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아시나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아시나요?
  • 오진하 홍익문화예술아카데미 교수·전 북한 인민군인
  • 승인 2018.10.19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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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에 ‘공식적인 입법권을 행사하는 최고주권기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보편적 시각으로 보면 남한의 국회와 동일한 기구라고 이해될 것이다. 북을 탈출해 남한에 와서 자주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북한에도 입법기관이 있나요?”

북한 헌법에도 있듯이 입법기관이 존재한다. 그것이 최고인민회의이다. 회의 구성원을 ‘대의원’이라고 한다. 최고인민회의의 수장은 의장이며 의장 밑에 1명의 상임위원장, 상임부위원장, 각 분과위원장들이 있고 4년 주기로 전국의 당원들 중에 모범적이고 공적이 큰 사람들로 대의원 선거를 통해 대의원을 구성해 국가정책에 대한 입법권 활동을 한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룰을 의식해 입법기구라는 형식만 갖춘 거수기 집단에 불과하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룰을 의식해 입법기구라는 형식만 갖춘 거수기 집단에 불과하다

지금 설명처럼 현실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북한을 관찰할 때 북한만 가지고 있는 특성을 모르고 하면 엉뚱한 답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정석으로 판명되었다. 남한의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은 입법권을 행사하는 사람으로 인정되어 실제 행정권과 사법권으로부터 독립된 온전한 입법기관이라면 북한의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는 입법기구라는 형식만 완벽하게 갖춘 거수기 집단이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시각에 신경을 쓰는 관행이 있어서 늘 국가적인 큰 기관을 설립하거나 운영할 때는 그 방식과 외모를 국제사회의 보편적 룰에서 봐도 정상적인 민주주의적 형태로 보이게 하는 노력을 많이 한다.

현재 최고인민회의는 작년에 진행된 제13기이다. 최고인민회의는 평시에는 중앙상임위원회와 분과위원회 소수 간부들만 상징적으로 유지하며 각 도, 시, 군에서 선거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평소에 자기 직장이나 농장, 군대에서 일을 하다가 회의 소집 공표를 받으면 평양 만수대의사당 회의실에 모여 의결회의에 참가한다.

현재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최태복이며 그의 실제 직업은 노동당비서이다. 그 산하에 각분야별 분과위원장들이 있는데 그 분과위들을 통제하는 상위기관이 최고인민회의 중앙상임위원회이며 위원장은 90세의 충신 김영남이다.

100% 투표 100% 누락자는 정치범, 탈북자도 재입국해 투표할 정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되려면 도, 시, 군 대의원을 거쳐 승급되는 경우가 정상적이고 이례적으로 국가지도자가 개별적으로 추천하는 사람들(노동자, 농민, 군인, 어부, 탄부, 광부, 과학자 등…)이 갑자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 후보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대의원들의 공통점은 모두 현직 직장인이며 하나같이 순박하고 충실한 어진 사람들이다. 물론 당원이고 수령에 대한 충성심은 기본이다.

어느 산간오지 돼지목장에 가도 노동자 대의원이 있고 어느 어촌마을 늙은 기관장 대의원도 있고 농장관리위원장 대의원도 있으며 어느 도시 백화점 판매사원 대의원도 있다. 대의원은 국가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으며 권한은 막강하지만 오직 수령과 당의 사상과 명령 관철을 위한 것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다른 사적인 권한 행사는 처벌받게 되지만 그런 유형의 사람이 당초 대의원이 되지 못한다. 오직 순종하고 수령과 당에 충성한다는 그런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대의원이 된다.

최고인민회의 선거는 전국에 680~690개소의 선거구를 설치해 진행하며 선거투표장 진행자들은 추천된 당원들이 한다. 엄숙하며 삼엄한 분위기 속에 투표를 시작해 1시간 안에 전국 투표가 완료되며 투표 완료되는 동시에 ‘100% 참가 투표하여 100% 찬성’ 되었다는 보도가 공식처럼 나온다. 실제 100% 참가하며 100% 찬성 투표한다. 반대하는 투표 용지 자체가 없으며 반대하려는 사람 자체가 없다.

필자는 북에서 살며 여러 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 참가해 봤다. 북한에서 선거는 오직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뿐이다. 다른 선거란 없다. 예를 들면 김정일을 조선노동당총비서로 추대한다든가, 조선노동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한다든가 하는 문제도 최고인민회의대의원선거로 한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선거는 ‘중대정치행사’이다.

선거 당일에 북한 국적을 가진 성인은 누구도 일탈할 수 없다. 수술 마취를 앞둔 환자도 이동 선거 투표를 하고 마취되어야 한다. 만일, 한 명이라도 누락되어 투표에 참가하지 못하면 정치범죄자가 되어 가족과 함께 벌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북한에서는 누구도 선거에 빠지려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탈북해 중국 땅에서 방황하던 주민들이 선거 때가 돼서 다시 두만강 건너 재입북하겠는가. 선거에 자신이 빠지면 가족들이 받을 고통 때문이다.

요점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라는 입법기관을 남한의 국회와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매우 잘못된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선노동당도 정당이기 때문에 당대당 교류를 하겠다는 황당한 생각처럼 이상한 것이 남과 북의 의회간 교류이다.

일각에선 교류를 통해 그들에게 자유민주 의회 모습을 전파한다는 갸륵한 생각도 한다. 남한의 국회의원이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만나서 무슨 대화가 될지도 문제지만 북한 인민회의는 남한의 국회처럼 독립적인 입법기관이 아니라 노동당의 정책을 입법활동으로 보장하는 당의 입법전사들의 조직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북한이다.

북한은 지금껏 한국의 경제발전상에 감탄해 자기 체제를 반성하려는 동요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들이 남한을 알아도 잘 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대화 할 만한 입법기관인지 아닌지는 한번 만나보면 금방 답을 얻게 된다. 남과 북의 교류가 진정으로 이뤄지면 그 이상 바랄 일이 없다. 북한과 무언가를 하고 싶거든 북한에 대해 겸손하게 공부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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