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은 처음부터 정부 사기극으로 시작됐다.
대통령은 이를 국민소통이라고 칭송했다.
▲ ⓒ 미래한국 / 윤서인 |
‘쇼통’이라는 말은 진정성 없이 보여주기만을 위한 소통방식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착각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쇼통이었다.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로 단 1명도 죽지 않은 것이 팩트였기 때문인데 결국 일본 정부로부터 항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쇼통은 계속되어서 어느날 갑자기 ‘탈원전’을 내세우며 신고리 원전 건설을 중단시켜 놓고는 ‘원자로 건설 지속 여부를 국민 공론에 부치겠다’며 나섰다.
이를 위해 산업자원부는 7월 한 여름에 2000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공장들을 4시간 동안 가동을 두 차례나 중지시키고 유류 화력발전을 풀가동해서 얻은 예비전력율을 근거로 ‘전기가 남아돈다’며 원자로 가동 중단의 타당한 이유로 제시했다.
대통령은 원전공론위에 대해 직접민주주의의 가치를 역설했으나 신고리원전공론위는 출범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야당과 법조계의 비판, 그리고 한수원노조와 지역 주민, 시민단체 소송에 직면했던 것. 원전공론위는 이 비판에 ‘재판중’이라는 이유로 대응을 회피했다. 자연히 ‘인민위원회식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대통령은 “공론위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고도 했지만 원전공론위는 “결정 없이 제안만 하겠다”고 되받는 바람에 총 2조 원에 달하는 국가 정책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무책임이 발생했다. 원전 찬반에 중립을 지키겠다던 산자부는 ‘대통령님의 의지’라며 원전공론화 기간에 탈원전정책을 정부 예산으로 홍보했다. 이건 나라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국민 여론은 ‘건설 계속’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의한 피해손실은 1000억 원대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며 ‘공론위의 탈원전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원전공론위는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건설중단 찬반조사만이 임무여서 ‘원전 축소’와 같은 권고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 한마디로 월권을 한 것이다. ‘탈원전은 지속하고 원자로 수출은 적극 지원한다’는 모순 가득한 대통령의 쇼통은 600조 세계 원자력 시장을 중국에 내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탈원전, 그리고 정부의 거짓말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안대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은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설계중인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아직 건설 장소나 이름을 정하지 않은 2개 호기 등 총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은 백지화한다. 또 2038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노후 원전 14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하고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국내 총 원전은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는 커녕 팩트를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쟁점은 먼저 전기료 인상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지난 10월 31일 산자위 종합 국감에서 백운규 산자부 장관은 전기료 인상 문제에 대해 말 바꾸기로 논란을 빚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기료 인상 여부를 질의하자 백 장관은 “예단할 수 없지만 2022~2023년까지 연료변동이 없으면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백 장관의 이러한 대답은 지난 국감 질의에서 “탈원전 정책을 해도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었다. 백 장관은 “2022년까지는 전기 수요 및 공급 전망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산자부의 ‘전기료 인상 없음’의 논리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2030년까지 현재보다 최소 3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현재 원자로를 감축해 나가더라도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은 인상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가격이 미래에 더 하락하고 유가도 하락한다는 전제를 안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전망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동의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기료는 공급자의 비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공급보다 수요가 늘어난다면 전기료는 당연히 오르게 된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우리 경제에 전기에 대한 수요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살펴봐야 이 문제의 방향을 제대로 잡게 된다.
지난 7월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와 한국자원경제학회가 공동 개최한 ‘친환경 전력공급체계 구현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전력 수요에 대해 중요한 전망이 제시됐다.
윤태연 선문대 교수가 제시한 한국전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적용된 누진제 개편안으로 전기요금이 낮아지면서 지난 겨울(작년 12월~올 2월) 동안 주택용 전력 수요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만㎾ 늘었다.
동계 최대 전력수요(8297만㎾)의 0.6% 수준이지만, 하계까지 고려하면 증가분은 더 커진다. 향후 전기요금이 누진제 완화로 15.6% 인하된다는 가정 아래 한전은 주택용 전력 수요가 지난 여름 대비 81만㎾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 양상을 향후 전력수요 예측에 반영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윤 교수는 “누진제로 전기요금이 떨어지면서 가정의 전기 냉난방 사용이 늘 수 있다”며 “향후 가정의 전력 수요가 요금보다는 기온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 수요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자부로부터 제출받은 전력거래소의 예측치에 의하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요금은 18.0% 상승한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곽 의원은 산자부가 제출한 예측자료와 같은 조건으로 계산하면 2022년 이후 전기요금이 뛰기 시작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도 국정감사에서 “장기적으로는 전기료 인상 요인이 크다”며 “아마 정부에서 주장하는 내용도 장기적으로 앞으로 2030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없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장관은 “예단해서 확정지어서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번 10월 블룸버그에서 나온 단가를 보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많은 경제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전기료 인상에 대해 확실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위치한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탈원전에 꿰맞췄던 전력 예비율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독일은 2011년 탈원전 결정 이후 전기요금이 뛰었다. 가정용 전기료는 탈원전 선언 1년 전인 2010년 ㎾h당 23.69유로센트에서 2017년 29.16유로센트로 23.1% 증가했다.
