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이란사태로 또다시 시간을 벌게 된 김정은
[심층분석] 이란사태로 또다시 시간을 벌게 된 김정은
  • 고성혁 미래한국 전문기자
  • 승인 2020.01.30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란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보복 공격에 파괴된 ‘아인 알 아사드’ 미군 기지. 이란과 미사일 기술을 공유하는 북한의 미사일도 정확도가 크게 개선된 것을 확인하는반증이다.
이란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보복 공격에 파괴된 ‘아인 알 아사드’ 미군 기지. 이란과 미사일 기술을 공유하는 북한의 미사일도 정확도가 크게 개선된 것을 확인하는반증이다.

우리 민족사에서 선제공격으로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있었을까? 딱 한번 있었다. 바로 7년간 이어진 나당전쟁이다. 좌편향된 국사교육에서 신라는 항상 폄하되었다. 신라는 외세를 끌어들여 같은 민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케 했다는 일종의 ‘민족의 반역자’라는 굴레를 덧씌워 놓고 있다.

오늘날에는 미국을 외세로, 북한을 고구려로 치환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신라가 당나라를 한반도에서 몰아낸 나당전쟁에 대해서는 제대로 가르치지도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통일전쟁에서 신라가 보여준 외교술과 군사전략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신라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나당전쟁

670년 신라는 고구려 부흥군과 함께 당군을 선제공격했다. 당나라의 주력군인 설인귀 부대가 서역 토번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신라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었다. 신라가 피 흘려 얻은 백제와 고구려 땅을 오히려 당나라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를 기다리던 신라가 먼저 당군을 공격했다. 고구려 부흥군 고연무 부대와 신라의 설오유 부대가 압록강 건너 당군의 주둔지인 오골성(단동시)를 공격했다.

7년 나당전쟁은 이렇게 시작했다. 그러나 당나라는 신라를 즉각 응징할 수 없었다. 당나라의 주력군이 서역 토번지역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당나라가 한반도에 집중하던 시기 토번(티벳)이 그 틈을 이용해 군사적으로 급성장했다 토번은 실크로드인 서역남로를 점령해 무역로까지 확보했다. 당나라로서는 교역의 길이 끊긴 셈이다. 당나라는 對토번전에 670년 설인귀를 투입한 데 이어 강각까지 투입시켰다.

당나라의 주력군은 신라의 공격에도 어쩔 수 없이 토번과의 전쟁에 몰두했다. 결국 지속적인 토번과의 전쟁에서 당나라는 675년에 가서야 토번이 점령했던 톈산남로를 재탈환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시기를 신라는 놓치지 않았다. 당나라에 유학간 승려를 통해 신라는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토번과의 전쟁에서 병력 11만 명을 잃은 데다가 동아시아에서는 신라와도 전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672년 4월 토번과 화친을 맺은 당 고종은 눈을 신라로 돌렸다. 672년 7월 당의 군대가 평양 지역으로 밀려왔다. 당나라 장수 고간이 군사 1만 명, 말갈 출신 이근행이 이끄는 3만 기병이 신라와의 전쟁에 급파되었다.

신라군은 기병에 맞서 장창부대를 운영하고 있었다. 급히 내려온 말갈 기병은 석문 일대에서 진을 치고 있던 신라의 장창부대에 걸려들었다. 삼국사기 김유신전에 따르면 3000명의 말갈 기병을 신라의 장창부대가 무찔렀다고 한다. 이에 문무대왕은 말갈 선도 기병 3000명을 사로잡은 장창부대에 큰 상을 내렸다.

소규모 전투에서 승리하던 신라는 더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황해도 석문지역에 신라 주력군을 배치했다. 석문지역은 너른 평야지역이다. 석문 같은 넓은 평야지역은 기병에게는 유리하지만 보병 위주의 신라군에는 불리한 곳이다. 그런 곳에 전공(戰功)에 눈이 먼 신라 주력군이 진을 친 것이다. 게다가 진영까지 흐트러지고 말았다. 3만의 당과 말갈 기병이 들이닥치자 신라군은 궤멸적 타격을 입고 말았다. 신라 조정은 한마디로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가문에서 파문당한 김유신의 아들 원술랑 이야기도 바로 석문전투 패배에서 비롯되었다.

신라 조정은 급히 사죄 사절단을 당나라에 파견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당나라가 신라에 집중하면 토번이 또 다시 당나라를 건드렸다. 신라보다 토번이 당나라에는 더 위협적이었다. 신라는 당의 변방에 불과하지만 토번은 당의 무역로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토번 때문에 당 고종은 신라의 사죄 사절단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미군의 MQ-9 리퍼. 김정은을 드론으로 제거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미군의 MQ-9 리퍼. 김정은을 드론으로 제거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당나라의 토번 전쟁을 교묘하게 이용했던 신라

당의 군사적 압박이 느슨한 사이 신라는 또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군사적으로는 선제공격을 하고 외교적으로는 사죄 사절단을 보내는 화전양면(和戰兩面)을 구사했다. 한마디로 나당전쟁은 신라가 국제관계를 절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신라의 이 같은 국제관계를 이용한 전략은 오늘날 북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은 이란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금방이라도 북한을 타격할 것처럼 나섰다. 당시 우파진영은 부시 대통령에 환호했다. 그러나 2001년 9·11 사태는 미국의 군사외교전략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1994년 10월 미북 제네바 회담에서 핵개발 포기를 선언했던 북한은 북핵동결 파기를 선언했다. 9·11 사태로 미국이 북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틈을 탄 것이다.

