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개원 이후 국가보안법이 운명이 이른바 ‘바람 앞에 등불’(풍전등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는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때 예견된 일이었다. 총선 직후 정치권과 시민운동권에서 국가보안법의 폐지 문제를 본격 거론했고 일부 언론매체에도 이에 동조하는 기사나 칼럼들이 줄을 잇고 있다.
21대 국회가 개원되기 전인, 지난 5월 21일,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라는 단체를 발족하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보안법이 사상과 양심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니 “국가보안법을 폐지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시위했다.
국가보안법의 태동 경위
북한과 종북세력들은 국가보안법이 인간의 기본권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악법이고 또한 민주 애국인사와 통일 인사들을 탄압하는 반(反)민주악법이며 통일의 상대방인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여 통일을 저해하는 반(反)통일 악법이라고 매도하고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선동해온 바 있다. 과연 그러한가? 국가보안법의 진실을 찾아 정리해 본다.
국가보안법은 해방 직후 제주 4·3사건, 여수·순천 주둔군 반란 사건 등 좌익분자 주도의 공산혁명투쟁과 북한의 적화 공세에 대응하여 신생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형법 제정에 앞서서 1948년 법률 제10호로 제정한 안보수호법이다. 당시 국가보안법이 없었다면 북한과 좌익분자들의 적화 공세로부터 신생 대한민국을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며 오늘날 10위권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6문6답>으로 본 국가보안법의 정당성
1.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보장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며, 유엔인권위원회 등에서도 개정을 권고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결코 건전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 아니다. 우리 헌법에서는 기본적으로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으면서도, 제37조 2항에서 유보조항을 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이들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으나, 국가통치이념이자 기본구조인 자유민주주의 그 자체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사상과 양심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국가보안법이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기 나라의 국체를 위협하거나 전복하려는 사상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체제를 전복하려는 사상을 갖지 않는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은 자기 사상이나 양심의 자유를 전혀 침해 당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국제 인권위원회에서 우리나라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한 것은 종북세력의 집요한 선전 공세로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2.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남북대화와 통일의 상대방인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면서 어떻게 남북대화를 하고 통일을 할 수 있는가? 국가보안법은 반통일 악법이다.
첫째, 국가보안법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국가보안법에서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요건만 명시하고 있을 뿐, 북한을 지목하여 반국가단체라고 직접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보는 것이다.
둘째,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북한을 무조건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전개한 활동 중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한정하여 그 행위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범죄 구성요건을 갖추었을 때만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것이다.
셋째, 북한이 대남적화혁명전략을 포기하고, 평화를 준수하고 화해협력의 입장에 우리 정부와 대화를 한다면, 국가보안법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반통일악법이 아니라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촉진시키는 법임을 밝혀둔다. 그 이유는 국가보안법이 간첩 활동 등 무력파괴행위에 의해 적화통일을 달성하려는 북한의 반국가활동을 규제하여, 북한을 스스로 ‘대화와 평화의 장’으로 나오게 유도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반통일악법이 아니라 ‘반적화통일법’이며, ‘평화통일촉진법’임을 밝혀둔다.
3.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不告知罪)’는 부모 자식 간에도 보안법 위반시 고발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반인륜적인 법이 아닌가?
국가보안법에서 제10조에 명시되어 있는 불고지 조항은 국가보안법 위반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3조(반국가단체 구성, 가입), 제4조(목적수행), 제5조(자진지원, 금품수수) 등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이며, 이것도 이런 죄를 범한 자임을 알면서 수사기관에 고지하지 않았을 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규정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국가보안법에서는 대한민국을 파괴전복하려는 조직이나, 대한민국의 파괴전복의 목적 수행을 위한 군사기밀 수집, 무장폭파, 살인, 납치 등의 행위와 이에 대한 자진 지원행위 등을 명백히 알고 있으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한해서 불고지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보안법의 불고지조항이 부모 자식 간에도 무조건 국가보안법 위반 시 고발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반인륜적이라고 주장하나, ① 앞서 지적했듯이 국가보안법의 일부 조항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며 ② 부모 자식 등 친족관계에 있으면 그 형을 감경면제한다고 규정(10조 단서조항)하고 있고, 더 나가 실제 부모 자식 사이에는 불고지조항을 거의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반인륜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한 주장인 것이다.
불고지조항은 반국가활동으로부터 국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국민에게 부과한 일종 충성의무이지 반인륜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만약에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파괴전복하려는 세력과 그들의 행위를 뻔히 알고도 방치한다면,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소수의 대공수사관들의 역량으로만 갈수록 정교해지는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을 분쇄하기 더욱 더 어려운 현실에서 이들 세력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포기, 방치나 다름없는 상황을 조성할 것이다. 따라서 제한적인 불고지죄 적용은 꼭 필요한 것이다. 또한 불고지죄를 찬양하는 것도 처벌하고 있다(독일 형법 제140조 2, 138조 1).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형법 제2382조(반역불고지죄)에서는 반역을 범한 정을 알면서도 이를 은닉하거나 신속하게 국가에 고발하지 아니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양형을 병과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4. 6·15 공동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으로 남한과 북한이 화해협력의 장으로 나와 대화하는 남북관계의 변화상을 고려할 때, 북한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간주하는 국가보안법은 존립근거를 상실했으며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지 않는가?
