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비트코인의 꿈, 화폐로 가능할까?
[심층분석] 비트코인의 꿈, 화폐로 가능할까?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4.27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은행 비트코인 보고서 집중분석

‘가상화폐’라 불리는 비트코인,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비트코인으로 자사의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화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와 전망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를 비롯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보는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기능은 부정적임을 넘어 재앙에 가깝다는 우려를 보고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한국은행은 어떤 시각일까.

한국은행은 ‘암호자산과 중앙은행’이라는 별도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가능성 문제를 분석한 바 있다. 결론은 회의적이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일단 비트코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고 오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국제기구 등은 이들 코인이 제3자 중개기관의 개입 없이 가치를 이전하는 구조를 가지며, 화폐 또는 지급수단으로 일부 기능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다양한 용어로 이들을 지칭해 왔다.

예를 들어 IMF는 실물 없이 가상으로 존재하고 법화와의 교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라고 표현했고, BIS는 디지털 형태로 표시되며 일부 화폐적 특성을 지닌 자산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디지털통화(digital currency)로 분류했다. 일부에서는 암호화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암호통화(crypto-currency)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는 비트코인 등이 ① 화폐로서의 핵심 특성을 결여하고 있는 데다 ② Currency라는 명칭으로 인해 일반 대중에게 화폐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고 ③ 현실에서 주로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암호자산(crypto-asset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이 기준을 받아들여 비트코인 등을 암호자산이라고 지칭한다. 일단 지급수단으로서의 자격을 살펴보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자산의 지급수단에 대한 평가는 2017년 BIS 지급결제 및 시장인프라위원회(CPMI)가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이를 분석틀로 해서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불안한 안정성, 높은 비용

비트코인의 지급결제 메커니즘은 중앙의 운영기관을 배제하고 다수 참가자들이 시스템 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으로 인해 일부 참가자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중앙운영기관이 존재하는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은 일부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전체 시스템의 운영 또는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는 단일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존재한다. 

한편,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정보의 위·변조 방지와 관련해 보안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교환소가 운영하는 로컬플랫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해킹 등으로 운영 장애 및 고객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법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비트코인은 법적 기반이 미비한 가운데 국경을 넘어 익명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탈세,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이용 등 불법행위와 연관될 경우 해당 거래를 추적하기 쉽지 않다. 특히 암호자산에 대한 국가별 규제가 상이할 경우 불법행위와 관련된 거래의 추적 및 규제 적용 등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은행은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자산을 운영하는 주체의 지배구조 문제가 제기된다. 암호자산 지급결제 메커니즘은 중앙운영기관을 배제하는 가운데 다수가 시스템 운영에 참가하기 때문에 참가자 간 이해 상충시 이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안전성 및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시스템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참가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신속한 대응이 제약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거래 증가에 대응해 암호자산의 기록(블록) 용량 확대 등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참가자(채굴자, 개발자 등)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시스템 분할(hard fork)과 함께 새로운 암호자산이 출시되기도 하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또한 암호자산의 소유와 시스템 운영이 소수의 개발자 및 채굴자 집단에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채굴자가 높은 이체수수료가 제시된 거래를 우선적으로 처리할 경우 여타 거래들의 처리가 지연될 수 있는 등 시스템의 신뢰성과 효율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경우 3.2%의 주소(address)에 96%의 비트코인이 보유되고 있으며 10개의 채굴자 집단이 전체 채굴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암호자산을 이용한 P2P 거래는 별도의 청산 결제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점이 있지만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확정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암호자산 이체거래가 취소 불가능 상태에 이르기 위해 일정 시간이 경과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의 경우 최소 6개의 블록이 형성(평균 1시간 정도)되어야 기술적으로 취소가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을 한국은행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암호자산 지급결제 메커니즘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거래량 증가시 처리 소요시간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건당 처리 비용의 문제도 있다. 암호자산의 이체수수료는 기본적으로 지급인이 정하는데 신속한 이체 처리를 원하는 경우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체수수료가 암호자산으로 표시(예컨대 0.0001BTC)됨에 따라 암호자산의 가격 변동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문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자산의 사회적 비용은 어떤가. 

현재 암호자산은 기록확정 작업과 관련한 채굴자들의 과도한 전력 소모 등 높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러 투자은행에 따르면 2018년중 전 세계 채굴자들의 예상 전력소모량은 120~140테라와트시(아르헨티나 전체 전력소모량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암호자산 지급결제 메커니즘은 기본적으로 제3자 중개기관을 필요로 하지 않아 이를 구축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이용자의 편의성과도 관계된다.

암호자산을 지급거래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암호자산 지갑을 모바일기기에 설치하는 과정 등이 필요한데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은 암호자산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는 자사의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고 하여 비트코인 열풍에 불을 질렀다.
일론 머스크는 자사의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고 하여 비트코인 열풍에 불을 질렀다.

화폐로서의 자격은?

