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에 대한 대책은 협상을 통해 북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과 북의 핵무장을 전제로 북의 핵사용을 억제하고 억제가 실패했을 경우에 이에 대한 대응 능력을 구축하는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지난 2월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의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음이 다시 한번 확인됨으로써 합의가 결렬됐다.
현재까지의 북핵 협상 과정을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앞으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 비핵화를 이루기가 상당히 어렵고, 설사 성공하더라도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협상과 군사적 대응 능력 확충은 선후(先後)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北 비핵화 협상의 실패로부터 전략을 도출해야
하노이 회담 전까지처럼 낭만적 기대와 부실한 전략으로 일관하면 북은 실질적인 핵무장국이 되고 우리는 평화에 취해 한미동맹과 자체 대비 태세마저 허문 참혹한 미래와 만나게 된다. 이를 피하려면 지금부터 한·미가 머리를 맞대고 북핵 협상의 목표와 전략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북이 어떤 상황에서 협상에 임하도록 만드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북이 버틸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 제재 해제만으로 한미 양국이 목표하고 있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까지 얻어낼 수 있다. 북이 버티기 어렵다고 느낄 경우는 중국의 동참 하에 대북제재가 경제봉쇄 수준으로 강화되고 끝까지 버티면 미국이 군사적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믿음을 북이 가질 때일 것이다.
그러나 북이 버틸 수 있는 상태에서 협상을 하면 비핵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주도권을 쥔 북은 미국을 위협하는 핵 능력 제거만으로 제재 해제, 평화협정과 한·미동맹 해체 등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17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으나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부터 지난달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최근 1년 동안 한·미의 성급한 대화 열의 때문에 그 결정적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앞으로 2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 결렬과 북의 어려운 내부 사정을 잘 이용해 한·미가 철저히 공조한다면 북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제대로 된 평화적인 북 비핵화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동안 경험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北 핵 억제 및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한·미의 북 비핵화 협상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이고 이 목표는 조금이라도 양보하면 미국은 몰라도 우리는 협상에 실패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목표 달성 못지않게 중요한 한 것은 한미동맹 약화처럼 북에게 줘서 안 되는 보상을 제외하고 줄 수 있는 보상만 줘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북 내부 자체 모순에 의한 체제 위협처럼 우리가 설사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을 절대 약속하면 안 된다. 2차 세계대전 후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제외한 모든 독재 정권은 내부 모순에 의해 자멸했다. 북한은 인권 문제 제기와 국내외 언론의 비판 보도를 가장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섣불리 약속했다간 북이 내정간섭이라고 트집을 잡으면서 언제든지 도발로 복귀하거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근거를 주게 된다.
따라서 줄 수 있는 보상 리스트를 정확하게 식별하고 이것을 비핵화 어느 단계와 연계할 것인지 정교하게 따져보고 미리 정해 둬야 한다. 최종단계에 줄 보상을 중간단계에서 주고 나면, 비핵화는 보상을 준 시점에서 멈춰버릴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검증단계에서 북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확인될 경우 즉각 제재로 복귀할 수 있는 장치(Snap Back)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재래식 전력으로도 북의 핵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발전시키고 핵미사일을 발사 전에 파괴하거나 공중에서 요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현재 연합방위체제는 주로 북의 재래식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북의 핵사용은 ‘억제될 수 있고, 정권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의 핵무장이 가시화된 지금은 북이 핵을 실제 사용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대응책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북이 전쟁 초기부터 핵을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기본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선제타격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에 반영해 숙달해야 한다.
미(美) 전술핵무기 재배치 전략
한미 양국이 합의한다면, 북한에 시한을 명시해 놓고 그때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겠다고 경고함으로써 북 비핵화를 유도하는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실제로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핵 균형’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많은 국내외 도전들과 맞닥뜨릴 것이다. 중국 등 주변국과 국내 좌파들의 반대도 거셀 것이고 전술핵무기 운용을 위한 각종 부대시설을 완비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전술핵무기 재배치 대가로 북핵 문제를 ‘동결’로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전술핵무기 재배치 이후 우리가 안도감에 젖어 군사력 증강을 소홀히 하다가 미국이 갑자기 전술핵무기를 철수하면 심각한 방위력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되더라도 여전히 우리 군 자체 군사 능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핵 공유 협정(Nuclear Sharing Agreement)은 핵보유국의 핵을 동맹에 참여한 국가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핵우산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하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만 맺고 있다. 미국은 1960년대 초반 NATO 국가들이 영국과 프랑스에 이어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을 보이자 NATO와 전술핵무기를 공동 운영하는 핵 공유협정을 맺었다.
