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을지로 방산시장 근처에 ‘을지 메이커스페이스’가 오픈했다. 을지 메이커스페이스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자영업 협업화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협업체들이 주체가 되어 만든 소상공인들의 연구 및 협업공간이다. 관련하여 을지 메이커스페이스를 이끌고 있는 자영업 협업기업교류회 이보삼 회장, (주)프리버드 임병규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을지 메이커스페이스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저희는 모두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서울시 자영업 협업화 지원사업에 참여했었는데요. 협업기업들의 경우 서로 다른 이종업종이 많았어요. 이종업종간의 협업을 통해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공동생산, 공동판매 등을 같이 해보자는 욕구가 있어 협업기업간의 교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교류회 활동이 모임으로만 진행되다보니 실질적인 성과를 내거나 활동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죠.
이후 방산시장에 협업기업들의 공동생산센터가 만들어졌지만 소음과 약품냄새로 사무실을 이전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가장 폭넓은 협업이 가능한 인쇄 및 포장패키지 센터를 확장해 교류회원간의 협업공간을 만들자고 해서 교류회의 적극적인 회원을 중심으로 현재의 ‘을지 메이커스페이스’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을지 메이커스페이스가 위치한 중구권역에만 약 30여개의 협업기업이 모여 있어 정보공유와 모임의 허브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을지 메이커스페이스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을지 메이커스페이스는 협업기업 및 주변 소상공인들이 연구도 하고 함께 교류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이종업종이지만 서로 관심이 있는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업화시키고 같이 역할분담을 해서 성공시켜나가는 사업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현재 3D프린터, UV특수인쇄기, 전사프린터, 전사열프레스기, 특수소재전용 인쇄기, 레이저 각인기 등 다양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회의나 교육이 가능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그동안 연구개발 공간과 장비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던 협업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연구개발실의 역할을 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간 제품들을 구상해서 시제품을 쉽게 만들어보고, 사업화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다는 것이 을지 메이커스페이스의 특징입니다. 아이디어를 사업계획서로 만들어 서로 토의하고 개발과 판매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활동들을 진행하려고 해요.
앞으로 어떤 일들을 추진하실 계획인가요?
기본적으로는 회원사들이 모여 새로운 제품을 공동개발하거나 위탁개발, 소비자 주문생산 등의 활동들을 해나가려고 해요. 제품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시도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협업기업들은 이런 설비들을 할인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강의실 겸 작업실에서는 이곳에 있는 장비를 활용해 진행할 수 있는 강좌들을 오픈할 계획인데요. 예비창업자나 일반인, 학생들이 설비를 이용해 실습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반인들이 본인이 기록하고 싶은 사진이나 그림을 가져오면 티셔츠, 에코백 등 제품에 인쇄하는 식으로 제작실습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거죠. 본인이 가지고 가는 것 뿐만 아니라 판매활동도 해볼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학생들이 미니 스마트팜을 직접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교육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을지 메이커스페이스 활동의 의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현재 협업기업들의 경우 하청생산이나 부분적인 작업만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을지 메이커스페이스와 같은 공동생산센터가 생기면서 완제품이나 완성품 주문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패키지 제품 주문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을지 메이커스페이스에는 다양한 업종의 협업기업이 모여 있고 동종업종, 이종업종간 네트워가 있어 완성품 주문을 받아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요. 하청생산이나 부분작업만 하던 기존 협업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완성품을 제작하고 공급하면서 적극적인 영업이 가능하게 되었다는데 의미가 있죠.
그리고 을지 메이커스페이스의 협업센터를 통해서 협업기업들이 본인들의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레벨업시키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개발공간이나 장비, 인력이 부족해 쉽게 진행하지 못했던 제품개발 및 연구활동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죠. 협업기업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서포트하니 이런 작업이 더 수월하고, 협업기업들의 제품을 모아 함께 홍보를 하면서 판매도 활성화시킬 수 있어요.
을지 메이커스페이스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요?
자영업 협업기업들은 규모나 인력 면에서 개별적인 능력이 부족한데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정보도 공유하고 제품을 레벨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각 협업기업들이 잘하는 기능을 융복합해서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고 생산, 판매해서 부가가치를 만들려고 합니다.
소상공인에게 4차 산업혁명은 남의 일인 듯 보이지만 그게 아닙니다. 을지 메이커스페이스는 간단한 아두이노 등 간단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센서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체험하고, 자영업자 각자의 업무에 맞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실습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전체 자영업자들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를 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는 실험과 적용을 통해 경험을 쌓아서 서울시와 전국적인 활동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협업사업 및 을지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2014년부터 4년간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자영업 협업화 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자영업지원센터 김진희 전문위원과의 유선 인터뷰도 함께 진행하였다.
개방형 협업사업 시범센터에 대해서 전문가로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난 4년 동안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자영업 협업화 지원사업을 운영했었는데요. 사업을 진행을 하다보니, 자영업자가 자체적인 능력만으로 3개 기업이 지속적인 협업을 이어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2016년부터 공유형 협업, 개방형 협업을 활성화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습니다.
‘공유형 협업’은 협업설비가 지역자산화 되는 형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협업기업의 성공사례 중 하나인 ‘디어블랑제’의 경우 처음에는 7개 빵집이 공동설비를 기반으로 협업이 시작되었는데요. 이후 노원구와 도봉구 지역에서 10여개 동네빵집들이 추가로 협업에 참여하면서 협업활동이 확대되었어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협업설비는 협업참여 업체의 소유 기계가 아니라 지역자산이 되었죠. 이처럼 초기에 협업을 하신 분들이 협업시설을 개인의 자산으로 하지 않고 지역의 동종소상공인들을 모아 지역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을 공유형 협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서울역 부근 만리동지역 봉제 협업체에도 있습니다. 2차에 걸친 협업설비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패션봉제협회 회원사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유 협업설비가 되었습니다. 협회는 이 설비를 기반으로 더 뭉치게 되는 계기도 되었죠.
‘개방형 협업’은 기존의 협업체가 주위의 협업체나 소상공인들과 협업설비를 개방해서 사용하면서 더 많은 연결 관계를 이끌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공유형 협업은 보통 그 바탕에 협회와 같은 단체가 있어 참여자들이 회원 소속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개방형 협업은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있는 협업체가 모여서 주변에 있는 협업기업이나 소상공인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협업시설은 저렴하게 활용하거나 개방해서 더 광범위하게 협업설비를 사용하는 협업화 모델을 말합니다.
이런 확장된 협업활동의 의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먼저 기존 협업설비의 가동률을 높여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협업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자체적으로 개발 기능 등을 수행하기 어려웠는데 이런 활동과 연계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적극적인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죠. 을지 메이커스페이스의 경우에는 개방형 협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유형 협업, 개방형 협업, 협동조합 설립과 같이 협업사업의 큰 줄기는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을 해나가야 지속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하나의 시도가 을지 메이커스페이스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