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을 이끄는 거대한 두 개의 흐름이 있다. 태극기와 촛불이다. 양 측은 헌법재판소에 탄핵 기각과 인용을 요구하며 양보 없는 여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순실 사건’에 분노한 민심을 타고 초반은 촛불이 압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태극기가 광장을 뒤덮어 가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을 이끈 ‘최순실 사건’의 허구성이 드러나면서 본격화되었다. 지난 해 마지막 날 벌어진 주말 태극기집회는 절정을 이뤘다. 태극기집회를 이끄는 두 개의 큰 축 가운데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집행위원장 서경석 목사를 만나봤다. 인터뷰는 지난 3일 저녁, 마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서경석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집행위원장 |
- 태극기집회에서 열정적으로 연설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많이 떴던데요. 태극기집회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대통령 하야나 탄핵 그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시점에 와 있는 우리나라가 북핵을 폐기시키는 데 성공하고 북한을 무너뜨려 통일을 실현하느냐 아니면 마지막 순간에 북핵 앞에서 굴종하고 타협하고 적화 위험까지 겪느냐 하는 중차대한 상황 아닙니까. 심각하고 어려운 시점에서 하던 모든 일을 중단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좌파 정권이 들어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파정권 재창출 역량 갖추어야
- 태극기집회에 애국단체 회원 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참여도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 현장은 어떻습니까.
“현장에서도 그렇게 느낍니다. 처음 하야 반대 집회를 시작할 때가 지난해 11월 10일이었습니다. 서울역 집회에 1000명이 모였어요. 다음 주에 2000명이 모였고, 그 다음주에는 5000명이. 그 다음 부터는 수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죠.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호소를 듣고 공감한 것이고 애국시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현장의 어려움도 클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태극기집회가 두 군데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박사모 중심의 ‘탄기국(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집회가 있고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빨리 하나의 집회로 뭉쳐야 하지 않느냐고 해요. 우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 문제도 있어요.
예를 들면, 집회에 많은 사람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가 우리가 우파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이나 개혁보수신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 그것이 시정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그 문제를 함께 다뤄 나가려다 보니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이 있어서 단일 집회 개최 요구가 시간적으로 늦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 단일 집회 개최 요구를 빨리 수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구체적인 어려움보다는 현재 언론이 애국시민 집회를 전부 ‘박사모 집회’로 표현하고 있어요. 박사모 단체가 주도하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박사모는 상당히 큰 조직입니다. 회원이 7만~8만이 되고 재력도 있는 조직입니다. 박사모가 운동을 주도해 우리 모두가 박사모가 돼 버리는 식이면 운동의 확장성이 심각하게 떨어져요. 우리가 탄핵을 반대하는 것은 박 대통령을 맹종하기 때문이 아니라 탄핵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이건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합니다. 집회를 무조건 하나로 합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걸 피하는 노력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움의 하나예요. 두 번째로는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 문제가 심각해 바로 잡는 문제입니다.”
새누리당은 촛불 광풍에 무릎 꿇은 웰빙세력
- 태극기집회를 둘러싸고 보수 내 리더들의 갈등, 분파주의가 문제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보수 내에 힘을 합해야 한다는 여론은 좋은 여론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합쳐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2월이 되면 총력을 발휘해야 하니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합치려고 합니다. 1월에는 좀 더 노력을 해보려 해요. 박사모 주도가 아닌 일반 시민들 주도로 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를 끝까지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면 그때는 합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말이 나온 김에 보수 정당 이야기를 해보죠. 박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새누리당과 분당해 나간 개혁보수신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습니다.
“이번에 절실하게 느낀 것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그야말로 웰빙 국회의원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세상 속에서 출세를 할 만큼 한 사람들이 좀 더 출세하고 싶어서 국회의원이 된 것입니다. 국회의원은 출세의 통로일 뿐, 이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자기 목숨 바쳐가며 극복하고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이번에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사람들이 대통령 탄핵을 왜 찬성했느냐, 촛불 광풍에 잘못하면 자기네들이 완전히 밟혀 죽는다는 생각에 거기에 아부하려 탄핵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촛불 광풍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이 개혁보수신당 사람들입니다. 국민이 개혁보수신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존경심이 들지 않고, ‘어디서 저런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나 큰 잘못이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새누리당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대단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김진태 의원 등 두 셋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눈칫밥이나 먹는 사람들입니다. 국민이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이 너무나도 큽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들어온 인명진 목사는 당에 들어와서는 안 될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어요. 새누리당이 더 크게 골치를 썩는 길로 가고 있습니다. 인명진 목사는 촛불의 입장에서 태극기 세력까지도 전부 내쫓고 탈당시키려고 합니다. 김진태 의원도 탈당 대상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 일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기가 막힌 일입니다.”
- 새누리당의 정체성이 혼란스럽습니다.
“새누리당의 아이덴티티(정체성)는 무엇입니까. 새누리당 정체성은 철저한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입니다. 북한이 무너지고 남북이 통일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새누리당의 확고부동한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입장만 명확하게 하고 있으면 온 국민의 지지가 새누리당으로 모인다고 생각해요. 다만 민생 문제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이 부자나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일은 더 이상 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기회에 그런 이미지를 버리고 나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바르게 선택하고 소외된 사람과 낙오하는 사람이 없도록 잘 돌볼 수 있는 길을 가면 됩니다. 경제성장과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잘 수행해 가는 게 온 국민이 바라는 바이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 길을 가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촛불에 반하는 세력, 예를 들면 최순실 사건 책임 있는 사람은 전부 나가라는 식인데 이건 맞지 않습니다. 최순실 사건에 대한 공정한 판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 아닙니까. 새누리당이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선 안 됩니다.”
