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중 갈등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중 갈등
  • 이동규 한국외대 글로벌안보협력연구센터 연구위원
  • 승인 2020.08.01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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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
중국이 2020년 5월 28일 홍콩 국가안전법을 강행하자 미국은 보복조치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이 2020년 5월 28일 홍콩 국가안전법을 강행하자 미국은 보복조치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중 간에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책임론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초동 조치에서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은폐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올해 초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19를 ‘우한 폐렴’, ‘중국 폐렴’으로 부르는 등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게다가 1월 말에는 워싱턴타임스가 이스라엘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생물학무기연구소일 수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고 이어 톰 코튼 미 상원의원도 코로나19가 중국의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유출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2월 27일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가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며 코로나19의 발원지 문제를 제기했고, 시진핑 주석도 발원지를 밝히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발언 이후 중국 내 SNS를 중심으로 2019년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에 가져왔다는 소위 ‘미군 유포설’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3월 12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 ‘미군 유포설’을 그대로 제기했고 이후 미중 간의 책임론 공방이 본격화됐다.

미국의 중국 책임론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이 전염병사태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방어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언론을 통해 미국의 방역조치를 비난하고 코로나19가 미국 내에서 발생했다는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신화통신은 4월 29일 “옛날에 바이러스가 있었습니다(Once upon a virus)”라는 영상을 통해 미국의 방역 실패를 조롱했고 5월 7일에는 “코로나19에 관한 미국의 대중국 거짓말과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음모론에 반박했다.

또한 인민일보가 5월 1일 게재한 “미국이 세계에 진실을 알려야 하는 10개의 문제”가 환구시보, 베이징일보 등 다수의 언론사를 통해 배포되고 있는데 그것은 2019년 미국 독감환자 중에 코로나19 환자의 수가 얼마인가, 생물학무기연구소인 포트 데트릭이 왜 2019년 7월에 폐쇄되었는가 등 코로나19가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할 뿐 아니라 미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 외에 어떤 효과적 방역조치를 취했는가 등을 물으며 미국의 방역 조치를 비난하고 있다.

체제 논쟁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인권 문제, 언론 통제 등을 비난하며 중국 공산당의 통치를 간접적으로 공격해 왔다. 2019년에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법(Hong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 ‘홍콩보호법(Protect Hongkong Act)’, 그리고 ‘위구르 인권정책법(Uyghur Human Rights Policy Act)’ 등이 최근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서구와는 다른 중국 특색의 길을 강조하며 민주, 자유, 인권 등이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서구의 가치에 불과하다고 폄하해왔다. 이러한 미중 간의 가치 논쟁은 미국과 중국 내 코로나19의 확산 시기, 양국의 대응방식과 그 결과가 각각 다르게 나타나면서 체제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과 비밀주의 때문에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며 중국 체제를 공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월 20일 언론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통해 “중국 공산주의 정권을 실제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중국은 “악랄한 권위주의 정권이자 공산주의 정권(a brutal, authoritarian regime, a communist regime)”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또한 정치적으로 자유주의 국가들에게 적대적(ideologically and politically hostile to free nations)”이라며 중국의 체제를 비난했다.

또한 중국의 5·4운동 기념일인 5월 4일에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버지니아대에서의 중국어 연설에서 코로나 시기 자행된 중국의 반체제 인사 탄압과 언론 통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의사 리원량이야말로 5·4운동의 정신을 실천한 사람이라며 중국인들이 공산주의 정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것을 호소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도시 봉쇄, 사회 통제 등의 강력한 방역조치를 통해서 코로나사태를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러한 방역 성과를 기반으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다.

5월 8일 당외인사 간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방역 성과를 강조하며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제도와 거버넌스 시스템의 우월성이 증명되었다”고 언급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서구 사상의 확산과 그에 기반한 정치변동 요구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경계해 왔다. 그래서 중국 체제를 비난하던 서구 국가들이 코로나사태로 큰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 속에 중국 공산당은 자국의 방역 성과를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중국 체제의 효율성과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자 향후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국가들과의 가치 논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전랑(戰狼) 외교(wolf warrior diplomacy)’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왜 트럼프는 도망가는가(Why Trump fled?)”라는 제목의 만화나 당나귀와 코끼리가 싸우는 그림을 트위터에 올려 코로나19에 대한 미국의 대응조치와 미국 국내정치를 조롱하기도 했다.

