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전방부대 철책 근무, 누구는 해외 유학...
누구는 전방부대 철책 근무, 누구는 해외 유학...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1.12.17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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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연 사태’를 통해 본 한국군 장교집단 갈등

11월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는 자신 있게 인재 영입 1호를 발표했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인물은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조교수(39)였다. 이재명 캠프가 공개한 조동연 씨의 경력은 화려했다.

1982년생으로 2004년 육군사관학교(60기)를 졸업, 이라크 자이툰사단과 한미연합사령부, 외교부 정책기획관실, 육군본부 정책실 등에서 17년간 복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사학위까지 받았다고 하니 이재명 대선캠프로서는 보석을 얻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선캠프는 조 씨를 송영길 당 대표와 동급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위촉했다. 30대 여성인사가, 그것도 육사를 나온 워킹맘이 민주당 선대위 간부에 임명된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2030대 여성을 대변하고, 군사·안보 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블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는 11월 30일 조동연 교수(오른쪽)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하고 손을 맞잡았지만 조동연 교수는 얼마 못가 결국 낙마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블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는 11월 30일 조동연 교수(오른쪽)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하고 손을 맞잡았지만
조동연 교수는 얼마 못가 결국 낙마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이재명 대선캠프의 선전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조 씨 관련 제보가 각 언론사에 쏟아져 들어왔다. 포문을 연곳은 가로세로연구소였다. 조 씨에게 혼외자가 있었고 그로 인해 전 남편과 이혼했다고 강용석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폭로했다.

민주당에서는 강력히 부정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결국 혼외자는 사실로 밝혀졌다. 조 씨 사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전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혼외자 관련 사항이 아니라 군대 내에서 육사 vs 비육사라는 갈등 구조가 표면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육사 출신이 보더라도 조 씨는 각종 혜택은 다 받은 것처럼 보인다. 비육사 출신들의 불만 중에는 해외연수 등 교육기회가 육사 출신에 편중된다는 것이다. 경력을 보면 비육사 출신들의 불만이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조 씨는 현역 시절인 2011년 2월 경희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2016년 5월 하버드대에서 미드커리어 공공행정학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2013~2015년 4월 정책기획장교(TS/SCI) 및 국방부, 2014년 1~10월 외교부 정책기획관실 정책총괄과에서 근무했다.

2015년 또다시 유학으로 휴직했다. 2018년 육군 장교 신분으로 예일대 월드 펠로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반 장교는 한 번도 가기 힘든 위탁교육 및 해외유학을 조 씨는 이례적으로 많이 했다. ‘조동연 사태’가 불거지자 그의 경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누구는 전방부대에서 ‘X고생’하는데 누구는 해외 유학도 모자라 국방부, 육군본부, 대학원에서 펜대 잡고 공부만 하면서 소령까지 올라갔느냐고 자조적인 비아냥거리는 댓글도 많았다.

아무튼 조동연 사태로 인해 육사 출신들도 본의 아니게 곤혹을 치렀다. 조 씨가 육사 얼굴에 먹칠했다고 격분하는 이들도 있었다. 진급을 둘러싸고 비육사 출신 장교들의 피해의식은 매우 커 보인다. 기자의 지인 중에는 ROTC 26기로 임관하고 대위로 예편한 이가 있다.

12월 초 연말 지인들 모임에서 그는 조동연 씨 이야기가 화제가 되자 육사 출신에 비해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성토했다. 그가 임관할 당시 육사는 3월 1일자로 임관한 반면에 ROTC는 3월 2일자로 임관했다는 것이다.

임관 일자는 하루 차이지만 그로 인해 진급심사나 보너스 등 월급에서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현재는 초급장교 소위 임관식은 육사, 3사, ROTC 구분 없이 같은 날 합동임관으로 바뀌었다. 비육사 출신들의 상대적 피해의식은 현재도 여전한 것 같다.

육사 출신들도 불만은 있다. 자신들은 사관생도 4년 자체가 군생활인데 그것을 감안하지 않고 똑같이 취급하면 역차별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좌파성향 정권에서는 최고 고위급 장성 인사에서 육사 출신이 오히려 홀대받는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학사장교 출신들은 자신들이 가장 홀대받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갈등 구조는 사실 한국군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진급 심사에서 전투지휘능력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장교의 임관 출신과 지역까지 안배한다는 것이 문제다. 만약 실전 상황이라면 육사 출신이냐 아니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투의 승패 자체가 지휘력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한국군 최고지휘부의 핵심세력 변천사

한국군 최고지휘부의 중심세력을 보면 한국전을 거치면서 이승만~박정희 정부 초기까지는 만주군관학교나 이북출신이 핵심지휘부를 구성한 측면이 있다.

