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5일 세월호 선체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3년 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지 1073일만이다. 잠수함 충돌설, 좌초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것과 다르게 선체는 온전했다. 이로써 괴담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
▲ 세월호는 물 위로 올라왔지만 대한민국의 진실과 정의는 여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세월호 선체 인양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여론이 바로잡히길 바란다. / 연합 |
그러나 그동안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온갖 루머를 확산시켰던 언론과 선동세력은 반성이나 사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의 자문으로 ‘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해 여론에 파장을 일으켰던 네티즌 ‘자로’는 오히려 또 다른 정부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적반하장 격이다.
지난 2016년 12월 25일 종편 Jtbc는 시사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자로X>를 통해 세월호 의혹을 제기했다. 지상파 SBS도 앞서 12월 26일 방송을 통해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두 프로그램은 자로의 <SEWOL X> 영상물을 소개하고, 세월호 침몰 원인을 괴물체, 즉 (군)잠수함과의 충돌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두 방송이 의혹의 소스로 삼았던 자로는 지난 3월 22일 세월호 인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보이지 않는 세월호의 좌현을 보고 싶다”며 자신의 의혹 제기가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25일 세월호가 완전히 인양돼 운반선에 안착되자 자로는 “누워 있는 쪽 좌현을 볼 수 없어 결과를 섣불리 단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선체 정밀조사는 아직 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공개된 사진이나 영상은 제한된 정보일 뿐”이라며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했고, 이에 다수의 네티즌들로부터 ‘괴담전문 유포꾼’이라는 비난을 샀다. 자로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던 Jtbc와 SBS는 공식 사과 하지 않았다.
세월호 하면 정부의 음모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빼놓을 수 없다. 이상호 감독(고발뉴스 기자)이 만든 이 다큐는, 세월호 사고 현장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에 대한 해경의 구조 방해 공작이라는 취지의 일방적 내용을 담았다. 이 감독 역시 선체 인양 후 별다른 사과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종인 대표는 세월호가 인양된 최근, 한 인터넷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을 가지고 갔을 때는 기울어 가는 배에서 얼른 사람을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작업 교대할 잠수사가 충분했다면 더 시도해 볼 수 있었을 텐데 (해경의 방해로)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는 등 역시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이로 인한 여론 선동에 반성의 뜻은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오히려 세월호가 “인양 아닌 구조여야 했다”면서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고 구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이들(정부)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적반하장 식의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루머꾼들의 허위사실과 괴담에 더 열광하며 흥분했던 국민 역시 충돌 흔적 없이 멀쩡하게 떠오른 세월호를 보며 실망한 듯 잠잠하다. 광우병 괴담에 선동되어 촛불 들고 경찰버스를 부수던 그 국민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믿지 못한 것이 아니라 고의적으로 믿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거짓 선동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진실을 오도하며 거기에서 쾌감을 맛보던 정치인과 전문가들, 언론은 세월호의 진실 앞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늘 그래왔다. 과거 MBC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이 앞장섰던 2008년 광우병 괴담 선동, 그로인해 우리 사회가 입은 엄청난 물적·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와 일반 시민들의 책임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마다 횡행했던 거짓 선동의 악습, 이것을 근절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보다 더 큰 국가적 재난 앞에 이 사회는 감당할 수 없는 대가 지불을 강요당할지 모른다.
최근 여론을 왜곡하는 가짜뉴스가 무차별적으로 난무하는 가운데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가짜뉴스 방지법’을 발표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3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국민들이 가짜뉴스로 인해 얼마나 피해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고의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 유통하면 최고 600억 원까지 벌금을 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탄핵정국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던 허위, 왜곡 보도와 관련해 인터넷 매체는 물론 종편과 공중파 방송들까지 합세한 언론 공해에 많은 국민들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방송·신문에 대한 집단적 시청 거부·절독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세월호는 물 위로 올라왔지만 대한민국의 진실과 정의는 여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세월호 선체 인양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여론이 바로잡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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