중국은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인해서 글로벌밸류체인 내에서 요구되는 세계의 공장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결과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 발생 초기 다국적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예상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그러한 탈중국 움직임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비교우위를 기반으로 구축된 글로벌밸류체인이 안보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략물자의 개념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쟁물자, 중요 자원, 기술 외에도 마스크, 방호복과 같은 방역물품이 국민들의 생명 보호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사태의 확산 속에서 의료물품 부족에 직면했는데 심지어 코로나 검체를 채취하기 위한 면봉마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 결과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향후 미국에 전략적 위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 과정에서 추진하던 리쇼어링(re-shoring)을 넘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고 있다.

미주리 주의 조쉬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코로나사태로 인해 미국의 공급망이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중국에 나간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5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코로나사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언급하며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미국이 미중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줄이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의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러한 디커플링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15일 대만의 TSMC가 5나노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미국 애리조나에 지을 것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 내에서 반도체 부품을 자급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를 제안하면서 미국의 디커플링 정책이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에 그치지 않고 일본, 한국, 베트남, 호주 등과 함께 반중국 경제 블록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했다.

로나19의 팬데믹은 5G 부문에서 화웨이의 질주를 가로막으며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을 심화시켰다. 그동안 미국은 보안상 위험성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해 법적 규제는 물론 외교적 방식을 동원하며 압박해 왔다. 실제로 미국은 2018년 8월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해 미국 행정기관의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한 것에 이어 2019년 5월에는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Securing 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and Services Supply Chain)’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기술 사용을 금지했다.

또한 2019년 2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유럽 순방 중 유럽국가들에 화웨이 장비 도입의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유럽국가들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은 2020년 1월 자국의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했고 이어 독일과 프랑스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발표했다. 스웨덴 등의 다른 유럽국가들도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유럽국가들의 5G 주파수 경매가 무기한 보류되었고 특히 반중 정서가 형성되면서 영국은 자국의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틈을 타 미국은 지난 3월에 ‘5G 확보를 위한 국가전략(National Strategy to Secure 5G)’을 발표하며, 미국이 5G의 개발과 상용화는 물론, 5G 인프라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5월 14일에는 화웨이 기술 사용 금지에 대한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하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고 있다.

미중 간의 대립 구도가 미소 냉전의 형태로까지 발전하지는 않더라도 현재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미중 사이에서 한국 정부의 딜레마는 더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

중국이 홍콩 국가안전법을 강행하자 트럼프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입국 금지와 비자 취소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월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홍콩 국가안전법을 강행하자 트럼프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입국 금지와 비자 취소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월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커플링 가속화와 기술 패권 경쟁

첫째, 내부적으로 분명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 미중 간 다양한 사안에서 갈등이 표출되면서 미중이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경제번영네트워크, 홍콩 문제, 환율 문제, 화웨이와 관련된 부품제공 문제 외에도 항행의 자유 작전,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INF) 탈퇴 후 역내 중거리미사일 배치, 한중일 FTA, RCEP 연내 서명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보다 노골적으로 한국의 선택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미중 간의 타협과 관계 개선에 기대는 전략적 모호성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익과 한국의 발전 방향을 고려함으로써 내부적으로 분명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 안보협력, 경제협력, 코로나 방역협력 등 단기적으로 직면할 문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등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까지 고려해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따라 각 사안별로 적절한 전략과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단기적으로 미중 양국의 압박을 동시에 야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중 양국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며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더 강화할 것이다.

둘째, 일본, 아세안 등 역내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미중 갈등의 심화는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지역 내 모든 국가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만큼 역내 국가들과의 합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안별로 소통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은 소위 ‘K-방역’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현재의 한일관계를 볼 때 개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전통안보에 대한 협력보다는 비전통안보 협력과 경제회복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감소, 도쿄올림픽 연기로 경제성장의 동력을 상실한 일본에서도 한국과의 방역협력,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다.

셋째, 남북관계 개선에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방역협력을 제안하며 남북관계의 개선 의지를 다시 피력했다. 이러한 방역협력을 북한이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방역협력이 진행된다면 남북관계 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인해 연초에 제안한 남북협력사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중 대립구도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성급하게 추진한다면 미중 양국으로부터 압력을 받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방역협력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북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꼬투리 삼아 방위비 협상 등에서 한국을 압박할 수도 있고, 북한의 대중의존도를 높여 북한을 하나의 레버리지로 사용하려는 중국도 한국의 행보를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북한 문제는 또 다른 갈등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남북관계를 개선하려 하기보다 미중과의 소통을 통해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잘 유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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