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래대안행동 대표 이대순 변호사 “사모펀드 사고 방치는 文정권 폭탄 돌리기”
[인터뷰] 미래대안행동 대표 이대순 변호사 “사모펀드 사고 방치는 文정권 폭탄 돌리기”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8.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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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편이었던 진보진영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본격적인 권력화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청와대 등 권력기관에 진출한 진보운동가들의 부패 사건 연루 소식도 끊이지 않았다. 조국 사태는 진보진영의 각성과 반성을 부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거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대표, 투기자본센터 대표를 지낸 이대순 미래대안행동 대표(변호사)는 통상 진보인사로 분류되곤 하지만 “조국 부류는 진보가 아니다”고 부인한다. “민주당 재집권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미래대안행동 대표 이대순 변호사
미래대안행동 대표 이대순 변호사

사모펀드 금융사고 수사 막은 文정부

- 현 정부에서 유난히 사모펀드 금융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 피해자를 계속 양산하는데 이렇게 조용한 것도 처음 보는 것 같고요. 이유가 뭘까요?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거죠. 사람들은 자기 돈 백만 원만 날려도 난리가 나는데,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대부분 천만 원 이상 날린 사람들이에요. 그것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는 상태인데 잠잠해요. 보통 피해자들 같았으면 은행 앞에서 난리를 쳤을 텐데 말이죠. 저는 이유를 두 가지로 봅니다. 그만큼 피해자들을 조직해내는 소위 시민단체들이 많이 망가졌어요.

저도 전에 그런 일을 하다 문제의 본질이 그런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넘어왔잖아요. 조국 사태 이후로 눈여겨 본 게 사모펀드 문제예요. 과거와 다르게 이것은 권력 문제라고 본 것이라는 말이죠. 저도 그렇고 김경율 회계사도 그렇고 금융소비자 운동하던 사람들이 대거 넘어와 버리니 거기(피해자를 조직해 돕는 운동) 영역이 비었어요. 또 하나는 피해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피해 회복이에요. 어떻게 보면 잘못된 시그널인데, 은행 차원이든 정부 차원이든 백퍼센트 보상하겠다는 말이 툭툭 나왔어요.

그러니 피해자들이 그것을 기대하는 거죠.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것 같은 위기를 느꼈을 때예요. 그런데 사실 현실은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절반을 돌려받을지 아무도 몰라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도 그렇고 지금 말도 바뀌고 있잖아요?

사람들은 이 정부가 돈을 막 찍어서라도 줄 것 같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 터무니없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은 ‘응? 거기에 권력층 누구도 관련됐고 누구도 관련됐어? 그럼 돈 돌려주겠네’ 이런 기대감이랄까요? 이런 점들이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듯해요. 그러나 그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겁니다.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어요.

- 이 정부가 사모펀드 사고 어떻게 처리할 것이라고 보세요?

처리 능력이 없어요.

- 그렇다고 그냥 방치할까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이 금감원인데, 이미 (사모펀드가) 500조 가까이 팔렸단 말이에요. 금감원이 이제 와 이런저런 문제 지적한다고 사고 안 터지겠어요? 두 가지를 봐야죠. 지금까지 팔린 것은 어쩔 수 없고,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죠.

그렇게 하려면 이런 일들이 사건화되면서 가담했던 사람들이 형사처벌 받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게 없어요. 검찰 증권범죄합동수사본부도 없애고 수사 기능 자체를 마비시켜버렸잖아요. 금감원 같은 경우는 지금 뭘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이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떠나 저는 처리 능력 자체가 없다고 봅니다. 피해자 문제는 자기들 임기 끝난 뒤 문제라는 태도 같아요. ‘내 임기 안에 안 터지면 돼, 이후는 난 몰라’ 이런 식이 아닌가 싶어요. 리츠 같은 경우 50% 이상 공모펀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사실 이런 게 사모펀드화 되는 거죠.

