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보수 영우본색] 남한의 방송장비가 북한 미사일 부품으로 쓰였다?
[낭만보수 영우본색] 남한의 방송장비가 북한 미사일 부품으로 쓰였다?
  • 김영우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 승인 2021.07.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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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금까지 쏘아 올린 미사일에 우리나라 방송국의 방송장비 부품들이 사용될 수도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만약에 말이죠.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매우 충격적인 일 아닌가요?

지난 2014년 유엔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가 아주 놀라운 보고서를 하나 발표했습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2012년 12월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에 한국산 반도체가 사용됐다는 겁니다.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한 은하3호의 잔해 가운데 14개 품목을 공개 했어요. 그 14개 품목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6개 나라들에서 만들어진 부품들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여섯 개 나라가 어디냐 하면 구소련, 영국, 미국, 스위스, 중국, 그리고 한국 입니다. 결국 북한은 이들 나라로부터 어찌어찌해서 흘러들어간 여러 소재와 부품을 조립해서 미사일을 만든 것이죠. 이 부품 가운데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인 SD램 즉 초고속반도체 메모리 칩이 두 개가 발견됐어요.

이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 기업에 의해 2003년부터 2010년 사이 생산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런데 식별 정보가 불충분해서 정확하게 어떤 공장에서 만든 것인지 어떤 제품인지 하는 것은 더 이상 추적할 수 없다고 전문가 패널들은 밝혔습니다. 

또 전문가 패널들은 이렇게 적었어요. “북한은 주체사상에도 불구하고 자체 생산력에는 한계가 있고 미사일 제조와 발사를 위해서는 해외에서 들여온 부품들을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맞습니다. 북한의 조립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KN23호라고 있습니다. 이 미사일은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도 잡기 어려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북한은 해킹을 하든 어떻게 하든 아무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국의 전략무기 기술과 재료들을 들여와 무엇이든지 뚝딱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과연 장거리 미사일 은하3호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SD램, 반도체 부품이 어떻게 북한으로 흘러들어가 미사일의 부품으로까지 활용됐을까 하는 점입니다.

사실 반도체 소재가 들어있는 물품들은 그 동안 북한에 수없이 많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민족서로돕기라는 시민단체는 대대적으로 북한 어린이 정보화 교육을 위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PC 보내기 캠페인도 벌였습니다. 

해군이 수거한 북한 은하 3호 로켓 잔해
해군이 수거한 북한 은하 3호 로켓 잔해

북한 장거리 로켓에 쓰인 한국산 반도체

저와 18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동성 의원은 2009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상임위에서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북한에 3000대 이상의 펜티엄급 PC를 지원하고, IT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한 것은 북한 해커부대를 양성시킨 꼴이 됐다.”

그리고 그렇게 북으로 넘어간 컴퓨터들의 주요 반도체 부품들이 탄도미사일, SLBM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부품으로도 사용될 수 있겠다는 점입니다. 2014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에 근거하면 이런 추론이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첨단 미사일 시스템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방송장비들이 아주 긴요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미사일 발사 시험을 2019년까지 53회(ICBM 3회, SLBM 3회, 중단거리 미사일 44회)나 단행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의 미사일 발사 횟수 16회를 훨씬 압도한 횟수입니다.

그야말로 김정은은 로켓맨이라고 불릴 만하죠. 그런데 미사일 시험에 있어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비행하고 있는 발사체에 대한 정보를 지상에서 수신하고 분석하는 일입니다.

이때 방송장비가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략무기 최고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은 “텔레메트리라는 것은...방송장비가 들어갔다면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요약하면 비행하는 미사일이 보내는 여러 신호와 정보를 분석하는 일에 방송장비가 활용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일까요, 북한은 지금까지 줄곧 우리나라 방송국의 방송장비를 탐내왔습니다. 

방송개혁시민연대가 지난 2013년에 출판한 책에 따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지난 1988년 이후 2007년까지 방송 3사는 다양한 명분으로 중계차를 갖고 들어가 생중계를 했으며 그때마다 쓸 수 없는 방송장비라면서 북한에 두고 내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 실제로 2003년 10월에는 닷새 동안 평양에서 대규모 남북방송인 토론회와 교류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방송사 대표들은 평양에 있는 조선중앙TV 청사에 우리 측에서 제공한 방송장비들을 설치해주고 돌아왔습니다. 그 방송장비들은 사전에 인천항에서 남포항까지 배로 수송해간 방송제작과 편집장비, 송출 장비 등입니다. 

2000년대 초 남북이 공동으로 역사드라마를 제작할 당시에도 우리 방송사 측은 방송장비, 카메라, 편집기 등을 북한에 현물로 지원했는데 액수가 140만 달러였다고 언론은 보도한 바 있습니다.

남북의 방송 교류는 앞으로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방송장비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SLBM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면 방송장비의 북한 반입은 매우 신중해야 할 문제입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KBS가 평양에 방송지국을 설립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면서 관련 문건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 뉴스가 저에게는 정말 매우 위험한 소식으로 들립니다. KBS 측은 북한에 대한 소식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도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개성공단처럼 만약의 상황에서 평양에 있는 KBS 방송국이 갑자기 폐쇄 조치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먼저 그 방송국에서 일하는 우리의 국민들은 인질이 될 수도 있겠죠. 또 장비들은 다 어떻게 되는 겁니까. 중계차와 카메라, SNG위성방송 장비들은 북한이 몽땅 몰수해 마음대로 사용하지 않겠습니까.

개성공단에 있는 장비처럼 말이죠. 북한은 남북교류의 상징인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드는데 방송국 하나 접수 못하겠습니까. 

KBS 방송 차량 (기사 내용과는 무관)
KBS 방송 차량 (기사 내용과는 무관)

지난 2018년 자유민주국민연합·대북전략물자감시네트워크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북한의 방송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방송중계차는 물론 많은 방송 장비들이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일들이 아주 은밀하게 이루어졌으며 치밀하게 증거를 은폐했기 때문이다.”

관련자들은 지금까지 북한으로 들어간 방송중계차는 10대가 넘는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에 요구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에 보내진 우리측 방송장비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런 장비들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북한은 우리와 방송 송출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런 장비가 과연 방송장비로 활용이 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지금 우리 국내에서는 수없이 많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샅샅이 조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 대한 방송장비 유출 의혹도 사실 관계를 제대로 밝혀 더 이상의 오해와 불신을 없애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신뢰와 원칙을 지키는 보다 바람직한 남북방송교류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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