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중고생 기초학력 미달자 역대 최대
[데이터로 보는 세상] 중고생 기초학력 미달자 역대 최대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7.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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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해당 학생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초학력 미달 해당 학생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 교육계의 심각한 문제였는데,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학력 저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해 국가 미래의 인재 육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교육부는 지난 6월 2일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11월 전국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77만1563명 중에서 약 3%인 2만1179명(424개교)을 대상으로, 교육정책 수립 기초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시행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 평가는 1986년부터 시작되었고, 초기에는 표집(標集) 평가로 실시하다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부터 전국 모든 중·고등학생을 대상 전수조사로 치러졌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2017년)부터 일부 학생만 뽑아 평가를 실시하는 표집 평가로 다시 바뀌었다.

이 평가조사는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학교생활 행복도 등은 설문조사한다. 그리고 과목의 평가 결과는 우수학력(과목의 기본내용을 대부분(80% 이상) 이해한 수준), 보통학력(상당 부분(50% 이상) 이해한 수준), 기초학력(부분적으로(20% 이상) 이해한 수준), 기초학력 미달(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20% 이하) 수준)의 절대 평가로 네 가지로 분류한다. 

중3, 고2 수학 교과 학력 미달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지난 3년간(2018∼2020년) 중3과 고2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비교해 보면 <표 1>과 같다. 2018년과 2019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19년에 비해 2020년에는 큰 폭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상승했다. 이 결과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역대 최대 미달 비율이다.

그간 교육계에서는 코로나 확산으로 학생 간 학력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이런 추측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2020년 특히 수학에서는 중3, 고2 모두 13% 이상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기록하고, 영어에서는 2019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미달 비율을 나타낸 것은 충격적이다. 즉, 수학 과목에서는 중3과 고2에서 8명 중 한 명이 기초학력 미달이고, 이로 인해 중고등학교 수학 교육에서 질 높은 교육을 하기 어려워졌다.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으면 이는 악성 바이러스와 같아 전체 교육의 분위기를 해질 염려가 크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영어 교육에서 1년 사이에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한 것도 심층 분석이 필요한 특이 사항이다. 국어에서도 50% 이상의 미달 비율 증가를 보이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을 시각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그림으로 표시해 보면 <그림 1>과 같다.    
학교생활 행복도(심리 적응도, 교육환경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는 2020년 59.5%로, 전년(2019년) 대비 중학교는 4.9%p 떨어졌고, 고등학교는 61.2%로 전년 대비 3.5%p 떨어져 행복도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에서도 2019년에 비해 2020년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학교생활 행복도도 떨어지고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도 악화되는 삼중 악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중고등 교육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들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어 심각한 상황임이 분명하다.

‘학업중단 청소년’은 정규학교 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자퇴, 퇴학, 제적, 유예, 면제 등의 사유로 학업을 중단한 자를 지칭한다(한국교육개발원, 2019). 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하거나, 중·고등학교 또는 이와 동등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며,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중고생 기초학력 미달자가 증가하는 와중에 학업중단 청소년도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올해 5월 24일 발표한 ‘2021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5년 이후 학업중단율이 초·중·고에서 모두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초·중·고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1.0%로, 2015년 대비 0.2%p, 2018년 대비 0.1%p 증가했다.

2020년 학업중단율은 아직 공식 통계가 발표되고 있지 않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2020년 초등학생(6∼11세)은 2,717천명, 중학생(12∼14세)은 1,358천명, 고등학생(15∼17세)은 1,382천명이므로, 초·중·고의 학업중단율을 곱해 합하면 대략 총 5만 명 이상이 초·중·고 학업중단 청소년인 셈이다. 상당히 많은 숫자이다.

학업중단 청소년은 학교에 나가지 않으므로 학업성취도 평가에는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학업중단 청소년의 상당 부분이 기초학력 미달자로 본다면 우리나라 중·고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더 증가할 것이다. 초·중·고 교육의 심각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는 중고등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자가 다수 발행하는 결과를 교육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이런 현상이 주로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의 결과로 보고 중고등교육 학습 지원 강화를 위한 우선적인 대응책으로 ‘2학기 전면 등교’ 카드를 내놓았다.

중고등학생의 등교일수는 2020년 중학생은 88.1일(46.3%)이고 고등학생은 104.1일(54.8%)로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줄이고 학교생활 행복도 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면 수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다음으로 표집조사로 이뤄지는 현 성취도평가방식은 유지하되 이를 확대 개편해 내년 9월부터는 희망하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업성취도평가를 온라인으로 치를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전국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교육회복 종합방안 프로젝트’를 시행해 코로나로 학생들이 겪는 각종 결손에 대한 회복을 돕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의한 ‘교육 회복’은 중앙 및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종합방안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우선 실시하고 집중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2022년부터 본격 실시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방안은 교육청, 국회 등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표집조사에서 전수조사로 전환해 구체적 대응 방안 찾아야 

교육부는 기초학력 미달자 급증을 코로나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교육계는 학력 저하를 코로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되며, 정부가 학력 향상 등 책무에 소홀했고, 오히려 학력 저하를 방치한 원인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력 저하를 가져온 문제점 진단과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살펴보자.    

