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세계화가 사실상 종료하고 시장과 국가가 결합하는 신냉전 질서가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금융산업을 조속히 개혁하지 않으면 향후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루나 폭락사태와 같은 디지털자산시장의 불안정과 인플레이션 위협이 실물경제에 위협이 되는 지금, 이 문제에 정통한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을 만나 진단과 처방을 들어 봤다.
- 최근까지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발전위원으로 활동하셨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지난 3월 24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이니 그 모토로 일을 해달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락할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2020년부터 인구가 정점을 지나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2050년대 초반이 되면 4천만 명 선이 깨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잠재성장률은 1%대에 진입했습니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시대를 맞이할 공산이 큽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입니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그에 따라 잠재성장률도 하락중입니다.
이번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윤 대통령님 말씀대로 지역의 균형발전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추락의 길로 가게 하는 이 문제가 절실하고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고부가가치 금융산업으로 도약한 싱가포르, 금융 규제로 막힌 한국
- 교수님은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세미나 등을 통해 관치 금융규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우리나라 임금 수준이 굉장히 높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이 올해 1인당 3만4000달러 정도 됐습니다. 1인당 우리나라 평균 임금 수준으로 보면 연봉 3700만~4000만 원 정도입니다. 평균 소득 4만 달러 이상 오르면 임금도 그만큼 올라갑니다.
우리나라에서 고임금을 받으며 경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은 이제 제조업으로만으로는 힘듭니다. 서비스업으로 가야 하는데,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고임금을 주며 더 성장하는 서비스인데 이게 금융산업입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싱가포르인데 작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약 7만5000달러까지 올라갔습니다. 옛날에는 싱가포르가 우리나라와 함께 네마리 용이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싱가포르의 소득이 우리나라 두 배 이상이 됐습니다. 그 이유는 금융산업입니다.
서비스업 비중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30%이지만 싱가포르는 특히 금융산업을 발전시켰습니다.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 아시아본부가 모두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는 금융허브 국가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싱가포르 아시아본부의 한 회사는 4만~5만 명씩 고용하고 있습니다. 큰 금융회사들이 위치해 있고 또 세계적인 경영대학원들이 있기 때문에 국제회의가 많이 열립니다.
이에 따라 마이스 산업(MICE 산업 : 대규모 회의장이나 전시장 등 전문시설을 갖추고 국제회의, 전시회, 인센티브투어와 이벤트를 유치하여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 산업)과 관광산업이 발전했습니다. 싱가포르는 금융규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금융산업 규제를 워낙 많이 하고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주류는 저부가가치의 도소매 음식점 숙박업입니다. 이 업계의 대부분은 자영업자들인데 약 600만 명 중 450만 명은 혼자 하는 자영업자입니다.
우리나라와 싱가포르는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비중은 비슷하지만 싱가포르는 고부가가치인 반면 우리나라는 저부가가치로 완전히 대비됩니다.
더 이상 그 방식으로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고급 서비스업의 대표인 금융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금융산업이 발전하면 컨설팅이나 각종 마이스 산업, 교육 산업 등이 발전합니다. 금융은 아이디어로 영업하는 분야이므로 규제가 많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은행의 큰 금융지주회사가 5개, 지방은행 6개로 11개가 있는데, 큰 은행 중에서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면 정부가 대주주이거나, 정부의 대리 기관입니다. 가령 예금보험공사는 국민연금의 대주주로 정부가 마음대로 합니다. 심지어 행장으로 누가 되느냐,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도 정부 입김이 작용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소유구조, 지배구조 뿐만 아니고 금융의 각종 인허가 문제, 심지어는 금융상품, 더 심한 경우 금리, 수수료까지 규제하는, 다시 말하면 금융상품의 가격까지 규제하다보니 금융산업이 질식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현실 탓에 우리나라는 금융 허브가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과거 신재윤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GDP의 10%까지 올리자는 말이 있었지만 현재도 계속 5%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한국을 동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만들자고 했는데 지금도 안 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규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은행산업의 경우 한국에 있는 외국계 은행도 떠나갑니다.
