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남은 3년 더 험난할 것”
“보수 혁신·비전 아젠다 준비해야”
사회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참석자 김종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22대 총선이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났다. 야권 연합의 200석은 막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은 피할 수 없고 총선 패배로 인한 책임론과 국민의힘 내 당권 경쟁의 향방이 보수의 분열과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의 의미와 보수 혁신의 방향에 대해 <미래한국>이 김종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김종석 전 의원과 함께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 =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평가와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는 당혹감이 보수 내에서 일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실 수 있을까요.
제성호 =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야당 연합이 개헌선과 탄핵선인 200석을 넘기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여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사실 야권이 탄핵선을 돌파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안이 있어야 헌재에서 탄핵 심판이 되는 것이기에 민주당이 과연 탄핵을 시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부정적이었습니다.
다만 야권으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는 야권이 200석 이상을 얻을 경우, 탄핵소추권을 이용해서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어 레임덕 상황을 만들고 대통령의 직무가 탄핵소추 의결로 정지되면 그 기간을 이용해 국정을 장악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여당은 대단히 혼란한 상황을 맞게 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차기 대권 주자들이 현재의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대개 여당은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것이 다음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합니다. 무능한 대통령을 안고 간다는 이유로 여권 안에서 분열도 있고 세력 간에 이합집산이 생깁니다. 결국 야권에 유리하게 됩니다. 민주당과 조국 신당 세력은 그러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석 = 초반에 여당은 한동훈 대 이재명이라는 구도로 상승세를 탔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과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한 달 전만 해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언론들로부터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한 것은 대단히 잘한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종섭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수석의 설화, 여기에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갈등이 국민의 피로감을 높였습니다. 이 때문에 다시 이재명 대 윤석열이라는 정권 심판론이 불붙었습니다.
여기에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이조심판론’을 내세웠지만, 이미 이재명-조국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이 어떤 죄로 사법심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알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재명-조국을 심판하자는 이조심판론으로는 야당 지지자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미 이런 현상은 이재명, 조국 지지에 반영되어 있었기에 그것을 때리는 전략은 잘못된 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야당 때리기 전략보다는 왜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었는지를 우선 분석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의정 갈등 문제도 왜 하필이면 총선 앞둔 시기에 그렇게 갈등의 극대화로 전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결국 초반에 한동훈을 통해 잘 진행되던 선거에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이재명 대 윤석열의 구도, 즉 제2의 대선 구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에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었고 이 상황에 이른 것으로 봅니다.
윤석열의 내로남불된 김건희 리스크
사회 = 의대 정원이 악재였을 수 있었을까요?
김 = 처음에는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피로도가 쌓였습니다. 이런 정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성격이 있어요. 그렇기에 아마도 의대 정원 이슈가 선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정책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의정 갈등도 총선에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 = 이번 총선에서 조국 신당의 바람은 결국 김건희 리스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인정할까요?
제 = 30년 가까이 검사만 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의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정치권에 영입되어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직행하고 이어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한국 정치에서 매우 특이하고 이례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당시에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법치와 원칙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부패한 권력과 싸우고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을 대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조국에 대해서는 실천을 했습니다. 그 결과 조국의 경우 부인과 딸, 아들이 모두 상처를 입었던 게 사실입니다. 조국의 딸 조민은 의사 자격 박탈은 물론 대학 졸업마저 취소되지 않았습니까.
가족이 몰살되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처럼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서도 칼을 대는 것이 균형에 맞는데, 실제로 그렇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가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논란이라든지, 석사논문 건, 디올백 사건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 사건에서 철저하게 법대로 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윤석열식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의문을 국민이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텝이라고 해서 국민과 소통하고 무언가 알려주려는 노력들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한 일들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상당히 고착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논란이 된 것입니다. 물론 보수 지지 시민들과 국민의힘에서는 반대했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이 문제는 형평성이 없어 보였던 점도 사실입니다. 여론도 좋지 않았습니다.
사회 = 결국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재상정되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지요?
