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 세계금융위기, 질서 변환, 중견국 경제외교
[신간]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 세계금융위기, 질서 변환, 중견국 경제외교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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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시대, 한국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다
질서 교란의 주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경제외교 해법은 무엇인가?

2008년 9월 미국의 심장 월스트리트가 무너지면서 지구촌을 거세게 뒤흔든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위기는 유로존(Eurozone) 위기로 연결되어 2012년까지 이어졌다. 위기의 폭과 깊이, 후속 여파 측면에서 1930년 대공황과 비견되는 이 사태는 세계경제 나아가 세계 질서의 역사에서 가히 변환의 순간이다.

세계경제 질서는 미·중 전략 경쟁에 요동치고 있다. 강대국 경쟁에 따른 “부정적” 안보·경제 넥서스(negative security-economic nexus) 혹은 “무역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trade)”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 발생에서 보듯이 질서 교란의 주역은 미국과 중국이다. 양국의 사례를 보면 문제는 강대국의 보호주의 자체보다는 영향력·권력의 남용, 무역 수단의 기회주의적 활용에 있다. 미국의 TPP 탈퇴와 WTO 분쟁조정기구 무력화, ‘국가 안보’ 남용 사례,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에서 보듯이 자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되는 경우 주변국에 일방주의적 행동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과연 강대국의 기존 약속·협정이 지켜질 것인지, 규칙과 규범이 지속적으로 도전받지 않을지, 이런 과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질서 장악을 둘러싼 향후 규범 경쟁은 양 대국 간 경쟁인 동시에 중견국에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한국이 철 지난 신자유주의와 소박한 복지국가 모델을 넘어 주변화 된, 억압된 목소리를 포용하고 자본주의식 통치와 민주적 정치의 균형을 이루는 신모델을 제시하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국제사회의 규칙 제정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서문과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 김치욱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국제경제 전략을 지경학(geoeconomics) 시각에서 분석하고 한국의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후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자국 패권의 상대적 쇠락이 가속화되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국제적 리더십의 유지라는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정책, 금융·통화정책, 투자정책 등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는 지경학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의 대응에 관해 이왕휘는 제2장에서 세계금융위기가 중국의 대외 전략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가져다주었다고 주장한다.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성장률이 저하했던 반면, 중국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세계경제 성장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양국이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누어 대립하는 신냉전이나 양국 사이의 상호 의존이 약화되는 탈동조화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제3장에서 박창건은 글로벌 위기 이후 일본 경제정책의 특징과 동향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향한 미래 성장 동력의 발굴을 위한 일본의 경제 전략이 어떠한 형태로 나아갈지를 전망한다. 일본 정부는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에 아베노믹스가 추구했던 금융완화, 재정정책, 성장 전략 등 세 가지 화살로 통합하고 여기에 사회보장 대책을 추가하는 경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경제정책이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끈 ‘경제 발전’에서 ‘경제 민주화’를 제시한 ‘변형적 발전주의’ 모델로 변경되었음을 방증한다.

제4장은 무역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승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금융’에서 시작된 위기였으나 세계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던 세계 무역의 정체를 초래했고 이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시화 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Age of Hyper-Uncertainty)’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세계경제 질서의 결정적 변곡점이었음을 지적한다. 문제는 초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을 행사할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보호주의의 강화는 미·중 무역 전쟁이 증명하듯이 다자주의의 위기가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인 동시에 미래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정재환(제5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체제의 성격과 한국의 대외 통화정책을 살펴본다. 글로벌 유동성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두 가지 중요한 조치를 수행했다. 첫째는 글로벌 유동성 위기로 야기된 자본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은행과 통화스왑(currency swaps)을 체결한 것이다. 둘째는 글로벌 유동성의 확대에 따라 대외자본이 급격하게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이어 제6장에서 이용욱은 한국의 금융외교를 중견국 외교의 틀을 통해 분석하고 평가하여 한국 금융외교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의 금융외교는 금융위기와 맞물려 발전을 거듭했다고 볼 수 있는데, 한국 중견국 외교의 유형적 특징은 역할 중심의 가교외교로 국가 간의 정책 조율을 통한 합의 도출에 목표를 두었다. 이용욱은 한국 금융외교의 G20 서울 정상회의 사례와 한국의 동아시아 금융협력 사례의 검토를 통해 한국의 역할 중심적 가교외교가 다자금융외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일구어내는 조건을 제시한다.

제7장에서 김연규는 위기 이후 미·중 전략 경쟁이 에너지 이슈들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20세기 미국 에너지 패권의 3대 요소[아시아 제조업 기지와 걸프(Gulf) 에너지 기지의 결합, 달러석유결제체제(petrodollar), 미국 해군 물류운송로 통제]에 대한 중국의 최근 도전(러시아-중국 연대, 중동-중국 연대, 운송로 우회, 페트로 위안화 구축)에서 살펴본다. 트럼프 정부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인도·아세안(ASEAN) 지역의 미래 가스 거래의 달러블록화 계획으로 중국의 도전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지적하는 동시에 기존 중동 의존 탈피를 위해 러시아 자원을 두고 한·중·일 3국의 에너지 지역협력체 구상을 끌어내려는 동북아 에너지 협력 구상이 21세기에 새롭게 신북방·신남방 전략과 통합적으로 정비되어야 함을 제안한다.

제8장에서 김상배는 위기 이후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변화를 ‘기술’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을 4차 산업혁명의 전개와 이 분야에서 벌어지는 강대국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규정한다. 이 글은 기술 분야 세계 질서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2008년 이후 한국 경제의 기술 전략을 살펴보았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기술 경쟁, 표준 경쟁, 매력 경쟁 등의 세 차원에서 벌어지는 미·중 글로벌 패권 경쟁이다.

제9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국제사회 및 한국의 지난 20년에 걸친 국제개발협력 변천사를 고찰한다. 문경연은 미국, 영국, 중국의 개발협력 정책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ODA와 국익의 연계 경향을 확인한다. 특히 주요 공여국에서 관찰되는 특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공여국의 원조 정책이 기존의 이타적·인도적 목적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국익과 밀접히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요 공여국 원조 정책에서 보수화 현상은 2021~2025년을 목표로 하는 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또 다른 정책적 고려 사항이 될 것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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