출경쟁력 향상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1.10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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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적자인 달들이 많고, 또 내년 상황도 좋지 않다는 어두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가? 수출경쟁력이란 국내의 수출 상품이 국제 시장에서 다른 국가들의 상품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수출경쟁력이 좋으면 무역수지에 기여한다.

무역수지와 수출경쟁력의 전망은 어떨까? 이런 내용을 데이터로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그림 1>에서 보면 올해 지난 2월과 3월을 빼면 모든 달에서 무역수지가 적자이고 특히 4월 이후 적자가 심화되는 추세이다. 

무역수지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이기 때문에 수출액이 늘어도 수입액이 대폭 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림 1>에서 각 달의 무역수지를 모두 합치면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무역수지는 약 426억 달러 적자로 과거에는 상당 기간 흑자였으나 올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3년간의 1∼11월 누계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 1>에서 보듯 올해 11월까지 수출은 전년비 7.8% 증가한 6291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입은 무려 21.2% 증가해 67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약 426억 달러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무역수지 적자 주범은 에너지원의 수입단가 급등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올해 11월 1∼25일 수입단가는 작년 동기에 비해 원유 725달러/t(18.6% 증가), 가스 1088달러/t(33.9% 증가), 석탄 199달러/t (11.9% 증가)로 11월까지 발생한 무역수지 적자가 426억 달러인데,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작년에 비해 748억 달러가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일본은 2021년 8월부터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 중에 있다. 

부산 컨테이너 선적 부두. 부산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면에서 세계 7위다.
부산 컨테이너 선적 부두. 부산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면에서 세계 7위다.

11월까지 무역수지 426억 달러 적자

무역수지 적자의 주원인은 에너지원 가격 급등으로,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 그리고 미&#8901;중 갈등 격화로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재 기능이 무력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의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조만간 휴전으로 가기 시작한다면, 에너지원의 가격이 떨어져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는 것도 세계 무역 환경 개선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지난 6월에 이어 11월 24일부터 총파업을 해서 수출 물류가 마비돼 수출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수출은 선전했다. 올해 수출은 2년 연속 6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해 실적 6444억 달러를 상회하는 6900억 달러를 올해는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수출액 순위가 세계에서 7위였는데 올해는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6위로 상승했다.

<그림 2>에서 보면 5위 일본과의 수출 격차도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었고 중계무역국인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5대 수출국 반열에 든 것이다. 조만간 일본을 추월한다면 세계 4대 무역국에 들 시기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1월 2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팬데믹 전후, 한국 수출 주력품목 경쟁력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13대 수출 주력품목 분류 및 수출 비중은 <표 2>와 같다. 반도체 수출이 압도적으로 1위이고, 그 뒤를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포함한 지난 3년(2019∼2021년) 동안 우리나라 13대 수출 주력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9년 4.94%에서 작년 5.16%로 0.22%p 늘어나 세계 4위에 올랐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방위산업 제품이 작년 72.5억 달러로 13대 수출품에 들지 못했으나 올해 폴란드 등에 대량으로 방위산업 제품을 수출하면서 수출액이 작년의 3배 수준인 200억 달러를 넘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럴 경우 방위산업 제품은 올해 수출 주력품목 순위에서 7위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분석에 따르면 작년에 방산 수출액은 1위가 미국(39%), 2위 러시아(19%), 그리고 3∼8위는 프랑스(11%), 중국(4.6%), 독일(4.5%), 이탈리아(3.1%), 영국(2.9%), 한국(2.8%)의 순이다. 올해 한국이 2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게 되면 세계 5위 수준의 방산 수출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019년에서 2021년으로 넘어가면서 이들 13대 수출 주력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 변화(%p)는 <표 3>과 같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석유제품, 평판디스플레이, 컴퓨터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상승하며 수출경쟁력이 강화됐다. 특히 자동차는 6위에서 5위로, 석유제품은 7위에서 6위로, 컴퓨터는 13위에서 10위로 순위가 올랐다.

