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군납 제품에 화웨이칩 사용 물의
LG화학 노른자 전기차 배터리 물적 분할 주주 반발
구본준 전 부회장 경영 일선 퇴진
지난 6월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경영 2주년을 맞았다. 언론에 홍보된 내용은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정말 그럴까?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차세대 5G 사업에 고수하면서 국민적 불신을 사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는 직접적으로 경고를 받았다. LG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사업 실적과 전망은 최악에 다다랐다.
주력 사업체인 LG화학의 경우 자동차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시켜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비상장법인을 설립하는 방안 때문에 LG화학 주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이를 막아달라는 요구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왔다. 항간에서는 ‘BTS를 보고 소속 기획사에 투자했는데 BTS가 떨어져 나간 꼴’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중국 경제의 비전에 대해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삼성이 탈 중국을 하는 와중에 LG는 계열사들의 대중국 현지 투자와 진출을 늘리는 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업계에서 조차 이러한 LG의 행동에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경영에서 義를 추구한다는 LG는 그러나 국방부에 납품한 AI 스피커에 화웨이 칩을 사용했음이 드러났다. 이 부품은 전자적 명령-수행과정에서 입력 정보를 서버로부터 빼돌릴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정작 의아한 것은 국방부가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방부에 납품한 LG전자 측이 화웨이 부품 사용 여부를 시방서에 표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무리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속성이라지만 설마 LG가 국민들의 불신을 무시하고 국방부 장비에 화웨이 부품을 사용한 사실을 숨길 정도로 무모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만일 그랬다면 LG에 스며든 사풍에 큰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고 이는 구광모 회장 체제에 어딘가 나사가 풀려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LG 구광모 체제, 나사 풀렸나
LG화학은 자동차 배터리 부문으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3분기 실적에서 중국의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함을 홍보의 주요 포인트로 내세웠다. 하지만 중국의 CATL과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CATL이 LG화학의 배터리 영역을 무섭게 추격해 오는 중이다.
중국 CATL은 올해 1~8월 15.54GWh의 배터리를 공급, LG화학과의 격차를 0.38GWh로 줄였다. 시장 점유율은 24%로 LG화학과 1%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LG화학이 노른자인 배터리 부문을 물적 분할하는 것이 옳은 판단인지에 대해서는 긍정과 우려가 교차한다.
긍정적 관점은 LG화학이 전망 좋은 배터리 사업 부문을 갖고서도 제대로 기업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기에 이를 물적 분할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100% 소유하면 LG화학의 기업가치가 더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반면 우려의 관점은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 CATL의 기술력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고 더구나 전기자동차 생산자인 테슬라가 배터리 부문을 자체 생산하게 될 것이 뻔한 이상 과연 LG 측의 배터리 독립 사업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만일 LG화학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부를 독립하지 않고 존치할 경우 LG화학은 배터리 시장의 상황에 따라 최적화점을 찾아 유지할 수 있지만 독립해 상장할 경우 경영 상황에 따라 중국 기업에 인수 합병될 수 있는 상황도 가능하다.
LG화학은 2015년 1월 전기차 배터리 1공장을 짓고 난징에 기지를 건설했다. 그리고 연간 순수전기차(EV) 5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3GWh 규모를 생산했다. 1공장 건설 이후 투자를 지속한 결과 2018년 10월 축구장 24개 크기인 약 19만8000㎡ 부지에 난징 2공장을 착공했다. 2023년까지 2조100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연 50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지리차와 배터리 합작법인 계약을 맺었다. 올해 안으로 공사를 시작해 내년 말까지 연간 생산량 10GWh의 공장을 갖춘다.
이런 중국과의 합작 사업은 결국 중국 공산당의 결정에 따라 생사가 갈리게 된다. 수 조 원을 중국에 투자한 LG가 배터리 부문을 독립시킨 후 중국과 어떻게 합작 사업을 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LG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의 기술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참여나 인수합병이 더 수월해진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LG에너지솔루션은 나스닥에 상장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LG가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수종했다는 점이다. 이 판단은 앞으로 전기차 시장의 전망에 따라 LG의 명운이 걸린 문제가 된다. 과연 전기차 시장의 미래 전망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듯이 장밋빛 일색인지에 대해서는 전기차 시장분석가들 사이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사라지면 과연 전기차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것과 셰일가스 등으로 유가가 과거처럼 장기간 치솟을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하락 압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우려는 과연 중국 정부가 언제까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LG는 대단히 중요한 경영적 결단에 숙고가 없이 즉흥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입사후 상무로 승진해 1년 밖에 경영수업을 받지 못하고 총수직을 승계한 구광모 회장의 경영 미숙이 지적된다.
아직 경영수업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LG와 똑같이 재벌 4세 경영승계가 이뤄진 두산그룹의 경우 현 박정원 회장 체제에서 박용만 부회장 등 기존 가족 경영자들의 참여와 역할분담으로 무난하게 안정성을 찾아가는 것과 대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LG와 두산의 재벌 4세 경영비교 연구를 한 김동운 동의대 교수(경제학)는 자신의 한 논문에서 LG그룹을 사실상 이끌어 오던 구본준 부회장의 경영 노하우가 LG에 좀 더 필요한 것이 아닌지, 그리고 구본준 부회장의 경영 배제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 타계한 전 LG 구본무 회장은 건강 악화로 동생 구본준 부회장에게 LG그룹의 경영을 맡겨왔다. 그런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 해 경영에서 완전 물러났으며 이후 LG 계열사 분리를 추진하다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다. 아무래도 1년 남짓한 경영수업 밖에 받지 못한 구광모 회장으로서는 LG그룹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판단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LG에 대한 국민 신뢰는 저하되고 경영 리스크는 높아진 상황이다. 구광모 회장의 결단이든, 주주들의 결단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