사모펀드라는 것은 펀드를 구성하는 방법의 문제잖아요. 그 안의 콘텐츠가 리츠냐 아니면 다른 메자닌이냐 하는 것은 콘텐츠의 문제고요. 사모펀드 규제하겠다면 문제가 터졌을 때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바꾸고 있어요. 이건 그냥 폭탄 돌리기 하는 겁니다.
 

8·15 집회 직전 12일 열린 ‘자유책임시민혁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이대순 변호사는 발제자로 참여했다. /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캡처
8·15 집회 직전 12일 열린 ‘자유책임시민혁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이대순 변호사는 발제자로 참여했다. /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캡처

- 시민단체 미래대안행동 대표로 계신데, 출범한 지 얼마나 됐는지요?

2월에 출범했으니 이제 6개월 정도 됐습니다. 인적 구성을 보면 진보진영 안에서 금융 운동 하던 분들, 그리고 탈원전 반대 운동을 하신 분들도 합류하셨고요.

또 다른 한 축은 여성운동을 해온 분들, 특히 페미니즘 중심의 여성운동이 남녀 간 대결구도로 간 점에 대한 반성과 양성평등을 중심으로 한 남녀관계 회복, 건강한 남녀관계 형성 이런 것들을 목표로 한 여성운동가 그룹이 결합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축은 청소년 문제와 관련해 도박, 사행산업 주변과 관련이 있고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그런 분들이 합류했어요. 아울러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한미동맹 관계가 해체되고 있는데 심각성을 느끼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 정당화가 목표라고 들었는데요.

정당화라면,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정당의 모습이 있겠고, 법적인 정당이 있을 겁니다. 미래대안행동은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정당의 모습을 향해 가고 있어요. 기존 정당에 실망한 대다수 국민이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담론을 통해 국민이 의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는 그룹, 그게 정당이겠죠.

그런 모습의 정당 출현을 고대하고 있고 구축하기 위해 전문가 그룹이 결합하고 있고 또 정당의 뼈대를 만들겠다는 게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당은 선거에서 공천을 하고 후보를 내서 권력을 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몇 단계로 나눠서 갈 생각이에요.

지금은 정당을 만들기 전 추진위원회 전 단계쯤 된다고 보면 됩니다. 충분한 인원이 모이면 정당추진위원회도 만들게 되고 본격적인 정치 활동 단계로 들어가겠죠. 하지만 이런 그림이 연말 이후에야 가시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국가생존전략이에요. 이번 정권은 단순히 과거 정권에 비해 봐도 여러 위기가 있음에도 다 무시하고 오로지 검찰개혁 하나에만 올인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그 의도조차 불순하죠. 정말 검찰개혁을 하려는 건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복수심에서 시작해 지금은 자기들 부패를 덮기 위해서인지 의심마저 드는 상황입니다.

국가생존전략 차원에서 보면 검찰개혁은 극히 일부분이에요. 저희가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중요하고 우선은 국가생존전략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는 것이죠. 미중패권전쟁을 포함해 한반도 주변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잖아요. 이런 현실 속에서는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여기서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걸 전제로 하나, 둘 쌓아나가야 되거든요. 이게 국가대전략이에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번 정권도 그렇고 지난 정권에서도 그런 노력이 안 보였단 말이죠. 정치란 방향을 제시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아닙니까? 지금 정부는 엉뚱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른바 조국 사태는 진보진영의 분열을 불러왔다. 조국전 장관 일가의 부패혐의에 분노한 진보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 연합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른바 조국 사태는 진보진영의 분열을 불러왔다. 조국전 장관 일가의 부패혐의에 분노한 진보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 연합

- 8·15 집회 직전에 8월 12일 ‘자유책임시민혁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계획됐더군요. 어떻게 기획된 것인가요?

