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탄핵소추의 배경에 역모와 반란의 증거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달, 본지 <미래한국>은 A4 용지에 그려진 인물관계도를 단독 입수했다. 대통령 변호인단이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파악한 탄핵사건 배후의 기획폭로 인물관계망이라는 제보자의 설명이었지만, 본지가 확인한 바 대통령 변호인단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서 이진동 부장이 차은택, 고영태 등과 수평적 커넥션상에 있고 김수현이라는 인물과 연계되어 있는 점도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제보가 들어오기 전, 김수현은 그저 고영태와 최순실이 함께 만든 고원기획의 대표라는 사실만 확인되었던 때였다.
하지만 지난 2월 16일, 이 미스테리한 관계도가 결정적인 진실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됐다. <미래한국>은 이 내용에 대한 설명을 제보자로부터 들었지만 확신하기가 어려웠다.
이진동이라는 인물은 TV조선의 사회부장이었고 그가 Jtbc의 태블릿 PC와 관계 있다는 내용도 확신하기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이 관계도라면 TV조선 이진동 부장이 탄핵정국의 기획폭로 설계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 탄핵 관련 인물들과 관계를 정리한 관계도. |
탄핵사건 기획자는 TV조선 이진동 부장?
“박근혜 통해서 받을 수 있는 건 없다는 거에요. 그거(박근혜)를 죽이는 걸로 해가지고 다른 쪽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크다는 거에요.” (김수현의 통화 녹취 중) 지난 16일, 정규재TV와 MBC가 공개한 고영태 측근의 녹취는 우리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제까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고만 알려졌던 탄핵의 배후가 전혀 의외의 인물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이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더블루K의 고영태 측근인 류상영과 그리고 최순실 문제를 처음 보도한 TV조선 사회부장 이진동 기자의 선거 참모였던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등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김수현의 지난 해 7월 발언은 충격적이다.
“소장(최순실)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받을 수 있는 거는 없다는 거에요...위원장이 아니어도 소장은, 박근혜는 레임덕이 와 가지고 죽을 텐데, 여기다 기름을 확 붓는게…완전히 친박연대를 죽여가지고 힘을 죽여버리면 다음 대권주자는 비박이 될 거 아니에요? 거기서 (자리를) 받는다는 거지요...”
여기서 고영태의 측근 김수현이 말하는 ‘위원장’은 누구일까. 그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던 경력이 있는 TV조선 이진동 당시 한나라당 안산상록을 당협위원장이다.
이진동 부장은 고영태가 최순실에 대한 여러 서류를 들고 찾아갔던 기자였고, 최순실 사건을 특종으로 연일 보도했던 한겨레 김의겸 기자는 그런 이진동 부장을 ‘선배’라고 불렀다. 이 부장의 고향은 전남 광주이다.
김의겸 기자는 지난 해 최순실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에 대해 ‘고맙다’라는 표현을 했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증거물이라던 최순실 태블릿 PC가 Jtbc에 의해 보도된 것에 대해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이라며 섭섭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의겸 기자의 그 섭섭함과 ‘받은 것’의 의미는 앞에서 설명한 기획폭로 관계도에 따르면 이진동TV조선 부장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녹취 파일은 이미 검찰이 확보한 상태였지만 검찰은 관련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았다. 박영수 특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15일, 특검은 고영태와 류상영, 김수현 등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명백한 범죄 기도 행위가 있고 이러한 대화에 대해 알지 못했던 최순실이 법정에서 “그들이 모두 기획해서 내게 덮어 씌웠다”고 진술했음에도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에 특검과 검찰 모두 침묵하고 있는 점은 법치국가 국민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는 고영태 일당이 정치적 세력과 일정한 사전 공모 내지는 기획을 해왔고, 그러한 정치력이 검찰과 특검에 암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 목적은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선판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은 굳이 전문적인 정치평론가가 아니더라도 짐작하고도 남는다
장면#1 이진동-김수현-고영태-최순실 범죄의 재구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러한 상황들은 재구성을 통해 그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먼저 고영태 일당의 ‘정치 도박판’은 고영태와 최순실 간에 복잡 미묘한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고와 최의 관계는 대통령 변호인단 사이에서는 이미 ‘불륜’이었던 것으로 확신되고 있다. 대통령 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기록과 주변 증언을 종합해 보면 “최순실과 고영태는 애증이 결합된 사이였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이 두 사람은 처음부터 순수한 동기로 사업을 함께 시작한 사이가 아니었고, 설령 그렇게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최순실은 고영태를 정리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최순실이 고영태의 부모를 찾아가 고영태의 폭로 기도를 무마하려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문제는 고영태의 의도가 처음부터 정치적이었다기 보다는 최순실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 했고, 그러한 협박 수단으로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를 폭로하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점이다.
