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성공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성공하려면
  • 이한준 미래한국 편집위원 ·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 승인 2021.02.0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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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부동산정책에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을 담당해왔던 비서관이 문재인 정부의 수석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해 부동산정책을 담당했기에 과거의 실패를 재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집권과 함께 취임한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남 3구 부동산의 불로소득환수 명분 하에 고강도 규제를 신호로 재임 3년 3개월 동안 24회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역대 정부 중 최대의 부동산 가격폭등과 전월세 대란을 초래하고 급기야 올해 초 대통령 신년사에 자신만만하던 문재인 대통령도 부동산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첫째, 좌파정권의 무지가 권력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오만과 자만심의 결과가 아닐까? 정권은 유한하나 시장은 무한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부인하면서 권력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집을 오로지 거주공간으로만 여기고 다주택이나 고가주택을 불로소득이라 여겨 환수에 초점을 둔 규제 일변의 정책을 추진했다. 국민은 집은 거주공간에 더해 경제적 재화로 여긴다는 실상을 간과했기에 정책 의도와 국민의 눈높이가 이질적이고 괴리가 커 실패하지 않았을까?


과거 노무현 정부도 취임 초기에는 규제 일변의 부동산정책을 추진하다가 임기 말에는 2기 신도시 10곳, 혁신도시 10곳, 세종시 건설계획 등을 발표하고 심지어 후임 정권이 변경하지 못하도록 대못까지 박아 둔 예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 주택사업을 추진해 공급 과다로 부동산가격이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는 경기침체 극복 수단으로 일명 초이노믹스를 실시해 부동산 관련 규제 해제와 금융대출조건을 완화하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3년 동안 규제 위주의 24번의 부동산정책을 발표했으나 효과가 없자 규제정책의 실패를 벗어나기 위해 뒤늦게 공급 부족을 인식하고 3기 신도시를 부랴부랴 발표했고 8·4부동산 대책에서는 태릉골프장 등 가용한 모든 토지를 주택공급부지로 지정하면서 수도권에 127만 호의 공급대책을 발표하게 되었다.


둘째, 국민의 기본적인 욕구(희망)와 괴리된 주택정책의 남발이 아닐까? 인간은 빈부를 떠나 누구를 막론하고 낡은 집보다는 새집에서 살기를 원하고 신혼 때는 작은 집에 살다가 아이가 있고 형편이 나아지면 큰집으로 이사 가고 자녀들을 분가시킨 노년에는 큰집보다 작고 규모가 있는 집으로 옮겨 살고 싶은 희망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은 국민의 희망을 무시한 괴리된 정책을 남발했다. 대표적으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보유와 거래에 수반하는 모든 세금을 인상시켜 시장에서 매물을 사라지게 했다. 결과는 주택가격과 전월세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지고 갈아타기를 어렵게 했다.


주택은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공급되어야 하나 정부는 수요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위치에 관계 없이 공급에만 초점을 두는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공급 형태도 수요자 요구와 미래 여건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공공이 주도하는 소형, 임대주택 공급에 치중하면서 민간이 원하는 양질의 민간주택공급은 애써 외면했다. 이러한 양상이 반복되자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혼란만 가중시켰다. 사진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인간의 욕구와 동떨어진 부동산 정책 남발

소비자가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은 단순히 주택공급 수단뿐만 아니라 낡고 오래된 주택을 새롭고 안전하게 재건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시한폭탄의 폭발을 한시적으로 지연시키는 것과 같다. 자신의 임기 중에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용인하고 싶지 않아 임기만 피해가려는 대표적 님비행정의 표본이다. 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 부동산가격이 오를까? 첫 번째는 재건축재개발이 동결된 상태에서 허가받은 소수의 사업은 희소성이 있어 당연히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두 번째는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 민간에 의한 양질의 주택공급이 기대돼 가격이 오르게 된다.


셋째, 민간의 시장기능을 무시한 공공주도 정책이 실패가 아닐까? 서울의 공공주택은 22만호로 전체 주택 296만호의 7.5%에 불과하다. 나머지 90% 이상은 민간주택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주택이 만병통치약으로 과대 포장돼 부동산시장에서 민간의 역할이 무시되고 규제되면서 소수의 공공이 시장을 지배하려는 잘못된 정책의 결과로 여긴다.


문재인 정부 초기 부동산시장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강남 3구를 겨냥한 규제정책을 계기로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하게 됐다. 급기야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임대차 3법의 시행으로 인해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후 전세값은 매매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폭등하고 임대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해 전세가구는 현저히 줄어드는 반면 세입자에게 버거운 월세가 늘어났다. 전통적으로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 주택으로 이어지는 내집 마련 사다리가 붕괴되어 젊은이들 사이에 ‘영끌’, ‘이생망’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부동산시장이 정상화 될까?

낙후된 도심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을 늘려야 부동산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연합
낙후된 도심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을 늘려야 부동산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연합

첫째, 지속 가능한 부동산정책이 필요하다. 
주택은 계획단계부터 인허가 기간을 거쳐 준공된 후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때문에 수요자가 입주하기까지 최소 3~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전임 국토부 장관 발언처럼 집은 빵처럼 쉽게 만들어지는 제품이 아니다. 긴 시간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공급돼 정권에 따라 공급량이 과다하거나 부족한 경우 예기치 못한 규제정책 등으로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부동산을 특정 정권의 전유물로 여기지 말고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정책이 추진되어야 국민들이 신뢰하고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둘째,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서로 인정하고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고 민간과 공존하며 상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약자를 보호하고 주거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공공주택확보에 매진하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 없는 계층의 주택은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맡기는 등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셋째, 저출산 고령화와 4차 산업시대의 기술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가장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이다. 총인구도 작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인구 감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한편으로 4차 산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원격교육은 서울로의 취학인구도 줄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전입 인구도 감소된다. 따라서 서울의 적정인구를 1000만 수준, 1인 2인 가구의 증가, 인당 주거공간 규모 확대 등을 고려해 미래의 경제 사회 여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과 실질적인 금융 지원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보유세는 현실화시키되 거래세는 폐지해서 가구의 형편에 따라 주거 이동을 자유롭게 해주고 부동산시장과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출한도와 상환기간, 금리 등 금융지원의 선진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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