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는 지지부진한데 南은 대북제재 완화 주력
北 비핵화는 지지부진한데 南은 대북제재 완화 주력
  •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동양대 교수
  • 승인 2018.12.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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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호는 침몰 중 : 시리즈 ③ 대북관계

지난 9월 26일 블룸버그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를 칭송하는(sing praises) 사실상의 대변인을 뒀다. 바로 문 대통령”이라고 했다. 어이없게도 문 대통령은 북의 핵·미사일 시험장 폐쇄를 언급하며 “북핵 미사일이 미국을 위협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핵미사일 시험장의 폐쇄가 어떻게 핵위협의 완전한 소멸을 의미하는지도 이해하기 힘들 뿐만아니라 아직 북한이 확실히 변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이에 대해 한 일간지 사설은 “안보 책임자는 상대의 의도를 너무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업적과 품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3대 세습 독재자이고 외국 공항에서 이복형을 화학무기로 암살한 사람이다. 고모부는 고사총으로 살해했다. 평양 간부층 외 북한 주민들은 '인권'과 '사랑'이란 말조차 모른 채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조선일보 2018.9.28)

미국 인권재단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실장은 “서울시청 건물 외벽에 김정은의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 있는 걸 봤습니다. 서울 시민 세금으로 독재자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많은 외국인에게 저 사진은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에 무관심하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는데, 북한인권 문제에 소홀한 것은 이해되지 않고 또 슬픈 일입니다”라고 토로했다.(조선일보 2018.10.26)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인권 활동까지 억압하는 것은 비극적이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 2018.10.2) 같은 재단의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서울이 암묵적으로 평양의 잔혹함을 지지하고 있다’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는데 그 기고문에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인권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90% 이상 줄였다"는 내용도 담겼다.(뉴데일리 2018.10.3.)

문 정권은 세계의 공조로 이뤄지는 대북제재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계가 북한을 ‘최악의 인권국가’로 지목하여 제재하는데, 문 대통령은 마치 김정은의 대변자처럼 행세하고 있다. 세계는 명백히 ‘비핵화’를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를 견지해왔는데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문 정권은 대북제재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김정은 정권 퍼주기 ‘깜깜이 예산’

지난 8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된 전문가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불법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월부터 5개월간 최소 89건의 선박 대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통해 석유 및 석탄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이 올해 5개월 동안 최소 50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구입해 유엔 결의안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중앙일보 2018.8.5).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 경협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고 “남북 간에 전면적인 경제 협력이 이뤄질 때 그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의 입장은 한국의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히 제재 위반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남북 관계 발전과 비핵화가 서로 연계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남북 관계 개선 작업이 북한 핵프로그램 해결 문제와 별개로 진척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미 국무부는 문 대통령이 제기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 당국자는“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때까지 제재를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세계일보 2018.8.25)

11월 12일 여야는 비(非)경제부처의 내년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북협력기금을 놓고 충돌했다. 문 정권이 남북협력기금의 일부 사업 내용을 비공개로 설정한 것이다. 이른바 ‘깜깜이 예산’인 것이다. 송언석 의원(한국당)은 “2019년 남북협력기금 중에서 65% 정도가 비공개인데, 국회와 국민 모르게 심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은재 의원(한국당)도 “지난 좌파 정권 당시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퍼주기 사업에 대한 국민 비판을 의식해 국회 통제를 안 받으려고 비공개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남북협력기금 규모는 박근혜 정부 때(1조 405억원)보다 600억 규모가 늘어난 1조 977억원(2019년)이다.(연합뉴스 2018.11.12)