이는 최순실이 헌재 법정에서 “고를 달래가며 일했다”고 한 증언한 부분과도 일치한다. 당시 고영태는 상당한 재정적 압박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고영태가 처음부터 최순실을 이용해 이 문제를 정치적 사건으로 몰아가려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고영태가 접촉한 TV조선 이진동 부장은 정치인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진동 부장은 탐사보도 전문가답게 전체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고영태를 이용해 정치적 사태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고영태에게 사람을 붙여야 했고, 그가 다름 아닌 이진동의 선거캠프에서 회계와 기획을 담당했던 김수현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TV조선의 이진동 부장은 자신의 사람이었던 김수현을 통해 최순실-고영태-차은택 간에 벌어진 모든 일들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이고, 김수현이 2000개가 넘는 통화녹취파일을 남긴 것도 결국 이진동 부장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 하는 의문이다.
만일 이러한 정황이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면, 고영태는 TV조선 이진동 부장에 의해 조종되고 놀아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이진동 부장은 왜 이런 폭로 기획을 지휘했다는 것일까?
장면#2 고영태-노승일-박헌영-유상영
앞의 기획 폭로 관계도를 보면 고영태는 노승일을 통해 박헌영, 유상영 등과 커넥션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노승일은 마치 고영태와 일정 부분 갈등이 있는 것처럼 증언했고, K스포츠재단 과장이었던 박헌영은 ‘Jtbc의 태블릿 PC는 고영태가 책상에 넣어둔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던 고영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관계도에 따르면 박헌영과 류상영 등은 고영태의 직계가 아니라 노승일의 직계에 있다.
고영태-노승일-박헌영 등은 한체대 동문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들 간에 증언들이 엇박자를 낸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역시 고영태와 노승일 간에 폭로 기획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즉 고영태는 이 문제가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기보다는 최순실을 압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노승일과 그 일당은 아예 이 문제를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어 다른 어떤 목적을 이루려 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결국, 고영태를 설득한 사람은 이진동의 김수현과, 노승일의 류상영이라고 볼 수 있다.
노승일-박헌영-류상영은 고영태-최순실 간의 관계가 파탄이 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이를 정치권으로 엮어 더 큰 베팅을 노렸고, TV조선 이진동 부장의 김수현 역시 최순실-고영태 관계에서 고영태가 최순실과 직접 협상하는 것을 막고 이를 비박계 정치인들과 엮어서 더 큰 게임을 하자는 식으로 고영태를 유혹했던 것이 바로 정규재TV가 폭로한 녹취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진동-김수현 vs 노승일-박한영-류상영 간에는 서로 다른 정치권 백그라운드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탐색하며 견제하는 구조가 있었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즉 비박과 친문간에 최순실-고영태라는 먹잇감을 두고 서로 경쟁적으로 사태를 키우면서 모든 언론들이 최순실 블랙홀로 빨려 들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장면#3 이진동-송희영-홍석현-손석희
그렇다면 위의 관계도에서 TV조선 이진동 부장은 왜 태블릿 PC 정보를 한겨레나 경향이 아닌 Jtbc에 넘긴 거라는 설명이 등장할까. 이 점에서 우리는 이진동 부장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TV조선 특별취재부장을 맡고 있는 이진동 부장의 경력은 언론계에서는 대단히 독특하다.
사상 초유의 이력이라는 소리도 있다. 이진동 부장은 조선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18대 총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이후에도 계속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인의 행보를 걷다가 다시 기자로 돌아왔다.
기자가 정치를 하다가 다시 기자를 한 셈이다. 이진동 기자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 언론계 인사들은 “환속했다가 다시 머리 깎은 셈”이라고 한다. 긍정적인 평가가 아니다.
조선일보 기자 중에는 성골 그룹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상식이다. 성골 기자는 대개 조선일보 오너에게 충성을 바치는 그룹이다.
오너가 신임하는 기자는 특종을 자주 터뜨린다. 조선일보라는 시스템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이진동 기자는 그런 성골에 속한다는 평가다. 그런데 이진동 기자는 조선일보의 '왕성골' 송희영 전 주필 라인인 것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전남 광주 동향 출신이기도 하다. 송희영 전 주필의 경우, 청와대와 관계가 껄끄러웠다.
