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 <퍼스트스텝(FIRST STEP)>이 4월 2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상영회를 가졌다. 영화 <퍼스트스텝>은 탈북민 출신 영화감독인 김규민 씨가 제작해 2018년 개봉한 작품이다. 2015년 4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12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가한 자유북한방송 관계자 등 탈북민 24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패스트트랙으로 일촉즉발의 국회 상황에서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은 이날 행사장을 찾아 격려하고 북한인권 문제를 등한시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미래한국>은 최근 행사를 마친 김규민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규민 감독의 작품으로는 겨울나비(2011년), 1952(2013년), 11월 9일(2014년), 사랑의 선물(2018년) 등이 있다.
- <퍼스트스텝> 4월 24일 국회 상영회를 열었는데, 반응은 어땠습니까?
국회에서 여야 패스트트랙 대치로 야당 총동원령이 내려진 날이라 아무도 못 올 줄 알았는데 그 와중에 황교안 대표를 포함해 거의 스무 명 가까운 의원들이 오셨습니다. 관객들도 한 2~300명 가까이 와서 생각보다 행사는 잘 됐어요.
다큐멘터리 <퍼스트 스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영화는 2015년 4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12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가한 자유북한방송의 관계자들과 24명의 탈북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반겨주는 이도 몇 없이 자비까지 털어 미국으로 간 24명의 탈북민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북한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최선을 다한다. 미 의회 청문회, 미 국무부 및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기자회견에서 그들의 잔혹함을 고발했고 수백 리 길을 달려 찾아간 유엔 본부에서 북한의 참상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김정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암살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요.
아무래도 제일 어려웠던 점은 투자 받기가 힘들었다는 점이죠. 그리고 북한인권 관련 영화다 보니 녹음, 편집, 비주얼디렉터 등 마지막 작업에 참여할 스태프 구할 때도 어려웠습니다. 제 영화에 참여했던 분들이 북한의 암살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보니 스태프들이 많이 주저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제가 계속 영화를 만들어오다 보니까 신뢰가 생겼는지 크라우드펀딩을 하게 되면 그래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면서 예전보다 여건이 괜찮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굳이 자기 돈을 투자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깨닫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고 펀딩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금액이 모여 성공하기도 하니까그 부분에선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제작 상황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니 뜻밖이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분야에서 저도 열심히 꾸준히 해왔고, 어쨌든 제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영화를 만들면서 국제영화제에 출품하고 상도 받고 하니까 아무래도 저의 신용도가 올라간 것 같습니다. 또 나라
현실이 이 꼴이 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각성들을 좀 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 과거보다 좀 나아진 것이겠죠.
북한군을 인간적으로 묘사하는 한국 영화들
- 북한인권과 관련된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오고 계시죠.
일단 <겨울나비> 시리즈를 계속 만드는 이유는 제가 거기서(북한) 보고 들었던 사건 5가지 정도는 세상이 꼭 알았으면 해서예요. 저는 여기 자유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
들이 거기서 죽어가고 있잖아요. 그걸 알리기 위해 만들고 있어요. 지금 시대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를 저는 이 방법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고요. 어쩌겠
습니까. 통일이 될 때까지 만들어야죠. 숙명이니까요.
- 한국 영화를 보면 북한인권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습니다. 반면에 북한, 특히 북한군은 인간적이고 심지어는 잘생기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리는 흐름이 많이 보이고요. (<은밀하게 위대하게>,<공조>, <강철비> <용의자> 등)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영화계가 좌파라 해도 인권 영화가 꾸준히 제작, 상영되지 않습니까? 우리는 국내 인권 문제는 잘 다루는데 북한인권은 안 다루죠.
제 생각에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다른 나라들은 자국 내에서 좌와 우가 갈라져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정치적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서로 좀 틀려 그렇지 미국을 미워하는 건 아니거든요.
미국이란 나라를 두고 각자 위치에서 바라본 시각의 문제라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은 종북과 반북의 문제잖아요. 제가 봤을 때 우리나라 좌파는 좌파라 말하기 어렵고 대부분 종북인 것 같
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미디 영화에서조차도 남북 우리는 서로 비슷하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어쩌면 쟤들 (북한)이 더 나을 수도 있어’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고요.
- 영화계에서 북한을 그런 식으로 그리는 게 북한인권에는 도움이 될까요?
