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량을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제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했다.
그러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1월 22일(현지 시각)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이는 대북제재 결의안 제2379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번 제재안에는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까지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석 달 사이에 유엔은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량을 45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줄였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은 거의 마지막 수순(手順)까지 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관건은 중국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라인을 갖고 있다. 중국이 유엔 결의안을 제대로 따르는지 유엔이 확인할 방법은 전혀 없다.
앞에서는 유엔 결의안을 따르는 척하면서 뒤로는 얼마든지 유류 공급을 하는 것이 중국이다. ‘선박 대 선박 이송(ship to ship transfers)’도 금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해상 밀무역 단속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게다가 북한은 민간의 석유 소비가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석유공급 제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북한은 늘 경제적 압박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유엔 제재(制裁)에 콧방귀를 뀌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딜레마다.
강화되는 미국과 동맹국의 對北 ‘군사적 옵션’
경제적 제재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더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한미 연합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에 미 공군은 스텔스 전투기 24대를 투입했다. 강화된 ‘군사적 옵션’중 하나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12월 2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 있는 82공수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반도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발언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방문한 미 육군 82공수사단(82nd Airborne Division)은 미 해병대와 더불어 유사시 해외에 가장 먼저 파병되는 사단이다. 따라서 82공수사단에서의 미 국방장관의 발언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최우방인 영국도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이브닝스탠더드는 지난 20일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이 “북한 미사일이 런던도 위협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보도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의 위협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는 전 세계적 문제이고 영국은 북한 위협에 대처함에 있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영국 해군은 구축함 아가일함(HMS ARGYLL (F231))과 서더랜드(HMS Sutherland (F81))함 두척을 아시아로 파견해 동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역시 미·일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군사적 옵션’을 강화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북핵 문제에 군사적 옵션을 실행에 옮겼던 이스라엘
2004년 4월 22일 평안북도 용천군 용천역에서 거대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용천 일대가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질산암모늄과 유조차량 교체작업 중 충돌로 인해 고압전선이 끊어졌고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대폭발을 일으켰다고 당시 언론은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1톤짜리 폭탄 100발의 폭발력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김정일은 북한내각 철도상 김용삼을 처형했다. 세간에는 용천역 폭발은 김정일 암살 시도였다고 재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폭발에 석연찮은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열차 선로(線路)의 스파크로 대폭발이 발생했다는 것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일본 산케이신문(産經新聞)은 전혀 새로운 각도로 조명했다. 이번 사고가 북한과 시리아 사이의 군사 물자 수송 도중 일어난 사고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2004년 5월 7일자로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용천 폭발사고로 시리아 기술자들이 죽고 부상당했다고 보도하면서 이것은 북한과 시리아 사이에 극비리에 군사물자를 수송하던 중 일어난 사고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시리아-이란 간의 대량살상무기 커넥션에 주목하고 있었다.
2013년 미국 언론들은 북한-시리아 커넥션과 관련해 용천 폭발사고를 언급했다. ‘열차에는 12명의 시리아 핵과학자가 북한에 전해줄 핵물질을 갖고 타고 있었는데 모사드가 이를 알고 저지하기 위해 북한에 직접 요원을 침투시킨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모사드 개입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스라엘 모사드는 시리아-북한-이란의 핵(核) 커넥션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시리아 핵과학자들이 이란 테헤란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하는 전(全) 과정을 추적하고 있었다. 미국 CIA도 못하는 것을 이스라엘 모사드는 하고 있었다. 시리아가 핵을 보유한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존망(存亡)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7년 9월 이스라엘 공군은 시리아의 핵시설을 공습해 파괴했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의문의 시설은 그 모양이 북한 영변 핵시설과 똑같았다. 이스라엘 모사드는 시료를 채취해 그것이 핵시설임을 밝혀냈다. 이스라엘은 지체 없이 공습작전에 돌입했다.
시리아 핵 시설 공습에 북한의 핵 과학자 다수가 사망
이스라엘의 공습은 우리에게 뜻밖의 정보를 줬다. 시리아 핵시설에서 북한의 과학자와 기술자 약 10여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뒤늦게 밝혀졌는데 당시 외신은 물론이고 국내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사망한 북한의 과학자와 기술자는 현지에서 화장하고 북한으로 운구되었다. 이에 대해 북한 역시 시리아처럼 함구했다.
