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에 따른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비정상적 상황에서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60여 일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가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100일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기간 동안 어떤 정치와 정책을 어떤 인물들과 함께 하게 될 것인지를 보여준 시금석의 기간이기도 했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순항(順航)하는 듯이 보인다. 한국갤럽은 11일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78%가 ‘잘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발표했다. 취임 초 80% 후반까지 올랐던 지지율에 비하면 10% 정도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높은 지지도의 비밀 중 하나는 아직도 남아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큰 실망과 보수야당의 무력함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을 외면하기 어렵다. 중도의 실망과 보수의 기댈 곳 없음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78%라는 숫자가 곧 문 대통령의 100일에 대한 정확한 성적표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다. 이미 이 정부가 100일 동안 던진 아젠다들은 국민들의 환호나 지지보다는 외면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박근혜 탄핵’을 외친 촛불집회가 아니었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외친 ‘적폐청산’은 이 정부의 도깨비 방망이와도 같다.
그러나 적폐청산은 실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권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상투적으로 진행해왔다. 같은 민주정부라는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넘어갔을 때 대북송금 문제로 두 세력은 갈등을 빚었고 같은 보수정부라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갔을 때 4대강 문제로 두 세력은 충돌했다.
이해찬, “극우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적폐의 상징으로 불러야 할 장본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의 결과를 봐야겠지만 사실 재판 결과에 따라 또 다른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청와대가 지난 정권에서 캐비닛에 보관 중이던 문건을 불법성 논란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공개한 것은 어떤 식으로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사안을 문재인 정권은 꺼진 불로 보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적폐청산은 생산적이거나 진취적인 구호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정부가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없는 구호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정부 때리기로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국민들은 새 정부에게 “당신들은 그래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를 요구할 것이다. 이 점에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적폐청산에 담긴 딜레마는 또 있다. 기시감(旣視感)이다. 노무현 정부 내내 소위 안티조선 운동으로 상징된 ‘기득권 세력 비판’이 그것이다. 기존(旣存)에 대한 일체의 거부로 등장했던 기득권 세력 비판은 당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다.
탈(脫)권위주의 운운하는 일종의 문화혁명은 삼성, 서울대, 조선일보 등 당시 한국 사회를 이끌던 1등 집단에 대한 무차별 포격으로 이어졌고 그들에 대한 신뢰를 상당 부분 떨어트린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권위, 존중받는 집단을 만들어내지 못한 마구잡이식 비판은 결국 노무현 정권 말기 ‘개혁피로’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국민들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는 바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정치학자들은 대체로 인간 노무현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력을 갖지만 그의 시대에 대해서는 결코 성공적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분열과 갈등이 극에 이르렀던 시대가 참여정부 시대였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도 문재인 정부 5년이 혹시라도 그때를 닮은 분열과 갈등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참여정부의 경험 때문인지 지난 100일 동안 정권이 앞장서서 각을 세우기보다는 각계에 포진해 있는 ‘자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형태로 사회 및 문화 권력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소위 그람시의 진지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앞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환희 웃고 있다. / 연합 |
이런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1일 MBC 보도국 취재기자 81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명분은 경영진의 부당한 보도 개입이지만 그들의 요구는 결국 김장겸 사장 퇴진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미디어 분야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에 노무현 정권 때 이미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던 이효성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를 방문해 “대법원 판결로 임명권은 임면권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임명한 사람이 해임권도 가지는 것이 통상적인 예다”라고 말했다.
