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서비스산업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고 그 경쟁력을 살펴보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연구원(KIET)은 반기별(6월, 12월)로 주요산업동향지표를 발표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용하는 산업통계분석시스템(ISTANS, www.istans.or.kr)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 산업을 크게 7가지(서비스업, 제조업, 건설, 농림어업, 전기·가스·수도, 폐수처리·자원재활용, 광업)로 분류하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주요산업이며, 제조업은 4개 산업군과 40대 세부 산업군으로 되어 있고, 서비스업도 4개 산업군과 20대 세부 산업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비스업의 분류는 <표 1>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산업통계분석시스템은 국제표준산업분류체계(ISIC)와 한국표준산업분류체계(KSIC)에 따라서 만들어진 것이다.
7가지 전산업 대분류에서 각 산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을 살펴보면 <표 2>와 같으며, 서비스업이 압도적으로 가장 큰 부가가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2010년 이후 전산업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60%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제조 강국이나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2010년 이후 30% 미만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8년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2% 이하로 떨어져 있고, 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1%로 매우 미미하다. 여기서 각 산업의 부가가치(added value)란 그 산업이 일정 기간 동안 새롭게 만들어 낸 가치를 말한다.
즉, 산업 활동을 통해서 생산한 제품의 총판매액에서 생산을 위해 매입한 원자재 등 중간 생산물의 투입액을 뺀 순생산액을 말한다. 즉, 총생산액에서 직접생산비인 원재료비, 전력비, 용수비, 외주 가공비 및 수선비 등의 합계액을 공제한 금액이다.
그리고 각 산업이 산출한 총부가가치를 그 산업의 총인력으로 나눈 값을 1인당 (노동)생산성이라고 한다.
부가가치 비중 전체 산업의 60%
다음으로 전산업 대분류에서 각 산업이 차지하는 종업원 수의 비중을 살펴보자. <표 3>에 보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종업원 수는 1995년 885만1000명에서 계속 증가해 2018년에는 1641만6000명으로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전산업 대비 1995년의 64.9%에서 2018년에 73.8%로 증가한 것이다. 이와 반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종업원 수는 전산업 대비 1995년에 26.7%에서 2018년에는 18.5%로 감소하고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종업원 수의 증가는 모든 OECD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계속 서비스업 종업원 수의 비율이 증가해 조만간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서비스업이 국민 대부분이 일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따라서 서비스업의 경쟁력은 우리나라의 선진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4월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근거로 국가별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 결과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놀랍게도 한국의 서비스산업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구매력 평가지수(PPP)를 적용하면 OECD의 평균(8만9748달러)의 70.1%인 6만2948달러로 조사 대상 국가 33개국 중에서 최하위권인 28위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력 10위권인 한국으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수준이다.
그러면 우리의 노동생산성이 최근에 좋아지고 있는가? <그림 2>를 보면 한국의 순위는 2012년 29위에서 2017년에 27위로 올랐다가 2018년 28위로 내려앉는 등 별로 좋아지고 있지 않다. 단 생산성 금액 자체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우리의 서비스산업이 제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를 OECD 주요국들과 비교해보면 <표 4>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에서는 OECD 국가 중 3위로 제조강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업이 28위로 낮고,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의 생산성 비중은 50.3%에 지나지 않아, OECD 33개국 중 32위로 최하위권이다. 이 비중은 미국이 82.4%로 아주 높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70% 전후를 나타내 높은 편이다. 우리의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3.0%, 프랑스의 70.5%, 일본의 86.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생산성 OECD 33개국 중 28위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첫째, 우리의 서비스업은 대부분 생산성을 높이기 힘들 정도로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
숙박업, 음식점업, 도·소매업, 부동산업 등에서 높은 자영업자 비율에 따른 과도한 경쟁과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하기 힘든 여건이 생산성 향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은 2018년 기준 25.1%로, 비교 가능한 OECD 34개국 중 6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
이는 OECD 평균 16.5%에 비해 8.6%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인구수 대비 음식점 수는 인구 1만 명 당 125.4개로 중국(66.4개), 프랑스(26.1개), 미국(20.8개) 등보다 훨씬 높다.