- 태극기집회 축소·왜곡하는 언론 보도에 느끼는 바가 클 것 같습니다. 언론이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고 있는데요.
“저는 조선일보를 보는데 매일 아침 열병을 앓습니다. 언론이 하는 이야기와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렇게 열병을 앓다가 한 두 시간쯤 지나 정신을 차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언론에 의해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언론을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가 큰 문제입니다. 우리 애국시민들이 언론개혁을 위해 언론사 앞에 가서 집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차제에 정론을 펴는 바른 언론이 새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도 간절합니다.”
“매일 아침 조선일보 보고 참담”
- 촛불 참가자들과도 광장에서 마주칠 텐데 현장에서 직접 보는 촛불은 어떻습니까.
“소위 촛불민심이라는 것의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촛불집회를 시작한 기구인데, 여기엔 종북좌파 세력 그리고 그들과 연대하는 세력들이 총집결돼 있습니다. 30여개 단체가 모여 있는데, 우리나라 종북좌파단체는 거의 다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단체가 촛불집회를 시작했고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세력들이 바로 8년 전 광우병 촛불집회 주도세력이었고, 그 전 2005년 맥아더동상 철거사건을 주도했던 세력입니다. 말하자면 종북좌파 핵심 세력들이 지금까지 죽 내려와서 이번에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세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우파정권을 흔들 것인가, 기회만 노리고 있는 세력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4대강 문제를 계속 제기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국가정보원, 제주 해군기지, 세월호 문제로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침소봉대 했습니다.
이번엔 이들이 부화뇌동한 언론과 같이 대란을 일으킨 셈입니다. 그래도 지금 상황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어어 하다가 나라가 완전히 무너질 뻔했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다’ 생각하는 국민이 모이기 시작해 지금 이 정도만큼 반대 여론이 모였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우리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고 나라를 바르게 돌려세울 수 있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청년 못지않게 열렬히 애국운동 하시는 모습을 보니 여전히 꿈을 꾸고 계신 것 같습니다. <꿈꾸는 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책도 쓰셨는데, 현재 목사님의 꿈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에 좌파 정권이 다시 들어서지 않도록 하는 게 현재 나의 가장 간절한 꿈입니다. 내 손주에게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 태극기집회에 국민 참여가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집회가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집회를 주도할 수 있는 기간 동안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은 우파세력의 조직화 작업입니다. 우파세력 조직화가 실현되지 못하면 대선에서 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진영의 싸움이지 정당의 싸움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우파세력이 잘해야 이깁니다. 우파세력의 최대 약점은 조직화가 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좌파는 조직화가 잘 돼 있습니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서든지 조직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두 번째 새누리당이나 개혁보수신당 국회의원 가지고는 안 된다는 점에서 우파정당 개혁 작업을 해야 합니다. 우파 조직화와 우파 정당 개혁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합니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은 분열될 필요가 없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비박과 비문을 빼고 다 모이자는데 그건 아주 이상한 노선입니다. 안철수와 손학규는 종북좌파와 싸우겠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들 아닙니까.
중요한 것은 종북좌파와 싸울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인데,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은 그 점에서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두 측이 다시 합치도록 하려면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 당원 가입 운동이 그 차원입니다. 지난 번 12월 31일 집회 참석자 95%가 동의하고 이 운동에 동참해줬습니다. 이 운동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절대 좌파에 정권을 내주지 않도록 흐름을 이어가야 대선에서 희망이 있습니다.”
태극기 집회는 관군 대신 의병이 나선 격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 주시죠.
“우리나라 우파운동 역사 상 이번 태극기집회와 같은 일은 없었습니다. 이때까지 우파집회는 재향군인회나 자유총연맹과 같은 관변단체 위주였죠. 교회집회도 있는데, 명분이 있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이번엔 교회가 움직일 명분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집회에 전혀 조직화되지 않은 개인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자유시민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집회에 나와 자기 이름을 적고,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서 모이고, 또 연락해서 모이고 이러는 가운데 집회 규모가 점점 커져서 이 사람들의 숫자가 2만여 명 명단을 작성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으로 박사모라는 거대 조직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자유시민 참여라는 데 특별히 주목합니다.
박사모 회원들도 꼭 박사모 소속 의식이라기보다 자유시민으로서 참여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나라의 관군이 패퇴하면 의병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이 지금 시국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 우파 정치인들은 김진태 등 몇몇을 빼고 전부 패퇴했습니다.
촛불 광풍에 무릎을 꿇고 눈치나 보고 있습니다. 눈치를 보지 않고 결연하게 맞서서 저항하고 대항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애국시민입니다. 애국시민들이 나서서 우리나라가 좌파 정권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책임을 나눠 짊어지고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책임을 느끼고 함께 하면서 모두가 조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난국을 극복해봅시다. 이게 제가 여러분에게 간절히 드리는 호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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