산업용 전기료는 같은 기간 12.07유로센트에서 17.12유로센트로 41.8% 증가했다. 독일의 전기료는 세금, 부가가치세, 송전비용, 재생에너지 부담금, 도매요금 및 연계비용 등으로 구성되는데 원전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면서 소비자가 내는 재생에너지 부담금이 늘어 전기료가 상승했다. 전기료에서 재생에너지 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도입 당시 1% 수준에서 2016년 22%, 2017년 24% 수준으로 증가했다.
탈원전 문제와 관련해서 전력 예비율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이슈가 된다. 전력 수요가 최대치로 올라갈 때 예비로 남겨두는 발전 설비의 비율(설비 예비율)이 잘못되면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맞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7월 한여름에도 전력 예비율이 22%를 웃도니 원전 축소를 해도 무리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7월 12일과 21일 두 차례 약 2000여 개의 공장에 4시간 업무 가동을 제한하는 ‘급전(急電) 지시’와 유류화력발전을 풀가동시켜서 얻은 수치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예비전력율을 현행 22%에서 2031년까지 18%로 낮추는 방향을 계속 제시해 왔고, 이에 따라 원전 축소를 내세웠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공급 불안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자 설비 예비율을 18%에서 20%로 그리고는 다시 현재의 22%로 원상 복구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하지만 예비전력률 22%라는 수치는 지금과 같은 평화시의 문제일 뿐,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로 인한 긴장과 불확실성이 높아가는 시기에는 전력 예비율을 100%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6년 발표한 각국 예비전력률 조사에 의하면 2014년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38.1%, 37.5%로 낮은 반면, 영국 80.1%, 이탈리아 136.1%, 일본 98.2%, 독일 90.8%, 스페인 121.9%였다.
이렇듯 각국의 예비전력률은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다르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 급변사태시 공급할 수 있는 전력과 군사적 충돌로 인한 전쟁의 위험을 고려해서라도 예비전력률 현행 22%를 2030년까지 유지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심각한 문제점은 10년 넘게 국내에서 진행돼왔던 차세대 원전 기술이 함께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폐기되는 국내 원자력 기술
이 가운데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듐냉각고속로와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이 대표적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사용후핵연료에 섞여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을 재활용하는 차세대 원전이다. 1997년 개발을 시작해 지금까지 약 2000억 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 내에 있는 우라늄을 다시 골라내 원전 연료로 만들어내는 기술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약 4500억 원이 투입됐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원전 폐기물의 방사능은 1000분의 1로, 부피는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즉 현재 원전 발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고 원자력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함에 따라 두 기술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은 미국과 함께 공동 개발하기로 된 것이며 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확보하면 우리나라는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사용후핵연료를 얻게 된다.
당연히 종북단체들은 물론이고 정의당, 민주당도 이 기술 개발에 반대해 왔다. 이러한 사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무리하게, 그것도 부실한 대안으로 추진되는 배경에 의구심을 낳게 한다. 필요할 경우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의 기술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의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핵무기 제조는 70년 된 기술로 하이테크가 아니다. 휴대전화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운 기술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도 원전을 건설하지 못하는 이유다. 대형 핵무기는 폭발 실험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지금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없지만 기술은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한국이 탈원전을 하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북한이다. 북한은 한국이 핵무장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북한은 우리의 우수한 원전 기술과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물론 중국 그리고 일본, 러시아도 한국의 탈원전을 반길 것이다.”
탈원전 쇼통, 국격을 훼손하다
지난 10월 30일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뉴스를 접해야만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최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원자력에너지 국제 장관회의’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 회의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 책임자들이 모여서 원자력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을 논하는 자리였다.
여기에 산자부 장관 대신 참석했던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우리 원자력 산업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홍보하기는 커녕, “한국은 향후 60년간 점진적으로 원전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원전 밀집 지역에 새 원전을 건설하려다 최근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는 설명으로 한국의 탈원전과 원자력 축소 정책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잔칫집에 가서 재를 뿌렸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문 보좌관은 A4 용지 3.5장 분량의 성명 대부분을 경주에서 발생했던 지진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설명으로 채웠다. 영국이 원자로를 건설하면서 그 모델로 우리 원자로를 채택한 사실이나 우리 기술로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얻은 사실, 세계 원전 규제기관 중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 6단계 중 3단계를 통과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와 원자로 수출 경쟁관계인 중국측 대표는 “원자력은 환경 보호와 안정적인 경제성장 등에 많은 장점이 있다”며 “중국에서 원자력 에너지는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은 현재 37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며 19기는 건설 중이고, 5년 내에 중국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전 모델 ‘화룽(華龍) 1호’가 중국과 세계 각지에서 건설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대한민국의 복을 걷어 내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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