북한을 믿느냐, 국제사회가 북한에 속은 게 한두 번이냐?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문 대통령은 우회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유럽 순방에 나서 영국·독일·프랑스 정상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가 단칼에 냉정하게 거절당했다. 문 정권은 북한에 대한 유럽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미국만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상민 의원(민주당)이 동북아담당 독일 고위 외교관에게 “독일은 햇볕정책 원조 국가 아니냐. 문 대통령에게 덕담 한마디 못 해주느냐”라고 따졌더니, 독일 외교관은 “비핵화는 유럽연합(EU)의 보편적이고 일관된 요구다. 할 일을 안 하는 북한에 채찍을 내려놓을 순 없다”고 싸늘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도 제재를 조금 풀어주면 북한도 비핵화에 나설지 모르지 않는가?” 라고 하자 독일 외교관은 “북한을 믿느냐. 국제사회가 북한에 속은 게 한두 번이냐. 위험한 나라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마당에 제재 완화는 안 된다”라고 쏘아붙이면서 냉정하게 돌아섰다고 한다. (중앙일보 2018.12.6)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남북교류와 종전선언에만 열을 올리고 도대체 무엇에 홀렸는지 끊임없이 속도 위반을 자행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언론은 문 대통령을 북한의 대리자(agent), 대변자라고 비아냥하는 것이다. 문 정권이 북한에 도대체 무슨 빚을 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에 저자세로 임하여 많은 국민의 우려와 분노를 사고 있다.

문 정권의 이 같은 대북 저자세는 결국 참사를 낳고 말았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우리 기업 총수들의 식사 때 마치 아랫사람 다루듯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며 면박을 하는가 하면, 9월 14일 개소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 주 1회 열기로 한 ‘소장정례회의’에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방북(10월 19일, 26일)했지만 북측에서는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

특히 공동연락사무소의 개·보수에는 원래 예정된 금액(9000만 원)의 100배 정도인 100억 원이 투입되어 이 돈이 대북지원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많은 의심을 받고 있다. 윤재옥 의원(한국당)은 “조명균 장관은 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시설 개·보수에 지난 7월 8600만 원을 심의 받아 놓고 100배가 넘는 금액을 지출했는데, 이는 남북협력기금의 특수성을 악용한 혈세의 부정유용이자 직권남용”이라며 조 장관의 해임을 건의했다.(중앙일보 2018.10.30)

종북 주사파 전력의 비서실장

10월 29일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례적으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제쳐두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면담한 것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임 실장을 만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조선일보 2018.10.30). 임종석 실장은 ‘주사파(김일성 추종세력)’의 전력 문제로 국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임 실장이 주사파의 신조를 포기했는지에 대해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그런데 그가 대북관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청와대 비서실과 정책실, 안보실의 비서관급 이상 참모 중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나 대학 총학생회장 등 운동권 출신이나 각종 시민단체 출신은 전체 64명 중 23명(36%)이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관장하는 비서관급 이상 31명만 대상으로 좁히면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은 전체의 61%(19명)에 달한다. 작년 연말(17명)보다 비중이 더 늘었다”고 우려했다.(월간조선 2018 9월호)

복권 수익금도 김정은에게 퍼주기로 했나?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으로 돌리는 전출금을 올해 800억 원에서 내년 2000억 원으로 올리는 예산안을 제출하자, 민주당 외통위 간사는“앞으로 남북협력이 활발할 텐데 더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안보다 2000억 원을 더 올리려고 했다. 더구나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 중 4000억 원 가량은 용처를 밝히지 않는 비공개 편성액으로 설정해 놓았다. 국회의 감시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조선일보 2018.11.13)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물론, 국민적 합의도 없이 나라 돈을 함부로 펑펑 쓰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 자기 돈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주당 의원 12명이 복권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남북협력기금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내년 남북협력기금 예산으로 1조 970억 원을 편성했는데 남북협력 사업이 확대되면 이 돈으로도 모자랄 수 있으니 복권 수익금을 가져다 쓰겠다는 것이다. 복권 수익금 배분 비율을 40%로 높이면 800억~900억 원 정도를 남북협력기금으로 돌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복권수익금도 북에 펴주나?”라는 우려와 개탄이 나온다.(조선일보 2018.11.13)

지난 11월 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세계적인 인기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평양 공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과는 상의도 없었다고 한다. “2017년 7월 27일 안민석 의원은 LA에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갈망하는 애국 동포들과의 만남이 설렙니다’라고 밝히면서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으나 이날 그가 만난 것은 성난 민심이었다. 성난 교민들의 분노에 북콘서트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으로 번졌다.(블루투데이 2017.8.28.)“

