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암호화폐 ‘김치 프리미엄’  범죄집단 끌어들일 수도
[이슈] 암호화폐 ‘김치 프리미엄’  범죄집단 끌어들일 수도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1.05.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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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이후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크게 늘었다.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중 40%가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특수성과 이런 투자 열풍 때문에 생긴 것이 ‘김치 프리미엄’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국내에서 일어났던 비트코인 열풍 당시 처음 생겼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Alternative Coin·비트코인 이후에 나온 대체코인) 폭등세 때문에 김치 프리미엄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돼 버렸다.

문제는 이로 인해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악용한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범죄 희생자는 국내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2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부터 13일까지 비거주 외국인이 국내 5대 시중은행을 통해 중국에서 국내로 송금한 자금이 9759만7000달러(약 1090억6500만 원)에 달했다.

전년 4월과 비교하면 950% 증가한 수준이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들은 “중국으로부터 송금된 금액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것은 암호화폐 차익 거래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는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이 1~2%만 존재해도 이런 시도는 끊임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며칠 뒤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뒷받침하는 사건이 드러났다. 지난 4월 26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환치기로 반입한 자금으로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매하고, 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중국인 등 외국인 수십 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세관은 당시 98명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세관은 “최근 외국인 부동산 구매가 증가하는데도 구매 자금이 공식적으로 국내에 들어온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국토교통부와 공조해 최근 3년 동안 서울 내 5억 원 이상의 아파트를 산 외국인 가운데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500여 명을 추려 지난 4개월 동안 외화 송금 내역,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실시한 결과 일부 외국인에게서 탈세, 환치기 등 불법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세관이 적발한 외국인 가운데 17명은 환치기로 자금을 들여오거나 관세를 적게 내는 방식으로 돈을 마련해 아파트 16채(시가 176억 원)를 구매했다. 외국인 44명은 비거주자이면서도 부동산 취득 사실 자체를 신고하지 않았다.

비거주 외국인이 10억 원이 넘는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은행과 한국은행에 자본거래를 신고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세관은 “특히 이번에 적발한 환치기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수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중국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인 A씨는 중국 현지에서 환치기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위안화를 입금했다. 환치기 조직은 이 돈으로 중국에서 암호화폐를 매수한 뒤 국내에 있는 조직원의 암호화폐 지갑으로 송금했다.

국내에 있는 조직원은 암호화폐를 다시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A씨 계좌로 송금했다. A씨가 이렇게 국내로 들여온 돈은 4억5000만 원이었다.

국내 부동산 거래 시 DSR이나 DTI 등 대출규제를 받지 않는 중국인 A씨는 나머지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11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20%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차익도 남겼다. 

 세관에 따르면 이렇게 암호화폐 송금으로 환치기를 해 국내에 자금을 들여와 아파트를 구매한 외국인은 중국인 34명, 미국인 19명, 호주인 2명, 기타 국가 6명 등 61명이었으며 구매한 아파트는 55채, 시가 840억 원 상당이었다.

 “암호화폐는 추적이 어렵고 송금도 간편해 환치기에 이용하기 더 적합하다”고 지적한 세관은 “한국은 특히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어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환치기 조직 10개를 포착해 추적 중”이라며 “이들이 국내와 거래한 자금 규모가 1조4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5월 3일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6900만원대 거래가를 기록했다./연합
5월 3일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6900만원대 거래가를 기록했다./연합

다른 나라보다 심한 자산 가격 급등세

금융 전문가들은 김치 프리미엄의 원인을 다른 나라보다 심한 자산 가격 급등으로 꼽는다. 지난 3년 사이 서울 시내 아파트 가격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폭등세를 보였다.

이는 곧 지방 광역시의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 올렸다. 당국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뒤에야 대출 규제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이미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몇 억에서 몇십 억의 차익을 거뒀다. 2021년 4월 말 기준 서울 시내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서 10억 원 미만의 아파트를 찾기 어려워졌다.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인기가 떨어졌던 연립주택이나 소형빌라, 단독주택 가격 또한 급등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거액 대출이 어려웠던 40대 초반 이하는 아파트 급등의 파도를 타지 못했다. 가진 돈이 적고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은 스스로를 ‘벼락거지’라 부르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대신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증시 랠리에 몸을 실었다. 지난해 1월 코로나가 3월부터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 증시는 동반하락했다.

