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 대만과 인도, 재외동포 투자로 성공하다
[해외 사례] 대만과 인도, 재외동포 투자로 성공하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4.04.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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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대규모 자국 동포들을 가진 디아스포라 국가는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과 중국, 인도, 그리고 한국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대만과 인도는 자국 동포의 인적 자원과 자산을 유치해 나름 성공 사례를 만든 국가다. 반도체 산업 태동기에 대만 정부는 재미 화교연구자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보의 취득, 그리고 글로벌 반도체 동향과 대만 경제 현황에 착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왔다. 

실리콘밸리의 인재와 자본을 유치해 탄생한 대만의 TSMC
실리콘밸리의 인재와 자본을 유치해 탄생한 대만의 TSMC

대만, 화교 통해 반도체 신산업 육성

1985년 8월 재미 화교인 모리스 창(중국명 장종모우. 張忠謀)가 귀국하여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 원장을 맡는 한편, 세계 반도체 산업 동향 및 대만 국내 기업 구조 등에 착목하여 파운드리 전문기업인 TSMC를 창업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동향 및 대만산업의 특징을 간파한 모리스 창은 새로운 기업 모델을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ITRI를 벨연구소(Bell Labs)와 같은 세계적인 전문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귀국한 모리스 창은 새로운 수직계열화 모델의 고안과 이를 적용한 기업 창업을 이끌었던 것. 대만은 아시아 최대의 신산업클러스터인 신주과학단지 조성 및 과학인재·기업 유치를 위해 선진국의 화교 과학자 유치 전략을 적극 추진했던 것이다. 

인도에서 ‘하카누들(Hakka Noodle)’은 중화요리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면 요리다. 이 하카누들은 중국의 대표적인 디아스포라 상인집단인 객가(客家, Hakka) 상인들이 18세기 전란을 피해 인도 동북부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인도산 향신료를 섞어 혼합한 데서 그 기원을 찾는다. 이러한 하카누들, 그리고 원주 집단요새 형태의 ‘하카하우스(Hakka House)’는 해외 화상(華商)의 기원과 이동, 적응, 성공 과정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해외 거주 중국인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5000만 인구의 약 2조 달러 자산을 통제하고 있고, 연간 800억 달러를 중국 본토에 송금한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이 ‘객가일족(Hakka Family)’은 화상 중의 화상으로 꼽힌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주와 이동의 역사로, 본래 중국 화북지방에 기원을 둔 이 객가는 4세기부터 시작해 19세기의 태평천국의 난, 그리고 20세기 중국 내 전란 등 수많은 전란과 재난을 피해 중국 남부, 그리고 동남아 이주를 지속해 현재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약 460만 명이 분포되어 있다. 

이들은 이동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왔고, 객가 간 끈끈한 네트워크를 유지해 동남아 상권 내 가장 큰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태국 제2은행 카시콘뱅크(Kasikorn Bank)의 초티 람삼(Choti Lamsam), 타이텔레콤(Thai Telecom) 창업자이자 총리를 배출한 탁신(Thaksin) 가문, 인도네시아 10대 부자로 센트럴 십타 무르다야(Central Cipta Murdaya)를 창업한 무르다야 푸(Murdaya Poo), 한넝그룹(Hanergy Group) 창업자로 중국 7대 부호인 리허쥔(李河君)이 객가계 상인이다. 

경제 외 영역에서도 객가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배출했는데, 19세기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홍수전(홍슈취안), 대청제국을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을 건국한 쑨원,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중화민국 총통을 지낸 리텅후이,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의 주역 후야오방이 객가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객가 집단도 고난 속의 이주와 이동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저축과 교육, 그리고 그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이란 전통을 굳건히 지켜왔다. 

인도는 미국의 자국 동포 IT 인재들을 대거 영입해 인도판 실리콘밸리라는 벵갈루루로 만들었다.
인도는 미국의 자국 동포 IT 인재들을 대거 영입해 인도판 실리콘밸리라는 벵갈루루로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벵갈루루로

대만과 유사하게 인도도 해외 인재를 유치해 자국의 산업을 성공시킨 사례를 갖고 있다. 

2022년 인도 외무부 자료에 따르면 약 3200만 명 해외 인도인이 세계 각국에 거주하고 있다. 

인도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언어장벽이 낮으며, 외국에서 인도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인도계의 국외 이주는 1800~1900년대 초에 식민지시대에 이뤄졌던 노동 이민에서부터, 1960년대 이후 선진국의 이민자에 대한 규제 완화로 대규모 이주가 이뤄졌는데 미국으로 이주한 대다수의 인도인은 교육수준이 높은 엘리트 계층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IT 기술자, 과학자, 의사, 전문 경영인 등의 직업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이러한 해외 자국 동포들 가운데 첨단 기술을 가진 인재들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카르나타카주의 주도이자 IT산업의 중심 도시인 벵갈루루. 1985년 미국 반도체 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벵갈루루에 칩 설계 센터를 설립한 이후 인텔·오라클·시스코·IBM·HP·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 

특히, 2000년대 초중반 글로벌 IT 버블이 붕괴하면서, 미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던 인도 고급 두뇌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역두뇌유출(reverse brain drain)’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인도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서구에 못지 않은 생활수준과 취업기회를 인도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된 데 따른 현상이었던 것. 해외 인도 고급두뇌는 인도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 수행했다. 

벵갈루루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라는 위상답게 HP, Intel, IBM, 인포시스, Wipro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포함한 IT 기업의 80%(2160개)가 벵갈루루로 몰려오면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IT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벵갈루루 내의 집중된 IT 전문인력을 활용해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개발비용 절감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 아웃소싱 및 센터가 운영되고, 인도 전체의 총 전자시장 수출률에서 33%가 벵갈루루에서 이뤄지게 된 것이다. 그러한 벵갈루루에서는 68개 유니콘이 탄생했다. 

2022년 기준 CB Insights 세계 3위를 기록하며 경쟁력 있는 창업생태계 시장을 갖춘 벵갈루루는 영어 구사가 가능하고 IT 기술 숙련도가 높은 고급인력이 풍부하며 해외진출 역량 육성과 제품개발에 적합한 환경이 갖춰져 IT Startup Hub로 성장할 수 있었다. 

벵갈루루는 현재 인도 항공우주산업의 수도로서, 인도의 항공산업 개발 및 생산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산업의 중심인 HAL, ISRO 등 개발생산업체가 입지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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