안민석 의원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방탄소년단 팬들은 “한국 연예인이 김정은 기쁨조냐”, “꼰대도 이런 꼰대가 없다”는 등 격한 반응도 보이고 있다.(월간조선 뉴스룸 2018.11.8). 문 정권 사람들은 한 언론사의 지적처럼, “정말 시쳇말로 '기·승·전·북한'인 것 같다. 이들이 하는 모든 일의 종착점은 북한”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조선일보 사설 2018.11.13)

선전 선동에 얼이 빠진 국민, 백두혈통 칭송까지

문 정권은 출범 후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수정한 국정교과서를 폐기했고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고 1919년 건국설을 주장하고 나왔다. 명심해야 할 대목은 교육부의 새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빠졌다는 것이다. 문 정권은 이른바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장악함으로써 남북 좌파들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나아가 문 정권의 교육부는 북한의 치명적 약점인 1948년 12월 유엔 총회 결의(대한민국만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를 교과서에서 빼기로 했다.(조갑제닷컴 2018.6.21.)

2017년 9월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6·25를 김일성의 ‘남침’이 아닌 ‘내전’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민족 최대 참사인 6.25 전쟁을 마치 제3자처럼 내전이자 국제전으로 규정했다. 이산가족을 단순한 전쟁 인권 피해자라고 하는 것은 어느 나라 평론가의 시각인가?”라고 비판했다.(강효상 대변인 논평 2017.9.22)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김정은이 본 문재인’에서,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일성 숭배자인 윤이상을 진심으로 챙겨주고(묘소의 통영 이장 허용 등), 김일성주의자인 신영복을 사상가로 존경한다는 말을 김일성 손녀 앞에서 하였을 때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있다. 4·27 판문점회담 이후 김정은 호감도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한국갤럽의 조사(5월 29∼31일)에 따르면, 김정은 호감도는 31%로 2개월 사이에 3배로 뛰었다.(연합뉴스 2018.6.1) 구체적으로 보면 지역적으로는 광주, 전라가 43%로 가장 높고 서울과 부산 경남 울산 지역도 29% 등이었다.(인사이트코리아 2018.6.2) MBC의 4월 30일 보도에서는 김정은 신뢰 답변이 77.5%, 같은 날 KBS 보도에서는 긍정적 인식으로 변모가 80%에 달했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 사설(2018.6.7.)은 “북한 체제의 본질도, 적화통일전략도 그대로이다. 해빙기에 사고 위험이 더 높다. 대북 협상을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와 군사적 대비 태세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그런데 실상은 정반대다”라고 크게 우려했다. 실제로 그 이후의 상황을 보면 북한은 변한 게 없고 한국은 계속 무장해제 중이다.

11월 7일 급기야 국민주권연대 등 13개 단체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백두칭송위원회결성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붉은 조화를 흔들며 “김정은”을 연호하여 마치 평양 거리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또 ‘백두수호대'라는 이름의 종북 단체 회원들이 북한의 비참한 실상을 증언해온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에게 최소 5건의 협박 이메일을 보내고 이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들은 태 전 공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민족 배신자의 최후가 어떤지 알 것”이라며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또 한 인터넷 언론사를 찾아가 태 전 공사의 칼럼 연재를 중단하라고 했다.(조선일보 2018.12.1.)

이들은 마치 김일성 왕조 우상화의 전위부대인 듯 행세한다. 이들의 의식 구조는 진보나 사회주의에 대한 개념이 하나도 없는 가장 반(反)사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고 천박한 ‘이데올로기의 미아(迷兒)’로 가장 반동적인 ‘3대 세습독재 김씨 왕조’의 추종세력일 뿐이다. 그 동안 반민족적 김일성의 행적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공개되었고 김일성은 KGB(구소련의 정보국)에 의해 만들어진 ‘완벽한 가짜’라는 것은 이미 상식에 가까운데 현대 한국 좌파들의 상당수가 이를 끝까지 외면하는 편집증을 보이고 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국민

위의 상황을 보면 한국인들의 의식 구조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한국인은 생각의 기저에 맹목적인 평등주의(Eqalitarianism)가 내재한다.