초우량주나 고배당률의 주식이 아니면 대부분 반토막 이하로 폭락했다. 그러다 코로나 백신 개발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자 미국을 필두로 세계 증시는 점점 회복세를 보였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세계 증시의 폭락과 회복세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초 세계 증시는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 증시는 회복을 넘어 사상 최고의 활황세다.

코스피는 올해 1월 6일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했고 1월 8일에는 3100선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의 활황세를 보였다. 20대와 30대, 집을 소유하지 못한 장년들 가운데 지난해 초 증시에 목돈을 투자를 한 사람은 대부분 원금 대비 10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일부 주식투자자는 몇 배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증시 활황세에도 올라타지 못한 20대와 30대들은 주식보다 진입장벽이 훨씬 낮은 암호화폐로 뒤늦게 몰렸다.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1개를 수십 개로 나눠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

이 때문에 1개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비트코인도 소액투자가 가능하다. 여기에 주식 투자 때는 증권사의 고객보호기준 때문에 까다로운 인증을 거쳐야 하는 마진거래(레버리지를 활용해 실제 자금의 수십 배를 거래하는 기법)도 암호화폐 투자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런 마진거래를 통해 300만 원으로 수십억 원을 벌었다거나 500만 원을 투자해 보름 만에 1억 원을 벌었다는, 소위 ‘인증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인증글과 함께 언론을 통해 암호화폐 가격이 불과 3년 새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이상 상승했다는 보도가 줄을 잇자 벼락거지라고 자조하던 젊은 층들이 대거 암호화폐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부는 일확천금을 노리며 대출까지 받아 암호화폐에 투자, 마진거래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21일에는 국내 암호화폐 일일 거래액이 19조 원을 초과, 코스피 일일 거래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김치 프리미엄이 왜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실제 코인마켓앱과 같은 암호화폐 통계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규모는 전 세계의 10% 안팎이다.

한국 경제규모세계의 2%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과열이다. 이후 언론과 정치권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의 통제가 필요한 상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2일 국회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는 자산 투자가 아니라 투기일 뿐”이라며 아직 규제할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김치 프리미엄의 핵심, 알트코인 시장

해외 암호화폐 시장이 사실상 화폐 기능을 갖게 된 비트코인이나 세계 금융권이 대체 화폐를 연구하기 위해 한정 발매한 이더리움 등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과열 양상을 막을 수단도 있다. 하지만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다른 나라 시장과는 매우 다른 게 문제다.

지난 4월 2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세계 암호화폐 거래 가운데 51%를 비트코인이 차지한다. 수천 가지가 넘는 알트코인 거래는 모두 합쳐도 전체 거래량의 3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거래량이 6%에 불과하고 94%가 알트코인 거래다. 

알트코인의 대표적 사례가 도지코인이다. 일론 머스크의 SNS로 폭등했던 도지코인은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재미를 위해 발행한, 발행량에 제한이 없는 ‘장난감 코인’이다.

이런 암호화폐가 지난 4월 17일에는 국내에서 17조2000억 원 어치가 거래됐다. 코스피 1일 거래액보다 2조 원 이상 많다.

신문은 “코인정보업체 코인힐이 지난 4월 21일 기준 24시간 동안 도지코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한국 원화로 거래된 것이 124억 개로 달러·유로 등 모든 통화의 거래량을 앞섰다”면서 “2위인 유로 거래의 9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도지코인은 그나마 해외에서도 거래가 된다. 하지만 신문은 “국내에서 거래하는 알트코인 가운데 3분의 1은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암호화폐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알트코인의 문제는 그 자체가 사기이거나 시세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4월 27일 국내 언론들은 거래소 빗썸에서 일어난 국산 알트코인 사건을 전했다. 

지난 4월 2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아로와나 토큰’은 이날 오후 2시 30분 1개 당 5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30분 만에 5만3800원까지 뛰어 올랐다. 10만7500% 상승률이었다.