씨티은행의 경우 소매업은 다 철수했고, 몇몇 은행도 철수했습니다. 자본시장의 경우 차등의결권이 보장 안 돼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쿠팡 같은 경우 미국에서 상장했습니다.
자본시장도 현재 우리나라가 일본의 25%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취약해 다보스포럼 세계 경제평가 보고서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중하위권으로 분류하고 또 영국 컨설팅그룹 Z/Yen 사에서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도 우리나라가 중하위권입니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이 저생산성, 저부가가치에 머물면서 고급서비스업이 생기지 못해 젊은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금융산업이 이처럼 숨이 막힐 정도로 규제일변도이면 소득도 더 이상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대만보다 많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부터는 대만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대만은 앞서가고 우리나라는 계속 추락하는 상황인데, 그 핵심 원인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금융산업발전의 저조입니다. 또 정부가 과도하게 규제하는 원인은 관료에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현직에서 규제를 쥐고 있어야 퇴직후 금융회사에 낙하산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관장 중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전부 전직 차관급 이상 관리들입니다. 재직 중에는 향응을 받고 퇴직 후에는 관련 기관에 취업하는 행태가 말도 못하게 심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규제를 내려놓지 않는 겁니다.
- 디지털 금융전문가로서 교수님은 루나 폭락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신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4차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말하면 디지털 혁명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 전환이라고 합니다. 실물 경기가 디지털로 전환되면 자연적으로 금융도 디지털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왔습니다. 그때 중앙화된 조직의 금융이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에 위기가 온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그후 2009년 비트코인이 탄생했습니다.
그 이유는 중앙화된 체계로는 더 이상 위기로부터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에 앞서 2007년 미국 애플사에서 스마트폰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때마침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는 등 모든 게 다 갖춰진 상태였습니다.
저는 디지털 산업 등 4차 산업이 발전할수록 암호화폐 또는 가상자산, 또는 디지털 자산은(세 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같은 말입니다) 더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요즘 이슈가 되는 NFT나 특히 디지털 메타버스의 경우 아바타를 갖고 안에 들어가 건물을 짓고 팔고 사고 합니다. 다 암호화폐로 거래합니다. 암호화폐로 돈을 벌고 거래소에서 환금하여 돈을 받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암호화폐 산업이 발전되지 않으면 지금의 디지털 자산, NFT, 메타버스는 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됩니다. 요즘은 게임도 과거처럼 아이템을 사는데 몇 천만 원씩 돈을 쓰며 하는 게 아니고 아이템을 따서 팔고 사면서 돈을 버는데 게임 안에서 번 돈이 전부 암호화폐로 거래가 됩니다.
거래소에서 다시 환전해서 돈을 버는 구조인데, 암호화폐가 없으면 발전이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갈수록 경제가 디지털화되면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거래의 필요성에 따라 탈중앙화가 된 디지털 자산이 더 부각될 것이고 그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루나 사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언론과 국민
코인마켓캡(Coinmarketcap :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암호화폐 종류별, 거래소별로 거래량 순위를 보여주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약 1만9500개 코인이 거래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사라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번 루나사태처럼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는 경우, 또 효용성이 없는 경우, 수익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제에 필요한 새로운 것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오면서 동시에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코인이 생성과 소멸의 길을 걷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경제의 기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앙은행에서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 중앙은행에 의해 전자적으로 발행되는 법정통화)를 발행하는데 올해 2월부터 중국은 상용화에 들어갔습니다. 곧 세계적으로 CBDC가 거래되기 시작하면 법정통화를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재무장관이나 중앙은행 총재가 반대하는데 CBDC가 달러를 대체하게 된다면 그만큼 달러의 위상이 위축되고 미국 국익에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가 리브라 라고 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만든다고 했을 때 미 의회가 청문회까지 동원해 무산시킨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축통화의 나라인 미국과 유럽 등 기득권 국가들이 저항해도 결국 기술의 진보라는 대세를 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앞으로 디지털 화폐쪽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루나사태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루나, 테라를 오해합니다만, 사실 이것은 고도화된 알고리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루나, 테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흔히 폰지 사기라고 하는데, 정확히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그게 본질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암호화폐는 제일 큰 문제점이 가격 등락이 심한 것이었는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것이 스테이블 코인, (가격) 안정 코인입니다. 가격을 어떻게 안정시키느냐 하면 법정통화에 1대1로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일본도 1코인 대 1엔의 코인이 있습니다. 미국은 1코인 대 1달러로 매칭하는 코인이 있는데 그런 경우는 대부분 달러나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00% 보유한 것은 아닙니다.
