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부터 방문하던 과거의 통례와 달리 한국부터 방문한 것은 그만큼 한미동맹 복원이 시급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 5년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한미동맹도 흔들렸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친중외교 때문이었다. 에스퍼 전 미 국방장관도 자신의 회고록에서 “한국이 중국의 궤도로 끌려가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이 미국을 안보 파트너로 유지하면서 중국을 경제 파트너로 선택하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길을 가려고 했다”면서 한국의 소위 안미경중(安美經中)정책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한국에서 사드 배치가 방해받고 미군이 위협받는 것에 분노했다고 회고록에 썼다. 그래서 주한미군을 실제로 철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편적 사실만으로도 문재인 정부 하에서 한미동맹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며 쿼드 참여를 거부한 것에 워싱턴의 실망감은 매우 컸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 되지 않고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면 주한미군 철수는 현실화 되었을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교체된 것이 대한민국에는 천운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이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를 거부했던 쿼드 동맹에 윤석열 정부는 적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박진 외교장관도 쿼드 산하 워킹그룹에서 역할 분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짝수년도마다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훈련(RIMPAC)이 실시되는데 윤석열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훈련전단을 파견했다. 정권이 교체되자 가장 크게 바뀐 것은 국방부다. 미상 발사체는 탄도미사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은 실제 기동훈련으로 전환됐다. 문재인 정부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5월 31일 제주해군기지에서 출항한 RIMPAC 훈련전단 규모는 대형상륙함 마라도함(LPH·1만4500t급), 이지스함 세종대왕함(DDG·7600t급), 한국형구축함 문무대왕함(DDH-Ⅱ·4400t급) 등 대형함정 3척과 손원일급 잠수함인 신돌석함(SS-Ⅱ·1800t급), P-3C 해상초계기 1대, 링스 해상작전헬기 2대,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9대 등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해병대 상륙군 1개 중대, 특수전전단 4개팀, 59기동건설전대 등 장병 1000여 명도 참가한다는 것이다. 해병대 1개 중대가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도 참가 병력으로만 보면 미국 다음의 규모인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중국 팽창에 맞서는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한국은 가장 약한 고리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미일 삼각동맹도 정상화 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한미동맹 복원과 한일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중국을 의식해서 소위 ‘균형외교’를 언급하고 있다. 언뜻 보면 맞는 말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의 외교전략은 근본적으로 모택동 전술에 기반한다. 모택동 전술은 ‘적이 진군하면 물러서고, 적이 물러서면 공격하여 점령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중국은 보다 강경하게 나선다.
중국 전랑외교는 모택동 전술
지난 5년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은 한국을 거의 속국 취급했다. 전랑외교(戰狼外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동맹을 강화할 경우 중국은 오히려 한국에 유화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대한 압박외교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은 알고 있다. 그 반증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전격적인 가입을 천명해도 중국의 반응은 과거와는 달랐다. 단순한 유감 표명에 그쳤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이번 한국과 일본 방문은 포괄적 동맹선언과도 같다. 과거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미국 주도의 동맹에서 기술, 경제, 군사, 자원을 공유하는 포괄동맹이다.
한국 방문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고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과 별도 회담을 가진 것은 한국의 동맹이 군사에서 기술과 경제동맹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분야는 미국의 원천기술, 일본의 소재부품산업, 한국의 생산기술이 상호 분업화된 협업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중 포위전략은 더 공고해졌다. 특히 일본의 정상국가로의 재무장은 이제 기정사실화 되었다. 5월 23일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 유사시 사태를 막을 억지력과 대응력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그 핵심은 일본의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증액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전수방위를 천명하면서 방위비를 GDP 대비 1%선에서 억제했다. 미국은 중국이 부상하자 일본에 대해 방위비 증액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부시 전 미 대통령도 이라크전쟁과 아프간전쟁을 겪으면서 일본에 대해 군사적 역할 확대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거부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방위비를 2%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2025년까지 점차적으로 상향 추진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일본의 방위비는 미국, 중국 다음의 세계 3위 규모가 될 것이다.
전 세계 국방비 지출 인도·태평양 지역에 70% 집중
2021년 기준 전 세계 방위비(국방비) 지출 순위를 보면 1위 미국(8000억 달러), 2위 중국(3000억 달러), 3위 인도(760억 달러), 4위 영국(680억 달러), 5위 러시아(660억 달러), 7위 독일(560억 달러) 그리고 9위 일본(540억 달러), 한국(500억 달러) 순위였다. 따라서 일본이 2% 수준으로 방위비를 올리면 현재보다 갑절인 약 1100억 달러 수준이 된다.
