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다큐 ‘경계에 선 아이들’ 미국에서 상영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다큐 ‘경계에 선 아이들’ 미국에서 상영
  • 이은혜 세이브NK 간사
  • 승인 2018.11.03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의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Children on the Edge)’이 미국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 상영됐다.

사단법인 세이브NK(Save North Korea 대표 김범수)는 지난 10월 17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워싱턴 보스턴 필라델피아 뉴욕에 위치한 조지타운 조지워싱턴 하버드 유펜 뉴욕대 등 주요 대학 캠퍼스를 순회하며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24일 저녁에는 유엔 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동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경계에 선 아이들’은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간 탈북 여성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극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일상의 언어와 분위기에서 잔잔하고 밝게 풀어낸 휴먼스토리다. 중국에서 태어나 현재 한국에서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초반의 김예림 조유나 학생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그들의 생활을 소개하고 또한 그들이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친구들에게 조차 말하지 못했거나 혹은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중국에서의 시간을 회상한다.

또한 다큐멘터리에는 중국에 아이들을 두고 한국에 홀로 입국해 슬픔 중에 살아가는 탈북 어머니와 중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가 북송되거나 한국에 입국해 중국에서 친척들의 손에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도 중국 현지 촬영을 통해 소개된다.

현재 한국에는 2600여 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초중고에 진학 중인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인 1500여 명이 중국 출생 중도입국자로서(2017년 기준) 대다수를 넘고 있어 탈북민 사회에서도 새로운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북한 출생 학생들이나 주민들과 달리 국내 입국시 탈북민들에게 주어지는 정착지원과 입시 지원 혜택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인터뷰 하는 김범수 대표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인터뷰 하는 김범수 대표

탈북 여성들의 자녀, 북송된 엄마

한국 내 3만 2000여 명의 탈북자 가운데, 3000여 명이 미성년 자녀들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태어나 무국적자로 살다 한국에 왔다. 이들을 가리켜 ‘중도입국 탈북자 청소년’, 혹은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간 탈북 여성과 중국 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 입국 뒤 국적을 취득한 미성년자들이다.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바로 제3국에서 출생한 이들 탈북 청소년들의 한국 내 생활과 자신을 버리고 간 어머니와의 관계 회복, 정체성을 찾는 여정 등을 내용으로 한다.

지난 5월 한국 국회 상영을 시작으로 공개된 이 영화는 20대 초반의 동갑내기인 유나와 예림의 삶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1990년대 중순부터 중국으로 넘어간 탈북 여성들이 조선족, 한족에게 팔려가 낳은 자녀들에 대한 기록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영화의 주인공은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온 21살의 예림. 예림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다.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아빠는 조선족이고 엄마는 북한사람이니까 짝퉁 아닐까?”

유나 엄마는 자신이 중국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말하지 못했고, 유나는 엄마의 사정도 모른 채 엄마를 원망했었다. 그러나 엄마가 중국인에게 팔려 원하지 않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서 저를 낳았다는 걸 늦게 알았어요. 하지만 저는 아빠를 사랑하거든요. 엄마는 아니겠지만.” 유나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탈북민 대안학교 '다음학교'에 다니고 있다.

세이브NK의 다큐 ‘경계에 선 아이들’을 관람하고 있는 미국 대학생들. / 세이브NK
세이브NK의 다큐 ‘경계에 선 아이들’을 관람하고 있는 미국 대학생들. / 세이브NK

30여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각과 정책의 변화를 소망하며 질문을 던진다.

“아직 어떤 곳에서는 저런 이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 무엇이 인권이고 무엇이 삶인가. 평화가 무엇인지 말을 해 달라. 그들은 누구인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한국 내 대북인권단체 세이브NK의 김범수 대표는 ‘경계에 선 아이들’, 즉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 청소년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제작 목적이라고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국에 나와 있는 탈북 학생들 중 대다수가 중국 학생들인데,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면 하는 것이죠. 영상은 그런 거예요. 우리가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용기를 가지고 드러낸 거예요. 상처가 있기 때문에 자기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요. 객관화 하지 못해요. 자기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기를 객관화 하고. 주변의 친구들도 숨겨놓은 이야기들이 나온 것은 처음인 것이죠.”

세이브NK는 1999년 탈북난민보호를 위해 1180만 명의 청원 서명을 받아 유엔 등 국제사회와 각국 의회에 전달해 탈북민의 인권 문제를 국내외에 알려왔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2000여 명의 탈북자들을 구출했다. 그런 만큼 영화를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이 단체가 초점을 두는 사람들은 중국 내 탈북 여성과 자녀들의 인권 개선이다. 탈북 여성과 결혼한 중국 남성들이 대부분 경제적, 신체적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동들의 인권 상황은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ongressional-Executive Commission on China)의 ‘2018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남성과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중국 내 무국적 아동의 수를 2만 명에서 3만 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교육과 어떤 공공 혜택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이처럼 열악한 중국을 떠나 어머니가 있는 한국에 와도 신분은 보장받지만 정신적 압박감과 정체성 혼란 등 어려움이 장기간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경계에 선 아이들’은 지난 17일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와 조지타운대에서 상영한 뒤 하버드대 등을 거쳐 24일 유엔의 날‘을 맞아 상영회를 가졌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