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고착화와 사회 양극화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했던 교육과 학력이 상당 부분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면서 계층과 부의 대물림 현상 또한 심화되고 있다. ‘학벌’이 예비 직장인을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이기에 대다수의 청춘들은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는 끝났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청년 문제가 개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적절한 진단이기는 하지만, 청춘들은 이러한 말들에 너무 흔들리지 말기를. ‘네 탓이 아니라 세상 탓’이라는 말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춘들에게 다소의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진단을 바꾸어 말하면, 이 세상은 어차피 이 모양 이 꼴이니 이 시대의 청춘들은 계층 이동을 포기하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반칙이라도 해야 하나?
이 책 《당신의 청춘은 얼마인가요》 역시 청춘들이 처한 현실의 굴레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편할 정도로 솔직하다.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청춘 군상의 눈물겨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 책은 ‘아픔은 청춘에 수반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거나 ‘고통은 완성을 위한 전 단계’라는 식의 어줍지 않은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가장 현실적인 지점에서 해법을 찾아낸다. 청춘의 열정과 기지를 발휘하여 창업을 하고 떼돈을 벌라는 식의 헛소리도 없다. 그것이야말로 ‘현실’이 아니라 ‘이상’일 뿐이다. 이 책은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에서 청춘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이끌고, 재력이 뛰어난 부모를 만나지 못해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청춘들이 따라야 할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청춘이 처한 현실의 민낯을 대하며 당혹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일과 직업, 돈, 성공, 인생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과 깨우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들을 때는 달콤하지만 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이 있다. 이러한 말들은 비루한 현실에 처한 청춘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취업은 남의 돈을 벌어주는 것이고 창업은 자기 돈을 버는 것’이라거나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라’거나 ‘당신이 힘든 이유는 사회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말 따위다. 이 말들은 일견 맞고 일견 틀리다. 하지만 상처 입은 청춘들의 입맛에 맞게끔 해석할 경우, 이 말들은 직업과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무언가 시작하는 것을 유보하게 만들며, 내가 안 되는 것은 다 세상 탓이라는 핑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자. 혹시 성급하게 어떤 성과를 내고 싶어서 안달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청춘의 특권을 누리겠다며 삶을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청춘의 불안은 이 두 가지에서 시작된다.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이 책 《당신의 청춘은 얼마인가요》는 이렇게 말한다. 청춘은 무언가를 수확하는 때가 아니라 쌓아가는 시기이며, 지금 당신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10년 뒤, 20년 뒤 당신의 모습이 결정된다고.
청춘 시기를 바람직하게 보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크기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청춘들이 직장에서, 일터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품고 있지만, 대체로 급여와 연봉은 적정 수준에서 매겨져 있다(‘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불량한 근로 현장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제 갓 학교를 졸업한 신출내기에게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스로의 가치는 망각한 채 ‘몸값’에만 연연하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위험한 생각이다. 만약 자신이 가진 가치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훗날 받아야 할 합당한 대가를 미리 당겨서 쓰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연봉 높은 사람이 유능한 사람일 거라는 이 사회의 허위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손해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청춘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때로는 손해와 희생을 감수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 세상에 무가치한 일은 없다. 탁월한 실력과 업적은 여러 가지 경험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그러니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희생을 감수할 만한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 책의 저자 종닝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고민했다. 학문 연구에 뜻이 있어 대학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당장 취업에 자신이 없어서 시간을 벌려 했던 것. 혹시 각종 자격증과 시험에 몰두하며 여전히 ‘공부’에 매달리는 것이 사실은 현실과 맞닥뜨릴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국가와 세계의 부조리한 현실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도 옳지 않은 태도다. 자신의 삶도 바꾸지 못하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비판의식을 갖되,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본분은 망각한 채 자아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갓 사회에 진출한 신출내기 직장인들의 여러 가지 행태도 보여준다. 학교에서는 ‘고참’이었으나 직장에서는 ‘신참’이 될 수밖에 없는 신입 사원들의 처지 변화와 직장에서의 언행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독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법하지만, 평소의 나쁜 습관과 사소한 실수로 ‘꼬리표’가 붙어 큰일을 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옮긴이가 역자 후기에서 ‘책이라는 고상한 형식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선배한테나 들을 법한 이야기’라고 진술한 부분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취업과 이직, 연봉 협상, 창업에 관한 청춘들의 고민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는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지만 감히 입 밖에 꺼내기 힘든 ‘날 것’ 그대로의 충고와 조언이 연타로 터져 나온다. 하나하나가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금언들이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이 시대의 청춘들이 처한 현실과 처지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이끈다. 저자의 말들이 때로는 불편하게 다가올지라도 자기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대한 인식 없이는 제대로 된 방향을 잡을 수 없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길을 제시한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기를. 이 책은 결코 ‘속물’이 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청춘을 잃어야만 어른이 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 성공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청춘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려주며, 자신을 더욱 더 사랑하라고 말한다. 이 책이 밝히는 갖가지 제안들은 청춘들이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에 다름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이것이다. 스스로 실력을 쌓고 가치를 지닌 인생은 결코 타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너답게 어른이 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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