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망대] 이낙연 신당의 기반은 호남, 두꺼운 무당층이 고무적
[정치 전망대] 이낙연 신당의 기반은 호남, 두꺼운 무당층이 고무적
  • 김경은 전 경향신문 기획위원 
  • 승인 2024.01.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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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백주의 테러’를 당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돌발 상황의 최대 피해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연초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기세를 몰아쳐 신당 세몰이에 불을 지펴야 할 시점이다. 총선까지는 100일도 남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고 있다. 불행스러운 사고로 ‘이낙연 신당’ 작업을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전 대표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누워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신당 창당 속도전은 ‘내부 총질’로 역공을 받을 수 있다. 

제동이 걸린 이낙연 신당 창당 작업은 곧 재개될 전망이다. 이 대표의 피습이 이낙연 신당의 속도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이미 ‘결별의 루비콘강’을 건넜다.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12월 30일 ‘명낙회동’을 복기가 필요하다. 이날 만남은 급조됐다. 전날 이 대표가 먼저 전화했다. 인터뷰 중이던 이 전 대표가 리콜했다. 이번에는 이 대표를 받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가 전화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리저리 수소문했다. 이 전 대표가 밤중에 집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전 대표는 모양이 사납다고 생각했다. 측근을 통해 회동 일정이 정해졌다. 이 전 대표가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말 그대로 만남을 위한 만남이었다. 전화 통화를 시도했던 그날, 이 대표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했다. 이 전 대표가 요구한 ‘변화’를 무시한 것이다. 정가에서는 사실상 이 전 대표를 출당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 진영에서도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이 전 대표가 총리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남평우 전 총리비서실장이 대장동 특혜 의혹의 제보자임을 스스로 고백했다. 민주당은 이미 분열되어 있었다. 

30일 회동에서 반전은 없었다. 이 대표는 단합을 재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화답하지 않았다. 대신 결별 선언했다. 결별 선언은 지난 1월 1일 신년인사회에서 선전포고로 이어졌다. “큰 싸움을 벌이겠다”라고.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행주산성에서 ‘총선대첩’을 외쳤다. 이 전 대표는 전투 상대를 ‘새로운 변화를 막는 기득권’이라고 규정했다. 거대 양당이다. 그리고 신당 목표를 “원내 제1당”, 실현 방법을 “제3지대와 연대”라고 밝혔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일 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 연합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일 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 연합

민주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할 의원 숫자가 변수

이낙연 신당의 전도는 밝지 않다. 우선 ‘이낙연 브랜드’의 정치적 영향력이 전과 다르다. 상당수의 ‘친낙계’ 의원은 ‘친명계’로 흡수됐다. ‘이재명 우산’ 속 결집하는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이재명 사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숫자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현재 이낙연 신당 합류를 선언한 국회의원 1명(이석현 의원), 기초단체장 출신 당협위원장은 1명(최성 전 고양시장)뿐이다. 민주당 내에서 ‘반명계’ 기치를 든 의원도 고작 4명이다. ‘상식과 원칙’(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소속 의원이 전부다. 그들도 이낙연 신당과 행동을 같이할지 아직 알 수 없다. 추가 탈당 여지가 있는 현역 의원이 한정적이라는 얘기다. 이재명 1인 중심의 야권 정치 구도가 공고화되고 있다. 

총선 구도가 정권 심판론과 정권 지지론으로 굳어진 양상이다. 이런 구도는 절대적으로 거대정당에 유리하다. 올 총선은 정권 심판론이 압도하고 있다. 야당에서 가지 치고 나온 신당에 대한 지지는 정권 심판을 막는 ‘해당 행위’가 된다. 신당으로 표 이탈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권 심판론이 득세하던 총선에서 신당이 성공한 사례도 찾기 어렵다. 

이낙연 전 대표가 그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왜 승리를 자신하는가.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단지 신당의 동력을 만들기 위한 자가 발전인가. 

그게 아닐 수도 있다. 우선 기존 거대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크다. 거부감을 드러내는 세력은 무당층이다. 여론조사를 보자. 한국갤럽 조사(12월 1~2주)에서 26%, 앱소스 조사(12월 29~30일)에서 23%,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조사(12월 18~20일)에서 32%다. 