북핵의 실질적인 위협에 놓인 우리의 전략적 환경을 고려하면 우리도 충분히 추진할 필요와 성사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미 간 핵 공유협정 논의가 이뤄진다면 전술핵무기와 함께 전략핵무기도 공유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아시아에는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지 않으며 미 본토에 있는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거나 2018년 핵 태세 보고서(NPR)에 언급한 저(低) 강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핵 공유협정이 체결되면 괌에 있는 전략폭격기와 원자력잠수함(SSBN)에 탑재된 전략핵무기를 공유할 수 있어 강력한 대북·중(對北·中) 억제력이 될 것이다. 핵 공유협정은 미국이 동맹을 희생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되고, 북한에는 핵을 통해 한미동맹을 이간시키려는 시도가 부질없음을 깨닫게 할 것이다. 중국에는 북한을 두둔해서 얻는 것보다 한미 핵 공유체제로 인해 잃어버릴 전략적 손실이 훨씬 더 심대하다는 점을 경고하는 것이 될 것이다.
즉, 핵 공유협정은 평화적인 북 비핵화를 견인하면서 유사시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는 강력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자위적 핵무장의 가능성과 전략
핵은 핵으로 억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에는 “모든 가입국은 자국의 중대한 이익이 위협받는 경우 탈퇴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도 이 조항을 근거로 핵을 개발했으니 우리도 못할 이유는 없다.
참고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1968년 7월 1일 체결돼 1970년 3월에 발효됐다. 원래 25년의 기한을 가진 조약이었으나 1995년 무기한 연기됐다. 주요 내용은 미국, 소련(지금은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 외에는 핵을 개발하거나 도입, 보유를 금지하는 것으로서 본문과 전문 11개조로 구성돼 있다.
지금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가 가입돼 있고 우리나라는 1975년에 가입했다. 북한은 1985년에 가입했다가 1993년 3월 탈퇴를 선언한 후 그 해 6월에 유보했다가 2003년 1월 20일 정식으로 탈퇴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폐쇄적인 북 체제와 달리 우리가 핵무장을 추진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운 점이 있다. 첫째 우리는 자유시장 질서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방형 통상국가이기 때문에 핵개발로 인한 가벼운 국제제재도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둘째 우리가 핵을 개발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믿지 않는다는 전제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초래될 수 있다. 동맹은 기본적으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우리가 상대방을 믿지 못하면서 상대방 보고 우리를 믿어 달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처럼 미국과 국제사회의 묵인 하에 비공식적인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위의 나라들은 처음부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묵인을 받더라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지 않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탈퇴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현실적 어려움이 많지만 지도자와 국민의 의지만 있다면 이스라엘처럼 시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 ‘불확실 핵 보유 전략(strategy of ambiguity)’을 택할 수도 있고, 일본처럼 핵무장의 마지막 단계만 유보한 채 중간 단계에서 핵무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핵무장 카드는 설사 성공 못하더라도 미국이 완전한 북한 비핵화 의지를 끝까지 견지하게 만들고, 핵 공유 협정(Nuclear Sharing Agreement) 체결, 전술핵무기 재배치, 첨단 군사기술 이전 등 안보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대미 협상 레버리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핵무장 카드를 공개적으로 할 것인지 혹은 비공개적으로 할 것인지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비핵(非核) 응징보복능력(KMPR)
현재 우리 군이 추진하는 3축 체계 중에서 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는 주로 북한이 핵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이에 대응하는 영역이다.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은 억제영역이나, 현재의 우리 군의 능력으로는 억제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워 이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먼저 2017년 ‘한·미 미사일 지침’에 나와 있는 탄두중량 해제를 한미 정상이 합의한 것을 계기로 북한 지도부를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는 비핵 전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2012년 개정된 미사일지침은 Kill Chain을 위한 사거리 연장이 핵심이었으나, 2017년 탄두중량 해제는 우리 군의 KMPR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
정상국가끼리의 상호확증파괴(MAD)는 통상 해당국의 국민에 대한 대량피해가 대상이나, 왕조국가인 북한은 김정은의 안위가 더 큰 가치가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김정은의 생명은 상호 교환할 수 있는 공포로서 비슷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김정은의 안위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여길 가능성이 많다.
탄두중량을 이용해 핵무기에 버금가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대량파괴무기나 북한 지도부를 제거할 수 있는 정밀유도 특수무기 등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공대지(空對地) 유도폭탄인 GBU-43 또는 GBU-57(지하 강화콘크리트 60m까지 파괴 가능)과 비슷한 위력의 지대지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
여기에 작전 목적이나 표적의 성질에 따라 재래식 일반 탄두가 아닌 열압력탄이나 EMP탄을 탑재할 수도 있고, 다수의 미사일을 동시에 동일지역에 공격함으로써 핵무기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핵무기는 사용하기 어렵지만, 비핵 재래식 무기는 필요시 사용하는 데 제한이 없어 실질적인 억제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로봇·무인·스텔스·기술이 결합된 장거리 및 장시간 작전 가능한 지·해·공·수중 정보감시·타격전력, 레이저 무기, 통신전자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비(非)살상 치명적 무기, 사이버 무기, 정확도·파괴력·사거리가 향상된 개량형 정밀유도무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전력들은 당면 북한의 핵위협뿐만 아니라 미래 주변국에 의한 잠재적 위협을 억제하고 우리 군을 정예 선진강군으로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여기에 수반되는 기술들은 우리의 미래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과감하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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