가령 예금을 1000억 원을 했다면 손님이 돈을 찾으러 올 경우를 대비해 지급준비금만 갖고 있고 나머지 금액은 대출 등으로 장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스테이블 금융에서 법정통화를 보유하는 스테이블 코인, 예를 들어 테더 USDT나 USDC(USD Coin) 혹은 바이낸스 USDC의 경우 약 20~30%의 지급준비금을 갖고 있을 테고 안정을 유지합니다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 코인들이 가격 등락이 없다면 투자자가 무슨 매력을 느끼겠습니까? 쉽게 얘기해 달러에 연동이 돼 있는 경우는 달러 가치의 움직임에 따라 돈을 버는 것이지 그 외에는 돈을 벌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앞선 스테이블 코인이 바로 알고리즘 코인입니다.
테라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자매 코인이 루나 코인입니다. 테라 코인은 1테라 당 1USD 달러로 돼 있습니다. 1테라가 조금씩 움직이다 가격(가치)가 떨어질 경우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주면 테라 가치가 올라갑니다. 루나의 가치는 발행량에 따라 또 수요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테라만 사는 게 아니고 루나와 같이 한쌍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테라는 1달러에 거의 고정돼 있지만 루나 가치 변동으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사태에서 보듯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한 차원 더 앞선 알고리즘입니다.
이것을 두고 사기다 하는 것은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디지털 자산을 백안시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1테라와 1달러 간의 연결시켜놓은 팩이 깨지기 시작하자 이 균형을 깨지 않기 위해 루나를 많이 발행해 테라를 산 것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지나치게 급등하면서 테라 가치가 깨질 것처럼 보이니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투매를 시작한 것입니다.
디지털 화폐, 디지털 경제는 막을 수 없는 시대의 조류
본래 금융시장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합니다. 테라 가격은 유지가 안 되고 루나는 너무 많이 발행하다 벌어진 사태입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큰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상황 속에서 테라에 대한 투매 현상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가 되지 못했던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앞으로 디지털 산업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화폐는 발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상당히 진일보한 코인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 루나 사태를 보면서 느낀 점은 한국인이 만든 코인이라 더 비난을 하는 경향이 보여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사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안타깝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디지털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들이 국정 과제에 담겼는데 과거처럼 때려잡자는 식이 아니라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잘못된 부분만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문제는 필요한 규제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코인 시장의 경우 정부 당국이 주식 상장 가이드 라인처럼 코인 상장 가이드라인 같은 것을 만들어 투자자가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투자자 보호라는 것은 손실을 입으면 보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조치들을 의미합니다.
지난 5년간 코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했기 때문에 관련 법안이 없었고, 그래서 이런 루나 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합니다.
- 최근 외환위기 경고도 하셨는데요,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겁니까?
과거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 외환위기를 맞았습니다. 1960년대 외환위기가 있었고 근래에는 1997년 외환위기가 있었습니다. 2008년에도 외환위기가 올 뻔하다가 미국과의 통화스왑으로 겨우 외환시장 안정을 찾았습니다.
