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1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과 사진을 올렸다.
북한에서 보낸 것인지 아니면 종북단체가 뿌린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대남공작용 삐라’는 분명하다. ‘삐라’ 내용의 공통점은 ‘한미동맹 이간책’이다. 민족을 내세우면서 미군을 외세로 규정하고 민족공조로 주한미군 몰아내자고 하는 것은 북한의 일관된 대남정책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은 명심하라. 동족대결, 대미굴종 계속하면 현 정부도 적폐로 규정할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삐라’에 적혀 있는 ‘동족대결, 대미굴종’이 뜻하는 직접적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미 연합훈련이다.
공교롭게도 청와대는 지난 4일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훈련 기간과 겹치는 부분은 장애인 올림픽인 2018 패럴림픽(3.9~18)이다. 올림픽을 핑계로 훈련을 연기한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북한 삐라 내용이 오버랩 되는 것은 현실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미 연합전력이 대폭 강화되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마크 세던 미 컬럼비아대 객원교수가 작년 12월 영국 가디언에 기고문에서 “미국의 데드라인은 앞으로 3개월이다”라고 밝혔다. 미 CIA도 김정은의 ICBM 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대북 압박이 느슨해진다면 북한은 3개월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벌게 된다.
북한은 이미 핵개발을 위해 시간벌기용 대화를 악용한 선례(先例)가 있다. 1994년 미북간의 제네바 협약이다. 당시 북한이 내건 전제조건은 한미 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이었다.
제네바 협약은 북한에 대해 핵개발 동결대가로 1000MWe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고 대체에너지로 연간 중유 연 50만t을 제공하는 대신,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완전 복귀와 모든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허용, 핵활동의 전면 동결을 약속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1994년 3월 3일 김영삼 정부는 북핵 문제의 성공적인 해결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팀스피리트 훈련의 조건부 중단을 공표했다. 결국 팀스피리트 훈련은 영원히 중단되었다.
당시 팀스피리트 훈련은 한미 양국군 20만이 움직였던 대규모 훈련이었다. 미군이 동맹군과 실시한 연합훈련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와 클린턴 미 행정부는 북한의 속임수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다. 북한은 그렇게 시간을 벌었고 현재 핵과 미사일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었다.
소위 북한의 핵무력 완성 3개월 시한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또 다시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발표했다. 문제는 올림픽 후 연기된 훈련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이 점을 지적했다.
벨 전 사령관은 미국의 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를 위해 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는 그 어떤 생각도 잘못된 것”이라며 “올림픽을 치르는 단기간에 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올림픽 폐막 직후 원래 계획된 훈련을 전 범위에 걸쳐 실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은 훈련이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94년 미북 제네바 협약을 빌미로 북한의 요구 사항인 팀스피리트 훈련은 중단되었다. 미국은 RSOI(한미연합전시증원훈련)과 키리졸브(Key-Resolve:중요한 결의)로 훈련을 대체했다.
그러나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에 비해서는 그 규모나 강도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약화되었다. 팀스피리트 훈련처럼 전구급(THEATER LEVEL) 기동훈련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대신 컴퓨터를 이용한 일종의 도상훈련(WAR-GAME SIMULATION)인 도상(圖上) 지휘소 연습(CPX·Command Post Exercise)과 제한된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oal Eagle)을 실시하고 있다.
미군의 동맹군과의 훈련은 1년 또는 2년 전부터 수차례의 준비회의와 작전회의를 거쳐서 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훈련을 연기하거나 조정하면 연간 훈련계획 전체가 차질을 빚는다.
한미 연합훈련 관계자들은 이미 한달 전부터 훈련 연기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가 훈련 연기를 공식 발표하기 전에 언론에서는 간간이 훈련 연기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의 가장 중요한 군사훈련 변동사항이 언론에 흘러나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미 연합훈련이 4월말이나 5월초로 연기된다면 미국, 일본, 호주, 베트남의 연합 해상훈련인 태평양연합훈련(PACIFIC-PARTNERSHIP EX)과 겹치게 된다. 그 다음은 미-호주-일본의 연합훈련인 말라바훈련과 2018 림팩훈련(환태평양 다국적 해상훈련)이 이어진다.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인 쌍용훈련도 그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미 해군은 잠시의 빈틈도 없이 연간 훈련 일정이 빽빽하게 짜여 있다.
미 본토에서 한국으로 전개될 지상군 역시 일정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어쩌면 2018 한미 연합훈련은 병력의 이동이 없는 지휘소 연습(CPX·Command Post Exercise)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동의 적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이 ‘동맹(同盟)’의 본질적 의미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상대로 확고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에 대한 굴종으로 동맹 대열에서는 이탈한 상태다. 그럴수록 일본의 입지는 강화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한국 못지않게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일본이다.
어쩌면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을 미일 연합훈련이 대신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유사시 한반도로 긴급히 증파될 미군자산은 주일미군기지에서 들어오게 된다. 미자와, 이와쿠니, 요코다, 사세보, 요코스카, 오키나와는 일본 내 미군의 핵심기지다.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된다면 반드시 일본 근해에서 미일 연합훈련은 강화하게 된다.
짝수년도에 열리는 환태평양 연합해군훈련인 림팩 2018 훈련에 미 육군과 일본의 육상자위대가 합동으로 지대함 미사일 공격 훈련을 할 것이라고 해리 해리스 제독이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전자전용 공격기를 도입하는 안을 올해 말 개정 예정인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에 포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자전기라면 E/A-18G 그라울러가 유력하다.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는 미의회 승인이 있어야만 해외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 미국 외에는 호주 공군만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 지지(時事)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2월 26일 일본 정부가 26일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가장 큰 함정인 이즈모(出雲)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것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즈모 호위함은 항모형 갑판을 갖춘 함정으로 일본에서는 헬기 항모로 운용하고 있다. 이즈모 호위함은 길이 248미터에 만재배수량은 2만 7000톤이 넘는다.
개조가 완료되면 해상자위대로서는 처음으로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된다. 탑재 항공기로는 스텔스 전투기인 미 해병대형 수직이착륙기 F35-B형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현재로서는 이즈모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중장기 방위대강의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도서 방어를 위한 상륙 전력 확보를 위해 수륙양용장갑차, 미 해병대의 수직이착륙기 V-22 오스프리는 이미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전력 증강의 전술적 방향은 미군과 연합작전을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항모 개조와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기 도입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게다가 압도적인 아베 정권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율은 방위력 증강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한반도에 전개될 거의 모든 전략자산이 주일미군기지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미소 지으며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한 공백은 얼마든지 미일 연합훈련으로 대체 가능하다.
친중반일의 한국을 빼고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게 미국은 ONLY ONE 이지만 미국에게 한국은 One of Them일 뿐이다.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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