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로 얼룩진 선거전, 선수로 뛴 공영방송
네거티브로 얼룩진 선거전, 선수로 뛴 공영방송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4.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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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도적 격차로 승리한 가운데 언론 보도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KBS·MBC·TBS 등 친정부 공영언론 등의 편파적 보도가 선거기간 내내 논란이 됐지만 패배한 여당 역시 언론이 편파보도를 했다며 문제삼을 태세여서 내년 대선까지 여권의 ‘언론개혁’ 야권의 ‘언론탄압’ 주장이 맞물리며 혼탁한 미디어전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여권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에 대해 언론의 편파성 문제를 거론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의 편파성 문제는) 꼭 이번 선거만이 아니라 꽤 오래됐다”며 “이번 선거에서 좀 더 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궐선거에서 이 정도였는데, 대선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다’ ‘언론이 그라운드(선거판) 안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큰 침해요소나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 근거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의 내곡동 땅 의혹이나 박형준 부산시장 의 엘시티 의혹 등을 거론하며 “이런 점들은 언론이 꼼꼼히 따져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거 마타도어다, 네거티브다, 흑색선전이다’ 등 이렇게 주장하는 것들이 언론에 많이 실리게 되면 우리 국민들이 바쁜데 이런 걸 다 따질 순 없다”며 “그런 점에서 언론이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공정하게 따져주는 그런 언론이 돼야 된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편파 논란의 중심에 섰던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도 4·7 재보궐선거 국면에서 “마지막엔 페라가모만 남았다”며 언론이 시장 후보자들의 의혹 검증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TBS 개표방송인 ‘김어준의 개표공장’에서 선거기간 언론 보도에 대해 “이만큼 언론이 검증을 하지 않았던 선거가 있었던가. 없었다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선거 관련해서 많은 이슈가 터졌는데 다뤄지지 않았다”며 “마지막엔 페라가모만 남고, 맨 마지막엔 페라가모의 색깔만 남았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번 4.7 재보궐 선거에서 사실상 '여당 선거운동'을 했다고거센 비판을 받은 KBS/캡처
이번 4.7 재보궐 선거에서 사실상 '여당 선거운동'을 했다고거센 비판을 받은 KBS/캡처

편파방송 논란 촉발 민주당·김어준 등 “언론이 불공정” 불만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겨냥해 각종 검증 공세에 나섰다. 특히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 오 후보가 2005년 6월 처가 소유의 내곡동 땅을 측량한 뒤 점심을 먹으러 온 모습을 목격했다는 익명의 생태탕 식당 주인 일가를 인터뷰하며 오 후보에 공세를 퍼부었다. 

실제 ‘뉴스공장’은 선거 이틀 전인 4월 5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익명의 제보자 5명이 출연해 논란이 일었다. 방송은 오·박 후보나 국민의힘 측 반론 없이 약 90분 동안 이들의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내보냈다. 거의 융단폭격 수준이었다. 국민의힘은 즉각 “선전선동용 막장 방송”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철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여당이 불리한 이슈에는 ‘여당 해명방송’으로, 야당을 공격하는 이슈에는 ‘네거티브 특집방송’으로 쓰이는 방송”이라며 “‘이게 방송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편파 논란 등으로 국민의힘은 4·7 재보선 공식선거운동기간(3월 25일~4월 6일)과 선거 당일인 7일까지 총 14일간 스무 차례가 넘는 언론 보도 관련 보도자료·성명을 발표하는 등 KBS와 MBC의 메인뉴스 보도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집중 비판, 항의했다. 

3주간에 걸쳐 4·7 재보궐선거 모니터를 진행했던 언론감시 시민단체인 미디어연대(공동대표 황우섭·조맹기)와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 정책공정실장 이영풍)은 팩트체크 플러스 보고서를 통해 KBS와 MBC의 메인뉴스인 ‘뉴스9’ ‘뉴스데스크’의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단체는 “KBS·MBC· TBS 등 언론이 절박한 민주당을 구하려 네거티브에 올인”했다며 이들 언론들이 여당의 ‘특급 소방수’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은 진행자 김어준 씨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에게 각종 의혹을 덧씌우고 부풀린 반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연일 감싸고 띄워줬다.