토론회가 열린다고 해서 약 2주 전, 사전에 초청을 받아 모임에 갔습니다. 처음에는 이 토론회가 뭘 하자는 토론회인지 잘 몰랐어요. 가보니 앉아 있는 면면이 다 장난이 아니더군요. 한 20여 명이 모여 있는데 우파의 리더들은 다 모여 있는 것 같더라고요. 무게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장혁명을 이끄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8·15 집회를 염두에 둔 모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사실 보수우파가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입장 차이가 있죠. 크게 보면 부정선거, 탄핵, 박근혜 대통령 문제 세 덩어리에 관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우파단체 사이에 갈등이 크게 있는 것 같고요. 저희는 신생단체이기도 하고 면면이 그런 갈등구조에서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에요. 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목표는 민주당이 차기 다시 집권해선 안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야권이 단일화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나중에 미래통합당 대선 후보도 나오고 범야권 대선 후보도 나오고 해서 같이 경선해 국민들이 박수치는 가운데서 단일 후보가 나오고 그런 아름다운 그림 속에서 후보가 나와야 승리할 수 있고 민주당 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파 각 진영이 감정적으로 대립해서는 안 돼요.

합리적인 토론을 해서 서로 역할분담을 하면 됩니다. 탄핵 문제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옳았느냐 아니냐는 지나간 이야기입니다. 단지 제가 안타까운 것은 그분이 여전히 감옥에 있다는 거예요.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점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과거 탄핵 문제를 지적하던 분들은 그 이야기는 별개로 계속 하면 되는 것이고요.

사실관계를 갖고 탄핵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부정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들이 말하는 게 보편타당하고 합리성이 있다면 왜 문제가 되겠어요. 서로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들 갖고 너무 상대방 감정을 자극해 대립하게 되면 나중에 단일화가 되겠느냐, 저는 그런 걱정을 하는 겁니다.

그 문제들을 갖고 서로 지나치게 비난하면서 싸우지 말자는 것, 그런 점에서 저희 단체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광훈 목사의 경우도 얘기들이 많이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구속 이후에 전 목사가 그런 상황에 굉장히 분노했고 광장에서 싸워왔다는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오버했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워낙 다중이 모이다 보니 잡음도 없을 수는 없겠고요. 그런 면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은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 지난 총선 반문연대의 기치 아래 치러졌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참패로 끝났다는 겁니다. 반문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게 증명된 것 아닌가요?

당연히 안 되죠. 반문을 한 이유는 뭡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미워서? 미운 것도 미운 거지만, 정책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그게 대한민국을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죠. 단지 반문연대만이 아니라는 거죠. 국민이 불안해하는 부분에 대한 솔루션에 합의한 연대가 됐어야죠.
 

- 그런 합의가 안 됐다?

담론 자체가 없었잖아요. 지금 위기가 무엇인지, 이것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없었어요. 어느 나라에서나 정책을 주도하는 정당은 우파정당이에요. 실력과 현실을 중요시하는 게 우파인 것이죠. 우리나라는 이게 사라졌잖아요. 반문한다고 우파가 됩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만 하면 반문인가요? 아니죠. 정치는 정치답게 이야기해야 하고, 우파는 우파답게 이야기해야 하는 거예요. 우파의 가치가 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못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복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 작업을 통해 사람들을 결합시켜야 해요. 사람 위주가 아닌 정책과 미래의 담론에 대한 솔루션 중심으로 합의점을 만들어나가자는 겁니다.
 

우파와 교류하면서 ‘출세지향적 우파’ 선입관 깨져

- 미래대안행동에 참여하는 인적 구성 면면을 보면 좌파 또는 좌파진영에서 활동한 분들이 많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우파진영으로 흘러왔다고 보이는데요.

정확한 설명은 아니에요. 저만 해도 예전부터 제가 주장하는 정책과 비전을 좌우 기준으로 볼 때 우파에 속하는 게 많았어요. 저와 같이 활동해온 분들은 민주화 세력의 연장이에요. 조갑제 선생도 따지고 보면 다 민주화 세력이잖아요. 그런 것과 결이 다르지 않다는 거죠.
 