모호하지만 사실상 MBC 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해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사로 해석됐다. 보도국 기자들의 제작 거부 움직임에 대한 엄호사격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MBC 장악’ 시도가 향하는 곳
이 일은 MBC라는 회사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KBS를 비롯한 타 방송사와 그밖의 유관 문화단체들에도 이와 같은 문화권력 교체의 모델이 급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말은 이해찬 전 총리의 과거 발언이다.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5월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이번에 우리가 집권하면 몇 번 집권해야죠. 저 극우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정치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좌파들은 치밀하게 문화권력 교체 및 문화헤게모니 장악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그 첫 단추로 ‘MBC 장악’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의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민주국가에서 역사는 대통령의 전유물일 수 없다. 박근혜 정부 때 국정교과서 논란이 있었지만 그것은 기존의 역사 교과서가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면 문제가 쌓였기 때문에 그것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그것을 학계와 교육계의 자율적 힘에 의해 교정을 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정권의 핵심이 관여함으로써 오히려 국정교과서의 정당성을 훼손한 측면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문재인 대통령의 ‘한 마디 말’로 국정교과서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아직 취임 100일 밖에 안 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의 입으로 이미 두 가지 큰 역사적 쟁점을 우리 사회에 던진 상태다.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는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경남 김해시와 공동으로 ‘가야사와 가야불교사의 재조명’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가야’ 명칭의 어원, ‘사국시대’ 가야의 위상과 가야사의 지위, 가야 불교와 신라 불교의 특성과 차이 등을 주제로 학술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삼국시대가 아닌, ‘사국시대’라는 낯선 용어를 토의하겠다는 주제가 눈길을 끈다.
그에 앞서 1일에는 경북도가 가야사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북도는 빠른 시일 내 경남, 전북, 전남 등의 광역 시·도와 함께 가야사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영·호남 통합과 공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야사의 문제는 과거사일 뿐 영호남의 현재 문제와 관계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새로운 문헌이나 발굴이 이뤄진 것도 아닌 상태에서 갑작스런 가야사 조명 열풍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일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가야사 복원’을 언급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수 가야사 전공자들이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잿밥에 관심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나 일부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일은 굴러가고 있다. 그로 인한 예산 낭비와 구호성 학술회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해 문재인 대통령은 또 하나의 역사문제를 제기했다. ‘건국 100년론’이다. 즉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의 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좌파의 현대사에 대한 인식의 맹점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이승만에 의한 대한민국 수립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인데 그 대안으로 예전부터 김구를 미화해왔다. 애국자로서 독립운동가로서 김구 선생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좌파의 김구 찬양은 지극히 제한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
즉 일제 말기 좌파와 연합했던 김구 그리고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던 김구를 찬양하기 위함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1919년 임시정부를 기점으로 삼느냐, 1948년을 기점으로 삼느냐는 어느 쪽을 선택하건 이승만이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다.
먼저 1919년 3.1 독립운동이 일어난 직후 한성, 일본, 만주 상해 심지어 노령으로 불리는 러시아 지역에서까지 임시정부 선포가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문서상의 임정 선포였고 상해 프랑스 조계 내에 임시 사무소를 3월 4일 설치한 임시정부가 그나마 독자적 공간을 갖고 있었다.
그후 각계의 임시정부 관련 인사들이 상해로 모여 의견을 모아갔다. 그리고 한성정부 ‘집정관 총재’로 지목됐던 이승만이 상해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승만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1919년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법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 즉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함께 귀국한 김구 중심의 임시정부 세력을 대한민국의 뿌리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 속의 역사를 종이 위의 역사로 바꾸려는 부질없는 시도일 뿐이다.
이미 1948년 8월 15일 탄생하게 되는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연장선에서 세워진 나라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정치노선 중 하나로 건국투쟁 과정에서 독촉, 즉 이승만이 만든 연합체 독립촉성중앙협의회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독촉은 뒤에 대한독립촉성국민회로 이름을 바꾸게 되는데 결국 대한민국 탄생의 모태는 독촉이라는 데 이의를 달 수 없다. 이 점은 좌우 학자들 모두 동의하는 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87년 개헌과정에서의 임정 법통 삽입은 당시 임정과 관련이 있던 민정당의 실력자 의원이 행한 것으로 실제 일어난 역사와는 동떨어진 문서 상의 글자일 뿐이다.
“임시정부를 기점으로 하는 100년의 나라”를 주장하려면 현실 역사에서는 그 임시정부가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얻어냈을 때 가능한 가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점을 아는지 모르는지 8월 15일 광복절 행사 직전에 서울 효창동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했다. 이 일은 앞으로 5년 내내 이어져갈 역사전쟁의 서막으로 보인다.
굳이 말하면 지난 100일 동안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연상시킨다. 안 해주는 것이 없다.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것을 시작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법인세 인상, 의료보험 전면 확대, 부동산거래 규제 등 1일 1건씩으로 서민들을 위한 선물을 던져주고 있다.
맘씨 좋은 아저씨인가? 무책임한 아저씨인가?
