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Insight] 신안 해상풍력발전 투자 48조 원 어떻게 볼 것인가 
[미래 Insight] 신안 해상풍력발전 투자 48조 원 어떻게 볼 것인가 
  •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승인 2021.09.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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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안 앞바다에 48.5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5월 31일 P4G 정상회의에서는 신안뿐 아니라 울산 앞바다에도 풍력발전단지를 만들겠으며 그 금액은 합쳐 750억 달러라고 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83조 원, 울산에는 35조 원 정도를 투자하려는 모양이다.

83조 원이면 엄청난 돈이다. 2020년 우리나라 국방비가 50조 원이다. 그것의 1.7배에 달하는 투자를 임기 말에 저질러 버린 것이다. 뭔가 큰 일이 벌어진 것은 같은데 내가 에너지 산업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달 넘게 이것 저것 공부를 하다 보니 정말 큰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전기값이 오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규모 정전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우리나라 전력망 전체가 다 무너질 수 있다.

그것에 기반한 산업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에서 들어오던 기후악당이라는 딱지를 뗄 수도 없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먼저 신안 앞바다에 들어선다는 풍력단지가 어떤 것인지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바다 위에 높이 200미터짜리 풍력발전기가 1000개 들어설 예정이다. 남산타워의 높이가 237미터이다. 그 정도 높이의 기둥에 날개, 즉 블레이드의 길이는 100미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거대한 구조물이 1000개가 들어서게 된다.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날개끼리 부딪힐 위험도 있다. 또 앞의 것에 의해 바람이 흐트러져 뒤에 서 있는 발전기의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풍력발전기들끼리는 700미터 정도를 띄워야 한다.

대개 가로, 세로 각 1㎞의 사각형에 풍력발전기 한 대를 세운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풍력발전기 1000개를 세우려면 2000㎢ 정도의 면적이 필요하다. 서울 전체의 면적이 605㎢이니 서울 3배 면적에 달하는 바다가 온통 풍력발전기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그 윙윙거리는 소리와 사고 위험 때문에 어업을 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의 전력망으로 옮겨야 할 테니 긴 해저케이블도 깔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풍력발전 용량이 8.2GW이다.

그것을 짓기 위해 48조 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참고로 2020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의 발전시설 용량이 133GW이다. 

신안 해상풍력 완공 상상도. 풍력발전은 원자력 발전에 비해 효용성도 낮고 비용은 18배나 많이 드는 세금 낭비다.
신안 해상풍력 완공 상상도. 풍력발전은 원자력 발전에 비해 효용성도 낮고 비용은 18배나 많이 드는 세금 낭비다.

비싸고 비효율적인 풍력발전

이 풍력발전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엄청난 청구서를 들이밀 것으로 보인다. 풍력 8.2기가를 만드는 데 48조 원이 드니까 1GW 당 6조 원 정도이다. 원전 1기의 용량이 대개 1GW 정도이고 건설비는 3조 원이다.

이것만 보면 해상풍력이 원전보다 2배 더 비싼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는 그보다 훨씬 더 비싸다.

왜냐하면 가동률 차이이다. 원전의 가동률은 85~90%이다. 쉽게 말해 하루 24시간 중 21시간은 가동이 된다는 말이다. 신안 앞바다 풍력의 가동률은 30%를 가정하고 있다.

국내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풍력발전소의 2020년 발전효율이 24%임을 감안하면 30%도 지나치게 넉넉히 봐준 것일 수 있다. 가동률 30%란 하루 24시간 중 평균 7시간 정도 가동되고 나머지 17시간은 멈춰서 있는 셈입니다.

