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시진핑’의 中國夢이 가는 길
‘황제 시진핑’의 中國夢이 가는 길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10.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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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8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됐다. 시진핑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리는 당대회에서 시 주석은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69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또 ‘위대한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다짐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란 2020년부터 15년간 풍요로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뒤, 2035년부터 이후 15년간 현대화에 기반해 군사력을 포함해 세계 선두 국가가 되겠다는 2단계 계획을 말한다. 이를 위해 이번 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기록됐다.

시진핑 사상이란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4개전면’을 말하는데 전면적 소강사회건설(全面建成小康社會), 전면적 개혁심화(全面深化改革), 전면적 의법치국 추진(全面推進依法治國), 그리고 엄격한 당관리(全面從嚴治黨)’와 ‘5위1체(五位一體): 경제, 정치, 문화, 사회, 생태문명 건설’로 구성되어 있다.

해외 언론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영국 BBC 중문판은 “시진핑이 제시한 신사상은 대부분 이전 공산당이 말했던 옛이야기다. 새로운 게 없다”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은 중국이 위대함의 문턱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내 안보 위협과 사상 통제를 유지하는 데는 우려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보수주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연구소는 ‘시 주석의 외교안보라인이 강경책으로 갈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대부분 공통적인 관측은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같은 1인독재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 시진핑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체대표대회가 지난 10월 18일 수도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대회에서 시진핑은‘위대한 중국몽(中國夢)의실현’을다짐했다. / haerdlanding2016.blogspot.kr

시 주석의 권위주의 독재 강화

집권 후 시진핑 주석이 주도해오고 있는 정치개혁의 핵심은 공산당 집정 능력 강화와 시진핑 주석의 권력 공고화라고 할 수 있다. 당·정·군 전반에 걸쳐 자신의 권력 기반이 공고하게 다져지지 않은 조건에서 집권한 시진핑 주석은 권력 강화를 통한 집권 능력과 개혁 드라이브의 추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반부패 운동을 강도 높게 전개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용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2012년 18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파워엘리트 그룹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 중 27명, 그리고 장차관급 고위 간부 67명이 낙마했으며 처벌받은 공산당원 수는 10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반부패 운동을 통해 주로 장쩌민(江澤民) 시기 이후 형성된 기득권 세력을 숙청 및 퇴출시키고 그 빈 공간을 자신의 인물들로 채움으로써 이른바 ‘시자쥔(習家軍)’을 구축했다.

반부패 운동은 동시에 중국 당·정·군 전반에 걸쳐 당 간부와 관료들의 기강을 확립함으로써 형식적으로나마 시진핑 주석의 권력과 권위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후 ‘시자쥔’으로 통칭되는 인적 기반을 구축하고 자신으로의 권력 집중을 강화하면서 보다 경직된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을 형성해가고 있는데 ‘시자쥔’으로 통칭되는 ‘시파이(習派)’는 시진핑 집권 이후 반부패 운동으로 생긴 공석을 채우거나 인사이동 등의 과정을 통해 당·정·군 핵심 요직을 담당하면서 시진핑 권력의 인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이지용 교수의 분석이다.

시진핑 주석은 당·정·군 전반에 걸쳐 약 15개의 공식 직함(당총서기, 국가주석,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국가안전위원회 주석, 개혁영도소조, 인터넷영도소조, 국방개혁영도소조, 재경영도소조, 외사영도소조, 해양권익영도소조, 대만공작영도소조, 국가안전영도소조 조장,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작전지휘센터 총지휘, 군민융합발전위원회 등)을 장악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1인 집권을 강화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배경으로는 역시 중국 내 산적한 문제가 위기로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 지적된다. 중국은 사회주의 방식을 고수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모순적 정책 사이에서 줄타기 곡예를 해왔다는 평가다.

주요 기간 산업은 국유기업으로 운영하면서 이러한 국유기업이 제공하는 자원을 민간 기업들이 공급받아 상품을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는 모델이었다. 당연히 국유기업들의 실적 보고가 공산당 내 서열과 지위에 영향을 미치기에 중국 국영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민간기업에 자원을 공급해 왔고 이러한 문제는 중국의 ‘공급과잉’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초래해 왔다.

깊어가는 중국 경제의 모순

올해 3월 국립외교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기업, 정부, 민간 등 부채 규모가 2010년 들어 급상승하고 있으며 증가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중국 전체 부채 규모는 2000년 GDP 대비 114%에서 2007년 128%로 증가해 고성장 기간 7년간 14% 증가했으나 2015년 말 254%로 증가한 데 이어 2016년 말에는 277%에 육박하면서 1년 만에 23%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개발 투자를 진행하면서 형성된 부동산 버블과 재고는 위험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과 같은 ‘1선 도시’는 부동산 버블 형성이 악화되고 있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인 2, 3선 도시는 부동산 재고율이 높아지면서 지방정부와 투자 기업의 투자비용 회수를 어렵게 하고 이는 다시 지방정부의 재정압박과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실제로 2015년 중국 지방정부 재정 세입 중 부동산 개발(부동산 자산 임대, 토지사용, 건설 및 개발 등)과 관련한 부분은 평균적으로 43%를 넘어선다. 경제 성장 방식 전환의 중점 사안 중 하나인 민간경제 육성은 여전히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서 경제성장률 유지가 주로 정부투자에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민간투자 증가율은 시진핑 집권 이후 2011년 23%에서 2016년 3%대로 급락했고, 정부투자 증가율은 9%대에 정체되어 있다.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는 힘은 10%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 수요 증가율이다. 한마디로 중국 경제는 심각한 당뇨병 증세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에는 시진핑 집권 1기 경제구조 개혁이 혼선과 딜레마를 거듭했던 것으로 진단된다.

