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을 국어사전에 “군대나 군비 따위를 종합한 전쟁수행능력. 군력(軍力)”이라 설명한다. 대한민국 합참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한 직접적이며, 실질적인 국력의 일부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인 능력과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영어로는 Armed Forces, Military Forces, Military Powers 등 다양하게 표현된다. 이들 세 용어는 모두 군사력으로 번역되지만 사실은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Armed Forces는 현재의 군사력으로 육·해·공군 및 해병대, 경찰병력(외국의 경우 해안경비대나 국경수비대 등 포함) 등에 소속된 병력과 장비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집단의 총합이다.
둘째, Military Forces는 Armed Forces에 예비전력이 추가된 것이다. 셋째, Military Powers는 Military Forces에 전쟁수행 잠재력이 포함된 개념으로 한 나라의 총체적인 군사력이다. 전쟁수행 잠재력에는 국가의 경제력, 과학기술 및 정보 능력, 산업생산 능력, 전쟁수행을 위한 국민의 단결, 사기와 의지, 정부의 전쟁지도 능력 등을 포함된다.
이들 세 용어 중 국어사전과 유사한 의미는 Military Force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의 많은 연구기관에서 군사력을 평가할 때도 이 개념에 의한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이 개념은 대한민국 합참의 정의와도 일맥상통한다.
군사력의 구성요소는 유형군사력과 무형군사력
Armed Forces나 Military Force는 크게 유형군사력과 무형군사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형군사력은 동원부대를 포함한 병력과 무기체계의 수, 전쟁비축물자의 양, 무기체계의 성능 등이다. 무형군사력은 국군 통수권자를 포함한 각급 지휘관의 리더십과 전쟁지도 및 작전 지휘능력, 군대의 사기, 전략 및 전기·전술, 훈련 정도, 동원 및 군수지원 능력 등이 포함된다.
군사력의 구성요소를 Military Powers 개념으로 확장시켜 보면 유형적 군사력에는 경제력과 군수산업을 포함한 산업생산능력이 추가된다. 무형적 군사력에는 과학기술과 정보, 정부의 전쟁지도능력, 국민의 사기와 단결, 전쟁 발발 시 싸우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 등이 추가된다.
군사력 평가로 전쟁 승패 예측 가능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불가능하다. 군사력의 정확한 평가가 제한되며, 특히, 군사력의 무형적 요소가 전쟁 승패를 좌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군사력의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한 이유는 첫째, 평가를 위한 자료 수집의 제한이다. 세계 모든 국가는 군사력과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비밀로 관리하고 있다. 둘째, 무기체계의 경우 실제 싸워보기 전에는 성능의 우열을 평가할 수 없다.
최근에는 전투 모의를 통해 무기체계별 전투력 지수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것조차 불확실한 정보의 입력에 따라 도출된 결과이다. 셋째, 무형적 군사력의 경우 우열을 평가하기 더 어렵다. 어느 국가의 전략 전술이 우수한지, 어느 국가의 전술 교리가 우수한지 실제 전투를 해보기 전에는 평가가 불가능하다.
또한 군통수권자의 전쟁지도능력이나 각급 지휘관의 리더십 우열의 평가가 어려우며, 군대의 훈련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훈련 수준이나 싸우고자 하는 의지 등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 예는 현대전에서도 무수히 많다.
교육훈련은 무기체계의 성능을 배가시키고 적군의 우세한 무기체계를 무력화 시킬 수도 있다. 또한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운용자가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되지 못했다면 무용지물에 가깝다. 3차 중동전 시 이스라엘 공군은 전투기 대수 면에서 절대적으로 열세함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의 능력으로 출격 횟수를 증가시켰으며, 조종사의 능력으로 절대적으로 우세한 이집트 공군을 비롯한 아랍연합 공군을 궤멸시켰다.
베트남전에서 월맹군은 현지에 적합한 교육훈련과 전술을 통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으며 아프가니스탄 군 역시 소련군을 몰아냈다. 물론 월맹과 아프가니스탄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으로부터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은 군인들의 싸우고자 하는 의지, 지휘관의 리더십. 전략·전술 계획과 구현 능력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인들의 지형과 여건을 고려한 교육훈련과 싸우고자 하는 의지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교육훈련은 무형적인 요소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우열의 평가도 불가능에 가깝지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시 군대의 교육훈련은 ‘군대의 생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의 승패는 평상시 훈련에 좌우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군사훈련의 의미는 무엇인가?
소위 군대는 천일양병 일일용병(千日養兵 一日用兵)라고 한다. 즉 군은 언제 있을지 모르는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평시 국민들의 막대한 세금을 투자해 양성하고 관리하는 조직이라는 의미이다. 군사력의 양성은 무기체계 도입 등 군사력 건설이나 교육훈련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양병이라는 말에 부합하는 분야는 군사훈련일 것이다.