영국, 독일, 덴마크 같은 나라들이 북해에 설치한 풍력단지들의 가동률은 50%가 넘는다. 이유는 바람의 차이 때문이다. 가동률이 높으려면 바람의 강도가 세고 방향도 일정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연안 바다에 부는 바람이 풍력발전에 별로 적합치 않다. 서남해의 풍속은 초당 7미터 정도라는데 광주과학기술연구원 윤진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그마저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도 풍력발전의 가동률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바람이 약한 만큼 발전기가 덜 돌고 전기도 덜 생산된다. 가동률은 전기와 원가와 직결된다. 가동률이 낮을수록 전기의 원가는 높아진다. 대부분의 시간을 세워두다가 잠깐씩만 가동한다면 그 얼마 안 되는 전기에 시설비를 모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동률에서도 풍력은 원전에 비해 3배의 가격 상승 요인을 안고 있다.

시설의 수명이라는 요인도 있다. 풍력발전기 수명은 20년으로 알려져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은 60년이다. 3조 원을 들여 1GW짜리 원전을 지으면 60년을 쓴다. 풍력으로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6조 원짜리 1GW 시설을 현재 한 번, 20년 후에 또 한 번, 40년 후에 다시 한번, 이렇게 3번을 지어야 한다.

원전이라면 3조 원이면 될 것을 풍력으로 하면 18조 원이 든다. 이제 이 요인들을 다 결합해보자. 신안의 풍력발전은 원자력에 비해 당장의 시설비가 2배, 가동률에서 3배, 수명에서 3배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18배나 더 큰 비용을 치르면서 풍력발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풍력발전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은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다. 바람이 불면 전기가 생산되고 바람이 멈추면 전기의 생산도 멈출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전기의 생산이 수요와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쳐도 문제고 초과해도 문제이다.

어떤 경우든 블랙아웃, 즉 대규모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풍력에서 나오는 전기가 남을 때는 버리거나 발전기를 멈춰 세워야 하고 모자랄 때는 보조전원, 즉 백업 발전시설을 가동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5일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2월 5일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연합

전력망 붕괴에 대비해야

원전에 비해 풍력은 백업발전시설의 규모가 매우 커야 한다. 바람의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백업발전시설은 LNG로 하게 되는데 그것을 설치하는 비용, 가동하는 비용 등이 모두 국민 부담이다.

게다가 LNG 발전은 CO2 발생의 주범으로 간주된다. 또 급히 껐다 켰다 하는 과정에서 많은 매연이 발생한다. 사실 풍력발전을 하는 이유는 화석연료 연소에서 나오는 CO2를 줄이려는 목적인데 간헐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LNG 발전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업발전시설을 운영한다 해도 전력망 붕괴의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풍력, 태양광의 비중이 높은 독일 같은 경우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어 전기가 남으면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부족하면 수입해 쓰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가 있다. 그런 독일도 블랙아웃이 될까봐 전전긍긍한다.

우리나라 전력망은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남을 때 넘길 곳도 없고, 모자랄 때 빌려올 곳도 없다. 온전히 우리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백업발전을 가동하는 시간을 잘못 맞춰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언제든지 블랙아웃될 수 있다. 풍력과 태양광의 비중이 커질수록 그럴 위험도 커진다.

올해 초 미국 텍사스주가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은 것은 단순히 한파 때문만이 아니다. 텍사스가 스스로 전력망 고립을 택한 것도 원인의 하나였다. 만약 다른 주와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한파로 발전이 멈췄더라도 정전까지는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전력망이 고립된 우리나라가 풍력 같은 것을 기저발전원으로 삼았을 때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Climate Villain) 소리를 들어왔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요구하는 CO2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왔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믿든 안 믿든 이제는 우리도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석탄, LNG 발전은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풍력이나 태양광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 풍력은 세찬 바람이 지속적으로 부는 북해 지역에 적합하다. 태양광은 드넓은 사막이 펼쳐져 있는 중동지역,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일대,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 적합하다. 우리에게는 세찬 바람도, 뜨거운 태양도 없다.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이산화탄소 저감 에너지는 원자력이다.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뛰어난 원자력발전 기술을 갖추고 있다. 우

리가 강점을 가진 원자력을 버리고 경쟁력도 없는 풍력과 태양광에 투자한 대가는 막대할 것이다. 엄청난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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