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스마트폰 중독자입니까?
이 질문에 고민 없이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는 현대인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알코올중독, 니코틴중독, 도박중독 등 다른 중독 증상들은 우리의 평온한 일상과 건강을 파괴하는 비상사태처럼 여겨지지만, 스마트폰 중독만은 예외다. 스마트폰이 손닿는 데 없는 것이야말로 진짜 ‘비상사태’이니까!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저술가 스테판 가르니에가 쓴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비상사태’를 같이 겪어보자고 대담하게 제안한다. 휴대폰 앞에서 자꾸만 수그러들어 이제는 아예 무릎을 꿇을 지경인 신인류 ‘호모 스마트포니엔스(home smartphoniens)’의 생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유머러스하고 시니컬한 문체로 펼쳐지는 92가지 짧은 이야기들은 마치 우리의 모습을 24시간 관찰하며 바로 곁에서 써내려 간 것 같은 착각마저 느끼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사슬을 남보다 먼저 끊고, 스마트폰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하는 ‘유저’가 될 수 있을지, 따라하기 쉽고 기발한 ‘디톡스 솔루션’들도 만날 수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학교에서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이 법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찬반이 뜨거웠지만, 그만큼 스마트폰 과사용이 전 국가적인 문제가 되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에서 그 심각성은 프랑스 이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은 우리에게 이미 ‘공기’와도 같아서, 이에 대해 제동을 거는 건 마치 ‘숨을 덜 쉬자’는 말처럼 허무맹랑하게 들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 흐름에서 탈출하거나 잠시 이탈해 생각하는 것조차 불가능할까? 이 책은 그러한 견고한 통념 앞에 불쑥 내미는 유머러스한 초대장이다. 속는 셈치고, 한번 펼쳐보자.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을 다른 생활 활동보다 우선시하거나 이용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등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이용자 비중이 무려 19.1%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늘어났고, 뭔가 강력한 제동이 걸리지 않는 한 이 수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특히 유아와 60대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유아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17년 19.1%에서 지난해 20.7%로 1.6%포인트 증가했고, 60대는 2017년 12.9%에서 지난해 14.2%로 1.3%포인트 늘었다. 책에서 ‘60년을 관통하는 물건’이라고 표현하듯이, 스마트폰은 세대를 막론해 공통적인 단 하나의 물건이자 문화가 되어가는 중이다.
물론 그야말로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난’ 세대에게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재고하라고 설득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키(key)를 쥐고 있는 건 오히려 ‘스마트폰이 없던 세상’과 ‘스마트폰 없이 못 사는 세상’ 양쪽을 충분히 경험한 세대다. 바로 이 책의 저자처럼, 또 이 책의 소개를 주의 깊게 읽고 있는 당신처럼 말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얻은 놀라운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또 그에 따라 잃어버린 아름다운 것들이 무엇인지도 너무 잘 안다. 저자는 그런 우리에게 이런 제안을 던진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자고. 그리고 무언가가, 어쩌면 인생이 시작되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자고. 이 제안에 예상되는 반응은 두 가지다:
말이 쉽지 그게 되겠나?
그럴싸하지만 잠깐 스마트폰을 넣어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뭐, 좋다. 그렇다 치고, 일단 이 책을 한번 펴보는 거다. 적어도 이 책을 보는 동안만은 스마트폰을 만지지 말자. 큰 손해는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완전히 스마트폰을 끊는 것은 아니어도 분명 부분적인 성과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래 누리던 것들을 되찾을 만한 단서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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