이유는 정확하지 않으나 조선일보 사주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간에 구원(舊怨)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찌됐든 송희영 주필은 불명예스럽게 조선일보를 떠나야 했다. 그런 송희영 전 주필은 현 정권에 어떤 감정이 없었을까.
우연하게도 홍석현 회장은 ‘리셋코리아’라는 아젠다로 대권에 대한 나름 비전을 보여 왔다. 일본 니케이비즈니스는 지난해 Jtbc가 최순실 태블릿 PC를 보도하자 그 보도 배경을 ‘홍석현 회장의 대권 도전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보도해 국내에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홍석현 회장의 대권 도전설은 ‘썰’의 수준이지만 메이저 언론사로서 미래 권력을 창출하는 데 동업자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는 상식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진동-송희영-홍석현-손석희 커넥션도 가능한 그림이 될 수 있다.
▲ @ 미래한국 고재영 |
장면#4 고영태-손혜원, 노승일-박영선
기획 폭로 관계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고영태와 민주당 손혜원 의원, 그리고 노승일과 박영선 의원간의 커넥션이다. 이 부분은 이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커넥션의 구도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노승일은 헌재 증인으로 참석해 대통령 변호인단이 “왜 박영선 의원을 선택해 최순실 관련 자료를 주었느냐”고 묻는 질문에 “박영선 의원이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영선 의원이 국회에서 싸움닭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 그럴 수 있다지만, 고영태가 비례 초선 손혜원 의원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헌재 증인 출석을 피해 잠적했던 일은 특이하다. 고영태라면 이 모든 기획의 나름 실행자이자 핵심 인물임에도 그가 정치권과 손이 닿지 않아 손혜원 의원과 유일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박영선, 손혜원 의원이 친문재인 라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각각 어떤 역할들이 주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데, 손혜원 의원은 최순실과 고영태가 불륜관계에 있었다는 대통령변호인단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마지막 장면# 검찰 - JTBC
고영태 일당의 탄핵농단 사건의 가장 큰 주역은 역시 Jtbc와 검찰이다. 검찰은 고영태 일당의 문제가 된 녹취파일을 알고도 이들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한 일간지에 ‘잡담 수준이며 실행된 것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지 <미래한국>이 입수한 기획 폭로 관계도를 생각해보면 이들 고영태 일당의 대화가 그저 농담조의 잡담이라고 보기에는 그 정교함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결국 이들의 치밀한 모의와 TV조선 이진동 부장의 어떤 기획이 정치권과 연결되고, 다시 검찰 내 친노세력들과 연계된 시스템적인 방식으로 이번 탄핵정국을 연출했다고 보는 것이 차라리 합리적이다.
Jtbc와 검찰은 마치 서로 짜 맞추기라도 한 듯이 최순실 태블릿 PC의 문제점에 대해 부창부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사전에 Jtbc와 검찰 핵심부 간에, 그리고 모종의 정치세력 간에 합의된 사항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이는 검찰이 최순실에게 문제의 태블릿 PC의 실소유 자백을 집요하게 추궁하다가 막상 태블릿 PC에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자 ‘태블릿 PC는 최순실의 범죄와 관계없다’고 말을 바꾼 점에서 드러난다.
더구나 김수남 검찰총장은 최순실 전화 녹취에 대해 “1분만 공개되어도 촛불이 횃불 될 것”이라고 말해 대통령에 대한 퇴진 바람을 더 거세게 몰고 왔다. 하지만 검찰이 밝힌 녹취록으로 촛불은 오히려 꺼져갈 위기에 처해 있다. 검찰이 이번 탄핵정국에 결정적으로 반란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탄핵정국은 이제 헌법재판관들의 의지에 따라 3월 초 심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탄핵소추의 부당성과 위헌성에 대한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이러한 상황을 마치 조기에 차단하려는 듯 탄핵심판 기일을 앞당기는 데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법리재판이라기 보다는 정치재판의 성격이 강하다. 정치재판이란 헌법을 위주로 대통령의 헌정위반 사항을 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회의 탄핵소추 그 자체가 불순하고 근거 없는 역모성을 가진 기획 폭로와 이를 이용한 정파적 당리당략, 그리고 언론-검찰의 커넥션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탄핵소추가 기각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 본 기사는 9월 15일자로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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