음식점 당 매출액도 약 10만 달러로, 미국(80만 달러), 중국(50만 달러), 프랑스(30만 달러)에 비해 매우 영세하다. 치킨전문점 개수도 3만6792개로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수(3만8695개)와 거의 맞먹는다. 즉, 매우 많은 음식점이 한국에 있으며 이들 음식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어려운 과제이다.
둘째, 우리는 서비스산업 혁신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높아 서비스산업 생산성 향상 노력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공유차량 서비스 규제, 새벽 배송 영업 규제, 복합쇼핑몰 영업 제한, 온라인 의료 상담 제한 등 서비스 산업 혁신 노력에 걸림돌이 많아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셋째, 우리 기업들은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상대적으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더디다. 글로벌 선도 제조 기업들은 수익성 향상을 위해 오프라인 위주의 제조업 영역을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소프트웨어, 소비자 서비스 등)과 융합·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테슬라는 자동차 외에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고 있으며 소니는 전자기기 판매 외에 콘텐츠 구독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넷째, 우리는 서비스산업의 연구개발(R&D) 노력이 취약하다. 서비스산업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72억 달러에 그쳐, 미국(1365억 달러, 2017년 기준), 일본(163억 달러, 2018년), 독일(133억 달러, 2017년)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R&D에서 서비스산업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불과하고, 서비스 수지 역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간(2011-2020년) 누적된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만 1678억 달러에 이르며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는 누적 적자가 339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노력 부족 등으로 서비스산업 중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총부가가치 측면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었으며 제조업보다 2배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산업 확대 등으로 그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우리의 경제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차대한 국가적 현안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생산성은 OECD 국가 중 8위로 세계 정상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28위)만 올릴 수 있다면 전체 생산성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을 올려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어떤 방안들이 있을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 무급가족종사자)의 비율이 2018년 기준 25.1%로, OECD 평균 16.5%와 비교해도 매우 높다. 소수의 가족이 식당, 커피전문점, 구멍가게, 여관 등을 운영하는 소규모 서비스업이 많으며, 이로 인해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선진 경영기법 등의 도입에 어려움이 있고, 오래가지 못하고 폐업도 흔하다.
예를 들면 커피전문점은 52.6%가 창업 3년 내 폐업한다는 조사 결과(커피전문점 창업률·폐업률 추치, 전경련)도 있다. 폐업하는 커피전문점들은 대부분 영세한 소규모인 경우이다. 비임금근로자 수도 줄이고, 경영기법을 도입해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규모 서비스업을 중형화하는 정책적 방안을 검토하고, 소규모 자영업 경쟁을 완화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서비스 규제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규제 리스크를 제거해야 한다. 서비스업과 관련된 규제혁신 요구는 오래되었으나 좀처럼 진전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10년부터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이 법안에는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라는 기구를 신설해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규제 완화, 연구개발 자금 지원,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특성화 교육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2011년 12월 30일 18대 국회에 처음 제출되었으나 폐기되었다가 19대 국회에 다시 제출되었으나 그 후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그 주요 쟁점은 보건·의료·교육 등과 같은 공공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규제 완화로 영리 병원 등의 도입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즉, 이 법이 보건·의료 부문의 민영화·영리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쟁점에 막혀 10년째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 21대 현 국회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모두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셋째, 제조업의 서비스화 촉진이다. 21세기 기업경영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트렌드이다. 우리나라는 제조 강국에 속하나 제조업의 서비스화에서는 발이 느리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전자기기 IT 기업인 IBM은 서비스업 분야인 기업경영 컨설팅 사업을 확장해 ‘IT + 컨설팅’ 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의 대표적인 제조 기업들도 서비스 분야 확장을 통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의 융합·전환을 추구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의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에 일조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의 서비스화 촉진이 바람직
넷째, 서비스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우리의 서비스산업 R&D는 전체 국가 R&D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단지 9.1%(2018년 기준)에 불과하며 서비스산업의 서비스 수지가 2000년부터 21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데 R&D가 절실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서비스산업 R&D 비중을 10% 이상으로 올리는 정책적인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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