전혀 도움이 안 되죠.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면 북한을 그대로 보여줘야 하는데, 인간적인 면모만을 보여주잖아요. 그러면 그 상황은 묻히게 되는 것이죠. “북한이 좀 그렇긴 해도, 그 사람들도 인간이고, 잘 생긴 사람도 있고 괜찮네” 이런 식으로 물타기가 되기 때문에 사실은 영화가 북한의 실체를 가리는 꼴이 됩니다. 영화 속 주인공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잘못된 이미지를 만들어 현실과 가짜가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죠. 북한인권은 감춰지게 되고 허상이 만들어지게 되는 겁니다.
- 그래서 북한인권에 대해 더 둔감해지는 경향이 생긴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당연히 영향도 있죠. 세월호 같은 경우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다큐나 영화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관객이 영화에 감동을 받고 메시지에 동화되거나 하는 감정이 생기는 거거든요. 북한인권은 영화가 나와도 아예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감춰지는 것이죠. 어떤 사람들은 제가 만든 영화를 보고 아쉬움이 많다고 하는데,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제작비가 부족하니까요.
좌파는 수십억으로 영화를 만들지만 우리는 몇 천만 원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상대가 안 되죠. 그렇다고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면 보여줄 것조차 없어지는 거예요. 좀 부족해도 현실이ㅡ 이렇다고 보여줘야 세상 사람들이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고 가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할리우드 따라가려면 우리가 그걸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북한인권 영화 틀지도 못하게 하는데, 만든다고 몇 십 억 투자를 할 것 같습니까? 그래서 부족한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번에 <사랑의 선물>이 전 세계에 많은 영화제에 출품됐고 노미네이트도 됐어요.
이 영화가 많은 상을 받고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심사위원들은 보거든요. 심사위원들은 각 나라 영화계나 언론미디어계 등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에게 제 영화를 보여준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만족합니다. 이제라도 저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감독들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끊임없이 (북한인권 영화) 만들어내서 세상에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 부족하더라도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문화적인 접근 없이 북한인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해봐야 어린 세대가 잘 안 들어요. 그냥 영화 한 편 같이 보면 되는 일이거든요.
이번에 <퍼스트 스텝> 영화 보고 어르신들은 잘 표현을 안 하는 반면에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굉장히 반응이 크고 좋았어요. 그 친구들이 말하기를 자기는 탈북민들이 삐라 뿌리고 하는 모습들에 굉장히 반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영화 보고 너무 감동했다, 다음에 그분들 보면 사과드리겠다고 그런 말도 하더라고요. 영화라는 것이 문학과 같아서 우리가 말로 백 번 하는 것보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영화 한 편 보면서 같이 울고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냅니다.
문재인 정부 문화정책 역작용 날 것
- 워낙 현실이 무겁다보니 북한인권 주제의 영화라면 좀 어둡고 슬프다는 선입견부터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주제로 <웰컴투 동막골>과 같은 상업영화로 재미있게 잘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도 상업영화 두 편이나 준비하고 있어요. 투자가 안 돼서 그렇지(웃음). 제작비를 많이 쓰면 기간도 여유 있게 길게 잡고 유명 배우도 쓸 수 있기 때문에 관객에게 다양한 흥밋거리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죠.
하지만 저예산 영화의 경우는 그런 식으로 갈 수 없잖아요. (저예산 북한인권 영화에) 비극적인 장면이 많은 것도 사실 이유가 있어요. 코믹한 장면을 만든다고 쳐도 제작비용이 벌써 달라지거든요. 저도 흥행할 수 있는 상업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아직 여건이 안 돼 못 하고 있을 뿐입니다.
- 영화인으로서 문재인 정부 문화정책 어떻게 보세요?
문제투성이죠. 양면성이 있는 게 지금 당장 이 사람들은 ‘감춤’으로써 막고 버티고 거거든요. 그러나 언젠가는 (문제가) 자루를 뚫고 나와요. 우리가 옛날에 북한 주민은 머리에 뿔난 사람들처럼 잘못된 선전을 했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어느 순간에는 이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감추고 있었다는 걸 국민들이 깨닫게 되어 엄청난 역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장단기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단기적으로는 영화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고요, 장기적으로 통일 돼서 저도 상업영화, 재미있는 코믹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