최광 전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좌파 정책도 문제지만, 일만 생기면 정부 개입과 공공성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행태도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은 모두 정신분열증 환자인 것 같습니다. 정부의 낭비에 대해서는 비분강개(悲憤慷慨)하면서, 일만 생기면 정부더러 해결하라고 합니다. 남이 낸 세금을 가능한 한 자신의 주머니에 더 챙겨 넣는 것이 이득이기에, 그런 정책을 펼치는 정치가나 정당에 표를 던져 줍니다”라고 개탄했다.(월간조선 2018년 12월호)

이 때문에 우리 국민의 속성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멀리는 ‘5·18 괴담’, KAL기 폭파 괴담, 가까이는 광우병 괴담, FTA 괴담, 천안함 괴담, 세월호 7시간 괴담 등 수도 없이 당했으면서도 선전 선동에 쉽게 빠져버리는 행태를 보인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유난히 ‘집단성(흔히 말하는 사회성)’과 동조(conformity) 현상이 강하다. 한국에서는 무엇 하나가 유행하면 곧 바로 전국으로 유행한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홉스테드(G.Hofstede)의 연구에서도 한국인의 집단성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촛불혁명’을 이끈 중심세력들은 좌파의 주요 세력들이지만, 여기에 많은 시민들의 참가를 촉발한 것은 사악한 거짓 보도(가짜뉴스)들이 결정적이었고 최대의 수혜자는 문 정권이었다. 초기 대부분의 보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사생활의 문란함이나 주술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른바 ‘세월호 7시간’에 대해 한국 언론은 정윤회를 엮어서 섹스 추문으로 시작하더니 정윤회의 행적이 밝혀지고 고영태가 등장하자, 고영태의 전력을 엮어서 음란한 엽색 행각으로 몰고 갔다. 그것도 여의치 못하자 ‘비아그라’와 연결 짓고 그것이 사실과 다르니 이제는 ‘성형용 프로포폴’로 마약 사범처럼 몰아갔다. 국회 청문회의 증언으로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모두가 사실인 것은 없었다. 결국 머리 손질을 가지고 또 물고 늘어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문 정권은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언론이 제구실을 못하여 많은 독자적 미디어들이 독자적으로 문 정권에 대한 비판들을 쏟아내자, 지난 4월 MBC 기자 출신인 박광온 의원(민주당)이 포털사이트 등에 '가짜뉴스' 삭제 의무를 부여하는 '가짜 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가짜뉴스 처리 업무 담당자를 채용하고, 명백히 위법한 가짜뉴스를 24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KBS 2018.4.5). 이를 어기면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의 100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마치 언론에 대한 ‘긴급조치’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난 10월 2일, 이낙연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유튜브, SNS 등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면서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처리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2018.10.5) 만약 그렇다면 세월호 7시간의 괴담들을 퍼뜨린 각종 언론들부터 손봐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에는 ‘언론의 자유’는 사라지고 본격적인 언론탄압시대에 들어설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아도 현재 대부분의 언론들은 문 정권의 눈치 보기에 바쁘다. 공영방송인 KBS는 ‘문 정권의 나팔수’로서의 역할을 문 정권이 말려야 할 정도로 잘하고 있다. 지난 3월, KBS는 <추적 60분> ‘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3.28)’에서 마치 천안함의 폭침의 원흉이 북한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0년 3월 26일 북괴 잠수정의 기습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폭침됐다는 사실은 한국·미국·영국·호주·스웨덴 등 5개국의 전문가들이 포함된 민군합동조사단이 명백한 증거와 과학적 조사로 이미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빙자해 이를 부정하는 괴담 수준의 방송을 내보냈다. 생존자인 전준영 천안함 예비역전우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KBS가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지도 않고 … (KBS가 차라리) ‘북한 짓이 아니다’(라고) 그러지. 대한민국 진짜 살기 싫다”고 분노했다. KBS의 행태는 갈 데까지 가고 있다.

