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부동산 거래가 공공의 적인가?
[전문가진단] 부동산 거래가 공공의 적인가?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승인 2020.11.3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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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시민회의│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립되면 또 다른 국민감시기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립되면 또 다른 국민감시기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을 연내 설립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분석원의 주된 기능은 법인은 물론 개인의 부동산 거래 관련 은행계좌 심지어 보험료 및 각종 세금 증명자료를 분석해 상시 감독하고 불법 거래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거래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법원의 영장 없이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금융정보를 모두 상시 분석하고 감독하고 의심이 가면 언제든지 소환하여 조사하고 형사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외견상 이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역할은 모든 부동산거래 정보를 분석해 감독하고 불법사실이 의심되면 조사하고 형사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자금거래로 의심되는 것만 분석하고 조사할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nancial Intelligence Unit; FIU)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의문스러운 것은 금융정보분석원의 설립 취지를 고려해 볼 때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할 만큼 부동산 거래가 공공의 적인가 하는 점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특정금융정보법)’ 및 ‘공중 등 협박목적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 (테러자금금지법)’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2001년 설립된 기구이다. 특정금융정보법은 외국환거래(外國換去來) 등 금융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규제하는 데 필요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나아가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테러자금금지법은 공중(公衆) 등 협박 목적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테러자금 조달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을 이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이는 자금세탁과 테러리스트들의 자금조달을 억제하기 위해 설치된 국제적 기준의 정부기관인 것이다. 특히 테러자금금지법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결의(1999년)’에 의거 알 카에다 및 탈레반과 그 관련자 및 단체의 자금거래를 금지시키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률은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고자 제정된 법률인 것이다.

그리고 금융정보분석원 소속 공무원은 위의 2개 법률에 따른 업무 외에 다른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FIU는 이러한 입법 취지와는 달리 점차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외환거래와는 관계없는 특정금융거래정보를 수사기관 등에게 제공하는 것이 있다. 즉, 자금세탁용 외국환거래가 아닌 금융거래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조세범처벌법에 의거 비교적 자유롭게 정보 취득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타 기관들은 법원의 영장 없이는 이 정보를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즉, 원칙적으로 FIU는 마약거래나 테러 등 반인류적 범죄에 해당하는 악행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명분이 분명한 정부기관임에도 비공개적으로 개인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FIU에 추가적으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립된다고 하면 국가가 국민의 모든 거래를 모두 통제할 수 있는 경찰국가로 전락해 국민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가 될 수 있다.

또한 입법정책상으로도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립되면 부동산 투기를 외국환 자금세탁 사범이나 테러리스트와 동일하게 보고 이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는 본질적으로 향후 부동산거래 자체가 범죄시 되며 추가로 기타 국민 개개인의 정보도 국가가 관리감독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 중 입법 목적이 정당하지 않는 것으로서 위헌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 폭락 우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립되면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 당장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치되면 부동산거래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거래를 하기만 하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정보를 근거로 조사나 수사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시장의 폭락을 의미하며 국가경제는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당장 코로나 사태 이후 긴급재난지원금 등과 같이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살리기를 위한 유례없는 양적 완화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추가로 부동산거래마저 위축된다면 부작용 최소화 정책은 아무런 역할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치되는 경우 부동산 투기거래 사범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조세범처벌법과 유사한 투기범처벌법을 제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기범처벌법을 제정하지 않고는 형사처벌할 근거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기범처벌법이 제정되면 부동산을 거래해서 수익을 내는 순간 모든 행위는 국가의 수사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투기와 투자를 입법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법치주의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법론적으로는 투기와 투자를 법률이 과연 정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주택 한 채를 갖고 있으면 투자고, 그 이상을 가지면 투기라고 정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농지는 몇 제곱미터 미만을 소유해야 투자고, 그 이상을 투기라고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야거래 역시 이러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 폭등이라는 현실 앞에서 사실상 이성적 판단보다는 포퓰리즘의 덫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부동산가격의 인상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들에게 부동산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 신뢰를 받겠다는 단순한 정치공학적 계산에 의거해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을 독재적 내지는 사회주의화 하려는 의도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문재인 정부는 좀 더 냉철한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시장원리를 좀 더 고민한 후 신중한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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