군에서는 군사훈련과 관련된 용어로 교육, 훈련, 연습을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교육은 “군사요원에게 군사지식과 기술을 부여하며, 지적능력, 덕성, 체력을 함양하기 위한 교수 및 학습활동이며, 광의의 교육에는 훈련이 포함됨”이라고 정의한다. 연습은 “작전기획, 준비, 시행을 포함 모의된 전시작전이나 군사기동, 즉 작전계획 시행훈련으로서 연습은 전투, 전투지원, 전투근무지원 절차와 교리를 적용하여 최대한 실제와 같도록 실시함”이라고 정의한다.
훈련은 “개인 및 부대가 부여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식과 행동을 체득하는 조직적 숙달 과정으로서 개인훈련과 집체훈련으로 구분함”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군사훈련의 사전적 의미가 “군사요원에게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부여하는 학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과 훈련, 연습을 ‘군사훈련’으로 통칭할 수 있다. 즉 군사훈련이란 전쟁에 대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부여하는 것으로 평시 천일양병(千日養兵)의 핵심이라 할 수 있으며, 군사력 증강, 전쟁 억제 등 몇 가지 의의를 가지고 있다.
첫째, 군대의 훈련은 군사력의 원천이다. 즉 훈련을 잘한 군대가 강한 군대가 되는 것이다. 군사훈련의 수준은 무형적 군사력의 핵심으로 훈련을 통해 전략·전술과 교리를 구현해 보고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고 적의 전승불복(戰勝不復)에 대비할 수 있다. 즉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창의적인 전법을 개발하고 숙달함으로써 불확실성의 연속인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둘째, 군사훈련을 통해 전쟁억제라는 국군의 가장 숭고한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 군사훈련을 통해서만 강한 군대가 되고 강한 군대만이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국가 차원의 대규모 훈련은 언론 공보 등을 통해 무력시위의 효과를 갖는다.
군의 능력을 대외에 공개함으로써 적으로 하여금 침략이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한미연합 팀스피리트 훈련’시 김일성이 노동신문과 방송을 통해 항상 총동원령을 발령했던 것이 좋은 예이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김일성은 겁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군사훈련은 군인들에게 최고의 복지라는 점이다. 훈련을 잘 시키는 지휘관이 부하들에게 최고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훈련 때 땀 한 방울은 전쟁 때 피 한 방울’이라는 말이 있다. 훈련이 잘 된 부대가 피를 덜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전쟁이 나도 자기 부하들이 죽지 않도록 평상시에 준비하는 것, 그것이 곧 훈련이고,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없기에 훈련은 군인들에게 최고의 복지인 셈이다.
지휘관이 부하들에게 푸짐한 도시락을 보내주는 것도 복지일 수 있지만 이것은 순간이 지나지 않는다. 지휘관이라면, 국군통수권자라면 전쟁이 나도 자기 부하들이 승리하고 죽지 않게 해 주는 것, 이것은 훈련밖에 없고, 군인들에게는 최고의 복지이다. 이런 이유로 군대는 훈련을 멈추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외부 눈치 보며 훈련 못하면 국가안보 위험
대한민국은 매년 두 차례씩 한미연합훈련(연습)을 실시해 오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매년 훈련 때만 되면 몇 달 전부터 훈련을 하네, 마네 참 말들이 많다. 대한민국 군사훈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훈련이 연기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하며, 언제는 취소되기도 한다. 훈련 축소나 취소는 군인들의 뜻도 아니며 대한민국 국민의 뜻도 아니다. 대부분 북한의 요구에 의해 일부 정치권이 부화뇌동해 훈련이 축소되거나 취소되었다.
군사훈련 수준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군사력의 핵심 요소이고, 군사력은 국가안보의 근간이며, 국가안보 최후의 보루이다. 평시 훈련을 열심히 하여 강한 군대가 되었을 때만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외부 압력에 의해 군사훈련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특히 북한의 요구에 의해 군사훈련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북한에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훈련하지 않는(못하는) 군대는 있으나마나한 군대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압력에 의해 훈련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군대, 훈련을 하지 않으니 국가안보 최후 보루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군대, 있으나마나 한 군대라면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대한제국의 군대해산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일이다.
군사훈련은 어떤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군사훈련에 정치논리가 개입되어서도 안 된다. 훈련 수준은 군사력의 원천이며, 군사력은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정치권에서 훈련을 반대하더라도 국방부 장관이라면, 군통수권자라면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정치권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면 대한민국 군대를 해산하라는 말과 다름 아니며, 통수권자가 이를 수용한다면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어떠한 이유이든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인사라면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정치란 무릇 영토를 보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은 강한 군사력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며, 강한 군사력의 원천은 군사훈련이다. 앞으로는 이런 논란이 두 번 다시 없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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