하지만 이날 밤 아로와나 토큰 가격은 1만5000원대까지 폭락했다. 소위 상투를 잡은 사람들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일각에서 아로와나 토큰의 시세조작설을 제기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빗썸 측은 당시 “우리는 거래 플랫폼만 제공하기 때문에 시세 급등락은 모른다”며 “다만 한글과컴퓨터라는 유명 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여서 관심이 몰린 것 같다”고만 밝혔다.

이처럼 알트코인은 마진거래가 가능하고 상·하한가가 없어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거래가 이뤄진다. 문제는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국제적인 시세조작 조직에 의해 가격이 움직인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8년 8월 5일(현지시간) “텔레그램과 같은 암호화 SNS를 이용하는 암호화폐 시세 조작 세력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8억2500만 달러(약 9225억 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세조작 세력들은 국내에서 불법으로 처벌을 받는 ‘주식 리딩방’과 같은 형태다. 이들은 텔레그램 대화방 등을 만든 뒤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가입 신청을 받은 뒤에는 수백 달러의 회원가입비를 받은 뒤 시세조작 계획을 알려준다. 이들은 단기간에 특정 암호화폐 가격을 급등하게 만든 뒤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해 가격을 더 올리고, 정해진 시간에 투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18년 상반기 암호화폐 거래 데이터와 거래자 간의 온라인 대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 121종의 암호화폐를 두고 175건의 시세조작 정황이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활동 중인 시세조작 조직은 알려진 것만 63개에 이르며 실제로는 수백만~수천만 명이 이들의 활동에 가담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시세조작 조직들에게 김치 프리미엄이 있는 한국 시장은 환상적이다. 시세조작이 쉬운 것은 물론 여기서 수익을 올리면 20~30%의 프리미엄 차익까지 올릴 수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슬람·중국계 환치기 조직까지 활용하면 국제범죄조직들은 금융당국에 걸리지 않고도 거액을 세탁할 수 있다. 국내 한 보안업체도 지난해 이 문제에 대해 경고했다. 

ICT 전문매체 ‘ZD넷 코리아’는 지난해 7월 17일 열린 정보보호컨퍼런스에서 “국내에 암호화폐 전문 돈세탁 조직이 활동 중”이라고 밝힌 보안업체 웁살라 시큐리티의 주장을 전했다. 웁살라 시큐리티는 “2018년 8월 발생한 해외 암호화폐 투자자 지갑 해킹 사건과 2020년 3월 드러난 N번방 사건과 박사방 사건 당시 쓰인 암호화폐 전자지갑이 국내 한 거래소에서 사용하는 특정지갑과 거래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즉 국내에 암호화폐 돈세탁 전문 조직이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특성상 이런 돈세탁 조직이 없을 수 없다. 실제 2017년 말 국내에 비트코인 광풍이 불 당시 “출처 불명의 중국 자금이 매주 1조 원씩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며 “이 자금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세탁되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지기도 했다.

암호화폐 정착의 전제조건…투명성과 실물자산 환금성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를 ‘자산’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를 자산으로 분류하는 국가가 점점 늘고 있다.

당초 암호화폐는 P2P 방식의 송금으로 ‘탈은행화’를 위한 거래수단이었지만, 여기에 투입된 자본이 거대해지고, 거래 주체 또한 다수가 되면서 사용자뿐만 아니라 각국 금융당국 또한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거래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그 중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거래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더리움은 화폐 자체보다는 여기에 사용한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계에 바로 적용이 가능해 세계 금융계가 관심을 두고 기술을 개발 중이다. 리플은 금융사고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안전성과 채굴을 하지 않는 특징 때문에 가치를 불특정할 수 없는 위험성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이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과세를 하며 제도권 거래수단으로 끌어들이려 노력 중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이 이처럼 세계 사람들과 금융기관, 당국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 것은 가치의 객관성과 거래 투명성, 실물화폐와의 환금성 덕분이다. 반면 한국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이런 특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또한 문제다. 최근 몇몇 거래소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알트코인을 구매하려고 입금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출금은 거절당하는 이상한 사례가 매일 일어나고 있다. 그 사이에 알트코인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한다.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사기 가능성을 제기하며 당국에 해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어 피해 사례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환치기나 범죄 수익을 돈세탁하려는 조직들로 인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황폐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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