외환위기가 올 때에는 항상 두 가지 전조가 있었습니다. 첫째, 미국에서 돈을 많이 풀다가 금리를 갑자기 올려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합니다. 돈을 많이 풀 때는 거의 제로 금리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과 신흥 시장으로 돈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달러 강세가 되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투자자들의 돈(달러)이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달러 강세로 환차익을 보기 위해서, 또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의한 손실 문제가 발생하고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첫 번째 위기의 원인입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약 45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7000억 정도 달러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 중 30%만 나가도 2100억이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외채가 60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그 중 단기 외채도 1천 몇 백억 달러가 됩니다. 장기 외채 중에서 1년 내에 갚아야 할 돈이 있습니다. 그것까지 다 합하면 1년 내에 갚아야 할 돈이 20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거기에 앞서 말한 주식 채권 시장에 들어와 있는 돈 약 30%가 나간다고 가정할 경우 합해서 4000억~5000억 달러가 됩니다.
외환보유액보다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안 나오고 식량도 부족해 수입하는 국가입니다. 꼭 수입해야 할 물건이 약 2000억 달러 정도 된다고 보면 전체적으로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왔을 때 또 하나의 중요한 전조가 있었습니다. 엔화가 늘 약세를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상시 무제한 통화스왑을 체결 받고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이 일본을 완전한 맹방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일본에 달러가 부족하면 언제든 상시 무제한 공급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데도 일본은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달러당 80~90엔까지 가던 게 130엔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원화는 금리를 올리고 일본 엔화는 금리를 안 올리기 때문에 원화가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직도 우리나라가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상품이 많기 때문에 수출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이 계속 감소하지 않습니까? 세계 경제가 침체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중 상당한 원인이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 때문인데 우리나라 언론이 이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 엔화 약세 이 두 가지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외환위기 때마다 이런 전조현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합니다.
우려되는 외환위기의 전조 현상
-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경고가 켜졌습니다. 이런 현상이 앞으로 가져올 경제 변화는 무엇이며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요?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으로, 사람들이 소비를 많이 하거나 투자를 많이 하거나 해서 물가가 올라가는 것인데, 이것은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됩니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를 적게 하고 투자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인플레이션은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입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곡물이 갑자기 공급이 안 되고 중국 같은 경우는 코로나로 인해 도시를 봉쇄해 원자재 공급이 제대로 안 되고 또 코로나 때문에 선원들이 많이 배를 많이 타지 못해 해상 운송이 안 되는 등의 문제들로 인한 것입니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금리를 올릴 경우 오히려 경기를 더 짓누를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급이 제대로 안 될 경우 다른 공급망을 찾아 공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공급이 안 되면 미국, 중남미 등 어디에서 곡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지를 찾아 수입 다변화를 꾀하는 식으로 가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은 전혀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다음, 중간재 같은 경우 우리나라는 인건비가 비싸 중간재 상당량을 중국에서 공급받는데 중국이 봉쇄할 경우 베트남, 인도 등 새로운 공급선을 찾아야 합니다. 대중 의존도를 줄이면서 공급 충격이 적은 나라로 이전하는 방법을 찾는 등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개인이 알지 못하는 그런 세계의 정보망을 확보해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금리를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미국에서 금리를 워낙 급하게 올리고 있어서 우리나라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외화가 빠져 나가는 문제가 있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자본시장을 통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우리는 OECD에서 탈퇴해야 합니다.
OECD 가입 조건 중 가장 강력한 조건은 자본 자유화로, 회원국들은 자본 통제를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결국 자본시장 통제를 피하면서 투자자들의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이 이익이 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완화해서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최저임금 문제도 완화해줘 기업이 이익이 나면 주가 하락을 막아 투자자들이 이익을 보게끔 도와줘야 합니다.
- 윤석열 정부의 ‘Y노믹스’에 대한 기본 철학과 방향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5번의 자유란 말을 쓸 정도로 자유주의에 관한 신념이 확실합니다.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시장경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 다닐 때부터 읽었던 책이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여러 차례회의에 참여하면서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신념이 확고함을 확인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자유주의 철학에 기반한 법인세 인하 등 규제완화를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지역균형발전위원회의 경우도 균형발전이 다 똑같은 발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기회의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기회의 균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자유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기회의 균등이라는 철학 자체가 과거 정부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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