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코로나 시대, 심각한 교육 불평등
[전문가진단] 코로나 시대, 심각한 교육 불평등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20.12.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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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텅빈 교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 되었다. / 연합
코로나 확산에 텅빈 교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 되었다. / 연합

코로나 사태는 우리 사회에 무수한 변화를 주고 있고, 우리의 삶의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의 모든 분야가 영향을 받으며 특히 교육 분야는 매우 심각하다.

원격교육 시대의 도래

이 글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교육에 주는 영향을 조사하고 특히 심화되는 교육 불평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확산으로 3월부터 시작된 사상 초유의 2020년도 1학기가 지나갔다. 초중고교 개학이 4차례 연기됐고 온라인 원격교육으로 겨우 학사 일정을 맞춰가다가 6월이 되어서야 제한된 횟수로나마 오프라인 등교가 시작되었다.

어찌어찌 수업시수를 채우고 여름방학도 지나갔다. 8월 중순 수도권에서 시작된 코로나 2차 대유행 탓에 초중고 학생 대부분이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태블릿 PC 화면을 바라보며 2학기 원격수업에 들어갔고 2학기도 이렇게 끝날 게 분명하다.

대학도 유사하게 원격교육으로 1, 2학기를 보내고 있다. 2020년은 이렇게 원격교육으로 흘러갈 것이고 소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원격교육이 초중고 교육에 주는 영향을 조사하고 이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심각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 생활 습관의 급격한 변화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 7월 1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의 학생·학부모·교사(학생 2만1064명, 학부모 3만1042명, 교사 3860명, 총 5만5966명)가 조사에 참여한 큰 규모의 설문조사가 있었다. 학생들의 생활을 중심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12가지 항목에 대해 주요 통계를 살펴본다.

우선 코로나로 인해 생활습관에 큰 변화(‘줄었다’ 혹은 ‘늘었다’로 답한 사람)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생활시간에서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이후에 상대적으로 늘었다고 답한 문항으로 ‘학습목적’ 미디어(TV, PC, 스마트폰 등) 사용, ‘학습 외 목적’ 미디어 사용(오락, 게임 등), ‘사교육 시간’, ‘그냥 있는 시간’ 등이다.

이와 반면에 상대적으로 생활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문항은 ‘운동/산책 시간’, ‘밖에서 친구 만나는 시간’, ‘문화놀이 공간 방문시간’ 등이다. 원격교육이 실시되었으므로 미디어 사용 시간이 는 것은 당연하나 학습 외 목적으로 놀기 위해서도 미디어 사용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의 46.7%로 거의 절반에 달하고 있다. 사교육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학생도 27.1%를 차지해 높은 비율이다. 특히 놀라운 변화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학생이 31.2%로 거의 3명 중 1명이 낭비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생활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문항에서 운동/산책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이 35.6%로 높고 밖에서 친구 만나는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학생이 59.8%로 매우 높았다. 또한 문화 놀이 공간 방문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학생은 71.8%로 문화생활을 거의 못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의 삶의 질이 떨어졌고, 학업 부담은 늘고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 기회도 차단됐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의 증가와 심각한 교육 불평등 초래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정책은 1973년 발표된 혁명적인 ‘교육평준화’ 정책을 따르고 있다. 이 정책을 발표할 당시 내세운 이유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감축, 학력격차 해소 등이었다. 그러나 그 후 47년이 지난 지금 이 정책은 평가해 보면 우리 사회는 사교육비 급증, 학력격차 심화, 공교육의 하향평준화 등을 초래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실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2020년 3월 10일 교육부에서 발표했다.

전체 사교육비는 약 21조 원 규모로 2018년의 19.5조 원보다 1.5조 원이 늘어나 7.8%의 증가를 보였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을 포함해 초중고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32.1만 원이고, 사교육 참여율은 74.5%이다. 즉, 학생 4명 중 3명은 사교육을 받으며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만을 보면 평균 사교육비는 42.9만 원에 달한다.

지난 2007년 정부가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사교육비 총액이 20조 원을 넘어간 것이 처음이고 증가폭(7.8%)도 최대이다. <그림 1>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의 증가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공교육의 하향평준화와 맞물려 가정의 재정 형편상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의 교육 불평등은 이미 심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원격교육은 교육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교육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학생은 12.4%이나 늘었다고 답한 학생은 27.1%로, 그 차가 14.7%로 전반적으로 사교육이 심화되어가는 추세이다.