개혁개방 이후 고도 경제성장 기간을 마감하고 ‘뉴노멀(新常態)’로 통칭되는 중(고)성장 시대에 접어든 중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성장 방식을 전환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지용 교수는 “시진핑 정부는 집권 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구조 개혁 방안을 야심차게 도출했으나 구조개혁과 성장률 유지를 동시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정책집행에 혼선을 빚어오다가 결과적으로 ‘공급 측면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설정했다”고 분석한다.

공급 측면 구조개혁이란 과잉생산 해소, 부동산 재고 축소, 부채 축소, 기업 비용 절감, 그리고 빈곤 및 실업 대책을 말한다. 동시에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하고, 국유기업의 독점적 영역이었던 자원과 사회 기간산업 등에 민간 자본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중국 공산당은 경제성장률을 고집하기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러한 모순된 정책은 위기의 심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지용 교수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국유기업과 기간산업 및 금융의 전면적 시장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원배분 기능을 단기간에 시장으로 이전할 수 없고, 구조적으로 제약받는 민간경제성장이 부진함에 따라 정부는 ‘공급 측면 구조개혁’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했지만 정치·경제에 대한 공산당 장악력을 강화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방침과 경직된 하향식 정책집행, 그리고 중국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 등으로 형식주의적 실행에 머물고 있으며 ‘공급 측면 개혁의 정치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7.3 시진핑 정부 집권 1기 정치·경제개혁 평가 부분 中>

‘공급 측면 개혁의 정치화’란 국유기업 개혁의 경우, 시장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공산당 장악력을 강화한다는 모순된 방침으로 현실적으로는 중앙정부에서 하달된 과잉 생산량 축소 목표치, 기업합병 목표치, 중소 ‘좀비기업’ 퇴출 목표치 등을 수치상으로 달성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관련 기득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행태를 말한다. 중국 정부는 개혁 목표 양적 달성치를 시진핑 주석의 업적으로 선전하는 등 ‘공급 측면 개혁’의 정치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체대표대회가 지난 10월18일 개막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후진타오 전 주석(왼쪽), 장쩌민 전 주석이 당대회장에 입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

타이완 문제로 충돌하는 美·中

시진핑 주석의 외교안보 정책도 주권 강화라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이번 공산당대회에서 ‘하나의 중국’ 실현을 위해 2050년까지 타이완 흡수 통일을 주장했다. 당연히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중국, 두 개의 시스템)를 보장받은 홍콩으로서는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선언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올해 8월 미 헤리티지연구소를 방문해 강연했던 류시군 전 타이완 민주당 총재의 주장은 주목을 끈다. 그는 “만일 중국이 무력으로 타이완을 병합하게 되면 중국은 남사군도를 비롯해 남중국해 제2도련선으로 해군력을 확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주장하는 ‘자유항해’가 무력화되면서 아시아 전체가 안보위기에 놓인다는 것이었다. 류 총재는 “미국과 타이완은 중국의 해양군사력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타이완에 중국이 민감해 하는 조기경보 레이더 부품과 어뢰 등 14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비슷한 시기에 승인했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중국은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 결정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해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타이완이 충분한 자기 방어 능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한 술 더 떠서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구겨버렸다.

시진핑 주석은 2016년 12월 31일 ‘2017년 신년사’에서 중국이 평화 발전을 견지하고,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단호하게 방어할 것이라 밝혔던 바 있다. 또한 누구라도 이 문제를 가지고 언쟁을 한다면 중국 인민은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은 시진핑 주석이 2050년까지 타이완을 흡수통일하겠다는 의지로 인해 미·중간의 해양군사 대결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낳게 한다.

2030년 미국과 중국은 해양에서 충돌할 것

이 문제에 대해서 김한권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의 해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한권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의 강력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미국과 해양대국을 추구하는 중국과의 갈등 고조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제도적 자유주의(Institutional liberalism) 시각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 다자간의 합의에 따른 규범과 질서에 의한 중국 견제를 시도했던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공세적 현실주의로 대중국 정책 변화를 추구함을 의미한다. 김한권 교수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이러한 현상은 미·중 사이 해소되지 않은 전략적 신뢰의 결핍 문제와 더불어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아론 프리드버그(Aaron Friedberg) 등이 지적한 중국의 진정한 의도와 실질적인 행동에 상관없이 ‘중국의 부상’ 그 자체가 아·태지역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입장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2017.4 중국의 해양 전략 中>

실제로 미 국방연구소는 중국이 현재와 같은 해양확장전략을 구사할 경우 미 해군은 2030년 경 태평양으로 나오는 중국 해군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유지·발전시킨다는 기존의 입장과 함께 예상되는 미·중 간의 해양 갈등, 특히 ‘자유항행작전’을 포함한 남중국해 문제에서 국제규범과 기준에 기반을 둔 선제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 김한권 교수의 주장이다.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권력과 권위의 강화를 통해 이제 중국의 헌법마저 초월하는 자리에 올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한 시 주석의 행동은 개혁 개방 이후 권력정치에서 게임의 룰을 제도화함으로써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과도한 권력 투쟁을 방지하고자 했던 덩샤오핑 이후의 원칙에서 벗어나 후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어디로 가게 될지 누구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모든 권력을 집중시켜 황제반열에 올라야 할 정도로 중국의 위기가 깊어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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