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의 추락: 중국은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사라진다』 (기파랑, 2020)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의 꿈, ‘중국몽(中國夢)’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국내 최초의 책이고, 가장 쉽게 쓴 예언서이다.
워싱턴 특파원 출신의 이승우 기자가 펴낸 이 책은 중국몽이 이루어질 수 없는 헛꿈이며, 바로 그 꿈으로 인해 중국은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사라진다고까지 전망하는 책이다. 저자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든다.
첫째, 패권국 미국의 ‘중국 죽이기’다. 옛 소련이 해체되고 일본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한때 미국과 중국을 세계 양강으로 묶어 부르는 ‘G2’라는 말이 유행했다. ‘G2를 넘어 G1으로’가 중국몽의 핵심인데, 책은 “G1은 고사하고 G2 자체가 허상이었다”고 잘라 말한다.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오랫동안 중국의 국제 전략은 ‘도광양회(韜光養悔)’,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쓸데없이 기존 강대국들의 경계심을 자극해 중국 굴기에 장애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중국 관변 학자들을 중심으로 ‘G2’ ‘신형 대국 관계(新型大國關係)’ 같은 호기로운 전망이 노골화되면서, 당장 미국부터 중국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될 국가적 위협’으로 바라보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돋보이는 분석은 중국이 미국의 보복으로 인해 과거 소련 해체와 일본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것이다.
애당초 미국이 중국과 국교를 맺고 중국을 세계 자유무역 질서로 안내한 것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함이었고, 그 중국이 미국에 칼끝을 겨누자 미국이 이번에는 중국 죽이기에 나섰다.
일본 또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초 기지로서 미국의 비호 아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으나 미국에 위협이 되기 시작하자 환율 카드로 버블 경제를 야기했고, 그 버블이 붕괴한 결과가 20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기 침체다.
중국에 적대적인 미국의 정책은 ‘이단아’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돌출발언, 기껏해야 공화당 강경파의 한때의 화풀이일 거라는 순진한 전망에도 일침을 놓는다.
두 번째, 경제 침체 속 내부 모순이 누적됐다는 이유다. 성장 둔화, 통계보다 더 위태한 외환 보유고, 부동산 버블 붕괴 등, 중국 경제의 내부 위기 조짐은 일찍부터 관측돼 온 터다.
여기에 하필이면 2020년 중국발 코로나 19(COVID-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중국 경제 붕괴를 가속화할 결정타가 됐다.
저자는 전통적으로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 온 식량과 에너지에 주목한다. “못 먹이면 민심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체제를 위협할 불씨로 농촌 출신 도시 빈민인 ‘농민공(農民工)’과 퇴역 군인 집단을 지목한다. 전체주의 독재 정권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입증되었다.
중국은 이미 1976년과 1989년 두 차례에 걸친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내부 모순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2019년 ‘우산 혁명’으로 촉발되고 2020년 ‘송환법’과 ‘보안법’으로 한층 격화된 홍콩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겪고 있다.
거세지는 인권·민주화 요구를 더 이상 힘으로 찍어누를 수 없다는 게 공산당 정권의 고민이다. 공산 중국 붕괴는 한마디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
중국의 다민족 구성도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소다. 신장(위구르족), 티베트, 네이멍구(몽골족), 닝샤(후이족), 광시(좡족)의 5대 자치구를 비롯해 55개 소수 민족을 거느린 중국이다.
인구 비율로는 미미하지만 지역으로는 중국 영토의 절반, 게다가 천연자원이 많이 매장돼 있고 안보 가치도 높은 이들 지역의 자치와 분리독립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때, 중국 정권이 이에 대처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 모든 위기의 근저에, 공산당의 부패와 계파 갈등이 있다. 지진·수해·팬데믹 등 모든 재해의 뿌리에 인재(人災)가 있고, 정치·행정·사회 등 체계는 무너지기 시작한 지 오래.
결정적으로, 공산당 내 권력 분점 전통을 어기고 헌법을 고쳐 가며 ‘시 황제’를 꿈꾸는 시진핑의 1인 장기 집권 야욕은 자연스럽게 당내 갈등 요인으로 잠복하고 있는 상태다. 역사에 ‘영원한 독재 권력’이 없었듯, 시진핑의 허점을 노리는 정적(政敵)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세 번째 ‘불량 이웃’에 주변국들 등 돌렸다는 점이다.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양대 프로젝트 중 ‘일대일로’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에 걸치는 수많은 나라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그러나 일대일로는 참여국들에 대한 중국의 ‘갑질’로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고, 기존 강대국들의 경계와 견제를 부르는 자충수가 되었다.
저자는 중국의 ‘국격(國格)’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중국은 세계 패권국으로서, 최소한 여러 강대국 중 하나로서, 국제 사회 리더가 될 자격을 갖추었는가?
한국, 기회인가 위기인가
한국은 5천 년 ‘애증의 이웃’으로 중국과 부대끼며 정치적 영향을 주고받아 온 관계다. 중국몽이 주변국과 인류 사회에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한국이 가장 잘 알고 있다 — 중국의 굴기는 주변국들은 물론 인류의 번영과 평화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국제정세 속에서 번번이 오판으로 위기를 자초해 왔다. 떠오르는 만주족(청)을 등지고 망해 가는 명나를 편든 결과가 정묘·병자호란이었고, 근대화를 거부하고 청·일·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결과가 망국이었다. 유이하게 잘한 선택이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세우고, 미국과 안보 동맹을 맺은 것. 격화되는 미중 충돌 와중에 미국과 중국, 어느 편에 서야 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한국의 외교 현실은 또다시 어리석은 선택을 향하고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한국 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안보 주권에 관한 것인데도 박근혜-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며 끌려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2월 방중 연설에서 “중국의 꿈이 한국에 기회가 되듯이, 한국의 꿈 역시 중국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한 데 이어,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해 2020년 2월 시진핑과 전화 통화에서는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망언을 이어갔다.
저자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미중 충돌과 중국·홍콩 내 글로벌 기업들의 엑소더스가 한국에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는데도 굴러온 기회를 걷어차고 위기를 자초하는 악수(惡手)를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화웨이 퇴출과 함께 그 대항마로 한국의 삼성전자를 염두에 두고 있고, 홍콩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기업들이 대안으로 고려하는 동아시아 거점으로 한국이 유망하다는 점 등, ‘중국의 어려움을 한국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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