가정 경제에 따라 원격 수업 환경이나 기기 상태에도 차이가 난다. <그림 2>를 보면 온라인 수업에 사용되는 기기에 문제(노후되거나 작동이 제대로 안 됨 등)가 생긴 비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가정경제 하’가 가장 높아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를 합치면 29.3%이고, 가정경제 중과 상은 각각 13.7%와 11.5%이다. 즉, 가정경제가 어려우면 기기 사용 환경도 나빠 제대로 원격교육 받기에 애로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집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적어도 공교육 수업만은 같은 교실 안에서, 비교적 동일한 환경 속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는 각자의 ‘가정 환경’이 곧 ‘수업 환경’이 되었다. 가난한 집 학생일수록 온라인 수업에 사용하는 기기가 낡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리거나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하기 때문에 학습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사교육이 증가하면서 원하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유층과 그렇지 못한 층과의 차이가 커지고, ‘수업 환경’이 차이가 남으로 인해 결국 코로나는 가정경제 차이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정경제에 따른 학생들의 정신건강 차이와 교육 불평등 심화

코로나 이전에는 집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적어도 공교육 수업만은 같은 교실 안에서, 비교적 동일한 환경 속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는 각자의 ‘가정 환경’이 곧 ‘수업 환경’이 되었다.

가난한 집 학생일수록 온라인 수업에 사용하는 기기가 낡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리거나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하기 때문에 학습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사교육이 증가하면서 원하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유층과 그렇지 못한 층과의 차이가 커지고, ‘수업 환경’이 차이가 남으로 인해 결국 코로나는 가정경제 차이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이 생활에 짜증이 나고,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지고, 집에 혼자 남겨진 것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요즘 ‘행복한가’에 대한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답한 결과를 살펴보자.

그 결과는 가정경제 사정에 따라 <그림 3>과같이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경제가 상층인 학생은 72.5%(매우 그렇다 28.9%, 그렇다 43.6%)가 행복하다고 답했고, 가정경제가 중층인 학생은 60.6%(매우 그렇다 14.4%, 그렇다 46.2%)이었다. 그러나 가정경제가 하층인 학생은 39.0% (매우 그렇다 8.2%, 그렇다 30.8%)로, 상층인 학생에 비해 그 비율이 대략 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같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행복하게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놀 거리도 없고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대화 나눌 사람도 없이 미디어에만 계속 노출되는 상황이 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 상 불행한 상황인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초중고생, 특히 취약계층 아동에게 심각하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원격수업의 질은 학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성능이 좋은 컴퓨터로 이미 구축된 최신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그러나 고가의 장비를 구축할 예산이 없는 대다수 공립학교에서는 단순히 수업 자료와 음성만 들어간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EBS 또는 유튜브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앞으로 코로나가 지속되면 원격교육은 지속될 것이고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되더라도 부분적인 원격교육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여유와 디지털 역량을 갖춘 가정이나 학교와 그렇지 못한 가정이나 학교 사이에 교육 불평등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불평등 해소 방안

코로나로 인한 교육 불평등 심화는 국가적 재난이라고 하겠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거나 해소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사교육을 줄이는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공교육의 역량을 강화해서 사교육 시장으로 갈 필요가 적도록 하는 것이다.

사교육으로 몰리는 교육 수요(수학, 영어, 예체능 등 모든 분야)를 공교육에서 어느 정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다. <그림 1>에서 보면 2013년 전후해 사교육비가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보면 이 기간 동안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었고,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 노력도 있었고, 원어민 교사를 뽑아 교실에서 생활영어를 가르치게 한 정책도 효과를 봤다. 공교육에서 이런 유사한 노력을 다시 경주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원격교육의 품질을 높이면서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공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초중고 내에 기본적인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원격교육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가정경제 사정이 안 좋은 학생을 대상으로 가정 내 디지털 기기 보급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가난한 가정에는 종래 사회안전망과 복지 차원에서 현금과 현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졌으나 이제는 컴퓨터 장비, 와이파이 등과 같은 디지털 인프라도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원격교육은 코로나가 어느 정도 완화되더라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정 형편에 따라 학생들이 사회적 격차를 느끼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특별히 특수교육 대상자와 같은 취약계층에게도 일반 학생들과 동등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세심한 맞춤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단순히 인프라를 제공하는 정도를 넘어 지도사를 파견하는 등의 지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격교육을 하는 교사나 교수들의 강의의 질을 높여나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또한 원격교육 기술 발전을 위해 부단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상당 기간 코로나와 같이 사는 ‘위드코로라(With Corona)’ 시대를 우리는 감내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런 때 우리는 원격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교육 불평등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이 행복해지는’ 나라는 만드는 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노스캐롤라이나대 통계학 박사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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