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OECD 디지털세, 국내 4차산업 생태계가 위험하다
[심층분석] OECD 디지털세, 국내 4차산업 생태계가 위험하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11.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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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세계는 새로운 경제 질서에 들어서게 된다. 흔히 ‘구글세’ 또는 ‘애플세’라고 불리던 다국적 기업의 역외 세금이 OECD에서 합의되었기 때문. 언론에서는 이를 ‘OECD 디지털세’라고 부르고 있다.

흔히 ‘글로벌세’라고도 불리는 OECD 디지털세는 해외에서 온라인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타국에서 매출로 돈을 벌고 세금은 본사가 있는 자국에 내던 관행을 바꾸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지난 9일 136개국 동의를 얻은 디지털세 관련 최종 합의안을 발표했다.

다국적 기업이 매출이 발생한 시장 소재국에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하는 ‘필라(pillar)1’과 조세 회피처에 기업 주소지를 두고 납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적용하는 ‘필라2’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돈을 벌면서 충분한 세금을 내지 않았던 구글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초국적 디지털 기업들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졌다. 반면에 삼성전자, SK와 같은 국내 대기업들도 세금 일부를 해외에 납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로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린 영상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 4000억 원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납부한 법인세는 21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10%선의 통상 이익을 넘는 초과이익의 25%를 국내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

애플 역시 지난해 앱스토어를 통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이 16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어 앞으로 우리 정부에 납부해야 할 법인세도 상당한 금액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2020년 실적 기준 삼성전자(매출 236조 원, 영업이익률 15.2%)와 SK하이닉스(매출 32조 원, 영업이익률 15.7%)가 필라1의 적용권에 들어가게 되어 미국이나 EU 등에 세금을 내야 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 기업은 급여와 유형자산 장부가치의 일정 비율을 과표에서 공제하는 ‘실질 기반 적용 제외’를 적용받기에 실제 금액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OECD 디지털세의 손익은 우리 정부로서는 세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우선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현대차의 경우 해외에 내야 하는 법인세의 증가만큼 국내 법인세율을 낮춰 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해외 플랫폼 기반의 사업자들이 국내에 세금을 납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그러한 기업들에 법인세 의존율이 세수에서 증대됨에 따라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플랫폼 기업들의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발언권과 입장이 증대될 것이 예상된다.

그러한 가운데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의 인터넷 유무선망 사용이 쟁점이 된다. 넷플릭스가 불씨를 키웠지만 사실 해외 콘텐츠기업(CP)이면 누구든 망 사용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인 해외 CP다.

지난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기준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CP 중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가장 많은 25.9%의 트래픽을 차지했다. 이는 트래픽 2위 사업자인 넷플릭스(4.8%)는 물론, 이미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네이버(1.8%), 카카오(1.4%)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망사용료와 디지털세, 소비자 부담으로 올 것

문제는 망중립성 논쟁으로 인해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은 망 이용료를 망사업자에게 내지 않아 왔다는 것인데 그 이유로는 콘테츠 수요자들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인터넷 망사업자에게 돈을 내며 가입한다는 논리였다.

즉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이 KT나 SKT에 매출을 일으켜 주기에 별도로 망 이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들이 고화질의 동영상으로 몰리면서 네트워크의 불안정성과 품질 저하, 서비스 불량 상황들도 함께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로 망사업자들은 망의 소유권을 내세워 자의적으로 콘텐츠 서비스 제공자들을 통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2년 2월에 있었던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앱 차단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스마트TV의 핵심 기능인 앱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도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KT는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던 것.

KT의 입장은 스마트TV는 아무런 사용 대가 없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을 삼성이 지불해야 망 증설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삼성 스마트TV를 구매하고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인터넷 요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컸다.

같은 해 6월 카카오톡이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하자 통신사들은 처음에 이를 차단하기로 했으나 이후 일정 요금제 이상 가입자들에게 부분적으로 개방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이러한 망중립성 분쟁은 넷플릭스나 페이스북과 통신사들 간에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고 현재 대체적인 방향은 이들 콘텐츠 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이 소비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디지털 이용 격차를 심화시키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여기에 글로벌 디지털세 역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망 업체와 플랫폼 기업간의 법정 소송이 일고 있는 나라가 많다.
통신망 업체와 플랫폼 기업간의 법정 소송이 일고 있는 나라가 많다.

글로벌 IT 기업 독주 대책 있어야

망중립성이 훼손되고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가 망사용료를 지불하게 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거대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밀려 무더기로 퇴출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망중립성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통신사나 포털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비용 지불에 따른 속도의 차별적 대우를 하여 네트워크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주장과 임의적인 차별 대우로 인해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대형 사업자들만 살아남고 신입, 중소 사업자들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한 주장의 근거로 아프리카TV는 연간 매출(798억 원)의 20%에 달하는 금액을 망사용료로 지출하고 있으며 이들보다 작은 규모의 ICP인 엠엔캐스트, 엠군, 판도라TV 등 수익에 비해 데이터를 많이 쓰는 UCC 사이트들은 높은 트래픽 요금으로 인해 모두 시장에서 퇴출된 상황이 거론된다.

이제 이러한 상황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 사업자들에 의해 국내 콘텐츠 시장이 좌우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이러한 시장의 독과점을 해결하기 위한 규제는 앞으로 글로벌 디지털세와 망사용료 부과와 같은 문제와 맞물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온라인을 통해 그 차원이 한 차례 상승한 상황에서 ‘오징어게임’과 같은 한국의 콘텐츠들이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글로벌 디지털세와 망사용료 등의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지 못할 경우 4차 산업을 주도하는 국내 플랫폼 사업은 물론이고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 사업마저 그 시장의 존립이 위협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눈을 떠야 할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조세회피 기법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로 조세회피처를 이용한다. 조세회피처는 세율이 낮거나 세금이 없고 금융회사들이 거래 고객들의 비밀을 감춰주는 곳. 세금이 거의 없으니 이익을 내도 고스란히 챙길 수 있고, 거래 비밀이 새지 않으니 세무 조사를 받을 일도 없다.

조세회피처 활용의 최대 관건은 어떻게 하면 전 세계에서 낸 이익을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면서 조세회피처에 세운 회사로 송금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더블 아이리시 위드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tch)’란 방법이다.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선 2곳의 아일랜드 법인과 1곳의 네덜란드 법인 그리고 1곳의 조세피난처 현지 법인 등 4곳의 신규회사를 설립한다.

먼저 아일랜드에 A, B라는 회사를, 네덜란드에 C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A회사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IT 기업으로부터 지적재산권을 저가로 이전 받는다.

B회사는 A회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을 미국 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 물론 B회사의 지분은 100% A회사가 갖고 있고, C회사는 AB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는다.

이 방법의 세금 회피 구조는 다음과 같다. 미국 회사인 구글이 아일랜드에 해외법인 A사를 세우는데 그 법인의 관리 회사는 대표적인 조세회피국인 버뮤다에 둔다.

아일랜드의 세법은 관리 회사가 있는 곳에 조세 관할권을 준다. 버뮤다는 법인세율이 0%이므로, 이 해외법인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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