그러나 반도체는 시장점유율이 0.16%p 하락하며 4위에서 5위로 내려섰고, 일반기계는 0.36%p 하락하고, 철강도 점유율이 0.58%p 줄고, 섬유류는 0.13%p 하락하며 수출경쟁력이 약화됐다. 그러나 13대 품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세계 순위가 5위에서 4위로 올라서는 등 소폭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출경쟁력을 강화해 무역수지를 흑자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민간 기업의 수출 환경을 개선해 줘야 한다. 수출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고 민간 기업이 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 신바람 나게 수출 경영을 할 때 수출이 증가한다.

따라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은 민간 기업에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을 낮춰주고 (예를 들면 법인세를 25%에서 20∼22%로 낮춰 줌), 필요 없는 규제들은 과감히 풀어 기업들의 ‘기업가 정신’이 다시 살아나게 해야 한다.

기업들이 기업 활동을 활발히 하고, 이를 통해 사업이익을 창출해 재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국가 경제는 잘 돌아가게 되고, 수출 환경도 개선될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반도체 부문에서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비교하여 보자. 한국은 법인세가 현재 25%이고, 지방세(법인세의 10%)를 합친 법인세 실효세율은 27.5%이다. 그러나 TSMC는 실효세율이 20%로, 조세 경쟁력에서 삼성전자가 국가 먹거리인 반도체에서 대만에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 석유화학, 방산 제품은 수출경쟁력 향상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액의 20.3%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쌀’과 같은 것으로, 반도체 산업을 더 강화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앞서가는 비결이다. 이런 취지에서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된 지 4개월이 지났으나 아직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에는 반도체 공장 인허가 간소화, 세액 공제,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이 572억 달러에 이르는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공표하고, EU는 유럽 내 반도체 공장에 430억 유로(약 59.5조 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지원법에 합의했고, 대만의 TSMC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에 4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만 ‘게걸음’인 셈이다. 한국의 ‘반도체 강국’이 허물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반도체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높여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둘째, <표 3>에는 13대 품목 수출경쟁력 변화가 실려 있다. 2019에서 2021년으로 가면서 수출경쟁력이 강화된 품목은 자동차, 선박류, 석유화학, 석유제품, 평판디스플레이, 컴퓨터이고, 약화된 품목은 반도체, 일반기계, 철강, 섬유류 등이다. 이들 품목의 수출경쟁력을 엄밀히 분석해 강화되는 품목은 계속 강화 전략을, 그리고 약화되는 품목은 왜 약화되고 있는지 분석해 이를 만회하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3대 품목에는 들지 못했지만 올해 13대 품목으로 들어올 것이 확실한 방산 품목은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은 미래 먹거리로 방위산업 민간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셋째, <그림 1>에서 보듯이 한국은 올해 들어 월간 무역수지가 2월과 3월을 빼고는 모두 적자이다. 이러한 적자 기조는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은 3대 에너지원(원유, 가스, 석탄) 수입액이 급등한 때문이다. 에너지원 가격이 조만간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원 수입액을 줄이기 위해서는 3대 에너지원을 적게 쓰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국민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궁여지책으로 전기, 가스, 휘발유 가격을 올려서라도 국민적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필요가 있다. 또한 원전을 확대하고 석탄발전 등을 줄여 에너지원 소비를 줄여야 한다. 무역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방법은 이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 둔화와 글로벌 산업 환경의 구조적 전환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백년대계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30년까지의 이런 ‘산업 대전환’ 전략을 민관 합동으로 지혜를 모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 대전환 전략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경제, 첨단산업 경쟁, 기술패권,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등 당면한 산업 흐름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무역수지 흑자가 이뤄지도록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며 이런 전략을 구상할 때 가급적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국판 뉴딜’ 국가 대전환 전략을 내놓았지만 그 당시 정부가 강력히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이 전환 전략이 상당 부분 왜곡된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12월 초순 정부가 민관 전문가 80여 명으로 이뤄진 ‘산업 대전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장기 산업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고 한다. 좋은 소식이며 믿을 만한 산업 대전환 전략이 발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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