다부동전투를 승리로 이끈 백선엽 장군, 월남전의 맹장 채명신 장군, 한국 해군의 아버지 손원일 해군제독, 한신 장군, 정일권 참모총장, 채병덕 장군, 장도영 장군, 이한림 장군 등은 모두 이북 출신이었다.

박정희 정부 후반부터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는 군 최고지휘부의 중심세력은 육사 출신에 경상도가 고향인 장군들이 핵심세력으로 포진했다. 여기에는 흔히 군내 사조직이라고 말하지만 어쨌든 군내 엘리트 그룹이었던 하나회가 주축세력을 형성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하나회에는 철퇴가 내려졌다. 이때부터 군내에서 육사의 비중은 낮아지다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는 영남 출신보다 호남 출신이 더 우대받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호남편중 인사는 극심해진 상태다.

군 장성 인사가 특정지역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2003년 한 월간지는 육군 관계자의 전언을 토대로 군인사 난맥상을 이렇게 보도했다.

“DJ 정부 출범 이후 구성된 국방개혁위와 각 군 개혁위를 통해 호남 군맥의 구축을 위한 정지작업이 본격 추진됐습니다. 비호남 출신 군맥을 숙정하기 위한 ‘살생부’가 작성되기도 했는데 대상은 대부분 영남 출신 영관급 장교와 장성들이었습니다.”

DJ 정부 시절 이뤄진 육사 30기의 대령→준장 진급률을 보면 호남 출신은 28명 중 17명이 별을 달았지만 영남 출신은 50명 중 11명에 불과했다. 또 8명의 중장이 배출된 육사 27기의 경우 호남 출신은 진급 대상자 6명 중 5명이 진급한 반면 영남 출신은 8명 중 3명, 기타 지역은 6명 중 1명밖에 진급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의 군 편중 인사의 사례로 기무사령부도 마찬가지였다. DJ 정부에서 기무사령관을 지낸 사람은 3명으로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남신(육사 23기·전북 익산) 김필수(육사 26기·전북 고창) 문두식(육사 27기·전남 화순) 전 사령관 모두 호남 출신이었다.

현재 군 수뇌부 역시 마찬가지다. 서욱 국방장관(광주광역시),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전북 김제), 그리고 김정수 신임해군참모총장 내정자(전남 목포. 해사 41기)가 모두 호남 출신이다.

4성 장군 인사는 전통적으로 지역 안배를 하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럼에도 김 내정자가 발탁된 배경에는 여권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의 지지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마디로 군 최고지휘관 인사에 정치적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군 인사는 특정지역 편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좌로부터 서욱 국방장관(광주광역시), 김정수 신임 해군참모총장(전남 목포),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전북 김제)
문재인 정권의 군 인사는 특정지역 편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좌로부터 서욱 국방장관(광주광역시), 김정수 신임 해군참모총장(전남 목포),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전북 김제)

특히 신임 김정수 해군참모총장에 대해 말들이 많다. 그는 함대사령관(소장)을 거치지 않았다. 해군참모차장,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및 합참 시험평가부장, 7기동전단장(준장) 등을 역임했다. 육군으로 비교한다면 여단장에서 사단장, 군단장 등 일선 지휘관을 거치지 않고 참모총장으로 진급한 것과 같다.

더 문제는 그의 진급이 3번이나 임기제 진급을 했다는 것이다. 임기제 진급은 본래는 해당 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할 대상자에게 임기를 둬 진급시키는 제도다. 진급한 계급으로 2년 복무 후 전역하는 것이 상례다.

김 내정자는 현 정부 들어 준장→소장(기획관리참모부장), 소장→중장(참모차장) 승진 때 두 차례나 임기제 진급했다. 그동안 임기제 2번 진급은 몇 차례 있었으나, 3연속 임기제 진급 후 각군 수장인 총장까지 된 전례는 없다.

그가 만약 호남이라는 특정지역 출신이 아니었다면 과연 가능했겠느냐 하는 것이 해군 출신 장교들의 지적이다. 군 인사법을 위반한 것은 아닐지라도 군인사의 기본원칙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일반적 중론이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임기제로 연이어 진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계급과 직책에서 뛰어난 업무성과와 리더십을 인정받았음을 뜻한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인터넷 공간에서는 거센 반론과 비판이 일었다. “그렇게 뛰어난 업무성과와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면 정상 진급을 했어야지 왜 임기제 진급을 시켰느냐?”면서 국방부의 해명을 비판했다.