특히 32%는 국민의힘(30%)과 민주당(22%) 지지율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적어도 거대 여야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20~30%는 된다는 얘기다. 거대 야당이 이들 무당층을 대거 흡수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확장성이 없다는 얘기다. 집권 여당과 거대 야당이 건전한 경쟁, 합리적 절충, 생산적 토의, 바람직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다. 그렇다고 무당층이 모두 제3신당의 흡수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두꺼운 무당층은 제3지대 신당 성공의 충분조건이다. 거대 양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어젠다를 던지고 정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제3당은 대안세력으로 국민 인정을 받을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선거를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과 한판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과 국회 권력이 늘 싸우고 충돌하면서 서로의 이익을 챙기는 적대적 공생의 관계를 깨겠다는 의미다. 이런 정치권의 퇴행에 증오를 표시한 게 이재명 대표 테러다. 어떻든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은 혐오와 증오 정치에 경각심을 높였다. 이는 총선에서 신당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의 처지에서 두꺼운 무당층의 분포는 매력적인 일이다. 이낙연 신당은 무당층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을까. 이낙연 대표는 ‘호남의 맹주’다. 당연히 이낙연 신당의 정치 기반은 호남이다. 호남의 득표가 이낙연 신당의 승패 갈림길이다. 곧 큰 싸움의 분수령은 호남이다. 이낙연 신당에 대한 광주·전남·북의 국민 여론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세다. 하지만 신당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코리아리서치가 지난달 26일~29일 4일간 광주·전남지역 선거구 8곳에 관한 조사 결과, 10명 중 3명이 ‘신당에 투표할 수 있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호남의 신당은 이낙연 신당이 대표한다. 예상 득표율 30%라면 이낙연 신당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곤란하다. 더욱이 아직 이낙연 신당은 출정식도 갖지 않은 상태다. 또 민주당의 공천이 시작되면 신당은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에는 정치 수요에 비해 정치공급이 과다한 상태다. 공천과정에서 현역 의원과 정치신인이 대립할 것이다. 

또 지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기초단체장도 공천에 목을 매달 것이다. 적어도 호남지역에서 소화되지 못한 공급의 퇴로는 이낙연 신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낙연 신당의 몸집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낙연 신당의 세력 확대는 수도권의 출향 호남 인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이낙연 신당이 ‘이삭줍기’로 거대 야당, 민주당에 대적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상황에서 지역구 당선을 장담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정치공학이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그림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정치는 생물이다.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1월 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위해 걸어오고 있다. 왼쪽은 개혁신당(가칭)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연합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1월 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위해 걸어오고 있다. 왼쪽은 개혁신당(가칭)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연합

이 전 대표가 야권 재편 중심에 서면 호남 1당도 가능

2016년 국민의당도 그랬다. 호남 열풍을 경험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은 새민주연합에서 탈당했다. 총선을 두 달여 남겨둔 2월에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호남 민주당(낙천된 호남지역 현역 의원)’이 국민의당에 대거 합류했다. 총선 결과는 38석 확보였다. 호남에서 제1당이 됐다. 현재 민주당도 이미 공천 학살이 예고된 상태다. 일명 ‘친명 순도’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 ‘위장 친명’ 인사는 ‘부적격 현역 위원장’이라는 딱지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호남지역 후보라면, ‘이낙연 신당’으로 둥지를 옮길 개연성이 있다. 

올 총선이 2016년 상황과 데자뷔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 안철수 의원처럼 이 전 대표가 야권 재편의 중심에 선다면 호남 1당을 달성 못 할 이유도 없다. 관건은 이 전 대표가 야권 개편의 중심에 설 수 있느냐다. 다시 말하면 이준석 신당(개혁신당)과 연대해서 제3세력의 빅텐트를 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두 전직 당 대표의 접촉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정가의 한 소식통은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이에 전화 통화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지난 12월 31일 오후라고 한다. 거기서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나는 말로라도 “형편이 되면 얼굴 한번 보자”라는 언급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두 사람의 발언은 최근 한 곳으로 수렴하고 있다. “거대 양당으로는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정치에서 의미 있는 큰 격차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 없다”라면서 “양대 정당이 놓치는 큰 합의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한 발 더 나갔다. 그가 주도하는 개혁신당(가칭) 당헌에서 ‘보수’의 개념을 뺄 뜻을 밝혔다. 

허은아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4일 “우리는 가치에 중점을 둘 생각”이라면서 “우리의 가치는 자유”라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의 카테고리를 벗겠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이낙연 신당과 개혁신당 ‘합리적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연대 여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두 신당 추진 세력이 연합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연대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연대하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는 게 정가의 일치된 분석이다. 만일 각개전투를 벌인다면 지역구 당선은 한 석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이 아니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결과를 낳는다. 

현실적으로 독자 창당을 해서 따로따로 후보를 낼 경우, 개혁신당의 지지는 민주당 후보에 도움이 되는, 이낙연 신당 지지는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돕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오히려 자신들이 퇴치하려 했던 거대 양당 체제를 확고히 하는 데 일조한다. 

이는 당 대표까지 지낸 두 사람이 당을 버리고 나온 ‘변화’라는 명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 변화는 4자 구도가 아니라 3자 구도일 때 의미가 있다. 한국 정치구조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식에서 나온 게 바로 ‘빅텐트론’이다.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은 물론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이 이끄는 신당도 함께 하는 ‘거대 신당’이다. 만일 빅텐트에 모든 신당 세력이 뭉칠 수 있다면 ‘제3세력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흩어져 모래알처럼 있는 신당 세력이 힘을 합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무당층을 흡수해서 거대 양당과 견줄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대첩’ ‘제1당’이라는 호언장담이 단지 허장성세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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