미디어연대는 “4·7보선의 야당 후보가 오세훈, 박형준 후보로 압축된 이후, 연일 ‘뉴스공장’의 방송 내용은 두 야당 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의혹 제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새로운 내용보다는 거의 매일 반복되는 내용으로 유권자에 대한 세뇌방송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광장'은 편파 보도 논란 중심에 선 가운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TBS '김어준의 뉴스광장'은 편파 보도 논란 중심에 선 가운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국민의힘·미디어연대·KBS노동조합 “공영방송사, 지독한 편파 보도”

미디어연대 측은 MBC ‘뉴스데스크’의 대표적인 편파 보도 사례로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전세값’ 논란을 꼽았다. 미디어연대는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강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 논란이 된 김 전 실장 사퇴 소식과 관련해 주요 언론사들이 2꼭지 이상 별도로 다루며 주요 뉴스로 집중 보도한 반면 MBC는 단 1꼭지로 처리하며 김상조 파문을 최소화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오 후보가 있었다는 내곡동 생태탕집 주인과 아들의 일방적 주장은 확대보도하면서, 이 방송에 출연하기 며칠 전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오세훈이 왔는지 모른다”며 전혀 다른 말을 했던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KBS ‘뉴스9’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편파적일 수 없는 ‘3無보도, 3有보도’였다. 여당 후보 비판 보도가 없고, 박영선 후보와 달리 오세훈 후보의 공약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또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한 경작인, 생태탕집 주인 등 증언자들의 주장 신빙성을 검증하는 팩트체크 보도도 없었다”며 “반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 공약은 자세히 보도하고, 국민의힘 후보들에 제기된 온갖 의혹 보도는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연대는 이어 “내곡동 땅 의혹의 오세훈 후보와 사찰문건 등 박형준 후보의 의혹 제기 보도는 사실은 사라지고 프레임과 의혹만 있는 보도였다. 특히 KBS ‘뉴스9’은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 관련 보도는 매일같이 반복하면서 의혹을 끝없이 확산시켰다”면서 “내곡동 땅 사실관계를 따지는 본질은 사라지고 오 후보에게 ‘거짓말 이미지’를 덧씌운 낙인찍기”라고 지적했다.

KBS노동조합은 선거가 끝난 후 4월 8일 낸 성명서를 통해 “이번 선거는 그러나 언론, 특히 공영방송의 역할과 태도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선거로 기억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보도에 있어서 공영방송의 보도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노조는 “온갖 화려한 기교를 총동원하고도 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이제 그들의 사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공영방송 KBS가 끝물로 보이는 민주당의 저질 선거전략의 최전선에서 칼을 휘두르는 행동대원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만든 엘씨티 의혹, 서울시장 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만든 내곡동 의혹은 모두 KBS의 보도를 기점으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이슈 모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단서가 권력 깊숙한 곳의 이른바 제보가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성질임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또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는 없이 오로지 신뢰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누군가의 증언이나 주장에만 근거하고 있음 역시 명확하다”며 “선거 기간이 아니더라도 이런 류의 보도는 정치적으로 혹은 금전적으로 오염된 극단적인 저질 언론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것 역시 우리가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KBS의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보도는 민주당이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대대적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가 됐고, 괴벨스의 무한 반복 전략,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프레임 전략,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내는 삼인성호 전략의 핵심 소재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것이 만약 성공했다면 오세훈은 사약을 받은 경빈 박 씨의 운명을 맞았을지도 모른다”면서 “KBS는 사실상 이번 보궐선거의 선거운동원으로 참여했고, 이번 선거 보도는 공영방송은 물론 언론의 역사에도 부끄러운 사례로 길이길이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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