- 맞는 말씀인데, 사람들은 또 단순하고 직관적이거든요. 어느 진영에서 활동하느냐에 따라 좌우로 구분해요. 예를 들어 경실련 출신? 좌파지, 투기자본센터 출신? 좌파 아니야? 이런 식이란 말이죠.

그런 시각으로는 좌파라고도 볼 수 있겠죠.
 

- 조국 사태 이후 이전보다는 훨씬 많은 우파진영 인사들을 만나고 계실 텐데, 직접 부딪혀 본 우파는 어떤 사람들이던가요?

지금이야 많이 바뀌었지만, 대학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가진 우파에 대한 선입관이라면, 우파는 출세지향적인 사람, 사회나 국가에 대한 고민이 없고 자기 출세 밖에 모르는 사람, 이런 이미지였습니다. 이게 제가 그 전에 생각해왔던 우파의 모습이에요.

요새 만나보면서 그런 시각이 참 단순했다고 느낍니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다 자기가 잘먹고 잘살려고 해요. 그것을 그렇게 비난할 일이 아니었다는 거죠. 어떤 사람이 지극히 현실주의자라고 해서 비난할 일은 아니었다는 것, 그런 반성을 합니다. 나이가 들어 과거 제가 비난했던 그 사람들을 다시 보면 실력들이 있어요 (웃음). 자기 출세하려고 열심히 노력을 하다 보니, 얘들이 실력이 있다니까요? 하하. 반면에 그렇게 국가 생각하고 이론 얘기하던 애들은 지금 만나보면 실력이 하나도 없어요.

저도 나름대로 생업에 바빴으니까 걔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도 공부를 하는지, 딴짓만 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아무것도 안 한 거야. 세상을 너무 모르고 본인도 학창 시절에 비해 지금 발전한 게 전혀 없으면서 선거공학에만 특출나고 사람들 선동하는 능력만 뛰어나고 그래요.

나이 들어서는 자기 노후대책 한다고 오히려 도둑질만 하고 앉았어. 아, 참 인생이란…요새는 내가 참 생각이 짧았다, 젊은 시절 선입관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그들(우파)과 교류가 적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뭐든지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뒤처지고 부패합니다.

소위 진보라는 것은 앞으로 나가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이들은 진보가 아니죠. 그들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자기 살길 바쁜 부패한 좌파라고 규정하는 게 맞을 겁니다.
 

- 진보와 보수가 언어가 다르다는 말씀도 예전에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예를 들어 보면 공정이란 단어도 좌우에서 쓰는 의미가 다르잖아요.

공정이란 단어의 의미가 좌우가 다른 게 아니라 잘못 쓰이고 있는 거죠. 공정이란 단어가 좌우가 다를 수 없어요. 다르게 쓰는 것을 우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이죠. 공정이란 단어를 편향적인 시각에서 얘기한단 말이죠. 그것은 언어가 다른 게 아니라 악용하는 쪽이 있는 거예요.

제가 말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좀 다른 의미예요. 그동안 워낙 진영과 진영 사이에 대화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서로 사용하는 용어가 정의하는 바가 약간씩 다르더군요. 그래서 제가 우파 쪽 사람들 만나면서 항상 얘기하는 게 “이 언어는 이런 뜻입니다”라고 먼저 설명합니다.
 

금융문제에 관심 있던 것은 정작 우파 정부

- 과거 투기자본감시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를 지내셨죠. 지난해 10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조국 일가 사모펀드 의혹을 고발한 뒤 진보진영 이탈이 가속화한 것 같은데, 진보진영 내에서도 조국 전 장관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요?

걔들을 같은 진영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국을 진보라고 하면 굉장히 당혹스러워요. 저는 민주화 운동 당시 학생운동을 덜 했던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죠. 그때 전 공부만 했으니까요. 사회생활 하면서 시간 되면 공적 활동을 통해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시민활동을 해왔어요.