해군은 육군에 비해 장성으로 진급할 수 있는 보직 수가 극히 적다. 해군사관학교 한 기수 안에서 소장은 3~4명, 중장은 1~2명이 올라간다. 그런데 참모총장에 정상 진급자가 아닌 임기제 진급자가, 그것도 3번 연속으로 진급해서 참모총장이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문재인 정부의 해군참모총장 인사에 대해 퇴역한 해군 제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쳐간 보직 한 두 가지에서 전문성을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경험도 없는데 전문성을 말함은 더 코미디다. 당사자는 해군 작전의 핵심 보직인 함대사령관을 거치지 않았다.

육군으로 치면 사단장을 하지 않은 총장이 나온 거다. 경험 없이 작전지휘능력이 계급장 달아준다고 저절로 생기나? 군심 결집을 위해서는 순리를 따른 인사가 기본이다. 접고 뒤집고 다시 펼쳐 봐도 이것은 순리적 인사는 아니다”라는 비판적인 글을 게시했다.

군 인사정책의 기본을 무시한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군 장성 인사에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에는 특정지역 편중 외에 야전지휘관의 홀대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군 장성으로 진급하려면 월남 파병을 다녀왔느냐의 여부가 중요했다.

1968년 1.21 김신조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 때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대대장이었던 전두환 중령은 공비 소탕에 전공을 세웠다. 1967년 30경비대대에 부임한 그는 당시 경호실장이었던 박종규를 설득해 유사시 청와대 경내에서 조명탄과 81mm 박격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게 했다.

이에 따라 경복궁 연못 옆에 81mm 박격포 진지가 만들어졌다. 이 박격포는 1.21 사태 당시 무수한 조명탄을 쏴 올려 김신조 일당을 섬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남 파병 경력이 없었기에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전두환 중령은 월남으로 가야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70년 11월 22일 백마부대 29연대 연대장이 되어 베트남전쟁의 지휘관으로 파병·참전했다.

전두환 대통령 집권 시기에는 육사 출신 신임장교들은 대부분 전방소대에 배치되고는 했다. 군 고위지휘관 임명에는 전방 주요 사단 지휘경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매우 중요한 심사 항목이었다. 그만큼 야전지휘관이 우대받던 시대였다.

그런데 현재는 지휘관의 야전성보다는 집권 여당 정치인에 어느 만큼 줄을 댈 수 있느냐가 진급이나 주요 보직에 갈 수 있는 키포인트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5월 김도균 수도방위사령관 임명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김도균 사령관은 야전 사단장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선 사단장 경력 없이 수방사령관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를 제외하면 전임 34명의 수방사령관은 모두 야전사령관 출신이었다.

야전 사단장 대신에 그는 2017년 대통령국방개혁비서관을 지냈고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당시 실무자로 참여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로 활동하는 등 국방부 내에서 ‘대북라인’에 속했다. 어찌 보면 정부의 입맛에 딱 맡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한국군 최고지휘부의 야전성은 보수 정권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 때다. 휴전 이후 북한군이 대한민국 영토에 방사포를 대량 발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자위적 차원의 정당한 응징의 기회를 이명박 정부는 놓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시하지 않았는데 언론에는 ‘확전 방지’라는 말을 청와대 관계자의 말로 전했다. 군 수뇌부는 그것을 대통령의 의중으로 지레 짐작했다. 이명박 대통령 자서전을 통해 밝혀진 후일담도 보면 군 최고지휘부도 대응책을 놓고 우왕좌왕한 측면이 있다. 당시 작전을 책임지는 자리에는 한민구 합참의장이 있었다.

그런데 그조차 전방 야전사단 지휘관 출신이 아니었다. 그의 군 이력을 보면 1982년부터 1984년까지 육군사관학교 전사(戰史)학과 교수를 지냈고 국방부 정책기획관, 육군참모총장 비서실장과 전략기획처장, 53사단장 등을 지냈다. 53사단은 부산에 있는 지역방위사단이다.

그후 국방부에서 근무하다가 중장 시절에 수방사령관을 지냈고 육군참모차장을 거쳐 바로 육군참모총장으로 영전했다. 그의 군 경력을 종합해 볼 때 합참의장으로서 육.해.공군 통합 작전능력이 있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국군통수권자다. 대통령은 군을 잘 알아야 한다. 군 장성 인사는 철저하게 전투력과 지휘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민정부 이후부터는 지휘력보다는 정치적 연줄이나 지역 기반이 우선한 인사가 많았다.

이런 것이 오히려 정치군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장성인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군내 주요 보직에도 악영향을 준다.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문란해진 국방정책이나 군 인사의 난맥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데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후보나 이재명 후보 역시 둘 다 병역 미필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해도 가야 할 길은 멀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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