국가보안법은 대남적화혁명전략에 입각하여 대한민국을 전복, 파괴하려는 각종 적대활동을 전개하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이를 제어하려는 것이지, 남북이 합의한 선언과 같이 화해와 평화의 입장에서 대화에 임하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를 명백히 하고 있는 대법원의 판결문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비록 남북 사이에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그 결과로써 공동선언이 발표되는 등 평화와 화해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하더라도… 중략… 지금의 현실로는 북한이 여전히 우리나라와 대치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적화통일노선을 완전히 포기하였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상,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등으로 북한의 반국단체성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5.15 판결, 2003.1.24 선고 2002도 2306 판결 등)
또한 평양공동선언 등으로 남북간의 관계가 일부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비핵화 등 합의한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심지어 개성공업지구 내 우리 시설인 남북공동연럭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도발을 일삼는 행위, 주체의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전 조선에 실현하자는 행태 등에서 보듯이 북한은 대남적화혁명전략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이 대남적화혁명전략노선의 본질적인 변화가 수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전술적인 유화 조치에 현혹되어 국가보안법의 무용론이나 철폐론을 주장하는 것은 안보파괴행위에 다름 아니다.
5.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같은 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만고의 유례없는 악법으로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 독일 등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자국의 자유민주체제와 국가안보 수호를 위해 형법 이외에도 우리의 국가보안법보다 더 강력한 안보 관련 법체계를 특별법으로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안보 관련 입법례를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우, ‘연방헌법’의 간첩죄(792조-799조), 반역죄(2381조), 반역불고지죄(2382조), 반란폭동죄(2383조), 치안방해죄(2384조), 정부전복옹호죄(2385조) 외에도 ‘전복활동 규제법’(Act of control of Subversive Activities), ‘공산주의자 규제법’(Communist Act), 국내안전법(The Interal Security Act, 일명 McCarrean Act), 국토안전법(Homeland Security Act) 등이 있고, 일본의 ‘파괴활동방지법’, 대만의 ‘국가안전법’, 독일의 ‘헌법보호법’, ‘사회단체규제법’(일명 결사법) 등이 그것이다.
6. 현재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이제 유명무실해졌으니 국가보안법을 폐지해도 무방하지 않는가?
이는 매우 위험한 논리로, 살인죄로 처벌받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해서 형법에서 살인죄를 없애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형법에서 살인죄를 폐지했다가 살인죄를 범하는 사람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설사 위법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거나 없어진다고 해도 범법행위의 발생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그에 관한 형벌규정은 남겨두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맞는다. 하물며 개개인의 살인이 아닌 국가안보를 뒤흔드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살인행위나 다름없는 반국가 이적파괴활동을 규제하자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살인을 용인하자는 반국가적 주장이나 다름없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가안보의 버팀목 제거하는 것
북한과 종북세력들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저의는 남한 혁명을 방해하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여 마음껏 국내에서 간첩활동과 사회주의혁명 투쟁을 펼쳐 공산화혁명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술책을 알면서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국가보안법은 법목적 상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룬 후에도 존속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국가보안법이 북한의 적화혁명만을 규제 대상으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국내외 국가, 단체 및 제 세력의 체제 위협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특히 국가보안법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수차례(2003헌바85.102, 2002헌가5.132, 2000헌바66, 99헌바27 등)에 걸쳐 합헌 판결을 받은 자유민주수호법임을 상기해야 한다.국가보안법 철폐론자들에게 당부한다. 진정으로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원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투쟁할 것이 아니라 북한 김정은 독재 정권을 상대로 투쟁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이유가 북한의 무력적화 혁명을 막기 위해 생겨난 법이기 때문에 그렇다.
2018년 초부터 현 정부는 연이은 남북회담과 미북회담을 통해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과 싱가포르선언 등을 이끌어내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종식과 평화’를 외치고 있으나, 북한이 이들 선언을 공공연히 무용지물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볼 때는 북한의 변화는 본질적인 전략적 변화가 아니라 전술적 변화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불확실한 현 한반도 상황에서 김정은의 말만 믿고 한반도 평화가 달성된 양, 체제수호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것은 국가안보의 법적 버팀목을 제거하고 북한의 공산혁명에 고속도로를 깔아 주는 격이다.
유동열
미래한국 자문위원·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전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
국가정보학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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