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9·19 평양선언 1년 평가
[분석] 9·19 평양선언 1년 평가
  •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 승인 2019.10.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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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의 합의사항은 대부분 이행되지 못하고, 비핵화는 진전이 없고 악화되었으며, 남북간의 불신은 다시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19 평양선언을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키고 두 정상 간의 신뢰를 구축한 것이며, 평양선언과 군사합의는 전쟁 상태를 종료하는 데서 나아가 전쟁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앨 것이며, 비핵화와 관련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확고한 비핵화의지를 확인했고 조속히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북미대화의 중재를 요청한 것은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2018.9.20. 대국민보고).

정부는 지금도 9·19 평양선언을 이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대화를 계속 요구하면서 북한의 대남 비난에는 반박하지 않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을 희망하는 언급을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그대로인 것으로 보인다.
 

9·19 남북군사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사일을 계속 발사했다. 결국 북한만 유리해진 형국이다. 사진은 2019년 9월 19일 남북군사합의 서명 후 기념촬영한 남북정상.
9·19 남북군사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사일을 계속 발사했다. 결국 북한만 유리해진 형국이다. 사진은 2019년 9월 19일 남북군사합의 서명 후 기념촬영한 남북정상.

대한민국 외교안보 위기 심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조성된 극도의 군사적 위기가 조성됐다. 문재인 정부는 당면 위기를 가라앉히고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며 남북 간 평화공존을 목표로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 대북정책에 외교안보정책의 우선순위가 주어졌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미북 간 대화가 열리고 활성화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고 국민들의 지지도 높았다. 그러나 2019년 들어와 북한이 핵포기와 관련한 행동이 없음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는 한계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대북정책을 중심에 놓고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미·중·일과의 관계가 모두 순탄치 않고 외교안보가 총체적으로 어려워졌다.

김정은은 금년(2019) 초까지만 해도 남북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2019년 신년사에서 4·27선언과 9·19선언에 대해 큰 의의를 부여했으며, 남북관계에 만족한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 개최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분위기를 조성했 이것이 북한의 역사적 숙원이었던 미북정상회담으로 연결되었다.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요구했던CVID를 배격하고 북한의 주장을 관철시켜 6·12 싱가포르 성명을 채택했다.

군사부문에서는 북한의 오랜 요구를 일거에 성취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별 대가없이 중단시킨 것은 김일성 김정일이 수십년 간 이루지 못했던 획기적인 일이었다. 또한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 중단, 남한의 재래식 군사력 증강을 억제시킬 수 있는 합의를 채택하는 등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큰 성과를 거뒀다.
 

한미동맹 약화

김정은은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 9·19군사합의서를 남북 간의 무력행사를 종식시킨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으로써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남북한이 경제 사회적인 여러 가지 협력 사업들을 합의하고 추진해 결과적으로 국제 제재를 이완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만족이었다. 그래서 김정은은 “지난해(2018)의 귀중한 성과들에 토대하여 2019년에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룩하자, 온 민족이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고 주장했다. 미북관계도 남북관계와 같이 대전환을 이룩할 수 있도록 결단하자는 주장을 할 정도로 2018년 남북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구체적인 실천과제로서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지상과 행상, 공중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 한미합동 군사연습 중지, 전략자산전개 및 도입 중지,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 추진,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제시했다.

김정은은 2·28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됨으로써 세계 앞에서 대망신을 당한 데 대한 불평과 유감도 컸을 것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 제의에 일체 반응하지 않다가 최근에는 아예 만나지 않겠다고 일축하고 미북대화에 끼어들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심한 비난을 하고 있다.
 

북한만 유리해진 남북군사합의

핵문제와 관련해 남북한이 합의했던 해법이 미국에 의해 거부됐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원했던 대남 요구사항은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다. 철도 도로 현대화 사업,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전략자산 반입중단, 평화체제 협상, 2018년 종전선언 등 9·19 평양선언에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강조하고 군사합의서를 채택했으나 이것도 기본적인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하기로 한다”(9·19평양선언)

9·19 군사합의서에는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정찰비행 제한 등 조치에 합의했다. 이는 남북간 군대의 분리를 통한 충돌 방지의 취지를 가지고 있으나 우리의 군사적 역량을 불균형적으로 제약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나아가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계기로 우리 군의 첨단장비 도입이나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시비하며, 우리의 군사 문제에 간섭하고 대비태세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북한이 남한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하며 대남 경고용 무력시위임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은 남북군사합의서를 근거로 우리가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서는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 분야 합의와 비교해 볼 때 그 구조가 잘못됐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해 군사적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재래식 군사긴장 완화조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으로서는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없고 미국에 대한 영향력도 없는 남한을 상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9월 9일 심재철 국회원실, 자유민주연구원 주최 평양공동선언 1년 평가 세미나 발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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