그렇게 북한은 핵개발 재개를 선언하고 시간을 벌었다. 미국이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북한은 꾸준히 핵개발을 진행하고 결국 2016년 수소폭탄 실험까지 감행했다. 2017년 7월에는 북한은 화성14호 ICBM까지 발사했다. 이에 미국은 화들짝 놀랐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강공책으로 선회했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중동에 더 이상 얽매일 필요가 없는 미국이다. 게다가 이미 빈 라덴까지 사살하고 대테러전은 일단락된 상태다. 트럼프는 중국과 북한에 눈을 돌렸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하는 듯했다. 하노이회담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에 완전히 농락당했다. 김정은은 화풀이를 대한민국에 하지만 아직 미국에 대해서는 말뿐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낼 듯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직 배달되지 않았다. 절묘하게 선을 넘지 않았다. 김정은의 북한식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의 일부다.
 

이란사태로 시간을 벌게 된 김정은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반대로 이란이 배달했다. 이란은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이라크의 미공군기지로 발사했다. 미군 발표에 따르면 6발이 기지에 떨어졌다. 1월 3일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로 폭사시킨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더 이상 응전하지 않았다. 전쟁도 흥정처럼, 흥정도 전쟁처럼 여기는 트럼프 특유의 사업가적 기질이 작동한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공격전에 이라크에 통보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속된 말로 표현한다면 서로 ‘짜고치는 고스톱’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테러를 모의하던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이란 역시 응전해 국내적으로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오히려 미국의 반격을 우려한 나머지 이란군은 우크라이나 민간 여객기를 미군기로 오인해 격추했다. 이 일로 인해 이란은 국제적으로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미 공수부대 3500명을 중동지역으로 파병을 명령했다. 그러나 페르시아만에서의 확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유는 확전이 되려면 미 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전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쟁을 흥정이라는 범주에서 본다면 all or nothing은 없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얻을 것은 이미 얻었고 압박할 것은 이미 압박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봉쇄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란으로부터 수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도 이란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중단했다. 1월 6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원유 수입량은 총 9억8245만7000배럴에 달한다.

이중 이란산 원유는 3323만 배럴로 전체의 3.4%에 그친다. 그조차도 2019년 4월까지만 수입한 것이다. 2019년 5월부터는 완전히 이란산 원유 도입은 중단되었다. 미국의 이란 원유 수입 제재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도 ‘수입 제재 예외국’에서 뺏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의 ‘달러’ 도입선인 원유 수출길을 막고,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까지 사살했다. 미국으로서는 얻을 것은 얻은 셈이다. 트럼프의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도 미국에 대한 테러를 모의하던 이란의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했으니 실리와 명분 두 가지를 다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이란이 미사일 공격을 가해도 트럼프의 생각은 일종의 ‘GIVE & TAKE’로 여기는 것이다. 확전이 되려면 감정적 싸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사업가인 트럼프는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저 흥정으로 여길 뿐이다.

이란이 앞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다. 그러나 그러한 카드는 미국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국은 석유 에너지 부문에서 완전히 자립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나라는 다름 아닌 한국과 일본이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 안전은 이제는 미국 일이 아니고 당신들(미 동맹국)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파병 요청은 미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일본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는 계속 될 것이다.
 

무인기로 김정은 제거는 사실상 불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무인기를 통한 잠재적 테러 용의자나 지휘부 제거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이다. 미국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 의회 동이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작전이 수행될 수 있기도 하다. 미국의 외교군사 초점은 중동지역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만큼 김정은은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외교군사 전술은 신라가 당에 맞서 하던 모습 데자뷰다.

미국이 MQ-9 리퍼 무인기로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것에 우리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다. 김정은이 며칠째 두문불출한다고까지 보도했다. 일부 우파 유튜버들은 미국이 여차하면 김정은도 MQ-9 리퍼 무인기로 제거할 수 있을 것처럼 확대 해석했다.

어느 석간매체는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는 데 사용된 MQ-9 드론이 군산 미공군기지에 4기가 배치되었다고까지 보도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군산 미공군기지에는 정찰용으로 사용되는 MQ-1 그레이 이글 12대가 배치되었을 뿐이다. MQ-9 리퍼는 군산기지에 배치되었다는 보도는 낭설이다. 검증되지 않은 어느 개인 유튜버의 발언을 주요 일간지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큰 문제다.

그렇다면 만약 김정은도 솔레이마니처럼 무인기로 제거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첫 번째 이유는 무인기가 마음대로 평양 상공에 날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교전 상황이라도 마찬가지다. 무인기로 적의 지휘관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정확한 정보와 함께 제공권이 확보가 되어야 무인기를 통한 작전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현재로서는 무인기를 통한 김정은 제거는 희망 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은 대테러전을 수행하면서 알 카에다와 탈레반 반군 3000여 명을 무인기로 제거했다고 알려진다. 미국이 작전을 수행한 지역은 이라크와 아프간으로서 미국이 제공권을 장악한 지역이다. 또한 미 정보당국은 전자전을 통한 통신감청 외에도 반 탈레반 세력으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획득했다. 매우 정확한 휴민트 정보가 없다면 근본적으로 무인기를 통한 제거작전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번 이란사태로 북한은 시간을 벌었다. 당분간 미국의 군사외교안보 초점이 북한보다는 이란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이란과 북한은 기술을 공유했다. 북한의 기술이 들어간 이란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이라크의 미공군기지를 정확히 타격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인기가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이다. 정확도가 크게 개선된 북한 단거리 미사일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2020년은 미국의 대선 기간이다. 트럼프의 초점은 선거에 집중될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이래저래 김정은만 시간을 벌게 되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