그런데 산타클로스는 없다. 산타클로스는 어디서 돈을 벌어 그렇게 온 동네 아이들 선물을 주고 다녔던 것일까? 그것은 그저 부모님의 선물일 뿐이었다. 이미 문 대통령이 약속한 선물의 고지서가 날아들고 있다.
15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에 이어 각 분야의 강사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11일 기간제교사연합회는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만6000명의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영어회화 전문강사, 방과후 코디네이터, 스포츠 전문강사, 다문화 언어강사 등도 이 대열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은 기업 쪽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섬유업계가 가장 먼저 반발했다. 경방은 전라도 광주에 있는 면사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전방도 국내 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에 백운규 산자부 장관이 11일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국내 생산 기반을 축소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산자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확대 등 기업의 경영 여건을 더 악화시키는 조치에 대해서는 한 마디 못한 채 기업의 발목만 잡으려 한 것이다.
10일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완성차 5개 기업의 모임인 자동차산업협회가 “통상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생산 거점을 인건비 부담이 낮은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가 산자부의 요청으로 이를 취소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탈원전과 의료보험 전면 확대로 인한 고지서에는 또 얼마나 많은 액수가 적혀서 나올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지난 100일 동안 산타클로스 활동들이 대한민국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고 맘씨 좋은 아저씨의 선행을 포장하는 데만 집중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해 무책임한 아저씨라고 따끔하게 꾸짖어야 할 야당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데 있는 것인지 모른다.
▲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블랙리스트 1심 판결을 다시 묻다. 조윤선 과연 무죄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 |
위험천만한 영화감상 정치
전국적인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8일 부산에서 원전의 위험성을 다룬 영화 ‘판도라’를 관람하고 나서 감독 및 출연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사고 기억하시죠. 후쿠시마 사고 때 반경 300km 이내에 15만 명 주민이 살았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거든요. 그런데 고리는 반경 30km 내에 우리 부산, 울산, 양산 시민들 341만 명이 삽니다.
부산시청, 울산시청, 양산시청이 반경 30km 이내에 다 들어 있어요. 만에 하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아마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세계 역사상 가장 최대 최악의 참혹한 재난이 될 겁니다. 우리 부산 시민들은 머리 맡에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하나 매달아 놓고 사는 것과 같은 거예요.
비록 그 확률이 수백만 분의 일 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라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가 막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판도라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아예 치워버려야죠. 그렇죠? 우리 부산 시민들 지난번에 마음들을 모아서 이 지금 영화의 배경이 된 고리원전 1호기 내년부터는 가동을 영구 중단하도록 그렇게 만들었죠?
그것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아까 6월 달에 건설 승인된 신고리 5호기, 6호기 건설승인을 취소시켜서 추가 건설을 막고, 그리고 앞으로 설계수명이 완료 되는대로 원전을 다 멈추어서 우리도 탈핵, 탈원전 그런 국가로 가야 됩니다.
다들 동의하시죠? 이 영화 많이 홍보 좀 해 주시고 탈핵 탈원전, 안전한 대한민국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이 본 영화는 그냥 영화가 아니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여론과는 동떨어진 독단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다.
이제 이런 대통령을 향해 좌파 일변도의 영화계는 또 대통령이 볼 만한 영화를 만들어 내고 다시 대통령은 그 영화를 보고 엉뚱한 메시지를 던지는 일이 적어도 5년 간 이어질 것이다.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자기 색깔 내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IMF로 인해 몇 년 지나서야 햇볕정책이라는 자기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북한과 미국의 핵 갈등으로 인해 자기 색깔을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 문제다.
이미 좌파본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그 증좌의 하나다. 지난 8일 흔히 좌파진영의 사실상 싱크탱크로 불리는 창작과 비평사에 오래 몸담았던 시인 이시영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몇몇 신문의 인터뷰에서 그는 전 정권의 기관장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정치의 세계는 시의 그것처럼 ‘선의’와 ‘인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의 단절이 중요한 한 축이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박근혜 정부를 거쳐 임기를 이유로 새 정부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예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 독설로 조언을 마쳤다.
“어느 것 하나라도 자를 건 자르고 도려낼 건 도려내라! 그것이 겨우 내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명령이다.”
좌파의 문화 점령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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