저는 예전에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둘을 다르게 안 봤어요. 민주당과는 투기자본감시센터 활동을 하면서 자본 운영 방식 등에 관한 문제에 천착하다 만난 것이고요. 금융이란 것은 이렇습니다. 공장 설립하는 데 투자하고 잘되면 회수하고 이런 식의 혈액과 같은 기능이 금융이거든요. 이게 중심이 돼야 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IMF 이후로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외국금융회사 중심으로 소위 양털깎기를 시작해요. 이게 뭐냐면 먹을 수 있을 만큼 키워 잡아먹는다는 뜻이에요.

우리나라를 양털깎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아주 초단기 수익만 추구하는 거죠. 회사 수익을 위해서라면 회사가 망하든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죠. 그렇게 털린 회사들은 생존하기 쉽지 않아요. 지금까지 정부도 그렇고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왔죠. 그렇게 해서 성장하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얻었지 회사를 청산해 나눠먹는다는 생각은 안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걔들은(외국금융회사) 그런 생각을 하고 시장에 들어왔단 말이에요.

예를 들어 론스타 사건에서 브릿지증권 이야기를 해볼게요. 브릿지증권은 일은증권과 리젠트증권 두 개가 합병한 회사에요. 출범할 때는 업계 4위 정도였죠. 증권사치고는 돈이 굉장히 많았어요. 여의도에 큰 사옥이 있었고 을지로 입구 쪽에도 큰 건물이 있었죠. 큰 사옥을 두 개나 갖고 있는 대형증권사였습니다.

BIH라는 홍콩 사모펀드가 금융위기를 틈타 여기를 인수했어요. 나중에는 자기들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상장 폐기시켜요. 그러면 공시고 나발이고 (회사운영을) 안 하겠다는 거죠. 금융감독도 안 받겠다는 거고요. 그렇게 한 뒤 나중에는 (다 빼먹고) 청산하려고 해요. 물론 그 회사를 청산해버리면 거기에 들어간 사회적 비용이 완전히 다 날아가요.

사회적 비용 가치만 생각한다면 청산가치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죠. 그런데 걔들은 그것은 상관없죠. 계속 운영할 게 아니니까. 주주총회를 청산총회로 하더라니까요? 그 유사한 사례가 굉장히 많아요. 그런 부분이 민주당과는 생각이 많이 달랐어요. 계속 부딪혔죠. 희한한 게 민주당은 또 그런 것을 지지하더군요.

장하성류의 소액주주운동이 거기에 많이 이용돼요. 경영계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많이 표방하기는 하는데, 실질적인 결과로 나타난 것은 그게 아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약탈이었죠. ‘소버린 사태’(2003년 4월 영국계 펀드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 14.99%를 매입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SK그룹을 압박한 사건) 때도 다 마찬가지였잖아요.

제가 몇몇 단체와 함께 가계부채탕감운동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빈곤층과 차상위계층은 빚을 못 갚으니 과감한 빚 탕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모럴해저드를 피하기 위해 여러 절차가 필요하겠죠. 그래야 그 사람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이 사람들이 소비성향이 제일 높아요. 경제활성화에 굉장히 중요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이런 문제 제기를 누가 받았느냐, 박근혜 대통령이 받은 거죠. 민주당은 모른 척하고요. 박근혜 캠프에서 받아 공약 만들고 박근혜 정부에서 행복기금 만들었잖아요.

민주당은 이 안의 취지가 뭐고 경제효과가 어떻게 나는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던 거죠. 우리가 제일 먼저 설득한 쪽이 어디겠어요? 민주당이었죠. 저도 그렇고 우리 단체를 함께 시작한 사람들은 현 정부에 어떤 기대도 안 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조국 사태 이전에 벌써 갈라섰던 거죠. 탄핵 때는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한 거였어요. 한국당을 찍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 사람들이 예상대로 깽판을 친 거죠. 장하성 등이 청와대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아, 틀렸다’ 그때 상당히 돌아서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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