12월 3일 KBS1TV <오늘밤 김제동(12)>에서는 이른바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의 김수근 단장이라는 인물을 인터뷰 형식으로 여과 없이 방송했다. 방송에서 김수근은 “(서울 한복판에서) 공산당이 좋아요 라고 어떻게 외칠 수 없나” 라고 되묻고, “ (김정은을) 정말 좋아한다. 겸손하고 실력 있고, 경제 발전 등을 보면서 (김정은을) 지도자로서 팬이 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2월 5일 KBS 공영노조는 “이게 공영방송 KBS가 보도할 내용이 맞는가. 마치 북한 중앙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분통을 터트렸고 이어 “어찌하여 KBS가 현행법에 반국가 단체로 규정된 북한의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하는가?”라며 “KBS가 김정은 남한 방문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총대라도 멘 것인가. 김제동에게 연봉 7억 원이 넘는 출연료를 지급하는 이유가 이런 반국가적인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위한 것이었나?”라고 개탄했다. <오늘밤 김제동>은 지난 9월 시작 이래 김제동의 고액 출연료, 2%대에 머무는 저조한 시청률, 자질 논란(기본적 사회과학적 교양의 결핍) 등으로 줄곧 도마 위에 올랐다.(중앙일보 2018.12.6)

이런 방송을 하는 집단에게 과연 시청료를 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일찍이 1880년 하여장(何如璋) 중국공사는 “한국인은 어린아이와 같다. 달래면서 겁을 주면 쉽게 따른다”고 했다.(영국 외무성 문건 F/O 405, 1880.11.22). 1972년 닉슨·키신저-저우언라이(周恩來) <비밀대화록>에, “북이든 남이든 코리안들은 감정적으로 충동적인(impulsive) 사람들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주간조선 2013.3.10) 2016년 저명한 국제문제 전문가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은 “한국 민주주의는 법(法)이 아닌 야수가 된 인민이 지배한다. 대부분 민주국가에서는 법이 지배하는 것이지 대중이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개탄했다.(포린폴리시 2016.12.19)

다만 브린이 읽지 못한 부분은 좌파의 진지전이다. 촛불 시기의 대중 심리의 근원을 보면, 외형적으로는 격정에 휩싸이기 쉬운 한국인들의 특성과 내부적으로는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닦은 좌파의 ‘진지전’이 조화를 이뤘고 여기에 보수 진영 간의 권력투쟁이 결합해 발생한 긴 시간의 농축된 에너지가 폭발한 현상이다.

주한미군 법무관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 조슈아 스탠턴은 한국인이 피아(彼我) 분별력을 상실한 것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다. 스탠턴은 “평양은 남한의 방어 의지를 약화시키고, 연방제를 통하여 남한을 통제하며,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남한을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무력화(無力化)시키며, 문 정권은 문정인을 이용하여 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게 해놓고는 자신은 이를 부인하는 전술을 쓴다. 반미적(反美的) 지지 세력에 대하여는 미국을 몰아내는 연방제가 눈앞에 왔다는 점을 믿게 만들고 중도 보수층에는 미군이 영원히 한반도에 주둔할 것이라고 안심시키게 된다. 문재인은 그의 반대자를 침묵시키는 검열 행위를 점진적으로, 내밀하게 진행할 것이다.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한국인들은 결국 문재인에게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주게 될 것이고, 세계에서 가장 잘못 명명(命名)된 ‘민주투사’ 임종석에게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주어 헌법을 고치고, 내가 가정하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월간조선 9월호)

객관적으로 김정은은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죽이고, 이복형을 독극물로 암살하여 전 세계가 그의 잔인함에 충격을 받았다. 태영호 공사는 물론이고 탈북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북한을 ‘김일성 왕조의 노예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10여만 명이 강제수용소에서 짐승 취급을 당하고 있으며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 5년 연속 책임자 처벌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정부가 북한의 2인자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등 3명에게 인권 유린 책임을 물어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조선일보 2018.12.12) 북한은 세계 공인의 ‘최악의 인권국가’임을 여러 차례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입만 벌리면 ‘인권’, ‘인권’하는 한국 좌파들이 북한인권에 절대 침묵하고 사사건건 북한을 감싸고 도는 행태와 이들의 선전·선동에 쉽게 함몰되는 한국인의 국민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 동양대 교수
서울대 한국정치연구회 지도간사
기독교문화연구회 사회과학 지도간사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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