국방비 지출 규모로만 보면 인도.태평양지역에 국방비 지출 1위부터 4위 국가까지 모두 몰려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의 70%가 인도.태평양지역에 집중된 것이다.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공격적 팽창정책에 대한 대응책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에 점령 의도 노출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를 두고 한국내 좌파세력들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이니, 일본의 재무장은 아시아 평화를 위협한다니 하면서 반대할 것이 뻔하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도 늘 하는 말들이다.
오늘의 일본을 과거 제국주의 일본으로 인식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선전선동에 불과하다. 중국의 팽창은 아시아 공동의 위협이다. 따라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한국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달리 해석하면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매달린 것이 문제였다.
한국의 좌파정권이 미국으로 하여금 동맹의 축을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옮겨가게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을 냉전과 열전 사이로 몰아넣고 있다.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국가의 지원으로 러시아에 맞서 일종의 대리전 형식을 취한다. 전쟁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 국제 유가, 곡물가 등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군사적으로 러시아가 목적을 달성한다 해도 국제관계 측면에서 러시아에 유리하지 않을 전망이다.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했고 영세중립국이던 스웨덴과 핀란드조차 나토 가입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통일 이전 서독군(독일연방군)은 병력 50만에 탱크가 5000여 대에 이르는 막강 전력을 자랑했다. 소련 및 바르샤바 조약군의 침공을 막는 최선봉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일 이후 병력을 점차 감축하다가 2015년에는 복무기간 9개월의 징병제마저 폐지하면서 현재는 17만에 지나지 않는다.
전차군단으로 이름 높던 독일군의 탱크는 500대가 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독일이 깜짝 놀라 방향을 크게 선회한 것이다. 국방비를 1.3%에서 2% 이상 증액하기로 했다. 노후된 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데 투입된다. 독일은 미국으로부터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독일,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국방비를 갑절 증액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미국과 함께 전선을 형성하는 형국이다. 이것은 21세기판 신냉전시대를 의미한다. 미국의 아인도태평양지역에 대한 전력 증강도 눈에 띈다.
항모전단 추가 배치와 함께 공격용 무인기 (드론)를 오는 7월 일본 자위대 기지에 배치한다. ‘MQ-9 리퍼’라고 불리는 무인기(드론)는 총 8대가 배치된다. 이 공격형 무인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제거하는 주력 무기였다. 이른바 킬체인의 핵심이었다.
2020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숨진 가셈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도 MQ-9 리퍼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한 무인공격기가 규슈 남쪽 가고시마현 해상자위대 가노야 항공기지에 배치되는 것이다.
한국의 주한미군기지에는 정찰용 무인기가 배치되어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전장은 육상이 아니라 해상과 공중이라는 점을 미국은 인식하면서 무인기를 전진 배치한 것이다.
독일과 일본 국방예산 증대
해외 주둔 미군의 절반이 한국과 일본에 배치되어 있다. 한국에는 약 2만8000명, 일본에는 약 5만2000명으로 동아시아에만 약 10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유럽에는 독일에 약 3만8000명, 이태리에 약 1만 명, 영국에는 약 8000명 정도다.
주일미군은 과거에는 한국을 방어하는 배후기지 역할이 컸다. 그러니 현재는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로 변했다. 쿼드 정상회담 후 바이든·기시다 총리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천명했다. 이것은 군사적 개입을 의미한다.
기시다 일본 총리 역시 “일본은 억지력에 바탕한 미국의 대응을 신뢰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대만 유사시 미·일이 공동대처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일본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진입하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 미국과 일본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딱 떨어진다. 바이든·윤석열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대만의 안정과 평화가 언급되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의 군사적 공통분모에는 대만이 있다.
문제는 주한미군의 역할이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도 주한미군 2만8000명이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2021년 12월 25일 미국의소리방송(VOA)는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골자는 한미연합작전계획에 중국에 대한 대응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 공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도 대폭 늘었고 2010년 이후 중국의 군사적 존재감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을 지적했다. 즉, 북한만을 상정하는 군사작전계획이 아니라 중국의 위협까지 포함한 한미연합작전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더해 대만 유사시 주일미군만이 아니라 주한미군도 동원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미동맹이 포괄적 동맹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상황에서 한미작전계획의 전구(戰區)개념도 확장해야 한미일 삼각동맹이 보다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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