한국은행 보고서는 암호자산이 화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교환의 매개수단, 계산단위, 가치의 저장수단 등 화폐의 기능에 비춰 점검했다. 화폐가 ‘교환의 매개수단’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휴대의 편의성과 광범위한 수용성을 갖췄기 때문이지만 암호자산은 가치의 변동이 매우 크고 통용에 대한 법적 강제력이 없어 단기간 내에 광범위한 수용성을 갖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 시점에서 현금, 신용카드 등 기존 지급수단에 비해 거래비용(수수료 및 처리시간), 가치의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은 문제가 있다. 다만 암호자산은 중개은행을 배제하고 이체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간 송금과 같은 제한적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지급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무엇보다 화폐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고 모든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을 표시하는 계산단위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 등으로 인해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중앙은행이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화폐와 달리 암호자산은 알고리즘에 의해 사전에 공급량이 정해지므로 가격 불안정성을 해소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화폐가 가치의 저장수단인 이유를 높은 유동성과 가치의 안정성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때 유동성이란 특정 자산이 적은 거래비용으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화폐는 그 자체가 교환의 매개수단이므로 유동성이 가장 높은 자산이라는 것. 하지만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가치 저장기능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큰 점이 문제가 된다.

보고서는 이상 세 가지 측면을 종합해 보면 현 시점에서 암호자산이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한국은행이 비트코인을 모두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암호자산이 기존 화폐를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향후 암호자산의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고 일반의 수용성이 제고된다면 투자자산 및 지급수단으로서의 활용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암호자산이 지급수단으로 일정한 위상을 갖게 된다면 신용카드업, 전자금융업 등 지급서비스 업계와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에 긍정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암호자산이 지급수단으로 활발히 이용된다면 암호자산을 이용한 지급서비스와 기존 지급서비스(인터넷뱅킹 및 신용카드 등) 간의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상했다. 이러한 경쟁은 신용카드 등의 수수료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모바일 지급서비스의 편리성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P2P 방식을 이용해 암호자산을 지급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처리속도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제3자가 개입해 암호자산을 이용한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한국은행은 예상했다. 예컨대 비자카드 네트워크는 1초에 6만5000건 정도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반면 비트코인 시스템은 1초에 최대 7건 정도만 처리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한편 암호자산 결제 인식장치를 보급하고 고객의 계좌에서 암호자산을 인출해 상점에 대금을 지급해 주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중개기관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 이 경우 현재 암호자산 매매거래의 중개와 관련해 고객 암호자산의 보관 업무를 하고 있는 교환소가 이러한 지급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여기에 따르는 새로운 리스크도 존재한다. 제3자 개입을 통해 암호자산 지급이 이뤄질 경우에는 고객의 암호자산 보관 및 결제, 법화로의 환전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중개기관의 신용 및 유동성 문제로 인해 상점의 자금 수취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으며 해킹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암호자산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기관에 대해서는 현재 전자금융업자에 부과되는 수준 이상의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지급수단으로서 암호자산의 수요가 증가하고 암호자산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기관의 수신 규모(암호자산 보관 규모)가 커질 경우 암호자산에 기초한 여신 업무가 등장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암호자산은 가치의 변동이 매우 크고 통용에 대한 법적 강제력이 없어 단기간 내에 달러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암호자산은 가치의 변동이 매우 크고 통용에 대한 법적 강제력이 없어 단기간 내에 달러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화폐 되려면 넘어야 할 산 많아

암호자산은 내재적 가치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적정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려운 가운데 시장 가격도 주로 투자자의 기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급변동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암호자산 가격이 급등했던 2017년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의 가격 변동성은 미국 주식(S&P 500)에 비해 15~20배 이상 높았다.

특히 암호자산 시장으로의 투기성 자금 유입은 가격 변동 리스크를 더 증폭시킬 소지가 있다. 특히 암호자산은 소유가 일부 참가자들에게 집중되어 있어 활발한 거래가 제약되는 등 시장의 깊이(depth)가 부족하며 가격조작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시장 상황 급변 시 급격한 거래 위축(시장 유동성 문제)이 발생할 수 있음을 한국은행은 지적한다. 

실제로 비트코인 시장 등에서 가격 조작 또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informed trading)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암호자산 매매가 교환소를 통해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교환소 운영의 투명성이 낮고 보안이 취약한 것도 암호자산과 관련한 주요 리스크로 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제적으로 암호자산의 법적 성격(화폐, 지급수단, 금융상품 등)을 규정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 일본은 암호자산 교환소(Mt. Gox) 파산에 따른 대규모 소비자 피해 발생을 계기로 자금결제법을 개정(2017년 4월 시행)했으나 동법에서는 암호자산의 성격을 정의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암호자산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고 있다.

현행 국내법상 암호자산은 화폐, 전자지급수단, 금융투자상품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유형적인 실체 없이 전자적 정보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독립적인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상품(디지털 형태의 상품)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한편, 주요국들은 암호자산의 성격을 일의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점, 암호자산에 대한 입법이 동 자산을 공인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대체로 기존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분야별(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등)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자산이 화폐로 유통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고 높다는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