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과 관련해 ‘지열발전소’가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지난 11월 16일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 |
JTBC ‘뉴스룸’에 출연했던 이진한 고려대 지질학과 교수는 “포항 북구 쪽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이미 예측하고 예의주시했다”며 “포항 쪽에 지열발전소가 있다.
그 지열발전소에서 미소지진, 즉 느끼지 못하고 지진계에만 기록되는 아주 조그마한 규모의 지진이 자주 일어나서 좀 위험하다고 기상청에서 주관한 심포지엄에서 토의했다”라고 말했다.
지열발전은 지하의 고온층에서 증기나 열수의 형태로 열을 받아들여 발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열은 지표면의 얕은 곳에서부터 수 km 깊이의 고온의 물(온천)이나 암석(마그마) 등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다.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에서 지열의 온도는 지하 100m 깊어질수록 평균 3~4°C 가 높아진다. 지대와 발전 방식에 따라 수백m에서 수km 깊이의 우물을 파기도 한다. 우물로부터 고온의 증기를 얻으면, 이것을 증기터빈에 유도하고 고속으로 터빈을 회전시켜서 이와 직결된 발전기에 의해 전력을 생산한다.
이진한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포항에 있는 지열발전소는 아직 완공은 안 됐지만 4.5km 깊이까지 2개의 구멍을 다 뚫었다는 것. 이 깊이는 통상 지열발전소가 뚫는 깊이보다 깊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지열발전이 외국과 다른 것은 외국은 주로 화산지대에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4.5km 뚫어야 해당 온도를 얻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서로 빗각으로 물려 있는 엄청난 압력을 가진 단층에 수직으로 구멍을 내고 물을 주입할 경우, 수압 파쇄의 압력으로 주변 암석들에 균열이 생기면서 단층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류층 암반의 초기응력상태의 단층과 균열은 안정되어 있다. 하지만 시추공을 통한 유체의 주입과 배출로 인해 저류층 공극수압의 변화로 인근 단층에 작용하는 유효응력의 변화를 초래하는 과정을 통해서 어느 특정면의 지각응력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며, 이 유효응력의 변화가 단층을 따라 미끄러짐과 이동을 일으키며 지진동을 발생시킨다는 점은 이미 국제 지질학계에서는 정설로 통한다.
美 캘리포니아 지열발전지역 월 2회 지진,
미국의 경우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미국 최대 지열발전 지역인 북부 캘리포니아 가이저즈(Geysers) 지열대의 지진 관측을 1965년부터 2010년까지 시행했고, 그 결과를 2013년 발표했다.
서울대 이정인, 민기복 교수 등이 이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논문 <에너지개발기술에 있어 유체주입에 따른 유발지진 발생 사례분석>에 의하면 지열발전으로 인한 캘리포니아 지역의 유발지진 규모 1.5 이상의 연간발생수는 1975년 112회에서 2006년 1384회로 증가했고, 규모 3.0 이상은 1985년 연간 25회이며 그 이후에도 25-32회 수준으로 보통 월 2회의 발생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규모 4.0 이상은 1972년 최초로 발생한 후 근래에 와서는 연간 약 1-3회가 발생했으며 최대 규모는 2006년 5월에 규모 4.67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지열발전과 인공지진간의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검증한 결과 유의미함을 얻었다. 지열발전에서 유발지진이 일어나는 원인은 지하고온 암체가 주입수에 의해 냉각되면서 열 수축이 구속압을 감소시키고 이에 따라 지역 국부의 응력이 개방되면서 균열면을 따라 제한된 암반 이동이 일어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지열발전과정에서 지진의 사례는 스위스에서도 있다. 지난 2013년, 2034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기하기로 한 스위스가 대체에너지로 지열발전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스위스 북동부 지역에서 상트 갈렌(St Gallen)시 인근 지하 4㎞ 깊이에서 지열발전 시험이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 진도 3.6도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추가 지진활동의 가능성에 대해 취리히 연방 폴리테크 대학 지진학부가 발표했다.
스위스 언론들은 당시 상트 갈렌에서 이뤄진 지열발전을 위한 시추 및 시험 활동과 지진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지역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에 몇 차례 소규모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열발전 시험은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스위스의 지열발전 프로젝트는 상트 갈렌 지역 절반의 건물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지열발전소 건설을 위해 지하 4500m 아래에서 140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는 지하수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도 스위스 바젤 북부에서 지열발전을 위한 시추작업을 하다 몇 차례 지진이 발생해 스위스 최초의 지열발전소 건립 계획이 취소되기도 했었다.
스위스 의회는 2012년 9월 핵에너지를 폐기하기로 했으며 오는 2034년까지 스위스의 5개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다.
셰일가스 시추 지역도 지진으로 몸살
지열발전소로 인한 지진과 유사한 형태의 지진은 셰일가스 채취지역에서도 자주 보고됐다.
2013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지구물리학회 연례총회에서는 셰일가스 채취 방식인 수압파쇄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가 지진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고 MIT 테크놀로지리뷰가 지난해 12월 14일 보도했다.
오클라호마, 텍사스, 콜로라도 등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지진 활동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셰일가스 채취에 수압파쇄 기술을 적용한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클라호마 주민들은 2010년 이후 매년 250회 이상 지진 활동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압파쇄는 셰일암에 물과 화학물질을 주입해 지하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셰일가스를 채취하는 기술이다. 이 때 발생하는 폐수가 지진 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은 논란거리였다.
학회에 모인 과학자들은 폐수 처리 방법 중 폐수를 주입하는 땅 속 우물을 지진 활동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수압파쇄법이 이용되는 이유는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올해 8월에도 셰일오일과 천연가스 산업의 중심부인 미국 오클라호마 주(州)에서 지진이 잇달아 발생했다. 규모 4.2 지진이 주 중심부를 흔들었다.
지난 8월 3일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24시간 사이 규모 2.6~4.2의 지진이 오클라호마 주에서 8차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2일 밤 에드먼드와 북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규모 4.2 지진이 “광범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클라호마자치위원회(OCC)는 지진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원유와 가스 사업자들에 폐기정(disposal well) 운영을 줄이고 일부 유정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USGS는 가스와 오일 추출 과정에서 생성된 폐기물과 지진이 일어난 아버클 지층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반핵단체들 신고리 원전 취소 주장
이런 가운데 다시 신고리5·6호기 건설을 백지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탈핵경남시민행동은 16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핵발전소 지진 안정 대책 촉구, 안전성 점검 없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촉구하기로 했다.
노동당 부산시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당장 백지화하라”고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공포감을 느낄 규모의 지진이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반복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며 “지진의 공포감은 활성 단층대 위에 자리잡고 있는 고리·신고리의 핵발전소로부터 온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지진상황대응반을 가동하고 현장 안전점검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현재까지 원자력발전소(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포함)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하였고, 월성1·3호기와 신월성2호기는 정기검사 등으로 원자로 정지 상태이며, 그 외 월성2·4호기와 신월성1호기는 정상가동 중이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 관계자들은 신고리 5,6호기는 물론, 기존 원자로도 지진 7.0 정도를 대상으로 내진설계가 되어 있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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