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검수완박은 왜 위헌적인가
[전문가 진단] 검수완박은 왜 위헌적인가
  • 원영섭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2.08.1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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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절대 지켜봐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소시지를 만드는 것과 법률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2019년은 선거제도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패스트트랙으로 뜨거운 한해였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실력행사를 통한 입법안 저지에 나섰고 장외에서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국민적인 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의석수가 적었지만 적어도 날치기를 막고 패스트트랙이라는 국회선진화법의 법률개정을 강제할 정도의 의석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오랜 시간의 법률개정 시간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정치 지면을 뒤덮었다.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의 ‘빠루’(사실 민주당의 빠루였지만)를 들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은 그 가열찬 투쟁의 상징이다. 그럼에도 결국 패스트트랙을 막지 못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많은 전, 현직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이나 폭처법 등 위반으로 재판에 계류 중에 있는 등 후유증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한편, 국회의장은 2019년 4월 25일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의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사보임하였다.

한쪽에서 실력행사를 하고 있는 동안 당시 율사들은 이 사보임을 적법절차 위반을 이유로 위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신청했었고, 20대 총선이 끝난 뒤인 2020년 5년 27일 위 권한쟁의심판청구(2019헌라1)는 기각되었다.

검수완박법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대검찰청 정문 입구에 걸려 있다.
검수완박법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대검찰청 정문 입구에 걸려 있다.

불법적 꼼수가 동원된 검수완박법

이제 다시 위법한 사보임에 따른 권한쟁의심판이 시작되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수완박이 이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뿐만이 아니라 법무부도 권한쟁의심판의 청구권자로 참전했다. 검찰 이슈와 위법한 사보임임을 다툰다는 점에서 이전의 권한쟁의와 아주 유사하다.

그렇다면 그 결론 역시 비슷할까.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권력이 가진 무한한 자율성의 다른 이름은 ‘독재’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삼권 분립 등 갖가지 방안이 강구되어 왔고 현재에 이르렀다.

오로지 국민 전체가 나라의 주인인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 국회 그리고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라도 무한한 자율이 존재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무한한 자율을 한계 지우는 것이 헌법과 법률이다.

아무리 ‘날치기’라도 최소한의 적법절차는 지켜졌다.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법안들이 법률안의 대다수이나, 정무적으로 치열하게 다투는 법안들은 다수당이 ‘날치기’라고 불리는 다수결에 의한 입법을 밀어붙이게 된다. 통상 ‘날치기’는 소수당은 반대하지만, 예정된 절차는 지키고, 그 과정에서 절차를 우회하는 예외조항을 적극 활용하며 다수당이 본회의에서 다수결로 마무리하게 마련이다.

이전 패스트트랙의 사보임을 적법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2019헌라1)가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기각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장이 위원회의 위원을 선임개선하는 행위는 국회의 자율권에 근거하여 내부적으로 회의체 기관을 구성조직하는 것으로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에 속한다’고 설시하면서도 ‘자유위임원칙은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한 통치구조의 구성원리 중 하나이므로,

다른 헌법적 이익에 언제나 우선하는 것은 아니고, 국회의 기능 수행을 위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다’고 설시하여, 헌법과 법률에 따른 한계를 인정하였다.

나아가 비록 청구가 기각되기는 하였으나, 9인의 재판관 중 4인(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은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위법한 사보임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탈법을 명시한 국회의원의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하는가

헌법재판소의 위헌선언은 재판관 9인 중 6인이 하여야 하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다수결로 하도록 되어 있다. 비록 1명이 부족하여 기각되었으나, 당시 헌법재판소는 패트스트랙의 사보임 행위에 대한 위헌성을 심도 있게 고려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위장탈당과 사보임은 이전 권한쟁의심판에서 없었던 이슈다. 법사위로 사보임된 양향자 의원이 2022년 4월 20일 검찰청법 등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본격화하자 같은 날 민형배 의원은 ‘검찰정상화’를 이유로 탈당을 선언했다.

이후 4월 27일 안건조정위에서 야당 몫으로, 탈당한 민형배 의원이 들어갔고, 안건조정위는 단 17분만에 종결되었다. 이전 사보임은 야당에서 야당으로 보임된 것이었으나 이번 사보임은 야당에서 위장탈당하여 무소속이 된 후 야당 몫으로 보임된 것이다.

이것은 검수완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의 판결이라는 좁은 범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이 용인하는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 또는 국회 자율권의 헌법적 범위와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영국의 대헌장 마그나 카르타 이후 적법절차는 권력을 견제하는 대표적인 장치였다. 바이마르 헌법이 적법절차에 의해 독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한 이래로 가치구속적인 방어적 민주주의가 도입되었고, 그 이후 절차보다 내용에 대한 판단 쪽으로 헌법수호에 대한 무게 추가 이동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법절차는 가장 기본적인 헌법수호의 방법이며 합헌 판단의 기초임은 부정될 수 없다.

위장탈당은 헌법상의 적법절차를 스스로 훼손하겠다는 탈법 선언이다. 바이마르 헌법을 붕괴시킨 것은 대통령 비상대권의 상시화하였다.

비상한 경우에 행사하라고 한 비상대권이 탈법적으로 남발되고, 그 목적된 방법으로 사용되지 않았을 때, 바이마르 공화국은 붕괴하고 나치의 제3제국이 출현하였다. 민주주의의 가치 파괴는 적법절차의 탈법적인 운용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지금도 소시지를 만드는 일처럼 볼썽사나운 일들이 창자로 만든 껍질 안에서 뒤섞여 일어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신념을 가진 어리석은 자의 만용이 행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부정한 이익을 추구하는 자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선동에 의한 싸구려 감성으로 지옥으로 가는 선의의 길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리석음을, 부정한 이익을, 지옥을 명시한 입법행위는 자율권으로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이 국회와 국회의원의 폭넓은 자율에 대한 헌법과 법률의 한계다.

만약 이 위장탈당조차 합헌 내지 합법이라고 한다면, 헌법재판소가 유사하게 발생할 다른 일들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헌법 수호를 해나갈 수 있을까.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은 모양의, 뒤집혀 버린 소시지는 더 이상 소시지가 아니다. 이번에 이 하나의 불량 소시지를 골라내느냐 아니냐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헌법 수호 의지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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