제 = 물론 지난 국회에서는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으로 이를 묵살시킬 수 있었지만, 과연 22대 국회에서 이게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야권은 연대해서 다시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할 것인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과연 국민의힘에서도 이 문제를 지난 국회처럼 대통령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계속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검찰도 명예와 조직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용산이 보이지 않게 조정을 하겠지만 검찰 수뇌부 입장에서는 검찰 개혁의 여론을 살펴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김건희 리스크는 22대 국회에서 여당이 관리해야 하지만 과거 21대 국회처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면치 못하는 결과가 나오는 배경에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하기보다는 KBS에서 기자와의 대담 형식을 통해 변명하듯이 했던 모습도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화끈하게 사과를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런 사과로 여론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과도 없는 상황에서 이종섭 대사 문제와 황상무 수석 사건이 터졌습니다. 여기에 의정 갈등이 터지면서 국민들이 대통령과 용산의 국정 관리와 정치력 발휘에 대해 능력이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대통령 국정 장악 실패가 부를 국가 위기
사회 =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와는 별도로 개혁의 드라이브를 계속 걸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김 = 국민의힘 총선 참패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우려되는 것은 국정 운영의 비효율과 갈등으로 인한 국력 약화입니다. 여소야대로 대통령의 국정 추진력이 약화되면 국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약화됩니다.
예산심의나 경제정책이 졸속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한 사례로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 말 IMF가 왔던 상황을 돌아봐야 합니다. 1997년 1월 아들 김현철 사건과 한보사태로 인해 식물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 결과 8월에 외환위기가 왔습니다. 이처럼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면 개혁은 고사하고 단기적인 미세 조정도 어렵게 됩니다. 비행기로 비유하면 추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현재 부동산 금융 쪽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인데 대통령의 국정 능력이 약화되면 어떤 경제수석과 어떤 총리가 책임 있게 일할 수 있을까요. 2/3가 야당인 상황에서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는 대통령의 남은 기간 동안 상당한 어려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보수혁신의 아젠다와 시민운동 시작해야
사회 = 이번 총선 참패가 외교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제 = 비록 여소야대이고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로서 헌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같은 외교적 활동은 지속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캐릭터상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할 가능성입니다. 특히 야당에 줄을 대려고 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으로 하여금 개혁 추진의 동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을 낳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야당 의원들의 친중 행보입니다. 얼마 전 중국 대사를 만난 야당 중진들의 행태도 그런 우려를 낳은 바 있습니다. 외교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이 대외적 대표권과 교섭권을 갖고 있고 단일행동 원칙이 관철되어야 하는데 야당 정치인들로 인해 그러한 원칙들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특히 중국이 야당과 관련해서 한국 길들이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외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국내의 복잡다단한 문제들 가운데서도 의정 갈등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들과 만나 의대 정원 문제를 타협지어야 합니다. 주변 의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본 바에 의하면 중형급 병원들은 의사 증대를 원합니다. 반면 대학병원이나 소규모 개원의들은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공청회나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레임덕이 곧 올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곧 당권 경쟁에 들어가 차기 당권 다툼이 일어날 텐데 걱정입니다. 용산도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보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제언을 듣고 싶습니다.
김 = 국민의힘이 130석을 못 넘은 상황에서 한동훈 위원장의 입지는 매우 좁습니다. 국회 패스트 트랙을 견제할 수 없는 선까지 밀렸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내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려 할 것입니다. 실질적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온 것이라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물론 당분간은 국민의힘 내에서 잠룡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래권력인 잠룡들이 대통령과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대통령의 탈당 요구도 등장하리라 봅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손상된 것이고 앞으로 남은 3년은 지난 2년보다 어려운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이번 국회에 들어가는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21대보다 더 품격이 낮은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점을 봐야 합니다. 이는 앞으로 남은 임기 때까지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낼 것임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번 총선 결과로 당정관계는 역전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당이 국정을 리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용산에서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보수가 선거에서 연패하는 상황을 직시해야 합니다. 보수에 새로운 혁신 운동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 = 김종석 전 의원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일단 용산의 비서실을 개혁해야 하고 내각도 일신해야 합니다. 현재 총리가 2년을 끌어 왔는데 현재 시스템으로 3년 후 대선을 치를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처리와 2030 청년세대에 대한 무대책에 큰 과오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2030 남자 세대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는데 많이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세대가 사실 중도우파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이 세대의 마음을 사는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지난번처럼 이준석 대표를 반강제로 쫓아내는 그런 정치적 행위는 매우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보수 쇄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2030세대를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총선 인재를 영입한다고 크게 요란을 떨었지만 되지도 않을 곳에 공천하는 그런 행태는 젊은 세대가 보기에 자신들과 소통하려는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보수혁신운동은 2030세대를 반드시 품고 가야 합니다. 이용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빠른 시일 내에 보수의 미래 비전을 담은 아젠다를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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