첫 번째, 기초학력 평가에서 중요한 문제점으로는, 수년째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현재 전체 학생의 3%에 해당하는 ‘표집 조사’만 하고 있으므로, 전국적으로 기초학력 미달자가 어느 규모인지, 구체적으로 누가 기초학력 미달자인지, 코로나로 상&·하위권, 도시·지방 간 교육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제대로 검증하고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8∼2016년에는 전수조사로 기초학력 평가가 이뤄졌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부터 아직까지 표집 조사만 이뤄져 실제로 기초학력 미달자들을 도와주고 싶어도 이들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2017년부터 시작된 표집 조사를 폐기하고 다시 전수조사로 돌아가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모든 중3, 고2에게 실시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학생이, 어떤 학교가 기초학력에서 특히 떨어지는가를 알 수 있고, 개선책도 마련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상당수 교육감들이 평가 경시, 서열화 거부 기조에 변함이 없어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교육부 대책에서 희망하는 학교에는 자율적으로 학업성취도평가를 온라인으로 치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이런 미봉책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다시 전수조사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에 시험, 경쟁, 서열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이를 좌악시하거나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 정보를 악용해서는 안 되며, 이를 선용(善用)해 전반적으로 학력을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수학력의 인재가 필요하며, 기초학력과 기초학력 미달자가 확 줄어들고, 우수학력과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바란다.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를 올리고, 국어, 수학, 영어를 포기하는 학생 비율을 줄이는 정책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두 번째, 교육부가 학습 결손에 대한 해법으로 2학기 전면 등교를 추진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완벽한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아직도 코로나 전파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2학기 전면 등교에 앞서 학생들의 백신 예방접종, 과밀학급 해소 등이 이뤄져야 한다.

작년 초·중·고교 전체 학급의 8.4%인 1만9628개가 학급당 30명이 넘는 과밀학급으로 알려져 있다. 과밀학급을 해소하려면 정규 교원 확충, 교실 중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   

세 번째,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폐지(2025년 시행), ‘혁신학교’ 확대 정책 등에서 나타난 교육부의 ‘교육 평준화 정책’은 교육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면서 학력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고교육 컨트롤타워를 장악한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탈(脫)경쟁, 무(無)시험’ 코드 교육이 학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전국에 42개교인 자사고(자립형 사립고등학교)들은 정부 지원금 없이 독립된 재정과 독립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사립학교로 학생들의 학력이 우수하고,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거의 모든 공부를 하고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 이런 자사고들을 ‘고교서열화 해소’라는 이유를 내걸고 폐지하겠다는 것은 자율적으로 다양하게 우수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사립학교들의 의욕을 꺾고 국가에서 모든 교육을 장악(?)해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획일적으로 교육 하향평준화를 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 결과는 기초학력 저하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수학, 영어 등의 기초학력 저하를 막는 대처 방안은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을 폐기하고, 차라리 사립학교들에게 더 많은 자사고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사고들이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증진시키도록 장려하고, 정부는 일반 중고등학교들을 과감하게 지원해 전체적으로 교육 상향평준화를 시키면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증진되고 결국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문제점은 학생생활 행복도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원인으로 코로나로 인한 원인도 크지만 이에 추가해 사교육 극성, 지덕체(智德體) 교육에서 덕체(德體)가 소홀하게 취급된다는 점, 소위 ‘코드 교육’이 혁신으로 포장되어 ‘쉬운 수학’, ‘쉬운 영어’을 내세우는 역주행 교육으로 학생들이 공교육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생활 행복도가 떨어지면 공부가 재미없어지고 삶의 의욕도 저하되고 기초학력 미달자가 양산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는 공교육을 강화해 학교에서 체육도 많이 하고, 덕을 함양하고, 예능도 배우며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 충분히 질 좋은 교육을 시키면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갈 필요도 적어지고 학생들 간의 친목도 강화되어 학생생활 행복도가 올라갈 것이다.

이번 성취도 평가는 중고교 대상이었고, 현재 초등학교 기초학력 평가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교육계에서는 초등학교 기초학력 추락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등학생은 비대면교육을 받기에 어려움이 크고, 교사의 직접 교육이 필요하고, 수학 교육은 비대면으로 진행하기에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두 자릿수 곱셈과 나눗셈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분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초등학생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초등학생의 이런 학습 결손은 아직 국가 차원에서 공식 통계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초등학생의 기초학력 평가도 공식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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