모사드의 ‘암살 작전’, 이란과 시리아의 핵개발 무산시켰다
이스라엘은 2008년 2월 북한과의 화학무기 거래 등 비밀 군사협력 책임자인 모하메드 슐레이만 장군을 암살했다.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의 최측근인 슐레이만 장군은 시리아의 WMD 개발 총책이었다. 또 시리아과학연구센터의 미사일 분야 책임자인 나빌 주하이브 박사도 2012년 7월 암살됐다. 주하이브 박사는 미사일에 화학무기를 장착하는 기술을 지원해온 북한 과학자들을 관리해 온 인물이다. 그는 수차례 평양을 방문했었다.
2010년부터 이란은 본격적인 핵개발에 들어갔다. 북한-시리아-이란의 ‘핵’ 커넥션 가동의 결과였다. 이스라엘 모사드가 가만 있을 리 없었다. 2011년 11월 이란의 미사일 관련 시설에서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란 관영매체는 단순사고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외신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폭발사고로 이란 미사일 개발의 핵심 인사인 ‘하산 모카담’을 비롯해서 미사일 관련 과학자 17명도 폭사한 것으로 외신은 보도했다. 2012년이 되자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할 것으로 보도했다. 이른바 2012년 4월 공격설이었다. 그러나 이라크 영공을 미 공군이 관리하는 한 이스라엘 공군은 미 공군의 눈을 속여 가며 이란을 공습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은 조바심이 났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또 다른 긴장을 원하지 않았다.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자 결국 이스라엘 모사드가 움직였다. 이란의 반체제 인사를 포섭했다. 2012년 1월 11일 이란의 핵과학자 모스파파 아마디-로샨이 자신의 차에서 폭사(暴死)당했다. 오토바이에 탄 괴한이 폭탄을 부착해서 폭사시켰다.
이 사건에 대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2012년 1월14일(현지시간)자 보도에서 로샨 뿐 아니라 지난 2010년 발생한 3건의 이란 핵과학자들의 ‘의문의 죽음’ 또한 모사드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타임지는 이란 핵과학자 암살사건은 모사드로부터 특수한 훈련과 지원을 받은 이란인들이 한 것이라고 추가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정작 이스라엘과 이란은 모두 함구했다.
이란의 핵개발은 그것으로 끝났다. 이스라엘 모사드의 역할로 본다면 국가 안보는 총구가 아닌 정보로 지킨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사건은 최근 2017년 10월 24일 모사드에 정보를 제공하고 이란 과학자를 암살하는 데 협조한 이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림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트럼프, 최고의 밀월관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했다. 또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도 옮기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과 중동국가들은 반발했다. 국내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이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고 비난하기 바빴다.
그러나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은 이미 1995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상원이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법안(act)이었다. 중동 정세의 민감성 때문에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실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미국의 셰일오일(shale oil)은 중동으로부터 미국을 자유롭게 했다. 셰일오일은 중동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부담을 대폭 줄였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정치적 모범답안, 정치적 위선)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클린턴 이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데 주저했던 것은 상당 부분 P.C.(Political Correctness)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는 슬로건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미국의 건국 이념을 되새겼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예수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가 된다. 셋째, 중동의 각국 정세가 이스라엘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였던 시리아는 내전 상태다, 사우디는 왕권 계승에 따른 정치적 분쟁과 예멘 반군의 도전에 시달리고 있다.
예멘 역시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양상의 내전을 치르고 있다. 이라크는 모술 지역을 점령했던 IS 반군을 겨우 몰아내고 안정화하는 데 전념하는 상태다.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은 수니파의 주변 중동국가들이 견제를 하고 있다. 이런 중동 정세를 본다면 트럼프의 이번 예루살렘으로 대사관 이전 발표는 절묘한 타이밍에 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트럼프의 사위이자 선거 당시 핵심 참모였던 제러드 쿠셔너는 정통파 유대인이다. 트럼프의 가족관계는 더더욱 친이스라엘 쪽으로 외교 방향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옭아매는 문재인 정부의 한미 연합훈련 연기 제안
물론 유엔에서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미국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되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은 미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은 고립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국제역학을 모르는 국내언론의 무지(無知)일 뿐이다.
미국과 동맹국의 행보와는 정반대로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이유로 해서 정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춘다면 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은 미국의 ‘군사적 옵션’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과연 미국이 받아 줄지는 미지수다.
미 항모전단의 이동과 훈련, 그리고 병력의 이동의 연간 스케줄은 이미 정해져 있다. 만일 한미 연합훈련 시기를 연기한다면 미국과 그 동맹국의 훈련 일정이 전체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국이 빠진 가운데 미국-영국-일본-호주의 연합훈련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게는 올림픽보다 북한의 핵위협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식 북핵 해결을 카드로 꺼내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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